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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플러스1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27
개빈라이얼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심야 플러스 1.
원제는 midnight plus one.
제목이 심야 플러스 1이길래 나는 2도 있는 줄 알았다. 3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아니었다.
그럼 이 제목의 뜻은 뭐냐고?
전 영국 정보부원인 루이스 케인(컨튼)과 그의 동료 허베이 로벨이 오스트리아의 실업가 매건할트를 정해진 시간 안에 프랑스 해안에서 리히텐쉬타인까지 육로로 데려다 주는 일을 맡게 되는 이야기인데, 이 제목은 매건할트가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 시한인 24시 1분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본문이 끝나고 떡하니 심야 플러스 1-이 플러스 1이란 무슨 뜻일까? 라는 제목을 달아서 어처구니 없는 해석 같지 않은 해석을 달아놓았다.
사실을 말하면 플러스 1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오락 작품'이라는 뜻으로 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라는 말이 있으니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라는 표현에 의거하여 '엔터테인먼트 플러스 1'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여서 이런 내용을 어떻게 출판사에서 편집할 때 승인했는지가 의문일 정도였다.
지은이는 케임브리지를 졸업하고 공군장교를 거쳐 <픽처 포스트>지와 영국 방송 협회에서 근무한 일이 있는 엘리트라는 것밖에 알 수가 없다고 했는데 정말 이 정도밖에 작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게 없다면 그냥 옮긴이의 말은 생략해도 무방했을 듯하다.
오죽했으면 옮긴이가 뭐하는 사람인지 찾아봤겠나. 물론 찾아도 나오는 것은 없었지만.
아니 이 책의 마지막이 이렇게 끝난다고.
조용히 눈이 오고 있었다. 산을 한참 내려와서 약속한 돈의 잔액 4천 프랑을 받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대로 걸었다. 시계를 보았다. 자정을 1분 지나 있었다.
앞에 있는 산길은 끝없이 어두운 터널과도 같았다.
이렇게 나와 있지 않나. 자정을 1분 지나 있었다고.
171쪽에 분명히 나와 있다. "내일 밤 24시 1분이 지나면 회의를 열어야 합니다." 라고.
이 부분의 영어 원문이 궁금해진다.
옮긴이의 성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100쪽에 서딘은 뭔지 궁금하다. 먹는 것임은 알겠는데 서딘이라는 단어 자체로 검색해봐도 금방 뜨지 않는다. 깡통에 들어 있고 기름이 쏟아졌다는 말을 보아 빵에 발라먹는 종류인가 싶기는 한데 실제로 빵, 치즈, 파테, 체리 파이와 함께 먹을 때 등장한다. 영어인지 불어인지 아니면 다른 언어인지 알 수 없으나 뭐가 되었든 최소한 이 정도는 옮긴이가 알아봐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221쪽의 카무플라주라는 단어도 위장이나 변장으로 바꾸는 게 나았을 것이다.
번역도 매끄럽지 못하고, 옮긴이가 흔히 쓰는 해설의 내용도 얄팍하다.
읽다가 짜증이 나서 별 한개 주고 그치려고 했는데, 그러기에 소설이 너무 훌륭하다는 게 함정이다.
작가는 이 소설까지 포함하여 다섯 작품만 남겼다고 해설에 나와 있다. 해석에서 소개한 소설은 다음과 같다.
The Wrong Side of the Sky 1961
The Most Dangerous Game 1963
Midnight Plus one 1965
Shooting Script 1966
Venus with Pistol 1969
이 소설들 말고 그 이후에 쓴 소설도 있다. 찾아보니 작가는 2003년에 암으로 타계한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의 번역을 거친 또 다른 소설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p30 전에는 유령 같은 것에 사로잡힌 듯한 얼굴이었는지 모르나 지금은 그 유령에 익숙해진 표정이다. 꽉 다문 입매에 연한 푸른 빛 눈이 재빨리 움직이는가 하면 곧 꼼짝도 않고 고정되기도 했다. 그밖에 주름살이 눈에 띄었다. 두 가닥의 깊은 주름살이 코를 지나 입가에 이르렀고 눈가에도 주름이 있었고 이마에는 만들어 붙인 것 같은 주름이 고랑처럼 패어져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서 뭔가를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다만 주름살이 거기 있다는 것뿐이었다. 피로한 얼굴도 아니었다. 굶주린 표정도, 고달픈 표정도 아니었다. 지옥의 밑바닥을 들여다본 적은 없지만 어차피 그렇게 되리라고 체념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나는 얼른 담배를 한 대 꺼냈다. 상상이 너무 지나쳤던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기를 바랬다. 신경질적인 총잡이라면 두 손이 의수인 총잡이와 마찬가지로 싫다.
