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경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23
펠 바르.마이 슈발 지음, 양원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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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가 없지만 대체로 노르웨이, 스웨덴,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를 합한 5개국을 가리키는 지명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처음으로 읽은 서유럽 작가의 책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처음으로 읽은 북유럽 작가의 책은 기억이 난다.
서유럽이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이른바 수많은 세계문학과 고전이 대부분 서유럽 작가의 책이니 가장 처음 읽은 서유럽 작가의 책은 알 리가 없다.
물론 어릴 때부터 접했던 수많은 동화들부터 거슬러 올라간다면 안데르센 동화도 있으니 뭐가 처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동화를 제껴놓고 머리가 굵어진 청소년기부터 한정을 한다면 확실히 북유럽 작가의 책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읽은 것 같다. 부끄럽지만.

북유럽 작가의 책이라고 인식을 하면서 읽은 첫 책은 소피의 세계이다.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떄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고, 여기에 나온 철학의 세세한 내용을 전부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마치 끌려들어가듯이 매혹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 부분에 다다랐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기억난다. 한편으로는 슬펐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태어난 작가의 책이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아마 고등학교 때 아니면 대학교 때 읽은 것 같은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작가가 역시 덴마크 코펜하겐을 배경으로 쓴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감각적이다. 스밀라는 소설가 김연수의 말처럼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자다.
그 다음으로 읽은 책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웨덴에서 태어난 작가가 스웨덴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살아온 백 년의 세월을 한 편의 코미디로 풀어낸 소설이다. 앞의 두 소설보다는 유쾌하지만 마냥 가볍지는 않다.

아, 그리고 무민 시리즈도 있구나.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대해 읽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인데. 핀란드 헬싱키에서 태어난 작가다.

그러고 보니 의도한 것은 아닌데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작품을 차례로 열거하였다. 빠진 것은 아이슬란드인데. 몇 년 전 북유럽 여행을 갔을 때 공교롭게도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네 나라를 갔었다.
모든 여행지는 유일무이하지만, 그 특유의 서늘하고도 고아한 느낌이 북유럽에 머무는 동안 빠져들듯 좋았고, 귀국한 후에도 그리워 주기적으로 북유럽 작가의 책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꽤 흘렀는데 앞으로 언제나 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의 추억은 힘들 때마다 꺼내보게 된다.
아이슬란드 작가의 책을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은 것은 아마 내가 그곳을 가보지를 않았기 때문이겠지.

이 책은 생소한 스웨덴식 이름이나 지명에만 익숙해지면 금세 빠져들 수 있는 책이다. 사건의 시작에서 결말에 이르는 부분까지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야무진 느낌이다.
작가 부부가 마르틴 베크가 나오는 10권의 추리 소설을 처음에 기획하고 북유럽 복지 국가로 알려져 있는 스웨덴의 사회문제를 고발하려고 계획을 세웠다는데, 도중에 남편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후 10권이 전부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알라딘에서 검색하면 타 출판사에서 나온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7권까지 나오는데, 이게 전부인지 아니면 번역이 안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리뷰들로 짐작하기로는 남편이 사망한 후에도 아내가 10권까지는 전부 출판한 것 같기는 하다.
참고로 이 소설에는 당시 스웨덴의 풍경이 그려지기는 하지만 사회비판적 요소가 많이 강하지는 않다는 개인적인 판단이다.

아,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여기다.
"결국 모두들 경찰을 필요악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세. 어떤 인간이라도 언제 어느 때, 의지할 곳은 경찰뿐이라는 상황에 말려들지도 모른다는 걸 모두 알고는 있어. 그야 상습적인 범죄자들도 예외는 아니지. 강도 역시 그렇겠지. 밤중에 자기 집의 지하실에서 수상한 소리가 나서 눈을 뜨게 되었다면 그는 어떻게 할까? 물론 경찰에 전화하겠지. 그러나 그런 상황과는 인연이 없는 때 경찰이 덮치거나 마음의 평화가 어지럽혀지면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포나 경멸로서 대응해 오거든."
나만 여기를 뽑은 것 같지는 않고 이 책을 읽은 수많은 독자들이 이 부분을 인상깊게 읽은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분들이 이 부분을 고른 이유는 나와 완전히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고?
하필 이 부분을 읽을 무렵 대한민국이 모두 알고 있는 파렴치한 범죄자의 집에 들어가 그 범죄자를 공격한 20대가 있었고, 그의 아내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뉴스가 나왔거든.
그야말로 이 내용 그대로 아닌가.
반복해서 이 부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 범죄자를 잡았고, 그 범죄자를 공격한 20대를 잡았던 수많은 경찰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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