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2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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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랑에 빠진 여자는 최고로 아름답고, 사랑에 빠진 남자는 주눅이 든 양처럼 보였다.

 

“희생의 의미가 뭔지 잠깐이라도 생각해봐. 그건 따뜻하고 관대하고 기꺼이 자신을 불사르겠다는 기분을 느끼는 영웅적인 한순간이 아니야. 가슴을 칼 앞에 내미는 희생은 쉬워. 왜냐하면 그런 건 거기서, 자기의 본모습보다 훌륭해지는 그 순간에 끝나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희생은 나중까지—온종일 그리고 매일매일—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쉽지가 않아. 희생을 하려면 품이 아주 넉넉해야 하지.”

 

앤은 리처드의 이중적인 면을 알고 있었다. 그는 늘 거만하고 완고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또한 흥미로운 가능성들을 지닌 소박한 사람이었다. 그 가능성들에 문이 닫혀버렸다. 앤이 사랑했던 그 리처드는, 넉살좋고 거들먹거리는 흔하디 흔한 영국 남편이란 틀에 갇혀버렸다.
그는 평범하고 포식 동물 같은 여자를 만나 결혼했다. 심장과 뇌의 능력은 떨어지고 그저 발그레하고 뽀얀 곱상한 외모를 자신만만해하는, 젊은 사람 특유의 노골적인 성적 매력만 있는 여자와.

  

아들은 아내를 얻을 때까지만 아들이지만, 딸은 영원히 딸이다.

 

“내가 봐줄 수 없는 일이 두 가지 있어. 하나는 자기가 얼마나 고결한 인간인지 자기가 한 일에 무슨 도덕적인 이유가 있는지 떠들어대는 일, 또 하나는 자기가 얼마나 나쁜 짓을 저질렀는지 계속해서 후회하는 일이야. 양쪽 말 다 사실이겠지. 자기 행동의 진실을 깨닫는 거라는 점에서는. 그래야 하는 거고. 하지만 그랬으면 넘어가야지.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이미 일어난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어. 계속 살아가야지.” 

 

 

1. 흥미로운 소재.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

친구 H. 모녀 관계는 애증인 것 같다.

 

2. 더 좋은 소설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았다는 안타까움.

 

3.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기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작가. 왕성한 작품 활동과 숨 쉬지도 않고 읽어나가게 되는 필력.

아마도 이 소설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키우다가 재혼한 개인적 경험도 녹아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누군가가 이렇게 궁금해지기도 오랜만.

 

2015년 3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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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유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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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 끝났다. 1권이 2002년 5월에 처음으로 나왔고 이 책이 2015년 4월에 나왔으니 13년만이다. 2013년 7월에 77권으로 완간되었다는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혹시 이 책 뒤로도 또 출판될 책이 남아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러 기사를 비롯해서 트위터에 황금가지 출판사 관계자들이 올린 글을 보니 진정 이 책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3년간의 노고를 단 몇 달만에 내가 홀라당 다 읽어버린 것이 한편으로는 죄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걸 내가 다 읽었구나, 결국 해냈구나 하는 생각에 내 자신이 뿌듯해지기도 한다.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얻어진 여유시간이었지만, 내 평생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크리스티의 모든 소설을 한번씩이나마 읽어봤겠나, 생각하면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예기치 못했던 지금의 pause가 시간이 흐른 후 어쩌면 감사하게 여겨질지도 모르는 일이고, 만약 그렇다면 나는 크리스티 여사에게 상당한 빚을 진 셈이다. 견디기 힘들었을 이 시간이 반짝반짝 빛나게 해 준 몇 안 되는 요소들 중 하나가 크리스티의 책을 읽는 시간이었다.

 

이 책의 원제는 Short Story Collection: The Adventure of the Christmas Pudding이다. 78권의 원제는 Short Story Collection: The Affair at the Victory Ball이었고, 78권이 Short Story Collection 1, 79권이 Short Story Collection 2이다.

 

참고로 76권은 Short Story Collection: Agatha Christie Omnibus 2 였고, 77권은 Short Story Collection: Agatha Christie Omnibus 1이었다. 75권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후기 작품이자 토미와 터펜스 부부의 마지막 등장 작품이었던 <운명의 문>으로, 장편이었다. 아마도 뒤의 4권에서는 전집에 다 실리지 못한 남은 단편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든 듯하다.

 

그 동안의 전집에도 단편집은 있었다.

1. <빛이 있는 동안> (1997, 유작 단편집)

6. <열세가지 수수꼐끼> (1932)

15. <쥐덫> (1925)

21. <파커파인 사건집> (1934)

23. <신비의 사나이 할리퀸> (1930)

37. <뮤스 가의 살인> (1937)

41. <부부탐정> (1929)

45. <푸아로 사건집>(1924)

51.<헤라클레스의 모험> (1947)

76. <리스터데일 미스터리>

77. <검찰 측의 증인>

78. <빅토리 무도회 사건>

79.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마지막 네 권은 따로 출판 연도가 없었던 것으로 볼 때, 다른 단편집들과는 달리 한 권으로 묶여서 출판된 적이 없는 것 같다. 단편이라면, 잡지나 신문 등에 연재되었을 수 있고, 그 것이 어느 정도 분량이 모아지면 책으로 내고 그랬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런 적이 없다는 것은 크리스티가 책으로 묶어서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지 않았던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고, 독자들에게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광적인 지지를 덜 얻었다는 말도 될 수 있겠다. 말하자면, 다른 단편들보다는 수준이나 재미가 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크리스티의 모든 소설을 다 읽는다는 점에서, 그 점 하나만으로도 79권인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은 의의가 있는 책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표제작인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은 1권 <빛이 있는 동안> (1997, 유작 단편집)에 수록된 '크리스마스 모험'과 동일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노란 아이리스'는 61권 <빛나는 청산가리>와 여주인공의 이름까지 동일하다. 아마도 단편을 먼저 쓰고, 그것을 더 발전시켜 장편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성역'은 핵심 아이디어가 22권 <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와 동일하다. 역시 단편을 먼저 쓰고 나서 장편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를 읽으면서 소설이 좀 헐겁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빛나는 청산가리>의 경우 동일한 사건을 시점을 달리하여 반복하여 서술하였고, 아마도 등장 인물 5~6명이 자기 입장에서 사건을 회상하는 방식이 반복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즉, 정작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소설 전체 분량이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꿈'에서 나오는 젊은 의사 스틸링플리트는 67권 <세 번째 여인>에 등장하는, 바로 세 번째 여주인공이 정신과 환자가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을 입증하면서 결국 나중에 그녀와 이어지는 바로 그 사람이다. 브라운이나 앤더슨과 같은 이름이었다면 동일한 사람이었어도 눈치 못 채고 넘어갔겠지만, <세 번째 여인>을 읽을 때 스틸링플릿이라는 이름이 워낙 독특하여 기억이 났다. 개인적으로 크리스티 소설에서 이런 부분을 발견할 때 반갑다. 단편에서 조연으로 쓰인 인물을 장편에서 주조연으로 쓴다거나 하는 것들을 볼 때.

 

워낙 지은 소설이 많다 보니,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아 리뷰를 쓸 때 상세하게 기록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내 기억력에 한계가 있다보니 그것으로도 부족하지 않을까? 이 모든 과정을 다시 반복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 한 번 더 이런 휴식시간이 주어진다면 전집을 다시 한 번 반복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물론, 힘들겠지만.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제가 도착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아가씨는 여러분과 함께 부엌에서 웃고 얘기하면서 크리스마스 푸딩을 젓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푸딩은 그릇 속에 들어 있었고 그 아가씨는 루비를 푸딩 그릇 중 하나에 넣었죠. 그 푸딩은 크리스마스때 먹을 푸딩이 아니었으니까요. 크리스마스에 먹을 푸딩은 틀이 아주 특이해서 금방 알아볼 수 있었을 겁니다. 그 아가씨가 반지를 넣은 푸딩은 새해 첫날 먹게 되어 있던 푸딩이었죠. 그 아가씨는 새해가 되기 전에 이 집을 떠날 준비를 모두 끝낼 거고. 그러면 그 아가씨와 함께 푸딩도 사라졌을 겁니다. 하지만 운명이 어떻게 인간사에 개입하는지 보십시오. 크리스마스 아침에 생각지도 못했던 작은 사고가 일어났죠. 특이한 틀에 들어 있던 크리스마스 푸딩이 바닥에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나 버린 겁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현명한 로스 부인이 다른 푸딩을 꺼내서 식탁에 내놓은 거죠."


