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탄생 10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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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 있던 의사는 혹시 의사가 필요할 경우 자기가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은 다시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두 손만 가지고는 의사 노릇을 할 수가 없었다. 의사는 약이라는 화학적 합성물을 이렇게 저렇게 섞어서 치료를 한다. 그러나 이곳에는 그런 물질은 흔적도 찾을 수 없고, 그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없었다. 게다가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병적으로 창백해진 모습을 눈치챌 수도 없고, 핏줄이 붉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도 없었다. 자세한 진찰을 해보지 않아도, 이런 외적인 징후가 병력에 대한 기록만큼 많은 것을 말해 주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점액이나 피부의 색깔만 가지고도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따라서 이렇게 눈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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