레베카 동서 미스터리 북스 26
뒤 모리에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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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p 첫사랑이라는 열병이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왜냐하면 시인들이 무어라 해도 그것은 일종의 열병이며 무거운 짐이기 때문이다. 21세 된 즈음의 나날은 결코 대담한 것은 못 된다. 공연히 풀이 죽고 아무것도 아닌 불안에 차 있다. 그리고 마음은 사려 분별도 없이 부서져 흩어지고 상처를 잘 입는다. 가시 돋친 말을 한 마디만 들어도 그만 풀이 죽어 버리지만, 차차 다가올 중년이라는 마음 편한 갑옷을 몸에 걸치게 되면 그날그날의 자잘한 가시에 찔려도 아무렇지도 않고 그런 것은 곧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어린 소녀의 마음은 아주 하찮은 한 마디의 말도 심한 낙인이 되어 언제까지나 마음에 남고, 어깨 너머로 던져진 한 번의 눈길도 마치 영원한 것인 듯 마음에 자국을 남기는 것이다. 한 번의 거절이 암탉이 길게 빼는 울음소리와도 같이 울리고, 단 한 번의 불성실함이 유다의 키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중년에 접어들면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처녀의 마음은 아주 하잘것없는 거짓말을 해도 혓바닥이 끊어지는 듯하고, 마치 화형당하는 기둥에 꽁꽁 묶이기라도 한 듯이 울리는 것이다.

 

96p "우리에게 축하한다고 말해주세. 이 아가씨와 나는 이제 곧 결혼한다네." 다른 종업원들도 그 말을 듣고 모두 나에게 절을 하고 미소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흥분의 파도와 기대의 소음을 뒤로 하고 휴게실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발코니를 나가는 그의 뒤를 따라 나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사무실 앞을 지났으나 아무도 우리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사무원은 서류 뭉치를 앞에 놓고 어깨너머로 젊은 사무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드 윈터 부인이 되는 것을 이 사람들은 아직 모르는 것이다.

나는 조금 뒤 만더레이에 살게 되는 것이다. 만더레이는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복도를 걸어갔다. 그는 걸으면서 내 손을 꼬옥 잡고 걸어갔다. "42살의 나이는 당신이 보기에 너무 늙었지요?" 하고 그가 말했다.

"아뇨, 조금도"하고 나는 급히, 그리고 아마도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말했다. "전 젊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당신은 젊은 남자를 아직 한 사람도 모르지 않소"하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방문 앞까지 왔다. "내가 혼자서 이야기를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소"하고 그는 말했다.

"그 전에 잠깐 물어 두고 싶은데……. 당신은 언제 결혼을 해도 좋겠지? 혼수니 뭐니 그런 시시한 것들을 설마 갖고 싶어하지는 않겠지? 왜냐하면 4,5일 안에는 모든 일이 문제없이 처리될 테니까. 결혼 허가증만 있으면, 사무책상 위에서 말이오……. 그런 다음 자동차를 타고 베니스든 어디든 당신이 좋아하는 곳으로 가면 되는 거요."

"교회에서 식을 올리는 게 아닌가요?"하고 나는 물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마치 절대적인 명제이자 도덕책의 내용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 차이가 어떤 것인지, 서로 끌림을 느끼고 결혼을 앞두는 단계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그 차이를 이렇게 서술하여 보여줌으로써 나이 차이가 이런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한번 결혼한 아버지뻘의 남자. 신분과 경제력의 차이. 순수하지만 강단있는 여자 등등 여러 모로 제인 에어를 연상시킨다.

 

레베카를 처음 봤을 때 이 레베카가 그 레베카인지 몰랐다. 히치콕의 그 유명한 영화 레베카, 그 영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여기까지 알았지 원작 소설이 있는지를 몰랐다. 소설이 워낙 두껍다. 동서미스터리북스 시리즈 중 최고가 아닌가 싶다. 영화부터 보았다.