 

<그린쇼의 저택>-마플 양

 

"내 말은 네가 그린쇼 양이 누군지 전혀 몰랐다는 거야. 네가 그 저택에 가서 만났던 그린쇼 양이 그보다 며칠 전에 레이먼드가 만났던 그린쇼 양과 동일한 인물이었다는 보장은 없지 않니? 아! 나도 알고 있어."

 

"누군지 궁금하지? 「신데렐라에게 키스를」이라는 연극에서는 경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단다. 내트 플레처는 무대에서 입었던 의상을 빌려 입었던 거야. 그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일부러 주유소로 가서 차에 기름을 넣으면서 시간을 물어보았지. 12시 25분에 말이야. 그런 다음 급하게 차를 몰아 저택 모퉁이에 차를 세워 놓고 경찰 제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자신이 맡은 역할을 했던 거지."

"그럼 왜,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죠?"

"가정부의 방문을 밖에서 잠글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지. 그린쇼 양의 목에 화살을 꽂을 사람도 필요했고. 진짜 활에 맞은 것처럼 보이려면 아주 힘이 센 사람이 화살을 목에 찔러야 했을 테니까."

"그럼 두 사람이 이 사건의 공범이라는 건가요?"

"맞아. 내 생각은 그렇다. 두 사람은 아마 모자간일 게다."

"그린쇼 양의 동생은 오래전에 죽었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플레처 씨는 분명히 재혼을 했을 거야. 재혼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 아이도 죽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지금 조카라고 나선 사람은 아마도 두 번째 부인이 낳은 자식일 거야. 그렇게 되면 그린쇼 양하고는 아무 관계도 아닌 셈이지. 그 여자는 가정부로 위장하고 그 저택에 들어가서 집 안을 염탐했을 거야. 그런 다음 자기가 그린쇼 양의 조카인 것처럼 편지를 보내고 방문하겠다고 했던 거지. 농담처럼 경찰 제복을 입고 가겠다고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왜 하필이면 화살을 사용한 걸까요? 굳이 화살을 쓸 이유는 없었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단다, 조앤. 알프레드는 궁술 클럽 회원이었으니까. 그들은 알프레드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울 속셈이었던 거지. 알프레드가 12시 20분에 술집에 있었다는 사실이 불행하게도 그들의 계획을 어긋나게 해 버린 거야. 알프레드는 항상 자기가 나가야 할 시간보다 일찍 저택을 나갔어. 그게 이번에는 그 사람에게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 된 거지."

마플 양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행동은 도덕적으로는 올바르다고 할 수 없지. 하지만 게으른 덕분에 목숨을 구한 셈이 되어 버렸어."

 

 

<약자>-푸아로

 

"루벤 애스트웰 경이 열흘 전에 살해당했습니다. 그저께인 수요일에 그의 조카 찰스 레버슨이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아가씨가 아는 한 그에 관해서 불리한 사실은...... 제가 하는 얘기 중에 틀린 점이 있으면 지적해 주시죠, 마드무아젤. 루벤 경은 그의 비밀 서재인 탑방에서 늦게까지 글을 쓰고 있었죠. 레버슨 씨는 밤 늦게 빗장열쇠를 이용해서 그 서재로 들어갔습니다. 그가 그의 삼촌과 말다툼하는 소리를 집사가 들었습니다. 집사의 방은 탑방 바로 밑에 있었죠. 말다툼 하는 소리가 그치더니 갑자기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가 나고 숨이 넘어갈 듯한 비명이 들렸습니다.

집사는 깜짝 놀라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서재로 올라가 보려고 했죠. 그런데 몇 초 후에 레버슨 씨가 휘파람을 불면서 방에서 나오는 걸 보고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스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하녀가 책상 옆에 쓰러져 있는 루벤 경을 발견한 겁니다. 그는 어떤 무거운 물건에 맞아 쓰러진 것 같았습니다. 집사는 즉시 경찰에 그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마드무아젤?"

 

"아가씨가 자발적으로 찾아온 건 아니라는 거로군요."

작은 남자는 그녀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제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다는 거군요."

릴리 마그레이브는 다시 장갑의 구김살을 펴기 시작했다.

"푸아로 씨, 저는 지금 무척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저는 애스트웰 부인에 대한 충성을 지켜야 합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저는 부인에게 고용된 도우미에 불과하지만, 부인께서는 저를 친딸이나 조카처럼 더없이 친절하게 대해 주셨어요. 그렇기 때문에 부인에게 어떤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는 부인의 행동을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 얘기가 선생님이 사건을 조사하실 때 선입견을 갖게 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에르퀼 푸아로가 선입견을 가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물론 선생님의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저를 너무 추켜세우시는군요. 하지만...... 그렇기는 하답니다. 지금 제가 맡고 있는 사건이 워낙 많다 보니."

"저도 그러실 거라고 짐작은 했어요."

릴리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애스트웰 부인께는 제가......."

그러나 푸아로는 일어서지 않았다. 대신 의자에 등을 기대고 그 아가씨를 찬찬히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급하게 가시려고 하죠, 마드무아젤? 잠깐만 더 앉아 계십시오, 부디."

그는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마지못해 천천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가씨들은 너무 성급하단 말이지. 저 같은 늙은이들은 결정을 내리는 것도 느리다는 걸 이해해 주셔야죠. 아가씨는 제 말을 오해한 것 같군요. 전 아직 애스트웰 부인에게 가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영국인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키가 크고 창백한 안색에 자신의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은 성격이었다.

"젊은 아가씨는 아주 흥미로운 존재들이야, 조지."

푸아로는 다시 안락의자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자네도 알겠지만 머리가 좋은 아가씨들은 특별히 더 흥미롭지. 누군가에게 어떤 일을 부탁하면서 동시에 그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인데 말일세. 대단한 수완이 필요한 일이지. 그 아가씨는 아주 능수능란했어...... 대단했다니까...... 하지만 이 에르퀼 푸아로도 그 아가씨에 뒤지지 않는 특별한 머리를 타고 났지, 안 그런가, 조지?"

(중략)

푸아로가 연극조로 대사를 늘어놓다가 말을 멈추자 조지의 목소리가 미안한 듯이 끼어들었다.

"양복도 쌀까요, 나리?"

푸아로는 측은한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언제나 자네 할 일에만 주의를 기울이는군 그래. 자네는 내게 정말 훌륭한 친구일세, 조지."

 

 

<꿈>-푸아로

 

"첫번째 의사는 모두 음식 문제라고 했어. 나이가 꽤 든 의사였지. 두번째는 신식 학교를 나온 젊은 의사였네. 그 의사는 내가 어렸을 때 하루 중 특정한 시간, 3시 28분에 일어난 어떤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했어. 그가 말하기를 내가 그 사건을 기억하기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것이 자살이라는 상징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거라고 하더군. 그의 설명은 그랬어."

"그럼 세 번째 의사는 뭐라고 하던가요?"

푸아로가 말했다.

"그 의사도 젊은 사람이었어. 그 의사는 황당한 이론을 늘어놓더군! 내가 사는 걸 지겨워하고 있다는 거였어. 사는 게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의도적으로 삶을 끝내기를 원하고 있다고 했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면 본질적으로 내가 실패자라는 걸 인정하는 게 되기 때문에 깨어있을 때는 그런 진시를 직시하기를 거부한다는 거야. 하지만 자고 있을 때는 그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내가 정말 하기 원하는 행동을 한다는 거지. 내 삶을 끝내는 것 말일세."

"그 의사의 생각은 그러니까 어르신이 무의식적으로 자살하기를 원한다는 건가요?"

 

"꿈속에 나온 장면을 직접 보고 싶군요. 탁자하고 시계, 권총, 그런 것 말입니다."

"좋아, 내가 옆방으로 안내하리다."

노인은 몸에 걸친 가운의 앞섶을 여미면서 의자에서 반쯤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아니야. 거긴 아무것도 볼 게 없어. 이미 거기 있는 것에 대해 다 얘기했잖은가."

"하지만 제가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팔리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당신의 생각은 다 들었으니 이제 됐네."

푸아로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시다면 할 수 없지요."

푸아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게 됐습니다, 팔리 씨."

베네딕트 팔리는 앞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쓸데없이 많은 걸 알려고 하지 마시게."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는 사실대로 얘기해 줬어.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군. 이제 이걸로 끝냅시다. 상담료 청구서나 보내시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푸아로가 딱딱한 어조로 말하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잠깐만."

백만장자가 그를 다시 불러 세웠다.

