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 동서 미스터리 북스 31
모리스 르블랑 지음, 이가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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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동서미스터리북스를 30권까지 차례차례 읽어왔는데 잠깐 정리를 해 보았다.

 

에드거 앨런 포우-황금벌레

아서 코난 도일-셜록 홈즈의 모험

애거서 크리스티-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엘러리 퀸-Y의 비극

G. K. 체스터튼-브라운 신부의 동심

F. W. 크로프츠-

도로시 L. 세이어즈-나인 테일러스

윌리엄 월키 콜린스-월장석

윌리엄 아이리시-환상의 여자

S. S. 밴 다인-비숍 살인사건

대실 해밋-말타의 매

애거서 크리스티-애크로이드 살인사건

P. D. 제임스-검은 탑

엘러리 퀸-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아서 코난 도일-주홍색 연구

S. S. 밴 다인-그린살인사건

조르주 심농-사나이의 목

딕 프랜시스-흥분

존 딕슨 카-화형법정

레이먼드 챈들러-굿바이 마이 러브

애거서 크리스티-미스 마플 13 수수께끼

아서 코난 도일-바스커빌의 개

페르 발뢰, 마이 셰발-웃는 경관

렉스 스타우트-요리장이 너무 많다

앨프레드 메이슨-독화살의 집

대프니 듀 모리에-레베카

개빈 라이얼-심야 플러스1

엘러리 퀸-재앙의 거리

레니 에어드-아기는 프로페셔널

애거서 그리스티-예고살인

 

2회 이상 등장한 작가를 정리하면 아서 코난 도일이 3, 애거서 크리스티가 4, 엘러리 퀸이 3, S. S. 밴 다인이 2회 이다.

31권째가 되어서야 아르센 뤼팽 시리즈가 등장하는데, 그 위상을 생각하면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편집하였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범죄자인 주인공을 빨리 등장시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고.

뤼팽이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있기는 하지만 일정 부분 주인공과 감정이나 입장을 일치시켜 가며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범죄자와 같은 편에 선다는 것이 마음 한 구석 불편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주인공에게 완전히 동화되기에는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미 몇 년 전 까치출판사에서 나온 아르센 뤼팽 전집으로 읽었다. 그때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서 세계 최초로 아르센 뤼팽 전집을 완간하기까지 성귀수 번역가의 집념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소개가 되었다. 그 과정에 대해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책 자체만 놓고 보면 당연히 성귀수 번역의 까치출판사가 월등하지만, 제목에 있어서만큼은 원제 그대로 그냥 813이 더 나았을 것 같다. 비밀을 굳이 붙인 것은 사족 같고.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살인

르노르망 전투개시

세르닌 공작의 계획

르노르망의 계획

르노르망의 패배

파블리 리베일라 아르텐하임

빛 바랜 프록코트

형무소 관저

근세사의 한 페이지

뤼팽의 대계획

샤를마뉴 황제

황제의 편지

일곱 명의 도둑

검은 옷의 사나이

유럽의 지도

살인녀

 

자살-에필로그

 

목차에서 직접적으로 사람의 이름이 다양하게도 등장하는데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그래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른바 부캐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그것은 한 명으로 그쳐야 하는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과거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름과 지위를 다들 사용하고 있어서 소설 전체가 마치 거대한 서커스나 연극같은 느낌이 들었다. 즉 사실성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셜록 홈즈를 읽으면 그 떄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베이커가 221B 번지, 19세기 영국의 다소 축축하면서도 을씨년스러운 공기를 그대로 맡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으면 역시 그떄나 지금이나 존재하지 않는 세인트 메리 미드 마을, 20세기 초반 영국 시골 마을의 양지바른 정원이 떠오른다.

이 소설은 아무리 읽어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마치 평행세계의 프랑스 같다고 할까. 지나치게 화려하고 장식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 활극을 좋아하는 사람은 높게 평가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썩 선호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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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살인 동서 미스터리 북스 3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용숙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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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크리스티가 스스로 꼽은 베스트 10에 들어가는 소설이다. 독자 입장에서 봐도 훌륭하다.

사실 크리스티는 이미 몇 년 전 황금가지 전집으로 다 읽었다. 당연히 이 소설도 그 전집에 들어 있다. 그때도 감탄하면서 읽었는데 몇 년이 흐른 지금도 그렇다. 역시는 역시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이 1920년에 발간되었고, 잠자는 살인이 1976년 발간되었다. 이 소설은 1950년 발간되었다.