히치콕의 할리우드 데뷔작이자 유일한 아카데미 수상작. 데뷔작이다보니 제작자인 셀즈닉 입김이 많았다. 그 덕분에 아카데미를 수상했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히치콕의 다른 영화와 비교하면 촌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주인공이 존재감이 약하고 조연도 잘 살리지 못했고. 그것조차도 의도한 것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댄버스 부인과 반호퍼 부인을 뮤지컬에서 다룬 방식을 보면 맛깔나는 재료가 이렇게나 많은데 제대로 살리지 못한 음식 같다는 느낌.

재료가 워낙 좋으니 음식이 맛이 없지는 않은데 기대보다는 밋밋하다는 느낌이다.

가정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 히치콕이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거장의 위치에 올랐을 때 이 작품을 스스로 리메이크해서 다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영화와 비교했을 때 동명의 뮤지컬에서 댄버스 부인이 어떤 위치인지 생각하면 여러 모로 아쉬운 부분이다. 뒷이야기를 보면 뮤지컬의 제작진 입장에서도 배우들에게 영화보다는 책을 더 권했다고 하고. 그래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대본에는 그 부분에 해당하는 책의 쪽수가 적혀 있다는 인터뷰 내용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배우에 따라 해석이 다양해지는데 댄버스 부인과 레베카의 관계가 어떤 공연에서는 모녀관계로 보이고 어떤 공연에서는 연인관계로 보이고. 또 파벨이 진심으로 레베카를 사랑했는지도 공연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고. 어쩐지. 책하고 비교했을 때 파벨의 감정선이 영화에서 지나치게 단순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더라니.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영화로 보면 물 흐르듯 흘러가지 못하고 퉁퉁 튄다는 느낌을 받는데 역시 이 작품은 소설로 읽어야 한다.

서로에 대해 끌린 첫 만남, 그리고 그 이후 만남으로 인해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되고, 오해했던 부분에 대해 알게 되고, 그 부분이 교정된 후에도 새롭게 끌리는 로맨스가 한 축.

그리고 스릴러가 한 축.

둘 다 팽팽해서 치우치지 않는다.

 

푹 빠져서 읽은 책. 시차를 두고 또 읽고 싶은 책.

너무 좋아서 오히려 객관적으로 이 책을 바라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거리를 둘 수 있을 때 다시 한 번 감상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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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화살의 집 동서 미스터리 북스 25
앨프레드 메이슨 지음, 김우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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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p

제임스 플로비셔는 한동안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젊은이는 지난해 허즐릿의 공동 경영자 지위를 이어받은 26살의 변호사였다. 일을 재빨리 처리해야 할 때에는 꽤 민첩하지만 다른 사람의 성격을 평가할 때에는 신중하게 도사리는 성격이었다. 더욱이 허즐릿 노인을 존경하는 나머지 사무실에서는 타고난 신중성이 두 배로 늘어나 있었다. 그는 가까스로 대답했다.

"키가 크고 휘청휘청하는 걸음걸이의 사나이로 이마가 좁고 눈초리가 아주 거칠었으며, 철사 같은 흰 머리카락이 이마 위에 뻗쳐 있었습니다. 어쩐지 잘 다루어지지 못하는 인형극의 인형처럼 움직이더군요. 얼마쯤 격렬해지기 쉬운 감정적인 사람 같았습니다. 담배로 더러워진 손끝으로 자꾸만 쉬지 않고 콧수염을 잡아당기고 있더군요. 언제 어느 때라도 위험한 곳에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은 사나이였습니다."

 

16p

셰익스피어 연극에나 나오는 것 같은 소동은 원칙적으로 플로비셔 & 허즐릿 법률사무소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이곳의 일상 생활용품이 오래된 것처럼 여기에서 하는 방법은 위엄 있는 것이었다.