"그 편지는...... 내게 돌려주게나."

"비서분이 쓴 편지 말인가요?"

"그렇네."

푸아로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접혀 있는 종이를 한 장 꺼내 노인에게 건네주었다. 노인은 편지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머리를 끄덕이고 옆에 있는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에르퀼 푸아로는 다시 문으로 걸어갔다. 그는 속으로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그는 방금 전에 들은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에 잠겨 있는 중에도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그를 성가시게 건드리고 있었다. 그것은 베네딕트 팔리의 잘못이 아니라 푸아로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 아가씨는 마음에 들더군요. 배짱도 있고 머리도 좋은 것 같았어요. 제가 그 아가씨에게 작업을 건다면 사람들은 저를 재산을 노린 사기꾼으로 몰아가겠죠?"

"한발 늦었네. 그 아가씨는 벌써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가 있어. 아버지가 죽었으니 그 아가씨에게 행복의 문이 활짝 열린 셈이지."

"그 아가씨한테도 고약한 아버지를 살해할 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었던 건 사실이잖아요."

"동기와 기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범죄를 저지를 만한 기질이 있어야지."

"탐정님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어떨까요?"

스틸링플리트가 말했다.

"교묘하게 잘 빠져나갈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탐정님한테 그런 일은 식은 죽 먹기일 테죠. 제 말은 그렇게 뻔한 일은 자존심이 상해서 안 하실 거라는 뜻입니다."

"그건 전형적인 영국인의 생각이로군."

푸아로가 말했다.


 

 

<노란 아이리스>-푸아로

 

"4년 전 오늘 밤 뉴욕에서 만찬이 열렸습니다, 푸아로 씨. 그 자리에는 제 아내와 저, 워싱턴 대사관의 스티븐 카터, 그 당시 우리 집에 몇 주일 동안 묵고 있던 앤터니 채플, 그리고 세뇨라 발데즈가 있었습니다. 이분은 그 무렵 뉴욕시에서 명성을 날리는 댄서였죠. 여기 있는 폴린......."

그는 폴린의 어째를 가볍게 두드렸다.

"제 처제는 그때 겨우 열여섯 살이었지만 파티에 참석하게 했습니다. 기억하지, 폴린?"

"네, 기억해요."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흔들렸다.

"푸아로 씨, 그날 밤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드럼이 울리고 쇼가 시작되었을 때였습니다. 불이 꺼졌습니다. 플로어 가운데 잇는 스포트라이트만 빼고요. 불이 다시 켜지고 나자, 푸아로 씨, 제 아내가 테이블에 엎드린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내는 죽어 있었습니다. 완전히 숨이 끊어져 있었죠. 아내의 포도주 잔에서 청산가리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약을 싼 종이가 아내의 핸드백에서 발견되었죠.

"자살하신 건가요?

 

"조용히 하게, 토니. 내 얘기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죽인 거야. 지금도 그 확신은 변함없어. 누군가 어둠을 틈타서 반쯤 남은 청산가리를 싼 종이를 아이리스의 핸드백에 넣은 거야.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나는 알아. 나는 진실을 알고 있단 말이야."

 

<두 번째 종소리>-푸아로

 

"제가 탄 기차가 연착되었습니다. 우리 앞 선로에서 사고가 났거든요."

"아, 그래서 만찬이 지연된 거군요."

조앤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의 시선이 재빨리 그녀에게로 옮겨졌다. 기분 나쁠 정도로 사람을 꿰뚫어보는 시선이었다.

"아주 드문 경우인가 보죠?"

 

"그럼 시작해 볼까요. 저는 런던에서 리챔 로체 씨가 보낸 편지를 한 통 받았습니다. 리챔 씨는 거액의 돈을 사기당한 것 같다고 썼습니다. 가정적인 이유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제게 와서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물론 승낙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집에 온 겁니다. 리챔 로체 씨가 원했던 시간에 오지는 못했습니다.다른 볼일도 있으니까요. 리챔 로체 씨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분이 영국의 왕은 아니니까요."

 

"아니겠죠. 그렇게 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럴 듯한 설정이죠.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될 수 없었던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당신이 7시에 갯개마취를 꺾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여기 있는 마드무아젤이 제게 해 준 얘기입니다."


 

 

<성역>-마플 양

 

"이번 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줄리언에게 물어보기도 그렇고. 줄리언은 너무 강직한 사람이라......."

마플 양은 그녀의 말을 정확히 알아들은 듯이 이렇게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우리 여자들은 다르지. 너는 사건의 사실만 얘기했지만 나는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구나."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회에 쓰러져 있던 남자는 성역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어요. 그 남자는 줄리언이 말하던 것처럼 말했어요. 제 말은 그 남자가 박식하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 같았다는 뜻이에요. 만일 그 남자가 자살한 거라면 억지로 몸을 끌고 교회에 와서 '성역'이라는 말을 할 리가 없잖아요? 성역은 쫓기는 사람이 교회 안으로 들어오면 안전하다는 뜻이에요. 교회 안에 들어가면 쫓아오던 사람이 접근할 수 없어요. 예전에는 법률로 접근할 수 없게 정했잖아요."

 

"아, 보통 사람들이 세례명으로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는 건 저도 알아요. 윌리엄이라는 셰례명을 가지고 있어도 '포기'나 '홍당무' 같은 별명으로 부르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월터라는 이름이 버젓이 있는데 누이가 윌리엄이나 빌이라고 부르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네 말은 그 여자가 죽은 남자의 누이가 아니라는 거니?"

"네, 전 아니라고 확신해요. 그 사람들은 둘 다 인상이 좋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이 목사관에 찾아온 건 죽은 남자의 물건을 찾고 죽기 전에 그가 남긴 말이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어요. 제가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고 하자 그들의 얼굴에 안도하는 표정이 나타나는 걸 똑똑히 봤어요. 저는 그 남자를 쏜 사람이 바로 에클스 부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애의 아버지가 교도소에서 그 소식을 듣고 탈출해서 낡은 옷장에서 이 가방을 찾아 들고 왔던 거예요. 그 남자나 그의 아내가 옷장 안에 넣어두었겠죠. 이 보석이 정말 그 애의 어머니 물건이었다면 이제 그 아이를 위해 써도 되겠군요."
(중략)

다음 날 아침 번치는 새로 꺾은 국화를 들고 교회로 갔다. 동쪽 창문으로 다시 햇빛이 비쳐들고 있었다. 번치는 강단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햇살을 받고 서 있었다. 그녀는 나직하게 혼자 중얼거렸다.

"당신 딸은 잘 지낼 거예요. 제가 잘 돌봐 줄게요. 약속해요."

그녀는 교회를 청소하고 긴 의자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잠시 기도를 드렸다. 그러고는 이틀 동안 집을 비운 탓에 잔뜩 쌓여 있는 집안일을 하기 위해 목사관으로 돌아갔다.

 

 

<마플 양의 이야기>-마플 양

 

"병에 걸리면 두 의사의 견해를 듣게 되죠. 전문의의 견해와 주치의의 견해입니다. 전문의의 의견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저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의는 자기 분야에 대해서만 경험이 많으니까요. 주치의는 지식은 전문의보다 적을지 모르지만 넓은 분야의 경험을 쌓았다고 봅니다."

나는 패트릭 씨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어. 그즈음에 내 조카 하나가 자기 아기가 피부병이 나자 그 아기를 주치의에게 데리고 가지 않고 유명한 피부과 전문의에게 데리고 갔단다. 주치의가 너무 늙어서 구식이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런데 그 전문의는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드는 치료를 했단다. 나중에 아기의 병이 약간 변종된 홍역이라는 게 밝혀진 거야.

얘기가 딴 데로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애기를 한 건 패트릭 씨의 견해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서였지. 하지만 그가 왜 그런 얘기를 꺼냈는지는 아직 알지 못했단다.

"로드스 씨가 편찮으시다면......."

나는 말을 꺼내려다가 그만 중단하고 말았단다. 그 불쌍한 남자가 깜짝 놀랄 만큼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린 거야.

그는 이렇게 말했어.

"나는 몇 달 후 목 매달려 죽을 겁니다."