작가의 커리어를 통틀어서 대략 중간쯤 되는 시기이고, 작품 외적으로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얼마 안 된 때이다.

 

작품 외적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크리스티의 작품은 사실 전쟁과 빼놓을 수는 없다. 크리스티의 수많은 작품에는 직간접적으로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1890년에 태어나 1976년에 사망한 작가이다. 1차 세계 대전은 1914년부터 1918, 2차 세계 대전은 1939년부터 1945년이니 작가가 24살부터 28살때 1차 세계 대전을, 49살부터 55살까지 2차 세계 대전을 겪은 것이다.

청년기와 장년기, 꼭 크리스티가 아니라 누구에게든 인생의 큰 변곡점이 되는 시기에 유럽인으로서 이런 전쟁을 몸으로 겪어냈다는 것은, 그 중에서도 영국인으로서 살아냈다는 것은 다른 시기에 다른 지역에서 살았던 작가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작품을 탄생하게 했을 것이다.

 

같은 영국인이더라도 1859년에 태어나 1930년에 사망한 아서 코난 도일은 제 2차 대전이 또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1차 세계 대전이 끝났을 때 이미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1888년에 태어난 레이먼드 챈들러와 1894년에 태어난 대실 해밋은 크리스티와 비슷한 연배지만 미국인이다. 미국은 세계 대전에 참전은 하였으나 진주만을 제외하면 본토가 받은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다. 수도가 공습당했던 나라의 국민과는 같을 수가 없다.

 

2년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 판데믹 상황이 전세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를 생각해 보면 합쳐셔 10,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수많은 분야를 얼마나 뒤흔들어 놓았을 지는 상상이 어려울 정도이다.

크리스티는 장수하기도 했고, 젊을 때부터 수 십년 동안 집필 활동을 하며 (아마도 세 자리 수는 무조건 넘길 정도로) 수 많은 작품을 쓰며 죽기 전까지 현업 작가로 살았다.

그 누구보다 예민하게 시대의 변화를 절감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천지개벽을 온 몸으로 느끼며 살지 않았을까.

 

이 책에도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며 아쉬워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독자 입장에서는 아, 이 시기에 이런 변화가 있었구나 하면서 또 다른 재미로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현재의 코로나 판데믹 상황이 오늘날 문학에 얼마나 녹아 있는지, 내가 모르는 다른 작품들이 얼마나 나오고 있는지, 시간이 지나면 이 시기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 지 궁금하기도 하고.

 

참고로 이 책의 말미에 나오는 코끼리는 잊는다, 라는 에드먼드의 연극의 제목은 푸아로가 등장하는 코끼리는 기억한다를 떠올리게 했다. 어느 쪽을 먼저 구상했든 작가의 센스였던 것은 분명할 것이다.

 

크리스티의 책을 읽다 보면 이 방대한 세계에서 다소 허우적거리는 느낌이 든다. 처음 전집을 읽을 때는 잘 헤엄쳐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을 때에는 분명히 익숙한 곳인데도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처음보다는 그래도 여러 번 읽으면서 덜 헤매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 헤메는 느낌도 솔직히 나쁘지 않고.

 

황금가지 전집으로 크리스티의 이 작품을 읽었을 때에도 인상 깊은 구절을 따로 표시했었는데, 이번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37

"예전에는 집집마다 석탄이나 코크스가 수북수북 쌓여 있었지요?" 줄리아가 낯선 나라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호기심을 얼굴에 나타내며 물었다.

"그렇단다. 그리고 무척 싼 값이었지."

"그 시절엔 얼마든지 필요한 만큼 살 수 있었겠네요. 연료 부족 같은 건 없었을 테니까 찔금찔금 보충하지 않아도 상점에만 가면 언제든지 살 수 있었겠군요?"

"어떤 종류의 어떤 연료든 있었지. 요즘같이 돌이나 슬레이트가 섞인 건 찾아보려해도 없었단다."

"세월이 참 좋았군요."

줄리아가 아주 부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스 블랙록은 미소지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확실히 좋은 세월이었지. 하지만 난 나이를 먹었어. 사람이란 누구나 자기의 옛 시절을 좋아하기 마련이거든. 그러니까 너희들 젊은 사람들은 옛날 일 같은 건 그렇게 생각지 않아도 돼."