 

17p

제임스 플로비셔는 그를 잘 아는 사람이나 친구들로서도 겉으로밖에 알 수 없는 듯한 조금 색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고독한 사람으로 이제까지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과 교제를 가졌다. 그 얼마 안 되는 사람조차 없으면 없는 대로 괜찮은 정도였다. 자기의 생활과 생활 수단이 좀 수준 높은 것들로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의 덕을 입지 않고도 해 나가려고 하는 게 그의 신조였다. 여유가 생기면 그는 몇 달이고 이 신조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썼다. 일인승 반갑판 돛단배, 얼음 절벽에 발판을 새기는 아이스 액스(얼음 깨는 도끼), 엽총, <<반지와 책>> 처럼 아무리 읽어도 끝이 없는 한 두권의 흥미진진한 책. 이러한 것들은 자신의 사상처럼 별하늘과 더불어 그가 종종 시도하는 고독한 탐험여행의 길동무였다. 그러다 보니 그의 풍모에는 기묘하게 초연한 빛이 더해져서 얼른 보기에 주위 사람들과 다르게 보였다. 이 풍모는 곧잘 사람을 속이기도 하는데, 그 까닭은 아무 근거도 없이 사람에게 신뢰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기 때문이다. 허즐릿이 지금 와베르스키 같은 남자와 교섭하게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사나이다라고 생각한 것도 이 믿음직한 풍모 때문이었다.

 

21p

"제임스, 이런 사건에는 99퍼센터 뭔가 감추어진 비밀이 있는 법이라네. 입 밖에는 내지 않지만 표면에 나타난 비난의 뒷면에 협박자가 단단히 쥐고 있는 비밀 말일세. 대개 대수롭지 않은 부끄러운 비밀이나 집안 명예에 관한 추문 같은 것이지만, 공적인 재판 사건이 되면 순식간에 표면화되고 만다네.

와베르스키의 경우도 그런 종류의 사실이 숨겨져 있을 게 틀림없어. 그 사나이의 고발이 터무니 없이 맹랑하면 맹랑할수록 그는 헐로우 집안 사람들이 남모르게 덮어 두고 싶어하는 집안 명예에 관계되는 사실을 쥐고 있는 것이 확실해. 다만 그 괘씸한 사실이 과연 무엇인지 나로서는 도무지 짐작이 안 가네만."

 

162p

"나는 그저 멀리서 바라볼 뿐이지요. 조금 마음이 괴로울 때 산을 보고 있으면 친구와 말없이 마주앉아 있는 것 같습니다."

친구와 마주앉는다. 이 말은 제임스에게 눈 덮인 비탈이며 바위 등성이 따위의 기억을 되살아나게 했다. 아노는 참으로 적절한 표현을 한 것이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산이 전하고 싶어하는 포착하기 어렵고 거의 전달하기가 불가능한 온갖 미묘한 감정의 하나를 그는 이 말로 표현한 것이다.

 

독화살의 집. 원제는 The House of the Arrow.

 

위의 구절들은 읽으면서 인상적인 구절이라서 적어 놓았다. 평이하게 읽어나가다가 중간에 아, 하고 뭔가 마음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적어놓았는데, 따로 저 문장만 보아도 인상적이고 전반적인 내용을 읽어나가면서 왠지 이 부분을 기억해 두면 사건을 풀어나가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데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복선으로 작용하지도 않고.

내가 잘못 읽었나 싶을 정도로 다 읽고 나면 처음에 인물에게 받았던 느낌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게 범인에 국한할 때에는 소설 전체가 매력적이 되지만, 범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적용이 된다면 작가가 치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푸와로든 마플이든 홈즈든 왓슨이든 헤이스팅스든 루팡이든 레스트레이드든 대체로 인물은 누가 되었든 큰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게 행동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어떤 인물이든 처음 등장할 때와 나중에 퇴장할 때 느낌이 너무 달라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신랄하고 경쾌한 유머가 뭘까 궁금했는데 읽는 도중에 느낄 정도는 아니고, 다 읽고 나면 아하! 하고 느끼게 된다.

 

용의자의 수도 적고, 의외로 누가 범인일지 쉽게 추리가 가능해서. 초반에 생생한 묘사가 아까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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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장이 너무 많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24
렉스 스타우트 지음, 김우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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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대량 생산된 물건이 아니라, 구석구석까지 손수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은 척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갈색 케이프를 걸치고 역시 갈색 천으로 된 모자를 비스듬히 쓴 키가 크고 뚱뚱한 사나이와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그 손을 놓더니 짐꾼의 뒤를 따라 남자보다 앞서 우리가 탄 뒤칸에 올라탔다.