 

"당신은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하녀가 부인의 방에 들어가는 것도 나오는 것도 곁눈으로 슬쩍 보았을 뿐입니다.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 여자는 같은 여자가 아니었죠. 커피를 마시고 있던 사람들도 하녀가 들어갔다가 나오는 걸 봤을 뿐입니다. 전기공 역시 마찬가지였죠. 그 하녀가 아주 아름다운 여자였다면 남자들이 그녀의 얼굴을 신경 써서 보았겠죠. 그게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하지만 그 여자는 평범한 중년 여자였습니다. 당신이 본 건 하녀의 옷뿐이었죠. 그 여자를 본 게 아니에요."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그랜비 양보다 캐러더스 양 쪽으로 심증이 간다고 했는데 어째서 그렇게 생각한 거죠? 두 사람 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그건 g자 때문이었어요. 그 여자가 g자를 빼벅는다고 했죠? 책에서 사냥하는 사람들이 많이 그렇게 한다는 건 읽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더구나 60세 이하인 사람들 중에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 g자를 빼먹는 건 그 여자가 일부러 위장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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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 무도회 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유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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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의 푸아로 사건집과  1974년에 출판된 푸아로의 초기 사건들에 대한 한권짜리 책에서 나온 사건들. 몇몇 사건은 다른 단편집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아마도 이곳 저곳에 연재했던 단편들을 나중에 발전시켜서 장편으로 늘리거나 약간씩 고쳐서 다시 내는 경우도 있었나보다.

 

벨기에의 경찰서장이었던 푸아로가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을 해결하면서 범죄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고, 헤이스팅스는 성실히 사건들을 기록한다. 

 

사라진 광산

광산에 대한 지도를 가지고 있던 중국인이 영국에 건너오자마자 살해당한다. 회사의 중역 중 한 명이 푸아로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데... 놀랍게도 그 중역이 공범이었다!


초콜릿 상자

푸아로가 고백하는 유일한 실패담. 벨기에 시절 이야기. 분홍색 상자와 파란색 뚜껑. 파란색 상자와 분홍색 뚜껑. 트리니트린이라는 혈압강하제는 초콜릿색 알약이라고.


베일을 쓴 여인

결혼을 앞둔 여성이 자신의 젊은 시절의 연애 사건을 증명하는 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서 편지를 훔쳐달라는 부탁을 의뢰한다. 솜씨 좋은 푸아로는 편지가 보관되어 있는 상자를 발견하는데, 그 상자에는 보석이 들어있다. 알고 보니 여성과 협박자는 공범으로, 또 하나의 공범이 보석을 들고 도주하는 바람에 그를 죽이고, 숨겨 있던 보석을 찾기 위해 푸아로에게 의뢰했던 것.


 

해상에서 일어난 사건

범인은 복화술사!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십니까?

Old lady got the wind upo badly. 푸아로에게 사건을 의뢰한 노부인이 사망해버리고 사인은 다량의 스트리크닌. 1000분의 1로 희석해도 쓴맛이 난다는데 어떻게 음식에 넣었을까? 오블라토, 녹말과 한천으로 만드는 얇은 막, 사탕과자의 포장이나 약 포장에 사용되는 그 오블라토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노부인의 전재산을 물려받기로 한 하녀. 물과 함께 넘기면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하녀가 범인이겠지만, 사실은 굴! 씹지 않고 삼키니까. 하지만 남은 껍질은? 쓰레기통에 버리면 하녀가 알 테니 화단에 장식한 여주인. 그러나 굴 껍데기의 수가 부족해서 화단을 완전히  두르지 못했던 것이 푸아로의 눈에 띄어 발각된다.


빅토리 무도회 사건

가장 무도회와 직업배우.


클래펌 요리사의 모험

사라진 요리사는 어디로 갔을까? 요리사의 낡은 트렁크가 필요했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요리사를 밖으로 유혹해내었던 것.


콘월의 수수께끼

독살당할 것 같다는 부인. 자택에서 푸아로와 만나기로 약속하나 30분 전에 살해당한다. 푸아로는 진범을 잡아내고 24시간 후 경찰에 넘기겠다는 자백서에 범인이 서명하게 한 후 도주를 용인한다. 비난하는 헤이스팅스. 그러나 증거가 전혀 없기에 푸아로가 묘책을 짜낸 것.


클로버 킹

살인 사건을 목격했다는 여자. 옆집으로 뛰어들었는데 그들은 한 시간 동안 브리지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그런데 클로버 킹 카드 없이 어떻게 한 시간 동안 게임이 가능했을까?


르미서리어 가문의 상속

장남이 집안을 계승하지 못한다는 저주. 생각지도 못한 범인의 존재. 재산에 대한 욕심이 저주를 이용한 살인을 부르고 범인도 그걸 믿어버린 광기. 그런데... 결국 그 저주는 맞아떨어져 버린 것 같다.


플리머스 급행열차

미국강철왕의 딸이 살해된다. <블루 트레인의 수수께끼>와 동일한 패턴. 아마 여기에서 장편으로 발전시킨 듯.


 

잠수함 설계도

<뮤스 가의 살인>에 수록되었던 '미궁에 빠진 절도'와 똑같잖아!


 

마켓 베이싱의 미스터리

<뮤스 가의 살인>의 표제작인 '뮤스 가의 살인'과 핵심이 동일하다!


 

이중 단서

러시아 백작 부인, 영국 노부인, 남아프리카 백만장자에 버나드 파커라는 네 인물이 보석 도둑 용의자. 장갑과 담뱃갑 두개의 단서 때문에 푸아로는 오히려 진범을 잡아낸다. 베라 로사코프와의 첫만남. 푸아로는 또 만날 것 같다며 기대한다.

로사코프 백작부인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중 범죄

여행 겸 친구의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헤이스팅스와 함께 가던 중, 우연히 만난 젊은 여인이 물건을 도둑맞았다며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녀는 값비싼 물건을 산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직접 가지고 가던 중이었는데, 물건은 도난당하고 불행히도 그 사람은 이미 물건을 구입한 상태. 물건은 어디로 증발했을까? 이어 등장하는 놀라운 사실. 그 물건을 훨씬 더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말벌 둥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편안하게 생을 마무리하면서 연적에게 살인 혐의를 뒤집어씌우려고 한다. 푸아로가 등장하여 청산가리와 소다를 살짝 바꿔놓아 옛 친구가 죽기 전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을 바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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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7 (완전판) - 검찰 측의 증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강표.양현길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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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Short Story Collection: Agatha Christie Omnibus 1 이다. Short Story Collection: Agatha Christie Omnibus 2는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6권이고 이 책은 77권인데 왜 1, 2가 뒤바뀌어 나왔는지 의문이었다.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하나씩 읽어가면서 계속 궁금한 점은, 이 전집의 순서는 어떻게 정해졌는가 하는 것이었다. 크리스티가 실제로 소설을 출간한 순서도 아니고, 동일한 탐정끼리 묶은 것도 아니다. 좋은 소설부터 먼저 출간했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목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러다 불현듯 든 생각이, 번역이 되는 대로 책이 나온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수십 권의 책이기 때문에, 여러 명의 번역가가 여러 작품씩 하고 있는데, 아마도 그 중 먼저 번역이 되어 나오는 순서대로 책을 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왜 76, 77권의 순서가 바뀌었는지도 알만하다.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과 계약을 할 때, Short Story Collection: Agatha Christie Omnibus 1, 2로 두 권을 나누면서 각각에 들어가는 소설을 명시하여 계약하였을 텐데, 2가 1보다 먼저 번역이 되었겠지.

 

어차피 국내에서의 제목은 76권이 <리스터데일 미스터리>, 77권이 <검찰 측의 증인>으로, 각 소설에 실린 단편 중 하나의 제목을 그대로 책 제목으로 따왔기 때문에 순서가 뒤집혀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실, 국내에 번역된 순서가 더 낫기도 하다. 77권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스터데일 미스터리>는 제목에 들어간 '미스터리'가 실린 모든 소설들을 관통하는 핵심단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즉, 로맨스가 되었건 스릴러가 되었건 범죄물이 되었건 어드벤처가 되었건 간에, 그 밑바닥에는 '미스터리'가 언제나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 <검찰 측의 증인>은, 대부분의 소설이 마치 심령 소설 같아서, 읽다 보면 정말 이 소설들을 크리스티가 쓴 게 맞아?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범인을 연구하는 작가로는 좀 믿기 어려운 부분인데, 셜록 홈즈를 쓴 아서코난도일도 말년에 심령술에 빠졌다고 한다. 마지막 세 작품을 제외하면 사실 한 번 읽고 나면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마지막 세 작품이 파커 파인이 등장하는 작품 2편, 할리 퀸이 등장하는 작품 1편인데, 각각 <파커 파인 사건집>과 <신비의 사나이 할리퀸>에 수록되어 출판되었으면 더 나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의 사냥개

"아주 끔찍한 일이 일어났어요. 도련님, 벼랑 위에 있는 로즈 선생의 작은 집을 기억하지요? 지난번에 산사태가 나서 집이 쓸려 내려갔어요. 그 바람에 의사 선생과 가엾은 마리 안젤리크 수녀가 죽었어요. 해변에 떨어진 잔해가 정말로 끔찍하대요. 엄청나게 큰 덩어리로 쌓여 있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커다란 사냥개처럼 보여요......."

