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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투 원 (리커버) - 스탠퍼드대학교 스타트업 최고 명강의
피터 틸.블레이크 매스터스 지음, 이지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0월
평점 :
제로 투 원
4. 경쟁 이데올로기
“언젠가는 죽고야 말 불확실한 목숨을
운명과 죽음, 위험천만한 일에 내맡긴다.
계란 껍질만도 못한 일 때문에.
마땅히 위대하다는 것은,
위대한 논리도 없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지푸라기만 한 일에서도 싸울 명분을 찾아내는 것이다.
거기에 명예가 걸려 있다면.”
햄릿에게 위대함이란 달걀 껍질만큼 얄팍한 이유를 위해서도 기꺼이 싸우는 것이다. 중요한 일을 위해서라면 싸우지 ‘않을’ 사람이 없을 테지만, 진정한 영웅은 개인의 명예를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나머지 중요하지 않은 일을 위해서조차 기꺼이 싸우려고 한다. 이 뒤틀린 논리는 인간 본성의 일부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비즈니스에서 이런 논리는 곧 재앙이다. 경쟁을 가치의 표식으로 보지 않고 파괴적인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면, 이미 어지간한 사람들보다는 분별이 있는 것이다.
61p
6. 스타트업은 로또가 아니다
불명확하게 낙관적인 우리의 세계
불명확한 금융
명확하게 낙관적인 미래라면 공학자들이 수중 도시와 우주 정거장을 디자인해야 하겠지만, 불명확하게 낙관적인 미래라면 금융가와 변호사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금융이야말로 불명확한 사고의 전형이다. 왜냐하면 어떻게 해야 부를 창출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를 때 유일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금융이기 때문이다.
똑똑한 대학생들이 로스쿨을 가지 않으면 월스트리트로 향하는 이유도 커리어에 대한 제대로 된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골드만삭스에 들어가게 되면, 심지어 금융 ‘내부’에서도 모든 게 불명확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돈을 잃을 거라고 생각하고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계 내부의 기본적 교리는 시장은 아무 원칙도 없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구체적이거나 실질적인 것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극도로 중요해지는 것이 ‘투자의 다각화’다.
금융이 불명확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성공한 사업가가 자기 회사를 팔았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한번 생각해보라. 창업자는 회사를 판 돈으로 무엇을 할까? 금융화된 세상이라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창업자는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 모르므로 그 돈을 대형 은행에 맡긴다.
은행가들은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 모르므로 기관 투자자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여기저기에 투자를 다각화한다.
기관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돈으로 무엇을 할지 모르므로 주식으로 잔뜩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를 다각화한다.
기업들은 잉여 현금 흐름을 만들어서 주가를 올리려고 애쓴다. 그래서 주가가 오르면 배당을 하거나 주식을 되산다. 이런 순환 고리를 계속해서 되풀이한다.
이 순환 고리 속에 있는 누구도 그 돈으로 실물 경제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불명확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무한정의 선택권을 ‘선호’한다. 이런 세상에서는 돈으로 할 수 있는 일보다 돈 자체가 더 가치 있다. 돈이 목표가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되려면 미래가 명확해야 한다.
95~96p
13. 테슬라의 성공
테슬라 역시 청정기술이라는 사회적 유행에 편승했지만 테슬라는 일곱 가지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의 성공은 많은 교훈을 준다.
기술: 테슬라는 다른 회사들이 의지할 만큼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었다. 다임러는 테슬라의 배터리팩 기술을 사용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테슬라의 구동 장치를, 토요타는 테슬라의 모터를 사용했다. 제너럴모터스는 테슬라의 다음 움직임을 파악하려고 전담 팀을 만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기술적 성취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부분은 어느 한 부분이나 부품이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부품들을 결합해 하나의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었다. 테슬라의 세단 ‘모델 S’는 단순한 부품들의 합계를 넘어 끝에서 끝까지 우아한 디자인을 유지한다. <컨슈머리포트>는 모델 S에 그때까지 자동자 제품에 부여한 최고 점수를 주었고, <모터트렌드>와 <오토모빌>은 둘 다 모델 S를 “2013년 최고의 자동차”로 지명했다.