'내 재산이라고는 이 마음뿐인데, 그 마음을 이토록 빼앗길 줄 알았더라면 아예 눈을 가려버릴걸.'


"이것으로 세 번 죽게 되는 셈이군요. 래스지오는 아직도 더 죽어야 합니까?"


여기까지만 읽어도 알 수 있다. 죽을 사람은 래스지오. 이 사람을 죽일 이유를 가질 사람이 너무나 많은 상황.


제목은 요리장이 너무 많다 인데 원제는  Too Many Cooks 라고 한다. chef 라고 해야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리장은 영어로 first cook이라고 한다.

요즘 쿡방이 많아서 쉐프라는 단어가 익숙해서 둘 차이가 뭐지 하고 찾아봤는데

cook은 요리를 하는 모든 사람을 뜻하고, 쉐프는 원래 프랑스어로 영어 단어 chief 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ceo 할 때의 그 chief 이다. 

그러니까 요리에만 국한되어 있는지, 매니지먼트를 하는 수장의 역할까지 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요리사들은 chief 가 아니라 cook이 맞겠다. 그리고 그 요리사들 중 최고인 장이 맞는 것이고. 다만 그것은 주방에서만 가능하고. 

실제 경영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chef 와는 달리 권한이 제한적일테고, 어떤 상황에서는 눈뜨고 당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래스지오라는 악인에게 다들 무력하게 당하고 있는 것일 테지.


우리나라 쿡방에 나오는 쉐프들은 직접 레스토랑을 경영하기 때문에 chef 가 맞을 것이다.



15명의 명요리장


헬로메 벨린-상 레모의 코리도나

레옹 블랑-보스턴의 윌로 클럽

램지 키스-캘커타의 헤이스팅즈 호텔

필립 래스지오-뉴욕의 처칠 호텔

도메니코 롯시-런던의 엠파이어 카페

피에르 몽도르-파리의 몽도르

마르코 뷰크식-뉴욕의 라스터맨

세르게이 발렌코-퀘벡의 샤토 몽칼므

로레느 코인-샌프란시스코의 래턴

루이 세르반-웨스트 버지니아의 카노와 수퍼


펠리드 칼터-이스탄불의 카페 드 유럽

앙리 터슨-카이로의 셰퍼드 호텔


고인

아르망 플루리-파리의 플루리

바스컬레 도노플리오-마드리드의 엘도라도

잭 발랜-더블린의 에메랄드 호텔


사망한 래스지오는 뷰크식의 아내를 가로챘고, 블랑의 지위를 빼앗았으며, 벨린이 가장 아끼는 제자를 훔쳐갔다. 그 외에도 비열한 짓은 많이 한 것 같은데 이 남자가 죽은 것이다.


이 경우 세 명에게 혐의가 일차적으로 돌아가고,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며, 범인이 밝혀지는 구조이다.


보통 이런 추리 소설의 경우 중간에 지루하기 마련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첫째는 탐정 울프에 못지 않게 그의 조수인 굿윈이 매력적인 캐릭터이었기 떄문이고(고용주에게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그 연장선에서 고용주를 은근히 아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초대받은 것처럼 요리를 비록 입으로 맛을 볼 수는 없을 지언정 글로 읽으면서 이게 어떤 요리이고 어떤 맛일까 하고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잘 모르는 내용이 훨씬 많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거웠다. 잔인한 살인 사건과 그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고급 요리가 등장하는 다소 흥청망청한 파티의 느낌. 아마 소설을 읽은 지금이 연말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렉스 스타우트는 여러 탐정을 소개했지만, 가장 인기있는 것은 역시 네로 울프라고 한다. 약 70여편 정도의 작품이 나왔지만, 우리 나라에 소개된 것은 3개 정도라고 하니 안타깝고 궁금하다.


렉스 스타우트의 네로 울프 시리즈는 70권을 넘어가지만 국내에 번역 출간된 것은 세 권 뿐. 그리고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그 중 두 권이 집밖에 거의 안나가는 명실공히 안락의자 탐정인 네로 울프가 부득이하게 저택 밖으로 나가는 이야기라고. 