내 손에서 편지가 미끄러져 떨어졌다.

(중략)

물론 이건 모두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모든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의사가 마리 안젤리크 수녀의 환각을 믿은 것은 단지 그 자신의 정신도 좀 불안정하다는 것을 입증할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때때로 한때 인간이 살았으며 우리보다 훨씬 앞선 문명을 달성하고 바다 밑에 가라앉아 버린 대륙에 대한 꿈을 꿀 때가 있다.......

아니면 그런 가능성을 믿는(수녀가 실은 미래를 보았다는 가능성? 원형 도시 전설이 존재했다는 가능성?) 사람의 말처럼 마리 안젤리크 수녀는 과거를 기억하고 있지만, 이 원형의 도시라는 것이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바보 같으니! 당연히 그 모든 것은 그저 환각일 뿐이다!

붉은 신호

"한 가지 예를 들어 주지. 메소포타미아에서의 일이었네. 휴전 직후였는데 어느 날 저녁에 내 천막에 들어갔을 때 강렬한 예감이 들었어. 위험하다! 주의해라! 하지만 무엇이 원인인지 전혀 모르겠는 거야. 그래 괜히 야단법석을 떨며 캠프 주위를 둘러보거나 적성 아랍인들에 대한 방어 태세를 점검하거나 했지. 그러고 나서야 다시 내 천막으로 돌아갔는데, 천막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불길한 예감이 처음보다 훨씬 더 강하게 들더군. 위험하다! 결국 나는 담요를 들고 나와서 밖에서 둘둘 말고 잠을 잤다네."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에 텐트로 들어갔을 때, 처음 내 눈에 들어온 건 내가 평소에 잠을 자던 침대에 꽂혀 있는 칼이었네. 거의 50센티미터쯤이나 되더군. 나는 곧 범인을 찾아냈지. 아랍인 하인 중 하나가 범인이엇어. 아들이 스파이 혐의로 총살된 사람이었지. 앨링턴 삼촌, 제가 붉은 시호의 예로 든 것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중략)

더못은 입을 다물었다. "네, 오늘 밤까지는 그랬습니다."라는 말이 거의 입에서 튀어나올 뻔 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말이 자신의 입에서 나오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의식적으로 깨닫기도 전에 생각이 말로 나와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게 착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어둠 속에서 붉은 신호가 어렴풋이 나타났다. 위험하다!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


네 번째 남자

"그 처녀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명이 되었지요.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그녀를 만나러 갔으니까요. 그녀는 네 개나 되는 전혀 다른 인격체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것들은 펠리시 1, 펠리시 2, 펠리시 3 등으로 불렸지요."

(중략)

"네. 그리고 아네트 라벨도요. 아네트 라벨에 대해서는 듣지 못하신 것 같군요? 그런데 펠리시 볼트의 이야기는 아네트 라벨의 이야기입니다. 내 말을 믿어도 좋습니다. 당신들이 아네트 라벨의 이야기를 모른다면 펠리시 볼트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겁니다."

(중략)

'정말 난 무서워. 무서워. 그 애 목소리가 들려. 귀에서 들리는 게 아냐. 아냐, 귀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야. 여기, 머리에서.......'

그러면서 이마를 툭툭 두드렸습니다.

'그 애는 나를 몰아낼 거야. 완전히 몰아낼 거야.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난 어떻게 될까?'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비명에 가까울 정도로 높았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는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겁에 질린 표정이 가득 담겨 있었지요.......

그러더니 갑자기 그녀의 얼굴에 야비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매우 교활한 웃음이었어요. 그런데 그것에는 간담을 서늘케 하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무슈 라울,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내 손아귀 힘은 아주 세거든. 내 손힘은 아주 세.'

전에는 특히 그녀의 손을 눈여겨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때 그녀의 손을 살펴보고 나서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졌죠. 뭉뚝하고 거친 손가락은 펠리시가 말했던 것처럼 굉장히 힘이 세 보였습니다....... 욕지기가 갑자기 치밀어 올랐는데 이유를 확실히 설명하지는 못하겠네요. 틀림없이 그런 손가락으로 그녀의 아버지는 아내를 목 졸라 살해했을 겁니다.......

(중략)

"저쪽에 계신 무슈 르 독퇴르(의사 선생님)가 이게......."

그의 손이 배를 세게 치는 바람에 참사회원은 주춤했다.

"단지 집이라고 했잖습니까. 말씀해 보세요. 당신 집에 강도가 든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총을 쏘지 않겠습니까?"


집시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누군가 그에게 수술을 받지 말라고 경고했답니다. 간호사였다더군요. 그게 당신이었다고 그는 생각했지요. 사실인가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제게는 간호사로 일하는 사촌이 한 명 있어요. 어둑한 불빛에서 보면 저와 좀 비슷해 보여요. 아마 그녀였을 거예요."

그녀는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게 누구든 상관있나요?"

(중략)

"재능을 갖고 계실 줄 알았어요. 저긴 옛날에 태양 숭배자들이 산 제물을 바치던 곳이에요. 그 얘기를 듣기 전부터 전 알 수 있었죠. 그들의 느낌을 정확히 알 때도 있어요. 그곳에 제 자신이 있었던 것처럼요....... 여기 황무지에는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을 주는 뭔가가 있어요....... 물론 제가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저는 퍼거슨 집안사람이니까요. 저희 집안은 대대로 예지력을 가지고 있어요. 어머니는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에 영매셨지요. 성함이 크리스팅이신데 상당히 이름을 날리셨지요."

(중략)

"설마? 땅거미가 지고 나면 황무지에 나타난다는 무시무시한 것들 말인가요? 흰 옷을 입은 여자나 악마의 대장장이, 선원과 집시......."

"뭐라고요? 선원과 집시요?"

"그렇대요. 제가 젊었을 땐 유명한 전설이었죠. 아주 먼 옛날 사랑을 이루지 못한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런데 이미 한참 전부터 그 둘의 유령은 나타나지 않고 있어요."

"나타나지 않는다고요? 혹시 그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요......."

"아이고! 맥팔레인 씨도.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계요! 그런게 그 젊은 여자 분은......."

"어떤 젊은 여자요?"

"당신을 만나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요. 응접실에 계신데, 성함이 로즈 양이라고 그러셨어요."

"아!"

레이첼! 원근이 바뀌면서 그는 기묘한 수축감을 느꼈다. 이제까지 그는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느라 레이첼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레이첼은 이 세상에만 속하는 여인이기 떄문이다....... 그 기묘한 원근의 변화가 다시 3차원만의 세계로 그를 돌려놓은 것이다.

그는 응접실 문을 열었다. 레이첼....... 정직한 갈색 눈을 가진 레이첼이었다. 갑자기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끓어오르는 기쁨에 찬 따뜻한 현실이 그를 어루만졌다. 그는 살아 있었다, 살아 있는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인간히 확신할 수 있는 인생은 하나밖에 없어! 바로 이것!'

"레이첼!"

그는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고 입을 맞췄다.


등불

"그런데....... 저어....... 그 아이는 결국 굶어 죽었답니다."

그는 막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말을 전하는 것과 같은 말투로 이야기를 끝맺었다.

"그럼 이 집에 나타나는 게 그 아이의 유령인가요?"

랭커스터 부인이 물었다.

래디시 씨는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다급히 말했다.

"실제로 아무것도 밝혀진 건 없어요. 뭐가 보이지도 않고요. 아무것도 없어요. 단지 사람들이, 물론 터무니없는 소리지만 소리가 들린다고,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더군요."

랭커스터 부인은 현관 쪽으로 가며 말했다.

"집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 임대료로 이보다 더 좋은 집을 얻을 수는 없을 거예요. 생각해 보고서 연락드릴게요."

(중략)

보이지 않는 어린아이들의 발이 타닥타닥, 타닥타닥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서 문을 지나 함께 밖으로 나갔다.

랭커스터 부인은 고개를 들었다.

"발소리가 둘이었어요, 둘이었다고요!"