->컨튼이 로벨을 처음 만났을 때 받은 인상이다. 자신의 파트너에 대한 첫인상.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면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가지게 되는 판단이라는 것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p31 "카스파르는 거대한 지주 회사로 판매회사를 겸하고 있소. 유럽의 이 근처-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 많은 전자 공업 관계의 회사를 가지고 있지요. 이들 회사가 제품을 원가로 카스파르에 팝니다. 이익이 없으니까 세금은 물지 않지요. 그럼, 카스파르가 제품을 팔아서 이익을 올립니다. 그런데 리히텐쉬타인에는 이렇다할 만한 소득세가 없소. 그래서 그들은 어디서나 세금을 하나도 내지 않아도 되지요."
"그렇다면 리히텐쉬타인은 얻는 게 무엇일까요?"
"인세 얼마쯤과 낮은 세율의 자본세. 하지만 변호사들은 장사할 게 얼마든지 있지요."
"듣는 바로는 그런 외국 기업이 6천 개쯤이나 있는 모양이더군요."
"몰랐는걸. 그곳은 해마다 새 우표를 발행해서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 리히텐슈타인이라는 나라는 들어만 본 적이 있었다. 유럽의 소국이라는 점만 알고 있었는데 아마 리히텐슈타인 공국, 모나코 공국, 바티칸 시국 등등과 묶어서 기억했던 것 같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현재 기준으로도... 돈세탁에 손을 대고 있으며 이 때문인지 1인당 GDP가 세계 2위라고... 이른바 페이퍼컴퍼니가 얼마나 많은지 등록된 인구 수가 3만 7천 명인데 등록된 법인이 7만 3천개가 넘어 인구 수보다 회사 수가 많다고 하며, 외국 부자들 상당수가 리히텐슈타인 변호사 명의로 재산을 은닉해놓았다고 한다. 우표가 유명해 근처에 있다가 우표도 살 겸 들르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관광수입에도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전부 현재진행형이다.
p63~p64 차의 움직임이며 도로의 상태에 대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예지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사람과 차가 일체가 된 경지이다. 나는 마치 이 차를 오랜 동안 타고 다녀 익숙해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차와 도로의 습성을 알아 다음은 어떻게 하고, 다음 모퉁이는 어느 정도 급하며, 경사는 어느 정도일 것이다라는 점들을 무의식 중에 알게 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가끔 있다. 그런 경우에는 운전이 정확하고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오래 계속되지는 않는다. 그러한 상태가 지났는데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때만큼 잘못을 저지르기 쉽고 위험한 때는 없다.
p169~p174 "내 주식은 33퍼센트요. 주식은 33, 33, 34퍼센트의 셋으로 나뉘어 있소."
"그러니까 34퍼센트의 주주가 다른 두 사람을 1대 1로 누를 수 있어도 양쪽을 상대헤서는 이길 수 없겠군요. 나머지 두 사람은 누굽니까?"
"또 한 사람 33퍼센트를 가지고 있는 이는 리히텐쉬타인에 사는 프레츠라는 사나이요. 그가 회사의 일상 업무를 맡아 보고 있지요. 그러므로 최소한 리히텐쉬타인 국밀을 한 사람 이사로 해야 한다는 최근의 법률에도 따르는 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34퍼센트는 누가 가지고 있나요?"
"케인 씨, 그런데 그게 분명치 않아서 곤란한 거요."
무기명 주식. 주주 증서라는 한 장의 종이쪽지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회사의 주식을 몇 주 가지고 있다 하는 증명서이다. 그러나 소유자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고, 회사의 장부에도 이름이 실려 있지 않다. 그러므로 누군가 소유권을 증명할 수 없는 한 이 증명서는 가지고 있는 사람의 소유로 돌아가는 것이다. 소유권을 기록해 놓은 것이 전혀 없고, 양도하는 경우에도 인지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남의 주머니에서 훔친 것일지라고 그것을 증멸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 그 34퍼센트는 본디 누구 것이었습니까?"
"기밀이 유지되기를 가장 바라고 있던 사람이오. 맥스 헬리거."
"맥스가 죽은 뒤 며칠 지나서 한 사나이가 맥스의 주주 증시를 가지고 리히텐쉬타인에 나타난 카스파르 회사의 운영에 중요한 변경을 요구했던 거요. 아시다시피 프레츠 씨의 33퍼센트는 상대의 34퍼센트를 이길 수가 없소. 그 때문에 내가 꼭 가야 합니다."
"회사의 정관에 따라 주주는 누구나 7일 동안-0시에서 0시까지-의 예고 기간만 두면 리히텐쉬타인에서의 주주 회의 개최를 요구할 수 있소."
"그 예고 기간이 언제쯤 끝나지요?"
"상대방은 기한이 끝나면 즉시 회의를 열자고 요구했소. 내일 밤 24시 1분이 지나면 회의를 열어야 합니다."
"우리가 조종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 시가는 아주 낮아요. 물론 이익이 모두 카스파르 회사에 들어가 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번 경우는 회사의 주식뿐 아니라 지배권까지 양도하려는 것이오. 이런 경우의 주가는 현재 가격의 10배 이상이 되겠지요. 대충 3천만 파운드쯤 될까......."