 

150~153

"게다가 전쟁이 일어난 뒤로는 세상이 몹시 변했으니까요. 이를테면 이 치핑 클레그혼을 예로 들어볼까요? 여기는 내가 살고 있는 세인트 메리 미드와 닮은 데가 많은데, 15년 전만 해도 우리 마을 주민들은 모두들 훤히 알고 있었지요. 큰 저택에서 살고 있던 벤트리 집안, 그리고 해트넬 집안, 플래이스 리드레이 집안, 웨저비 집안-이 집안 사람들의 부모 조부모, 혹은 백부 백모는 이들보다 오래 전부터 여기서 살고 있는 거예요. 가령 누군가가 이곳에서 살기 위해 새로 옮겨올 때는 소개장을 가져오든가, 이 고장 사람과 같은 연대나 배에 있던 사람들뿐이었지요. 마일 누군가가 새로이-정말 생면부지의 사람이 아무런 연줄도 없이 옮겨 왔다간 그대로 쫓겨나고 말았어요. 마을 사람들이 못마땅하게 여겼을 뿐더러 한결같이 사귀려 들지 않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될 때까지 견뎌 내지를 못했던 거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마을마다 도시마다 갓 옮겨온 사람, 아무 연고도 없이 이사와 사는 주민들로 가득차 있으니까요.

큰 저택은 팔리고 시골집은 개조되어 모습이 바뀌어 버렸어요. 살고 있는 주민들이란 모두 새로 옮겨온 사람들뿐이고요. 그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일이라야 전부 그 사람들 자신이 말하고 있는 사실뿐이지요. 그 사람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옮겨왔어요. 인도, 홍콩, 그리고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이나 기묘한 섬에서 살던 사람들, 웬만큼 돈을 모아서 은거할 만한 여유를 가진 사람들. 그러기 때문에 이젠 누가 누군지 도무지 모르는 거예요. 아시겠어요, 경감님? 이젠 경감님 댁에서도 비날리즈의 놋그릇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어요. 그리고 인도 요리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가 있고요. 타올미나의 그림을 가지거나 영국의 사원이나 도서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는 거예요. 꼭 저 미스 힌치리피나 미스 마거트로이드처럼 말이에요. 당신은 남프랑스에서도 옮겨올 수가 있고, 동양에서 평생을 지낼 수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모두 장신의 자기 평가를 그냥 그대로 건성으로 들어넘기는 거예요."

확실히 이 사실은 클래독을 답답하게 눌러왔다. 정말로 꺠닫지 못했던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확실히 겉보기와 소문과 이주증명서와 그리고 사진도 지문도 찍혀 있지 않은, 다만 번호만 붙어 있는 요령있게 기입된 신분증명서로서 몸을 치장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힘을 쓰면 누구나 적당히 신분증명서쯤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까닭으로 말미암아 이제까지 영국의 전원 생활을 연결하고 있던 미묘한 끈이 산산이 흩어져 버린 것이다. 이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도 이웃 사람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시골에서조차 이웃 사람을 알려고 하지 않게 되어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인도, 중국, 홍콩, 남프랑스-비록 이것이 15년 전이었다 해도 어려운 일임에는 변함이 없다. 경감도 잘 알고 있듯이 도회지에서 갑자기 사고나 병으로 죽은 이에게서 훔쳐낸 가짜 신분증명서를 사 모으거나 식량 카드를 위조하는 무리들인 것이다. 아무튼 소소한 악당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 신원 조회를 못할 것도 없지만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315

"그때 말한 간호사 엘러튼처럼-죽이는 것은 친절심에서라고 자기 변명을 했을 거야. 우스운 이야기지만 배너의 마지막 날을 행복한 하루로 하기 위해 그녀는 온 힘을 다했습니다. 생일 파티, 그리고 특제 케이크......"

 

"이렇게 되어 배너는 잠든 것처럼 행복하게 죽었습니다. 샬롯은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돌라를-돌라의 애정과 충실함이 사라진 것을 쓸쓸하게 생각했어요. 이제 옛일을 이야기할 수도 없게 된 셈이지요....... 내가 줄리앙이 맡긴 편지를 전하러 갔던 날, 샬롯은 몹시 울고 있었어요. 그녀는 진심으로 슬퍼했던 거예요. 자기 친구를 죽여 버렸으니까요......."