엄습하는 공포에 납빛이 된 얼굴로 그녀는 방구석에 있는 어린이용 침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아버지가 조용히 딸을 막아서며 다른 곳을 가리켰다.

"저쪽이다."

그는 간단히 말했다.

타닥타닥, 타닥타닥. 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그러고 나서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라디오

당연히 외숙모는 유언장을 태우지 않았다! 당연히.......

그의 생각이 갑자기 끊겼다. 눈앞에 떠오르는 이 영상은 무엇일까? 한 손으로 가슴을 움켜쥔 노부인....... 뭔가가 미끄러져 내리고....... 종이 한 장이....... 새빨갛게 단 석탄 위로 떨어진다.......

찰스의 얼굴이 납빛이 되었다. 그는 쉰 목소리로 묻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만약에 유언장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하터 부인이 앞서 작성하신 유언장이 남아 있습니다. 1920년 9월에요. 그것에 따르면 하터 부인은 현재 미리엄 로빈슨이 된 질녀 미리엄 하터 부인에게 전 재산을 남기셨습니다."

이 늙은 바보가 뭐라고 말하는 거야? 미리엄이라고? 근본도 모를 남편에 찡얼대는 애새끼들 넷이 딸린 미리엄? 솜씨 좋게 처리한 일들이 다 미리엄을 위한 것이었단 말인가!

그의 팔꿈치께에서 전화벨이 날카롭게 울렸다. 그는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의사의 쾌활하면서도 다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리지웨이 씨?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 전화 드렸습니다. 부검이 막 끝났어요. 사인은 제가 짐작했던 대로네요. 그런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생전에 부인의 심장이 훨씬 심각한 상태였더군요. 최대한 조심했어도 기껏해야 두 달 이상을 넘기시지 못했을 겁니다. 궁금해 하실 것도 같고, 또 위로가 좀 되실 것 같아서 이렇게 전화 드렸어요."

"죄송합니다만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찰스가 말했다.

의사가 좀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부인은 두 달 이상 사시지 못했을 거라고요. 그것도 만사가 순조로울 경우에 말입니다, 리지웨이 씨......."

하지만 찰스는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그는 멀리서 들려오는 변호사의 목소리를 의식했다.

"이봐요, 리지웨이 씨, 어디 아픈가요?"

빌어먹을! 득의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변호사. 불쾌하기 짝이 없는 멍청한 메넬. 그의 앞에는 아무런 희망도 없었다. 오로지 교도소 담벼락의 그림자뿐.......

그는 누군가 자신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누군가 틀림없이 자신을 보고 웃고 있을 것이다.


검찰 측의 증인

"변호사님, 저는 남편을 구해야 했어요. 하지만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의 증언만으로는 충분치 않았을 거예요. 직접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전 군중 심리에 대해 좀 알거든요. 제가 한 증언이 위증이라는 걸 인정해서 법률상으로 아주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면 당장 피고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대세가 굳어지게 되는 거죠."

"그럼 그 편지 다발은?"

"단 한 장만, 결정적인 편지 한 장만 있으면, 그걸 뭐라고 하죠, 혹시 조작극처럼 보일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답니다."

"그런 그 맥스라는 남자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변호사님."

"저는 우리가....... 에에....... 정상적인 항소 절차를 통해서도 남편 분을 구할 수 있었을 거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메이헌 씨는 기분이 상한 듯한 태도로 말했다.

"저는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없었어요. 잘 아시다시피, 선생님은 남편이 무죄라고 생각하셨잖아요."

"그럼 당신은 알고 있었군요? 그렇군요."

"메이헌 씨, 전혀 이해를 못하시는군요. 저는 알고 있었어요....... 남편이 유죄라는 것을!"

로메인이 말했다.


푸른색 항아리의 비밀

그의 삼촌은 발작을 일으키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는 간신히 소리쳤다.

"그 항아리. 그 푸른색 항아리! 그게 어떻게 됐다고?"

잭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삼촌을 바라보다가 그 뒤 삼촌의 입에서 홍수처럼 퍼부어진 말들이 마음에 새겨지자 사태가 파악되기 시작했다.

삼촌은 다음과 같은 말을 단숨에 쏟아냈다.

"명나라 자기로, 하나밖에 없는 진기한 물건이고, 내 수집품 중 최고이며, 최소 1만 파운드의 가치가 있는 데다, 미국의 백만장자 호겐하이머가 팔라고 제안까지 한, 세상에 다시없는 일품인데, 망할 놈, 내 청자를 어떻게 한 거냐?"

잭은 식당에서 달려 나갔다. 그는 라빙턴을 꼭 찾아야 했다. 사무실의 젊은 아가씨는 냉담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라빙턴 박사님은 어젯밤 늦게 떠나셨어요. 자동차로요. 손님께 편지를 남기셨죠."

잭은 편지 겉봉을 찢어서 열었다. 간결하게 요점만이 적혀 있었다.

친애하는 젊은이,

초자연적인 현상의 시대가 끝났을까? 아직은 아니겠지. 특히 새로운 과학 용어로 속임수를 썼을 때는 말일세. 펠리스와 병자 아버지, 그리고 내가 안부를 전하네.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해서 우리는 12시간 먼저 떠나네.

언제나 자네의 친구인

영혼의 의사,

앰브로즈 라빙턴


날개가 부르는 소리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군. 아무튼 난 견딜 수가 없어....... 벗어날 수가 없단 말이네......."

다시 버나드 셀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았다.

"나라면 그 불구의 남자를 만나보겠네."

그가 충고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는 중얼거렸다.

"운하라니....... 놀랍군."

(중략)

그때 믿을 수 없을 만큼 눈 깜짝할 사이에 일이 벌어졌다. 청년이 균혀을 잃고 선로에 떨어진 것이다.......

수많은 생각이 해머의 머리에 동시에 떠올랐다. 버스에 치어서 축 늘어진 살덩이를 보았던 일과 "댁 탓이 아니야, 선생. 댁도 어쩔 수 없었어."라는 쉰 목소리가 하던 말. 그리고 이 생명은 구할 수 있으며, 만약 구한다면 그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까이에는 아무도 없고 전동차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전광석화처럼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기묘하게도 그는 침착하고 평온한 상태에서 생각을 할 수 있엇다.

(중략)

해머는 재빨리 청년을 양팔로 들어올렸다. 자연스런 의협심이 그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떨고 있는 육체는 희생을 요구하는 다른 세상의 초자연적 존재의 명령에 따르고 있었다. 죽을 힘을 다해서 그는 자신이 뛰어내린 플랫폼 위로 청년을 던졌다.......

그때 갑자기 두려움이 사라졌다. 물질세계는 더 이상 그의 자유를 억누르지 못했다. 그는 속박에서 해방된 것이다. 잠시 동안 목양신의 기쁨에 찬 피리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점점 더 가까이 더 크게 다른 모든 것을 집어 삼키고 세차게 몰려오는 반가운 무수한 날개짓 소리가 다가와서...... 그를 에워쌌다.......


마지막 강신술

"내가 왜 영매를 걱정해야 되지? 난 내 아이를 원해."

(중략)

"이리 오렴, 내 딸."

마담 엑스가 큰 소리로 불렀다. 그녀는 재빠른 동작으로 아이를 팔에 안았다. 커튼 뒤에서 몹시 괴로워하는 비명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시몬느! 시몬느!"

라울이 부르짖었다.

그는 마담 엑스가 그의 옆을 쏜살같이 지나서 자물쇠를 열고 계단을 달려 내려가는 것을 어렴풋이 인식했다.

커튼 뒤에는 아직도 소름끼치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길게 들려왔다. 라울은 그런 비명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비명 소리를 꼴록거리는 섬뜩한 소리로 이어지다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고는 몸이 쿵 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중략)

"이런! 피, 온통 피로 물들었어......."

그가 중얼거렸다. 그의 옆에서 엘리스가 떨리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아씨가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셨단 말이에요. 그런데 무슈, 무슨 일이 있엇던 거예요? 왜 아씨 몸이 오그라든 거죠? 어째서 아씨 키가 절반으로 줄어든 거예요?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SOS

"맥달란 양, 당신은 과거를 믿지 않지요. 하지만 나는 믿어요. 나는 이 집의 분위기를 믿습니다. 당신 아버지가 이곳으로 이사 오지 않았다면, 어쩌면, 어쩌면 그가 꾸민 계획을 생각해 내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나는 앞으로 샤를로트 양의 안전을 위해서 이 두 개의 시험관을 보관해 둘 겁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SOS를 쓴 손에 감사하는 뜻으로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폴렌사 만의 사건

"배웅하러 나왔어요, 파커 파인 씨. 베티가 인사 전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베티와 저는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정말 근사하게 해결하셨어요. 베티와 어머니도 사이가 좋아졌고요. 어머니를 속인 건 죄송스런 일이지만 워낙 까다로우셨잖아요. 아무튼 이제는 다 해결됐어요. 눈치채지 못하게 제가 이삼 일 더 괴로워하는 척만 하면 끝이죠.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베티도 저도."