그 작품 세 개는 독사, 요리장이 너무 많다, 챔피언 시저의 죽음이라고 한다. 이렇게 적어 놓아야 언젠가 이 리뷰를 들쳐볼 때 읽어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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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경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23
펠 바르.마이 슈발 지음, 양원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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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가 없지만 대체로 노르웨이, 스웨덴,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를 합한 5개국을 가리키는 지명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처음으로 읽은 서유럽 작가의 책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처음으로 읽은 북유럽 작가의 책은 기억이 난다.
서유럽이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이른바 수많은 세계문학과 고전이 대부분 서유럽 작가의 책이니 가장 처음 읽은 서유럽 작가의 책은 알 리가 없다.
물론 어릴 때부터 접했던 수많은 동화들부터 거슬러 올라간다면 안데르센 동화도 있으니 뭐가 처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동화를 제껴놓고 머리가 굵어진 청소년기부터 한정을 한다면 확실히 북유럽 작가의 책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읽은 것 같다. 부끄럽지만.

북유럽 작가의 책이라고 인식을 하면서 읽은 첫 책은 소피의 세계이다.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떄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고, 여기에 나온 철학의 세세한 내용을 전부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마치 끌려들어가듯이 매혹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 부분에 다다랐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기억난다. 한편으로는 슬펐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태어난 작가의 책이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아마 고등학교 때 아니면 대학교 때 읽은 것 같은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작가가 역시 덴마크 코펜하겐을 배경으로 쓴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감각적이다. 스밀라는 소설가 김연수의 말처럼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자다.
그 다음으로 읽은 책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웨덴에서 태어난 작가가 스웨덴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살아온 백 년의 세월을 한 편의 코미디로 풀어낸 소설이다. 앞의 두 소설보다는 유쾌하지만 마냥 가볍지는 않다.

아, 그리고 무민 시리즈도 있구나.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대해 읽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인데. 핀란드 헬싱키에서 태어난 작가다.

그러고 보니 의도한 것은 아닌데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작품을 차례로 열거하였다. 빠진 것은 아이슬란드인데. 몇 년 전 북유럽 여행을 갔을 때 공교롭게도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네 나라를 갔었다.
모든 여행지는 유일무이하지만, 그 특유의 서늘하고도 고아한 느낌이 북유럽에 머무는 동안 빠져들듯 좋았고, 귀국한 후에도 그리워 주기적으로 북유럽 작가의 책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꽤 흘렀는데 앞으로 언제나 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의 추억은 힘들 때마다 꺼내보게 된다.
아이슬란드 작가의 책을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은 것은 아마 내가 그곳을 가보지를 않았기 때문이겠지.

이 책은 생소한 스웨덴식 이름이나 지명에만 익숙해지면 금세 빠져들 수 있는 책이다. 사건의 시작에서 결말에 이르는 부분까지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야무진 느낌이다.
작가 부부가 마르틴 베크가 나오는 10권의 추리 소설을 처음에 기획하고 북유럽 복지 국가로 알려져 있는 스웨덴의 사회문제를 고발하려고 계획을 세웠다는데, 도중에 남편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후 10권이 전부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알라딘에서 검색하면 타 출판사에서 나온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7권까지 나오는데, 이게 전부인지 아니면 번역이 안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리뷰들로 짐작하기로는 남편이 사망한 후에도 아내가 10권까지는 전부 출판한 것 같기는 하다.
참고로 이 소설에는 당시 스웨덴의 풍경이 그려지기는 하지만 사회비판적 요소가 많이 강하지는 않다는 개인적인 판단이다.