"무서운 이야기로군요" 하고 번치가 말했다. "무서워요."

"하지만 아주 인간적이 아닙니까?" 하고 줄리앙 하몬이 말했다.

"인간은 살인을 해도 그런 법이오."

"그래요" 미스 마플이 말했다. "인간적이에요. 살인법이라도 상당히 동정할 만한 경우가 있어요. 그러나 역시 아주 위험한 일이에요. 특히 샬롯 블랙록처럼 마음이 약하고 친절한 살인자는, 즉 약한 인간이란 정말로 자기의 안전이 위협을 받으면 너무 무서운 나머지 광포해져서 자신을 억제할 수 없게 되기 마련이지요."

 

318~319

"알았어요. 그리고 감미로운 죽음이라는 거겠지요. 과자-그러나 과자만이 아니었어요. 파티 전체가 준비물이었었군요. 죽기 전의 행복한 하루, 죽이려는 개를 귀여워해 주는 것 같은 거지요. 이런...... 뭐랄까 '표면'만의 친절은 정말 무섭군요."

"그러나 샬롯은 정말 친절한 여자였어요. 마지막으로 부엌에서 한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죽이고 싶지는 않았어'라고 말했잖아요. 그 사람이 원했던 것은 자기 것이 아닌 막대한 유산이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 욕망 앞에서-그것은 일종의 부수물 같았어요. 그 돈은 그녀의 과거의 괴로운 생활을 보상하는 것이었지요. 모든 것이 길을 양보한 것입니다. 세상에 대한 악의와 원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항상 위험합니다. 그 사람들은 세상은 으레껏 자기들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나는 샬롯 블랙록보다도 훨씬 더 괴로워하고 보다 더 인생에서 동떨어진 환자를 많이 알고 있답니다. 그러나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행복하고 만족한 생활을 보내려 하고 있어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나 불행하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정신 나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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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프로페셔널 동서 미스터리 북스 29
레니 에어드 지음, 서창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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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영화 베이비 데이 아웃이라는 영화였다.

유괴된 아기한테 유괴범이 휘둘리다가 결국 해피엔딩을 맞는 내용 때문인 것 같은데, 

30권 가까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야기를 주로 읽다가 간만에 아무도 안 죽는 소설을 읽으니 확실히 기분 전환은 되었다.

깜찍하기는 한데, 내가 선호하는 쪽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의 원제는 snatch. 우리 말로 유괴인데 그야말로 아기 유괴하기 전에 유괴범들이 모이고, 계획을 짜고, 아기를 유괴하고, 그 후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재미있기는 한데, 절도도 아니고 유괴를 코미디로 풀어냈다는 데 조금 찝찝한 것은 사실이다.

똑같은 소재를 다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나는 후자의 태도가 훨씬 좋다.


작가 레니 에어드는 남아공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언론인 생활을 했다는데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않은 것 같다. 검색을 해도 다른 작품도 나오지 않고 작가에 대한 설명도 찾기 힘들다.


왜 제목이 아기는 프로페셔널인가 궁금했는데, 읽다 보면 소설에 딱 맞는 귀여운 제목을 출판사에서 잘 붙였다는 생각이 든다.


묘하게 향수를 자아내는 부분이 있다. 

영화의 배경은 고대 유적이 널려 있는 이탈리아다. 

이런 세계적인 유적지는 함부로 개발도 어려울테니 몇 십년 전과 비교해도 주변 경관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수십 년 전에 찍은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곳들은 지금도 가서 그 장소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나.


소설은 1969년에 출간되었다는데 개인적으로는 영화 베이비 데이 아웃을 떠올리면서 그 영화가 나온 1990년대의 나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다.

그 영화 참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영화였는데, 따뜻하고 재미있는 영화라서 몇 번을 돌려봤는데, 하고 추억하다가 그때 그 영화에 나왔던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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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거리 동서 미스터리 북스 28
엘러리 퀸 지음, 현재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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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연구가 엘러리 퀸이 있다. 책을 쓰기 위해 들른 마을이 마음에 든다. 

집을 얻어 살게 되는데 그 집이 좀 이상하다.

원래 이 집에 살기로 했던 사람은 은행장의 둘째 딸.

둘째 딸의 결혼식 직전 예비 신랑이 도망가면서 이 신혼집이 월세 매물로 나온 것이다.


은행장 부부에게는 딸만 셋이다.