"당신들 모두 행복하길 빌게요."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잠시 머뭇대다가 바질은 짐짓 무심하게 말을 꺼냈다.

"저, 드 사라 양은 어디 있나요?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파커 파인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를 힐긋 보았다.

"미안하지만 드 사라 양은 자고 있어요."

"아, 아쉽네요. 그래도 런던에서 이따금 만날 수 있겠지요."

"실은 내 일 때문에 드 사라 양은 곧장 미국으로 갈 거라서."

"그렇군요. 그럼, 전 그만 가 봐야겠네요......."

바질은 멍한 어조로 말했다. 파커 파인은 미소 지었다. 선시로 가는 길에 그는 마들렌의 선실 문을 두드렸다.

"기분은 어때? 괜찮은 거야? 우리의 젊은 친구가 다녀갔어. 예외 없이 가벼운 마들렌 병에 걸렸더군. 그 친구는 하루 이틀이면 회복할 게야. 자네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재주가 있단 말이야." 


레가타 미스터리

"아니, 맞습니다. 그 일당의 세 번째 멤버가 로열 조지에서 임시 웨이터로 일하고 있었어요. 휴일에는 임시 웨이터들이 필요한 경우가 있지요. 어쩌면 그가 정식 웨이터를 매수해서 쉬게 하고 자기가 그 자리를 대신했을지도 모르죠. 그렇게 무대가 준비된 겁니다. 이제 이브가 포인츠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내기를 거는 거예요. 그는 전날 밤에 했던 대로 다이아몬드를 돌ㄹ립니다. 웨이터들이 방에 들어오자 레던은 그들이 나갈 때까지 보석을 그대로 들고 있어요. 하지만 웨이터들이 나갈 때, 다이아본드도 함께 사라진 거예요. 피에트로가 들고 나간 접시 밑바닥에 약간의 추잉검으로 교묘하게 붙여서 말이에요. 그처럼 간단한 겁니다!"

"하지만 그 다음에 제가 보석을 봤는 걸요."

"아니, 아니에요. 당신은 얼핏 보면 속을 만한 모조품을 본 거지요. 당신 말대로 스타인은 그것을 제대로 보지 않았어요. 이브는 그것을 떨어뜨리고서 유리잔도 떨어뜨린 뒤에 보석과 유리잔을 함께 힘껏 밟아서 깨뜨려버린 겁니다. 그렇게 해서 기적적으로 다이아몬드가 사라져 버린 거지요. 이제 이브와 레던은 누구라도 만족할 만큼 보석을 찾아볼 수 있게 된 겁니다."


할리퀸 티세트

마지막으로 퀸을 본 위후로 얼마나 지났지? 수많은 세월이 흘렀다. 퀸이 '연인들의 길'이라고 불리는 오솔길을 따라 멀어져 가는 모습을 바라본 바로 그날이었지? 그는 늘 퀸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이라도. 가능하다면 일 년에 두 번이라도. 하지만 바람뿐이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략)

"여성이 유전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도 여성을 통해서 유전될 수는 있지. 릴리는 색맹이 아니었지만 릴리의 아들은 어쩌면 색맹일지도 모르지 않은가."

"하지만 새터스웨이트, 티머시는 릴리의 아들이 아니잔항요. 롤리가 릴리의 아들이지요. 두 아이가 좀 비슷하게 생기기는 했죠. 동갑에다 머리 색깔도 같고. 하지만...... 뭐 기억하지 못하실 수도 있지요."

"그랬지, 난 기억하지 못했네. 하지만 이제는 알겠군. 닮은 점이 보이기도 하지. 하지만 롤런드는 베릴의 아들일세. 사이몬이 재혼했을 당시에 저 애들은 둘 다 갓난아이였지 않나. 한 부인이 애기 둘을 보살피는 건 부담되는 일은 아닐 거네. 특히 두 아이 모두 붉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면 말이네. 티머시가 릴리의 아들이고 롤런드는 베릴의 아들이네. 베릴과 크리스토퍼 이든의 아들이란 말이네. 그러니 그가 색맹이어야 할 이유가 없엇던거지. 정말이네. 난 확신하네!"

(중략)

그는 릴리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할리퀸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궁금해졋다. 그는 돌아서서 잔디밭을 가로질러 차탁자와 할리퀸 티세트, 그리고 탁자 너머에 앉아 있는 자신의 오랜 친구 톰 애디슨을 향해 걸어갔다. 베릴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도보톤 킹스본은 다시 안전해졋다.

잔디밭을 가로질러서 작은 검정개가 쏜살같이 달려왓다. 검정개는 새터스웨이트에게 다가오서 숨을 헐떡거리며 꼬리를 흔들어댔다. 검정개의 목걸이에 종잇조각이 감겨 잇었다. 새터스웨이트는 몸을 구부리고 그것을 떼어냇다. 종잇조각을 반반하게 펴서 보니 다양한 색갈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적혀 잇었다.

 

축하합니다! 다음 번 만남을 기약하며.

H.Q.

 

"고맙다, 헤르메스."

새터스웨이트가 말햇다. 그는 검정개가 풀밭을 가로질러서, 그곳에 있다는 건 알지만 더 이상 자신이 볼 수 없는 두 사람을 향해서 쏜살같이 달려가는 모습을 지켜보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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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6 (완전판) - 리스터데일 미스터리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강표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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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short story collection: agatha christie omnibus 2이다. 즉, 아가사 그리스티의 여러 단편을 모은 책인데, 아마도 단편마다 발표 시기가 전부 달라서 출판된 날짜는 따로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생전에 쓴 다양한 단편들 중 한 권으로 엮여 출간되지 못한 단편들을 모았다고 하는데, <푸아로 사건집> <열세가지 수수꼐끼> <쥐덫> <헤라클레스의 모험> <뮤스 가의 살인> <신비의 사나이 할리퀸> <파커파인 사건집> <부부탐정>도 단편을 모은 책들이지만 출판 연도가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서 생전에 한권의 책으로 묶여서 나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빛이 있는 동안>과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데, 크리스티 소설의 탐정들이 등장하지 않고, 미스터리와 로맨스, 스릴러 등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빛이 있는 동안>은 1997년에 출판된 작품으로, 생전에 발표되지 않은 작품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 책은 발표는 되었으나, 책으로 묶인 적이 없는 작품들을 모은 책일 것이다.

 

리스터데일 미스터리

말도 안 되게 싸게 나온 리스터데일 경의 저택. 덕분에 성 빈센트 부인의 딸은 훌륭한 남자와 약혼하게 되고, 아들은 집사 퀜틴을 의심하는데, 결국 중년의 로맨스가 결실을 맺게 된다.

 
필로멜 코티지

몇 천 파운드 유산을 받은 알릭스에게, 자존심 강한 남자친구 딕은 오히려 청혼을 망설이고, 친구의 집에서 제럴드를 만난 알릭스는 일주일만에 약혼한다. 그 후 꿈에서 딕이 찾아와 제럴드를 죽이며, 자신은 오히려 기뻐하며 딕에게 감사하는 꿈을 꾸는 알릭스. 그러던 중 제럴드의 방에서 신문기사를 발견하게 된다. 

 

기차를 탄 여자

기차에서 만난 의문의 여자. 카토니아 왕국의 대공비 아나스타시아로 알고 있었지만, 사실 대공비가 사랑하는 남자의 여동생. 어쨌든 조지 롤런드에게는 아름다우면서도 후작 아버지를 둔 여자와의 결혼과, 그로 인한 거부 삼촌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6펜스의 노래

크랩트리 양이 사망한다. 범인은 집안에 있던 사람. 충실한 하녀는 집안 사람들은 범인이 아니라고 하고, 식구 중 한 숙녀는 십여년 전의 인연으로 왕이 임명한 칙선 변호사 에드워드를 찾아와 범인을 밝혀달라고 한다. 범인은 결국 하녀의 출소한 아들. <주머니 속의 호밀>의 그 마더구스의 노래가 여기에도 등장한다.