"무기명 주식이라면 할 수 있겠지. 증거를 제시하는 짐스러움이 없으니까. 자기가 정당한 소유자임을 증명해 보이지 않아도 되거든. 따라서 누군가가 그렇지 않다고 증명해야 돼. 정말이지, 그 사람들은 말썽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맥스 헬리거나 매건할트 저 사람들은 자기 재산을 무기명 주식으로 바꾸고, 리히텐쉬타인에서 회사를 등기하고, 스위스 은행에다 구좌를 만드는 등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한평생 안달하고 있어. 그러다가 죽는 거여. 그 재산의 행방은 아무도 모르지. 저 사람들한테서는 아무도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어. 대부분은 은행 금고 속에서 자고 있지. 스위스 은행이 어째서 그렇게 부자인지 알아? 그들 은행 중에는 아직도 게슈타포의 자금을 맡아 가지고 공표를 거부하고 있는 은행도 있어. 게슈타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천만의 말씀. 그냥 맡아 가지고 있을 뿐이야."
->3천만 파운드를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다. 이 책이 나왔을 때가 1965년이라는데, 물가상승률을 굳이 고려하지 않아도....... 왜 이 작은 공국이 세계적인 부국이 되었는지 알겠다.
p180~p183 "그의 생활을 파괴하는 수밖에 없어."
"그의 과거, 일, 온갖 것들을 뿌리채 밑바닥에서부터 때려부수는 거야. 학자는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고 있지만, 내용은 같은 것이지."
"흑사병이 발생한 집을 태우는 것과 마찬가지지. 어딘가에 균이 있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가구도 융단도 침대도 모든 걸 태워 버리지.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에도 똑같아. 그의 생활의 뭔가가 술을 마시는 원인이 되고 있어. 그 때문에 그의 생활을 철저히 파괴해야 돼. 파괴가 끝났을 때쯤에는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 있을지도 모르지."
"점심에 맥주를 마시고, 6시가 되면 마타니를 마시고, 그것으로 끝낼 수 있다면 나았다고 말할 수 있지. 그러나 의학은 아직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데까지 가 있지 않아.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술을 차단하는 일이야. 영원히 술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것뿐이지."
"그는 보디가드야.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한 술에 취했건 취하지 않았건 다른 사람같이 침대에서 숨을 거두는 일은 아마 없을 걸."
"그게 원인인가요?"
"그건 알 수 없소. 아까 말한 것처럼 대개의 경우 그 원인을 알 수 없으니까. 완전히 정신 분석을 해보면 알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지만 완전히 정신을 분석한다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집을 태워 버리는 거나 같은 일이오. 꼭 그 원인을 생각해 보고 싶다면 허베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죽였고 앞으로도 죽여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테지요. 그러면서도 태연할 수 있는 인간은 별로 없겠지요."
"대개의 경우, 사람이 왜 알코올 중독자가 되느냐 하는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알코올 중독 그 자체가 원인이니까. 그러므로 술을 마시지 않아야 강력한 이유가 필요해지지요. 따라서 술을 마실 이유를 없애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한 것이오."
p184
"저먼 양에게 그 이유가 되어 주라고 말할 작정이었나요?"
"교회의 팜플렛과 한 잔의 코코아로는 알코올 중독을 고칠 수 없다고 가르쳐 준 것 뿐이야."
"그래, 고칠 수 없다는 건 정말인가요?"
"의사는 백 명 가눙데 한 사람은 나올 수 있다고 말하지. 다시 또 마시게 해도 걱정없는 환자도 말이야. 다만 어떤 이유로, 어떻게 하여 나았는지는 몰라. 그 말을 해 둘 걸 그랬나?"
"필요 없어요. 어차피 그녀는 당신의 말을 믿고 있지 않을 거예요. 저 젊은 아가씨는 기적을 행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p319~p320 나는 지금 1만 2철 프랑 때문에 여기 있는 것일까? 아니다. 매건할트가 옳다는 보증을 붙였지 않는가-그는 여자에게 폭행하지 않았다. 남을 해칠 생각도 없는데 누군가가 그의 생명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정의 쪽에서 서 있다. 그리고 나도 역시. 결국은 나도 센티멘털리스트인가?
'아니면 내가 컨튼이긴 턴튼일까?'
'한 사나이의 묘비에 이 사나이는 1만 2천 프랑을 위해 죽었다고 써도 아무도 비웃지 않을 것이다. 알고 한 일이라고 생각해 줄 것이다. 1만 2천 프랑이란 계산할 수가 있다. 이건 너무 적다고 거절하여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컨튼이라는 사실은 계산할 수가 없다. 계산만으로 뒤로 물러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컨튼은 겨우 1만 2천 프랑 떄문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한다.......'
아무래도 좋다. 매건할트가 옳고 알랭은 악인이다....... 그럼, 나는? 내가 어떤 짓을 하든 지금 내가 판단한 선악의 사실은 변함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금액의 계산이다. 선을 지키기에 필요한 값은 얼마일까? 악을 저지른 댓가는? 그리고 이것을 누가 지불하는가도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