큰딸은 작은 극단의 배우와 달아났다가 이혼 당하고 돌아왔다.

둘째 딸의 상대는 은행장의 그 은행의 직원으로 평판이 좋았던 사람이었는데 결혼식 전날 사직서를 내고 도망가버렸다.

막내딸은 그 지역의 검사와 공인된 커플인데 왠지 엘러리 퀸에게 관심을 보인다. 

질투 유발이 목적이라면 성공할 정도로 현재 남친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엘러리 퀸은 막내딸에 관심에 호응한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3년 만에 둘째 딸의 도망간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자신의 잠적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둘째 딸도 어떤 질문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둘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결혼한다.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어느 날 둘째 딸이 남편의 기괴한 편지를 발견하기 전까지...


엘러리 퀸이 집필한 엘러리 퀸 탐정의 이야기이다.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 엘러리 퀸의 또다른 필명인 버너비 로스의 비극 시리즈 중 한 편씩 읽었다. 이 소설은 라이츠빌 시리즈 중 첫번째 이야기이다.

앞선 시리즈에서 나름 유명인이 된 엘러리 퀸이 스미드라는 가명을 써서 라이츠빌이라는 소도시에서 조용히 지내기로 마음 먹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역시나 사건이 생긴다. 탐정이 가는 곳에는 반드시 사건이 있다. 


조용히 지내려고 했던 엘러리 퀸에게는 해결해야 할 살인 사건도 생기고, 로맨스도 생긴다.

살인 사건도, 로맨스도 깔끔하게 결말을 짓는다.

엘러리 퀸의 후기 작품 중에서는 첫손에 꼽히는 작품인 것 같은데, 이 책에서 나오는 반전이 추리 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예측할 만한 부분이라 다소 재미가 반감되는 부분이 있다.

이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에는 참신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후기 소설가들이 차용하면서 식상해져 버린 탓이겠지.


소설 속 엘러리 퀸이 마음에 들 정도로 작가 엘러리 퀸은 라이츠빌 거리를 창조해내는 데 공을 들인 것 같다. 책 앞에 보면 라이츠빌이라는 가상의 공간의 지도도 있고, 라이츠빌 시리즈가 이 소설을 시작으로 총 5권이나 있다고 하니까.

후속 소설에서는 여기 나온 사람들의 후일담이 그려지려나? 기회가 되면 계속해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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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플러스1 동서 미스터리 북스 27
개빈라이얼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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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플러스 1.

원제는 midnight plus one.


제목이 심야 플러스 1이길래 나는 2도 있는 줄 알았다. 3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아니었다.

그럼 이 제목의 뜻은 뭐냐고?

전 영국 정보부원인 루이스 케인(컨튼)과 그의 동료 허베이 로벨이 오스트리아의 실업가 매건할트를 정해진 시간 안에 프랑스 해안에서 리히텐쉬타인까지 육로로 데려다 주는 일을 맡게 되는 이야기인데, 이 제목은 매건할트가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 시한인 24시 1분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본문이 끝나고 떡하니 심야 플러스 1-이 플러스 1이란 무슨 뜻일까? 라는 제목을 달아서 어처구니 없는 해석 같지 않은 해석을 달아놓았다.

사실을 말하면 플러스 1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오락 작품'이라는 뜻으로 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라는 말이 있으니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라는 표현에 의거하여 '엔터테인먼트 플러스 1'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여서 이런 내용을 어떻게 출판사에서 편집할 때 승인했는지가 의문일 정도였다.

지은이는 케임브리지를 졸업하고 공군장교를 거쳐 <픽처 포스트>지와 영국 방송 협회에서 근무한 일이 있는 엘리트라는 것밖에 알 수가 없다고 했는데 정말 이 정도밖에 작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게 없다면 그냥 옮긴이의 말은 생략해도 무방했을 듯하다.

오죽했으면 옮긴이가 뭐하는 사람인지 찾아봤겠나. 물론 찾아도 나오는 것은 없었지만.


아니 이 책의 마지막이 이렇게 끝난다고.


조용히 눈이 오고 있었다. 산을 한참 내려와서 약속한 돈의 잔액 4천 프랑을 받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대로 걸었다. 시계를 보았다. 자정을 1분 지나 있었다.

앞에 있는 산길은 끝없이 어두운 터널과도 같았다.


