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벌레

황금벌레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병철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동서 미스터리 북스 시리즈의 첫번째 권이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집이라는 것은 적절하다. 포는 현재 추리소설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사람이고, 그의 소설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은 최초의 추리 소설이자 그 소설에 등장하는 뒤팽은 이후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들의 조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탐정 뒤팡과 화자와의 관계는 홈즈와 왓슨과의 관계와 너무나 유사하며 흔히 말하는 뒤팡 3부작인 모르그가의 살인,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 도난당한 편지 중 도난당한 편지는 홈즈의 활약상을 다룬 소설에 거의 그대로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릴 때 제일 먼저 읽었던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은 검은 고양이로,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저 어릴 때에는 특유의 음산하고 괴기스러운 분위기에 끌려 술술 읽었다면, 오히려 성인이 되어서 지금 읽기에는 거북하여 툭툭 걸리는 느낌이 든다.
어릴 때 접했던 작품들이 얼마나 잔인한지 모르고 있다가 커서 다시 접했을 때 뒤늦게 깨닫고 놀라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무튼 포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포를 추리 소설의 작가로만 여기는 것은 그의 일부만을 보고 내리는 성급한 판단이다.
현대적인 추리 소설의 매니아라면 이 책에 실린 일부 소설들이 비과학적으로 느껴져서 답답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게 바로 포라는 생각이 든다.
철저하게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추리 소설, 그리고 현대 과학이나 이성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오컬트적인 요소가 담긴 소설. 이 이질적인 부분들을 모두 각각의 매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가 바로 포이다.

검은 고양이: 두 말하면 입 아픈 포의 대표 소설. 한동안 이 책 때문에 이유 없이 고양이를 무서워했다. 지금은 검은 고양이를 특히 좋아하지만.
어셔 집안의 몰락: 유전이 되는 히스테리는 이 당시 지식인들에게 엄청난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현대 뇌과학으로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그 당시 과학 수준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부분이었기에 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지식인들이 공포를 느낄만 하지 않을까.
모르그 거리 살인: 뒤팡 시리즈 첫번째.
라이지아: 검은 고양이의 다른 버전?
윌리엄 윌슨: 데미안 또는 환각과 망상
적사병의 가면: 가면을 보고 미친 것이 아니라 보기 전부터 이미 미쳤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 뒤팡 시리즈 두번째.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소설을 읽었으면 대체 이게 뭐야? 하고 결말에 허무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이 소설을 접하게 되면 미디어의 본질을, 나아가 인간의 본질의 일부를 포가 얼마나 날카롭게 꿰뚫었는지 알 수 있다.
문장을 읽는 순간 그 자리에서 멈추게 되고, 다음 문장으로 나아가기 전에 한 번 더 문장을 읽게 만들었던 바로 그 문장.
일반적으로 신문이 목적하는 바는 진실을 뒤쫓는 일보다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는 것, 문제점을 내세우는 일임을 우리는 잊어선 안 되네. 진실의 추구는 그것이 동시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듯싶은 경우뿐이지. 평범한 견해에 단순히 동조하는 신문은 (그 견해가 아무리 뚜렷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할 지라도) 대중으로부터 좋은 평을 듣지 못하는 거야.
(P. 175)
황금벌레: 암호문을 알아맞힐 때 E를 제일 먼저 찾는 이유
도둑맞은 편지: 뒤팡 시리즈 세번째. 홈즈와 아이린의 에피소드는 이걸 그대로 가져왔다.
아몬틸라도 술통: 50년 동안 편히 쉬어. 술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겠지?
절름발이 개구리: 소름끼치는 복수
범인은 너다: 고래뼈의 활약
말하는 심장: 검은 고양이의 다른 버전?
군중 속의 남자: 그 노인은 알기 어려운 범죄인의 전형이며, 천재이다. 그는 혼자 있기를 거부한다. 그는 군중 속의 남자이다. 따라가는 것은 헛수고이다. 그에 대해서, 그의 행동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마 '읽을 수 없는' 신의 가장 큰 자비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P. 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