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장이 너무 많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24
렉스 스타우트 지음, 김우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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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대량 생산된 물건이 아니라, 구석구석까지 손수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은 척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갈색 케이프를 걸치고 역시 갈색 천으로 된 모자를 비스듬히 쓴 키가 크고 뚱뚱한 사나이와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그 손을 놓더니 짐꾼의 뒤를 따라 남자보다 앞서 우리가 탄 뒤칸에 올라탔다.

'내 재산이라고는 이 마음뿐인데, 그 마음을 이토록 빼앗길 줄 알았더라면 아예 눈을 가려버릴걸.'


"이것으로 세 번 죽게 되는 셈이군요. 래스지오는 아직도 더 죽어야 합니까?"


여기까지만 읽어도 알 수 있다. 죽을 사람은 래스지오. 이 사람을 죽일 이유를 가질 사람이 너무나 많은 상황.


제목은 요리장이 너무 많다 인데 원제는  Too Many Cooks 라고 한다. chef 라고 해야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리장은 영어로 first cook이라고 한다.

요즘 쿡방이 많아서 쉐프라는 단어가 익숙해서 둘 차이가 뭐지 하고 찾아봤는데

cook은 요리를 하는 모든 사람을 뜻하고, 쉐프는 원래 프랑스어로 영어 단어 chief 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ceo 할 때의 그 chief 이다. 

그러니까 요리에만 국한되어 있는지, 매니지먼트를 하는 수장의 역할까지 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요리사들은 chief 가 아니라 cook이 맞겠다. 그리고 그 요리사들 중 최고인 장이 맞는 것이고. 다만 그것은 주방에서만 가능하고. 

실제 경영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chef 와는 달리 권한이 제한적일테고, 어떤 상황에서는 눈뜨고 당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래스지오라는 악인에게 다들 무력하게 당하고 있는 것일 테지.


우리나라 쿡방에 나오는 쉐프들은 직접 레스토랑을 경영하기 때문에 chef 가 맞을 것이다.



15명의 명요리장


헬로메 벨린-상 레모의 코리도나

레옹 블랑-보스턴의 윌로 클럽

램지 키스-캘커타의 헤이스팅즈 호텔

필립 래스지오-뉴욕의 처칠 호텔

도메니코 롯시-런던의 엠파이어 카페

피에르 몽도르-파리의 몽도르

마르코 뷰크식-뉴욕의 라스터맨

세르게이 발렌코-퀘벡의 샤토 몽칼므

로레느 코인-샌프란시스코의 래턴

루이 세르반-웨스트 버지니아의 카노와 수퍼


펠리드 칼터-이스탄불의 카페 드 유럽

앙리 터슨-카이로의 셰퍼드 호텔


고인

아르망 플루리-파리의 플루리

바스컬레 도노플리오-마드리드의 엘도라도

잭 발랜-더블린의 에메랄드 호텔


사망한 래스지오는 뷰크식의 아내를 가로챘고, 블랑의 지위를 빼앗았으며, 벨린이 가장 아끼는 제자를 훔쳐갔다. 그 외에도 비열한 짓은 많이 한 것 같은데 이 남자가 죽은 것이다.


이 경우 세 명에게 혐의가 일차적으로 돌아가고,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며, 범인이 밝혀지는 구조이다.


보통 이런 추리 소설의 경우 중간에 지루하기 마련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첫째는 탐정 울프에 못지 않게 그의 조수인 굿윈이 매력적인 캐릭터이었기 떄문이고(고용주에게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그 연장선에서 고용주를 은근히 아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초대받은 것처럼 요리를 비록 입으로 맛을 볼 수는 없을 지언정 글로 읽으면서 이게 어떤 요리이고 어떤 맛일까 하고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잘 모르는 내용이 훨씬 많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거웠다. 잔인한 살인 사건과 그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고급 요리가 등장하는 다소 흥청망청한 파티의 느낌. 아마 소설을 읽은 지금이 연말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렉스 스타우트는 여러 탐정을 소개했지만, 가장 인기있는 것은 역시 네로 울프라고 한다. 약 70여편 정도의 작품이 나왔지만, 우리 나라에 소개된 것은 3개 정도라고 하니 안타깝고 궁금하다.


렉스 스타우트의 네로 울프 시리즈는 70권을 넘어가지만 국내에 번역 출간된 것은 세 권 뿐. 그리고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그 중 두 권이 집밖에 거의 안나가는 명실공히 안락의자 탐정인 네로 울프가 부득이하게 저택 밖으로 나가는 이야기라고. 


그 작품 세 개는 독사, 요리장이 너무 많다, 챔피언 시저의 죽음이라고 한다. 이렇게 적어 놓아야 언젠가 이 리뷰를 들쳐볼 때 읽어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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