시기: 2009년에는 정부가 청정기술 기업들을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웠다. ‘녹색 일자리 창출’은 정치권에서도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과제였고, 연방 보조금도 이미 책정되어 있었으며, 의회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통과시킬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른 회사들은 넉넉한 보조금이 끝없이 흘러들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기회가 한 번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2010년 1월(오바마 행정부 하에서 솔린드라가 무너지고, 보조금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기 약 1년 반 전이었다), 테슬라는 미국 에너지국으로부터 4억 6500만 달러의 대출금을 확보했다. 2000년대 중반에 5억 달러에 가까운 보조금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액수였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가능했던 순간은 역사상 단 한 번뿐이었는데, 테슬라가 그 기회를 완벽하게 포착한 것이다.
독점: 테슬라는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하위 시장에서부터 시작했다. 바로 고가의 전기차 스포츠카 시장이었다. 2008년 첫 로드스터가 생산 라인에 오른 이후, 테슬라는 로드스터를 겨우 3000대 정도밖에 팔지 못했다. 하지만 한 대에 10만 9000달러짜리 차량이었으니 적은 액수는 아니었다. 작게 시작했기 때문에 테슬라는 약간 덜 비싼 모델S의 연구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고, 이제는 고급 전기차 세단 시장까지 차지하게 되었다. 테슬라는 2013년에 2만 대 이상의 세단을 팔았고, 지금은 더 큰 시장으로 확장하기에 좋은 위치에 와 있다.
사람: 테슬라의 CEO는 완벽한 공학자인 ‘동시에’ 세일즈맨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팀도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일론은 자신의 스태프들을 이렇게 설명했다. “테슬라에 들어왔다면 특수부대에 있기로 한 거나 마찬가지죠. 정규군도 문제는 없지만, 테슬라에서 일한다면 한 차원 높은 게임을 해야 합니다.”
유통: 대부분의 회사들은 유통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만, 테슬라는 유통을 너무나 진지하게 생각한 나머지 유통체인 전체를 직접 소유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독립 대리점들의 신세를 져야 한다. 포드와 현대는 자동차를 만들지만 파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해주어야 한다. 테슬라는 직영점에서 자동차를 직접 팔고 서비스까지 한다. 이런 방식을 취하면 전통적인 대리점에 비해 처음에는 돈이 더 많이 들지만, 고객 경험을 통제할 수 있고 테슬라의 브랜드를 강화해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절약된다.
존속성: 테슬라는 선발주자이면서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이 말은 곧 향후 몇 년간 뒤에 오는 기업들과의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갈망하는 브랜드라는 것 자체가 테슬라가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분명한 신호다. 자동차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구매 결정 중 하나고, 그런 분야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는 달리 테슬라는 아직도 창업자가 사업을 책임지고 있으므로 당분간은 느슨해질 걱정이 없다.
숨겨진 비밀: 테슬라는 청정기술에 대한 관심을 주도하는 것이 유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부유한 사람들은 특히나 상자처럼 생긴 프리우스나 못생긴 혼다 인사이트를 모든 한이 있더라도 ‘친환경’적으로 보이고 싶어 했다. 이런 차의 운전자들을 근사하게 보이게 만들어주는 것은 환경을 생각하는 유명 영화배우들도 같은 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래서 테슬라는 누가 운전하든 상관없이 운전자를 근사하게 보이게 만들어줄 차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조차 프리우스를 버리고 값비싼(그리고 비싸보이는) 테슬라 로드스터를 택했다. 일반 청정기술 기업들은 스스로를 차별화하느라 고전했지만, 테슬라는 청정기술이 환경적 의무보다 오히려 사회적 현상이라는 숨겨진 비밀을 바탕으로 고유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218~22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