이렇게 나와 있지 않나. 자정을 1분 지나 있었다고.

171쪽에 분명히 나와 있다. "내일 밤 24시 1분이 지나면 회의를 열어야 합니다." 라고.

이 부분의 영어 원문이 궁금해진다. 


옮긴이의 성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100쪽에 서딘은 뭔지 궁금하다. 먹는 것임은 알겠는데 서딘이라는 단어 자체로 검색해봐도 금방 뜨지 않는다. 깡통에 들어 있고 기름이 쏟아졌다는 말을 보아 빵에 발라먹는 종류인가 싶기는 한데 실제로 빵, 치즈, 파테, 체리 파이와 함께 먹을 때 등장한다. 영어인지 불어인지 아니면 다른 언어인지 알 수 없으나 뭐가 되었든 최소한 이 정도는 옮긴이가 알아봐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221쪽의 카무플라주라는 단어도 위장이나 변장으로 바꾸는 게 나았을 것이다.

번역도 매끄럽지 못하고, 옮긴이가 흔히 쓰는 해설의 내용도 얄팍하다.


읽다가 짜증이 나서 별 한개 주고 그치려고 했는데, 그러기에 소설이 너무 훌륭하다는 게 함정이다.


작가는 이 소설까지 포함하여 다섯 작품만 남겼다고 해설에 나와 있다. 해석에서 소개한 소설은 다음과 같다. 


The Wrong Side of the Sky 1961

The Most Dangerous Game 1963

Midnight Plus one 1965

Shooting Script 1966

Venus with Pistol 1969


이 소설들 말고 그 이후에 쓴 소설도 있다. 찾아보니 작가는 2003년에 암으로 타계한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의 번역을 거친 또 다른 소설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p30 전에는 유령 같은 것에 사로잡힌 듯한 얼굴이었는지 모르나 지금은 그 유령에 익숙해진 표정이다. 꽉 다문 입매에 연한 푸른 빛 눈이 재빨리 움직이는가 하면 곧 꼼짝도 않고 고정되기도 했다. 그밖에 주름살이 눈에 띄었다. 두 가닥의 깊은 주름살이 코를 지나 입가에 이르렀고 눈가에도 주름이 있었고 이마에는 만들어 붙인 것 같은 주름이 고랑처럼 패어져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서 뭔가를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다만 주름살이 거기 있다는 것뿐이었다. 피로한 얼굴도 아니었다. 굶주린 표정도, 고달픈 표정도 아니었다. 지옥의 밑바닥을 들여다본 적은 없지만 어차피 그렇게 되리라고 체념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나는 얼른 담배를 한 대 꺼냈다. 상상이 너무 지나쳤던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기를 바랬다. 신경질적인 총잡이라면 두 손이 의수인 총잡이와 마찬가지로 싫다.

->컨튼이 로벨을 처음 만났을 때 받은 인상이다. 자신의 파트너에 대한 첫인상.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면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가지게 되는 판단이라는 것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p31 "카스파르는 거대한 지주 회사로 판매회사를 겸하고 있소. 유럽의 이 근처-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 많은 전자 공업 관계의 회사를 가지고 있지요. 이들 회사가 제품을 원가로 카스파르에 팝니다. 이익이 없으니까 세금은 물지 않지요. 그럼, 카스파르가 제품을 팔아서 이익을 올립니다. 그런데 리히텐쉬타인에는 이렇다할 만한 소득세가 없소. 그래서 그들은 어디서나 세금을 하나도 내지 않아도 되지요."

"그렇다면 리히텐쉬타인은 얻는 게 무엇일까요?"

"인세 얼마쯤과 낮은 세율의 자본세. 하지만 변호사들은 장사할 게 얼마든지 있지요."

"듣는 바로는 그런 외국 기업이 6천 개쯤이나 있는 모양이더군요."