아,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여기다.
"결국 모두들 경찰을 필요악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세. 어떤 인간이라도 언제 어느 때, 의지할 곳은 경찰뿐이라는 상황에 말려들지도 모른다는 걸 모두 알고는 있어. 그야 상습적인 범죄자들도 예외는 아니지. 강도 역시 그렇겠지. 밤중에 자기 집의 지하실에서 수상한 소리가 나서 눈을 뜨게 되었다면 그는 어떻게 할까? 물론 경찰에 전화하겠지. 그러나 그런 상황과는 인연이 없는 때 경찰이 덮치거나 마음의 평화가 어지럽혀지면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포나 경멸로서 대응해 오거든."
나만 여기를 뽑은 것 같지는 않고 이 책을 읽은 수많은 독자들이 이 부분을 인상깊게 읽은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분들이 이 부분을 고른 이유는 나와 완전히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고?
하필 이 부분을 읽을 무렵 대한민국이 모두 알고 있는 파렴치한 범죄자의 집에 들어가 그 범죄자를 공격한 20대가 있었고, 그의 아내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뉴스가 나왔거든.
그야말로 이 내용 그대로 아닌가.
반복해서 이 부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 범죄자를 잡았고, 그 범죄자를 공격한 20대를 잡았던 수많은 경찰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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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커빌의 개 동서 미스터리 북스 2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진용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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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도일이 쓴 셜록 홈즈 시리즈 중 장편은 4개이다.

주홍색 연구(1887)

네 사람의 서명(1890)

바스커빌의 개(1902)

공포의 계곡(1915)

 

단편집은 다음과 같다.

셜록 홈즈의 모험(1892)

셜록 홈즈의 회상록(1894)

셜록 홈즈의 귀환(1905)

그의 마지막 인사(1917)

셜록 홈즈의 사건집(1927)

 

그러니까 나온 순서로만 보면

주홍색 연구->네 사람의 서명 으로 장편 두 개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으로 셜록 홈즈의 모험->셜록 홈즈의 회상록 으로 이어지는 단편집이 나온다.

이 회상록에 실린 마지막 사건을 끝으로 작가는 홈즈 시리즈를 끝내려다가 엄청난 반발에 부딪친다.

그래서 마지막 사건 이전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설정으로 출간한 작품이 바로 장편인 바스커빌의 개이다.

이 장편 소설 출간 이후에도 홈즈를 살려내라는 독자들의 요구가 이어지자

셜록 홈즈의 귀환이라는 단편집에서 다시 부활한다. , 여기서부터는 홈즈의 실종 이후 복귀 이야기인 것이다.

그 다음에 발표된 공포의 계곡은 네 번째 장편이자 마지막 장편으로, 모리아티 교수의 이야기가 언급된다.

그 다음에 출간된 그의 마지막 인사는 셜록 홈즈의 5개의 단편집 중 4번째 작품이다. 사실상 홈즈는 여기에서 은퇴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출간된 셜록 홈즈의 사건집은 사건 시기가 들쑥날쑥한데,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난 후 예전에 있었던 홈즈의 사건에 대해 소개하는 방식이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시리즈에서 2번째 권인 셜록 홈즈의 모험은 1892년에 나온 단편집이다.

15번째 권인 주홍색 연구에는 주홍색 연구와 네 사람의 서명이 실려 있고,

22번째 권인 이 책에는 바스커빌의 개와 공포의 계곡이 실려 있다.

이제 여기까지 읽었으니 장편은 다 끝낸 것이다. 단편집은 하나 읽었고.

 

셜록 홈즈는 몇 년 전에 전집으로 읽은 적이 있다. 주석달린 시리즈였는데 총 6권으로 단편만 몰아서 4권까지 있었고 4개의 장편이 2권에 나뉘어 실려 있었다.

단편은 위트 있고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느낌이었다면 홈즈 시리즈의 장편들은 바스커빌의 개도 그렇고, 공포의 계곡도 그렇고 서스펜스가 압권이다.

추리 소설의 경우 호흡이 긴 장편일 경우 아무리 대가의 작품이어도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홈즈의 장편들은 전혀 그런 부분이 없다.

 

동서미스터리북스 시리즈 중 셜록 이야기 표지에 매번 똑같은 사람이 나오기에 누군가 궁금했는데 영국의 그라나다TV에서 1984년에서 1995년까지 제작한 셜록 홈즈 드라마 시리즈의 사진인 것을 알게 되었다.

역대 셜록 홈즈 배우들 중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는 제레미 브렛이라고.

우리 세대에게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이외에 다른 사람을 먼저 떠올리기는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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