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아웃케이스 없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오노 마치코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한 십 년 되었나? 그 정도까지는 아닌지도 모르지만, 내 기억 속에 꽤 오래 전이라고 여겨지는 시간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기억이 하나 있다. 당시 집에서 구독하던 신문의 한 섹션에서 일본 드라마의 한 주인공을 인터뷰한 것이다.

 

그 인터뷰의 내용도, 주인공도 정작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료마라는 사람을 다룬 역사 드라마였다는 것. 내가 그 일을 기억하는 이유는, 왜 우리나라 일간지에서 두 면이나 할애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일본 배우와 인터뷰를 하고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에 대해서 이렇게 관심을 기울였는가?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 긴 인터뷰 내내 내 기억에 남는 단어는 '료마'라는 사람이었기에, 아마도 이 인물이 일본 역사에서 큰 역할을 한, 국민적 영웅이로구나, 이 정도까지만 알고 있었다.

 

사카모토 료마는, 에도 막부를 타도하고 메이지 유신에 영향을 준 인물로, 쇄국과 개화의 갈림길에서 과감한 결단으로 일본 역사를 개척한 인물이다. 물론 나중에 안 사실이다. 어떻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보고나서 주연 배우를 검색하면서.

 

참 이상한 게,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내 머리에 남는 것은 주연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였다.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배우인데, 한국의 정우성과 흡사한 외모에 키도 크고 목소리마저 훈훈한,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이다. 영화에서도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나오는 그는,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완벽주의자이다. 감독조차도 그를 캐스팅한 이유 중 하나로 "져본 적이 없는 남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던 그가,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으며,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6년간 키워온 아들이 내 친아들이 아니었다는 이 기막힌 이야기. 실제로 내 친아들이 크고 있는 그 집과 우리 집은 경제적, 사회적 수준이 너무나 다르다. 자기 인생에서 늘 최고를 지향하기에 하나뿐인 아들을 사립 초등학교에 보냈고, 아들이 승부욕이 없고 지나치게 순한 것을 안타까워했던 아버지. 전기상회를 하고 있는 아버지와 파트타임으로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는 어머니, 두 동생과 시골에서 크고 있던 자신의 친아들은 마치 생물학적 동일함을 입증하는 것처럼 순순히 친아버지에게 수긍하지 않는다.

 

물론 이 영화가 수작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기 때문이 아니다. 키워준 아버지와 똑같이, 음료수의 빨대를 씹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보여주거나, 이 모든 사건을 저지른 사람의 집에 찾아간 아버지가, 그녀가 키워준 아들이 자신에게 맞서 어머니를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부모란 단순히 유전적인 동일함만을 공유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기른 정과 낳은 정, 어느 한 쪽으로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고, 모든 사실을 그저 보여주며,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고 성장해 나가는지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참 아름답고 서정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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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07-07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 싶네요

마고할미 2015-07-07 21:50   좋아요 0 | URL
좋은 영화입니다^^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