"몰랐는걸. 그곳은 해마다 새 우표를 발행해서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 리히텐슈타인이라는 나라는 들어만 본 적이 있었다. 유럽의 소국이라는 점만 알고 있었는데 아마 리히텐슈타인 공국, 모나코 공국, 바티칸 시국 등등과 묶어서 기억했던 것 같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현재 기준으로도... 돈세탁에 손을 대고 있으며 이 때문인지 1인당 GDP가 세계 2위라고... 이른바 페이퍼컴퍼니가 얼마나 많은지 등록된 인구 수가 3만 7천 명인데 등록된 법인이 7만 3천개가 넘어 인구 수보다 회사 수가 많다고 하며, 외국 부자들 상당수가 리히텐슈타인 변호사 명의로 재산을 은닉해놓았다고 한다. 우표가 유명해 근처에 있다가 우표도 살 겸 들르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관광수입에도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전부 현재진행형이다. 


p63~p64 차의 움직임이며 도로의 상태에 대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예지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사람과 차가 일체가 된 경지이다. 나는 마치 이 차를 오랜 동안 타고 다녀 익숙해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차와 도로의 습성을 알아 다음은 어떻게 하고, 다음 모퉁이는 어느 정도 급하며, 경사는 어느 정도일 것이다라는 점들을 무의식 중에 알게 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가끔 있다. 그런 경우에는 운전이 정확하고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오래 계속되지는 않는다. 그러한 상태가 지났는데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때만큼 잘못을 저지르기 쉽고 위험한 때는 없다.


p169~p174 "내 주식은 33퍼센트요. 주식은 33, 33, 34퍼센트의 셋으로 나뉘어 있소."

"그러니까 34퍼센트의 주주가 다른 두 사람을 1대 1로 누를 수 있어도 양쪽을 상대헤서는 이길 수 없겠군요. 나머지 두 사람은 누굽니까?"

"또 한 사람 33퍼센트를 가지고 있는 이는 리히텐쉬타인에 사는 프레츠라는 사나이요. 그가 회사의 일상 업무를 맡아 보고 있지요. 그러므로 최소한 리히텐쉬타인 국밀을 한 사람 이사로 해야 한다는 최근의 법률에도 따르는 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34퍼센트는 누가 가지고 있나요?"

"케인 씨, 그런데 그게 분명치 않아서 곤란한 거요."


무기명 주식. 주주 증서라는 한 장의 종이쪽지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회사의 주식을 몇 주 가지고 있다 하는 증명서이다. 그러나 소유자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고, 회사의 장부에도 이름이 실려 있지 않다. 그러므로 누군가 소유권을 증명할 수 없는 한 이 증명서는 가지고 있는 사람의 소유로 돌아가는 것이다. 소유권을 기록해 놓은 것이 전혀 없고, 양도하는 경우에도 인지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남의 주머니에서 훔친 것일지라고 그것을 증멸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 그 34퍼센트는 본디 누구 것이었습니까?"

"기밀이 유지되기를 가장 바라고 있던 사람이오. 맥스 헬리거." 

"맥스가 죽은 뒤 며칠 지나서 한 사나이가 맥스의 주주 증시를 가지고 리히텐쉬타인에 나타난 카스파르 회사의 운영에 중요한 변경을 요구했던 거요. 아시다시피 프레츠 씨의 33퍼센트는 상대의 34퍼센트를 이길 수가 없소. 그 때문에 내가 꼭 가야 합니다."

"회사의 정관에 따라 주주는 누구나 7일 동안-0시에서 0시까지-의 예고 기간만 두면 리히텐쉬타인에서의 주주 회의 개최를 요구할 수 있소."

"그 예고 기간이 언제쯤 끝나지요?"

"상대방은 기한이 끝나면 즉시 회의를 열자고 요구했소. 내일 밤 24시 1분이 지나면 회의를 열어야 합니다."

"우리가 조종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 시가는 아주 낮아요. 물론 이익이 모두 카스파르 회사에 들어가 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번 경우는 회사의 주식뿐 아니라 지배권까지 양도하려는 것이오. 이런 경우의 주가는 현재 가격의 10배 이상이 되겠지요. 대충 3천만 파운드쯤 될까......."


"무기명 주식이라면 할 수 있겠지. 증거를 제시하는 짐스러움이 없으니까. 자기가 정당한 소유자임을 증명해 보이지 않아도 되거든. 따라서 누군가가 그렇지 않다고 증명해야 돼. 정말이지, 그 사람들은 말썽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맥스 헬리거나 매건할트 저 사람들은 자기 재산을 무기명 주식으로 바꾸고, 리히텐쉬타인에서 회사를 등기하고, 스위스 은행에다 구좌를 만드는 등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한평생 안달하고 있어. 그러다가 죽는 거여. 그 재산의 행방은 아무도 모르지. 저 사람들한테서는 아무도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어. 대부분은 은행 금고 속에서 자고 있지. 스위스 은행이 어째서 그렇게 부자인지 알아? 그들 은행 중에는 아직도 게슈타포의 자금을 맡아 가지고 공표를 거부하고 있는 은행도 있어. 게슈타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천만의 말씀. 그냥 맡아 가지고 있을 뿐이야."