진짜 사나이, 에드워드 로빈슨

상식적이며 신중한 모드는 훌륭한 아내가 될 수 있겠지만, 때로 그녀 앞에서 짓눌린 지렁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로빈슨. 한 신문사에서 개최한 시합에서 1등을 한 상금으로 늘 꿈꾸던 차를 사지만, 그 차 때문에 모험에 휩싸이게 된다. 유명 인사의 지루함을 탈피하기 위한 목걸이 강도 소동.  24시간 후 모드를 만난 에드워드 로빈슨은 진짜 사나이가 되어 나타난다.


사고

앤터니 부인이었던 메로우든 부인. 앤터니는 '사고'로 사망했다. 메로우든 부인의 계부도 '사고'로 사망했다. 전직 경감인 에번스는 친구 헤이독 대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뛰어든다. 크리스티의 단편 중 가장 반전이 놀라웠던 작품.

 
제인은 구직 중

스물다섯에서 서른 사이, 금발에 푸른 눈, 170센티미터의 날씬한 몸매, 검은 눈썹과 속눈썹, 곧게 뻗은 코의 소유자로, 흉내를 잘 내고 불어를 할 줄 아는 아가씨를 찾는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간 제인 클리브랜드. 오스트로바 왕국의 폴린 대공비의 대타인 줄 알았던 그녀는 자신이 미국 여자 강도의 대타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진짜 대공비가 파리에서 운전수와 눈이 맞아 달아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며 파렐 경감은 그녀를 안심시키고, 똑같아 보이지만 굽이 다른 신발을 신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기묘하다는 느낌을 받고 제인을 뒤쫓아온 남자는 화가가 되고 싶어 6년간 집을 떠났지만 결국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돌아온 '신발 왕'의 아들. 이제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찾았다는 그. 결국 제인은 구직에 성공한다.


일요일의 열매

모퉁이에서 과일을 산 에드워드와 도로시. 체리 바구니 바닥에는 핏빛 붉은 돌들로 길게 이루어진 반짝이는 사슬이 나타나고, 신문에는 5만 파운드에 상당하는 루비 목걸이가 분실되었다는 기사가 나온다. 경찰에 알릴 것인지를 두고 순간 갈등하는 두 사람. 결국 하루가 지나 마음을 굳게 먹는데, 다음날 기사에 실린 루비 강도의 검거 소식. 그리고 같은 신문에 실린 기발한 광고 전략. 과일 바구니 쉰 개 중 하나당 모조 목걸이가 들어 있는 판매 방식이 매주 일요일마다 벌어지며, 목걸이는 해당 금액에 비하여 훌륭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크리스티는 럭키백 창시자?

  
이스트우드 씨의 어드벤처

소설가 이스트우드 씨는 오이의 미스터리로 글을 쓰려고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 주소를 불러주며 그쪽으로 와 달라고 하며 끊어버리는 여자. 잘못 걸려온 전화니까 무시해버릴듯도 하지만, 마지막으로 암호명은 오이라고 말한 탓에 혹시 어떤 계시같은 느낌이 들어 그곳으로 향한다.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자마자 경찰 두 명이 들이닥치고, 이스트우드 씨는 여인을 안심시키고 자신이 범인이 아님을 밝히며 자택으로 데려가 수사를 허용한다. 한 사람이 이스트우드에게 스페인 숄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이, 다른 사람은 자택에서 값어치가 나가는 물건 일체를 약탈해 사라지고, 이윽고 다른 사람도 핑계를 대며 빠져나온다. 잠시 후 발가벗겨진 집을 보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 이스트우드는 좌절하던 도중, 오이에서 스페인 숄로 소설의 소재를 바꾼 후, 재빠르게 타자를 쳐나가기 시작한다.


황금 공

부유한 삼촌으로부터 이제 더 이상 기회를 줄 수 없다고 통보받는 조지. 친척에게 버림 받아 길거리로 나앉은지 여섯 시간 만에 연봉 2만 파운드를 얻어냈다고 당당하게 삼촌에게 통보한다. 아름답고 유명한 사교계 아가씨는 신랑감을 찾기 위해 자신의 저택에서 사람을 고용하여 청년들을 테스트하고 있었던 것. 조지는 열한 번째 남자로, 유일하게 메리를 구해낸 남자. 손수레에서 파는 2펜스 바나나 한 개로 결국 결혼에 골인한다.


라자의 에메랄드

분수에 넘치도록 돈을 쓰게 부추긴 그레이스. 정작 제임스는 허름한 하숙집에 묵고 있으며 그레이스는 친구들과 호텔에서 묵고 있다. 3년 동안 사귀어 왔지만,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신실한 남자의 사랑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그레이스. 그곳에서 솝워스라는 남자와 어울리며 솝워스가의 여자들과 늘 몰려 다니는 그레이스. 제임스는 급한 김에 남의 탈의 막사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수영을 즐긴 후, 다시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다가 막사의 주인들이 돌아오는 통에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알고 보니 잘못 입은 옷. 거기에다 바지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도난당한 에메랄드. 다시 그곳으로 가 바지를 조용히 바꿔 입으려다 경찰에게 적발되고, 그 사람이 진범임을 눈치챈 제임스는 기지를 부려 범인을 검거하고, 에드워드 경에게 대접을 받으며 에메랄드의 주인인 라자까지 만나게 된다.


백조의 노래

유명한 오페라 스타 폴라 나조르코프 부인.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그녀는 토스카를 고집하고, 상대남자는 식중독에 걸린 와중에 이제는 은퇴한 유명한 바리톤 브레온에게 대신 무대에 서줄 것을 부탁한다. 막이 오른 무대에서, 나조르코프는 전무후무한 연기를 펼치고, 자신의 역할에 완전히 몰입한 나머지 같이 연기하고 있던 브레온을 칼로 찌른다. 젊은 시절, 이탈리아에서 머물던 브레온은 궁벽한 극장에서 토스카를 부르던 비앙카 카펠리를 보고 그녀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선한다. 브레온은 비앙카를 원했지만 그녀는 애인에게 충실했고, 사형 선고를 받게 된 애인을 구하기 위해 비앙카는 브레온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브레온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결국 애인이 사형당하고, 비앙카는 수도원에 들어간다. 바로 그녀가 나조르코프였던 것. 그야말로 백조의 노래. 나조르코프는 서른 해의 무대 생활을 되돌아보며 더이상 토스카를 부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활짝 핀 목련 꽃

빈센트 이스턴은 시어도라 다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사랑의 도피 중 남편의 회사가 위기 상황이라는 기사를 보고 시어도라는 다시 남편에게로 돌아오고, 자신을 파멸시킬 서류를 빈센트가 가지고 있다는 말을 남편에게 듣고 다시 빈센트에게로 간다. 서류를 받고 그 자리에서 태워버린 후, 이제는 정말 그와 끝이라고 생각하고 남편으로 돌아온 시어도라. 문득 남편이 자신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를 생각하고 집을 나온다. "수많은 세월이 흘렀다. 아니면, 찰나의 시간이었을까? 창문 밖에서 뭔가 팔랑팔랑 떨어졌다." 활짝 핀 목련 꽃과 같은 그녀의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는 순간까지의 이야기. 


강아지와 함께

강아지 때문에 좋은 기회도 잃고 경멸하는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조이스. 강아지가 죽고 나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할 필요도 없어지고 놓쳐야 할 것 같던 기회도 얻게 된다.

재봉사의 인형

시빌과 앨리시어는 맞춤옷가게를 동업한다. 어느 날 어느 경로로 생긴지 모르는 인형이 가게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 같은 늑미을 받게 된다. 불쾌감을 느낀 앨리시어는 창밖으로 인형을 던져 버리고, 한 소녀가 그 인형을 집어들며 사랑이 필요한 이 인형을 자신이 사랑해 주겠다며 안고 간다.


희미한 거울 속

친구 닐의 집에 놀러갔다가 거울 속에서 한 남자가 여자의 목을 조르는 환영을 보게 되고, 그들은 닐의 여동생 실비아와 그녀의 약혼자 찰스임을 알게 된다. 실비아는 경고를 받아들여 약혼을 파기하고, 전쟁으로 닐과 찰스는 사망한다. 종전 후 실비아와 결혼하고, 무섭게 질투에 시달리던 도중, 실비아는 예전의 그 집으로 가버리고, 그 뒤를 쫓아가다가 자신이 거울 속에서 봤던 환영을 재현하고 만다. 순간 놀라서 정신을 차리고, 이후 질투심은 없어졌으며, 부부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굳건하게 다지며 원만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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