->3천만 파운드를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다. 이 책이 나왔을 때가 1965년이라는데, 물가상승률을 굳이 고려하지 않아도....... 왜 이 작은 공국이 세계적인 부국이 되었는지 알겠다.


p180~p183 "그의 생활을 파괴하는 수밖에 없어."

"그의 과거, 일, 온갖 것들을 뿌리채 밑바닥에서부터 때려부수는 거야. 학자는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고 있지만, 내용은 같은 것이지."

"흑사병이 발생한 집을 태우는 것과 마찬가지지. 어딘가에 균이 있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가구도 융단도 침대도 모든 걸 태워 버리지.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에도 똑같아. 그의 생활의 뭔가가 술을 마시는 원인이 되고 있어. 그 때문에 그의 생활을 철저히 파괴해야 돼. 파괴가 끝났을 때쯤에는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 있을지도 모르지."

"점심에 맥주를 마시고, 6시가 되면 마타니를 마시고, 그것으로 끝낼 수 있다면 나았다고 말할 수 있지. 그러나 의학은 아직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데까지 가 있지 않아.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술을 차단하는 일이야. 영원히 술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것뿐이지."

"그는 보디가드야.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한 술에 취했건 취하지 않았건 다른 사람같이 침대에서 숨을 거두는 일은 아마 없을 걸."

"그게 원인인가요?"

"그건 알 수 없소. 아까 말한 것처럼 대개의 경우 그 원인을 알 수 없으니까. 완전히 정신 분석을 해보면 알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지만 완전히 정신을 분석한다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집을 태워 버리는 거나 같은 일이오. 꼭 그 원인을 생각해 보고 싶다면 허베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죽였고 앞으로도 죽여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테지요. 그러면서도 태연할 수 있는 인간은 별로 없겠지요."

"대개의 경우, 사람이 왜 알코올 중독자가 되느냐 하는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알코올 중독 그 자체가 원인이니까. 그러므로 술을 마시지 않아야 강력한 이유가 필요해지지요. 따라서 술을 마실 이유를 없애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한 것이오."


p184

"저먼 양에게 그 이유가 되어 주라고 말할 작정이었나요?"

"교회의 팜플렛과 한 잔의 코코아로는 알코올 중독을 고칠 수 없다고 가르쳐 준 것 뿐이야."

"그래, 고칠 수 없다는 건 정말인가요?"

"의사는 백 명 가눙데 한 사람은 나올 수 있다고 말하지. 다시 또 마시게 해도 걱정없는 환자도 말이야. 다만 어떤 이유로, 어떻게 하여 나았는지는 몰라. 그 말을 해 둘 걸 그랬나?"

"필요 없어요. 어차피 그녀는 당신의 말을 믿고 있지 않을 거예요. 저 젊은 아가씨는 기적을 행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p319~p320 나는 지금 1만 2철 프랑 때문에 여기 있는 것일까? 아니다. 매건할트가 옳다는 보증을 붙였지 않는가-그는 여자에게 폭행하지 않았다. 남을 해칠 생각도 없는데 누군가가 그의 생명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정의 쪽에서 서 있다. 그리고 나도 역시. 결국은 나도 센티멘털리스트인가?

'아니면 내가 컨튼이긴 턴튼일까?'

'한 사나이의 묘비에 이 사나이는 1만 2천 프랑을 위해 죽었다고 써도 아무도 비웃지 않을 것이다. 알고 한 일이라고 생각해 줄 것이다. 1만 2천 프랑이란 계산할 수가 있다. 이건 너무 적다고 거절하여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컨튼이라는 사실은 계산할 수가 없다. 계산만으로 뒤로 물러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컨튼은 겨우 1만 2천 프랑 떄문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한다.......'

아무래도 좋다. 매건할트가 옳고 알랭은 악인이다....... 그럼, 나는? 내가 어떤 짓을 하든 지금 내가 판단한 선악의 사실은 변함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금액의 계산이다. 선을 지키기에 필요한 값은 얼마일까? 악을 저지른 댓가는? 그리고 이것을 누가 지불하는가도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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