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리들리 스콧 감독, 맷 데이먼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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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꿈은 우주비행사였다.

 

아마도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지구에서 벗어나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경험은 못했을지라도, NASA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그리고 마션에 이르기까지. 우주 공간을 그리는 SF 영화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겠지만, 최근에 나오고 있는 우주 영화는 판타지보다는 과학에 확실하게 기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상상의 분야가 아니라, 언젠가 반드시 일어날 수 있는, 적어도 내 인생에서 화성으로 이주할 선택이 언젠가 주어질 것 같은 느낌도 드는 요즘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의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리들리스콧이라는 거장의 영화화, 예일대 출신의 배우라는 아우라(?)를 가진 맷 데이먼 주연. 완벽하구나.

 

실제로 맷 데이먼은 명문대 출신으로 '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배우다. 실제 명문대 출신이라서일수도 있지만, 맷 데이먼은 늘 지적인 역을 맡았을 때 가장 빛났던 것 같다. 여기서의 식물학자의 역할도, 실제 맷 데이먼이라는 배우가 식물학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지는 상관 없이 정말 그가 지구의 대표로 우주에 다녀올 만큼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의심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 영화에는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속 NASA의 모든 인물을 비롯하여 전인류가 마크 와트니의 무사 생환을 기원한다. 등장 인물인 마크 와트니의 캐릭터도 진취적이고 낙관적이다. 아마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도 없고 약혼녀도 없는 상태로 설정한 것은, 혹시나 이 영화가 신파로 빠질 가능성을 막는다.

 

나는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마션 원작 소설을 미리보기로 보았고, 일부만 읽은 상태에서 책을 구매하여 읽기로 마음 먹었다. 일부만 봤을 때는 문장이 단순하고 기능적이어서 영화를 뛰어넘는 소설만의 재미는 잘 느껴지지 않았고, 아마도 읽으면서 맷 데이먼과 마크 와트니를 떼어 놓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물론, 아마도 읽으면서 전문적인 과학 지식이 마구 쏟아질 것 같아서 기대 반, 우려 반이 들기는 하지만, 그런 면에서 나는 한편으로 도전을 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이건 첨언이지만, 만약 이 영화가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진다면 누가 주인공으로 적당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일반 재난 영화가 아니라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 비슷한 영화가 절대 나오지는 못하겠지만. 그러고보면 참 안타깝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역할에 딱 맞는, 오히려 능가하는 배우는 우리나라에 많을 것이고, 리들리 스콧만한 연출가도 있을 것이고, 촬영감독도, 컴퓨터 그래픽 기술자도, 전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딱 하나, 이 영화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절대 될 수 없는 영화다. 변변한 우주인, 우주 탐사 도 진행하지 못하는 나라이니까. 반면 영화에서 중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설정을 보면서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어린 시절 잠시나마 품었다가 좌절되었던 우주를 향한 내 꿈이 떠오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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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 아웃케이스 없음
이윤기 감독, 임수정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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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이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은 것은 곧 개봉하는 전도연, 공유 주연의 남과 여 때문이었다.

핀란드라는 미지의 세계(나에게 완벽한 미지의 세계는 아니다. 나는 핀란드를 다녀온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으니까. 여기서 미지란 것은 먼 북쪽 나라이자 우리에게 덜 알려져 있는 나라인 핀란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작년에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북유럽 여행을 다녀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좀 아쉬웠다. 다녀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 영화를 보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마음껏 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테고, 어떻게든 실재가 그 상상을 뛰어넘기는 어렵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를 배경으로 한 남과 여의 사랑. 아, 이미 내가 밟아버린 땅이라는 게 아쉽다.

 

아무튼, 그 영화에 대한 정보를 보다가 감독이 멋진 하루와 여자 정혜의 이윤기감독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본 그의 두 영화는 어떤 면에서는 닮았지만, 완전히 구별되는 영화이다. 오히려 동일한 감독이 아니라, 비슷한 성향의 두 감독이 각각 만든 영화라고 느껴질 정도로.

 

그러고보니 두 영화에 대한 리뷰를 내가 쓰지 않았다. 멋진 하루를 보면서 하정우라는 배우에 대해 감탄하고, 역시 전도연이구나 하고 느끼며 원작 소설까지 찾아보았던 기억이 생생한데... 언젠가 포스팅해야지.

 

이윤기 감독의 영화 중 러브 토크는 엄청 보고 싶지는 않은데, 이 영화와 한효주 주연의 아주 특별한 손님은 참 궁금했다. 아마도 주연 배우 때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겠지만. 이미 수많은 포스트로 인해 이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데다가 이윤기 감독의 스타일과, 예고편을 보았을 때 대략 어떤 식으로 흘러갈 지 짐작은 되었지만. 그러다 오늘, 보게 되었다.

 

비도 안 오고, 이렇게 화창한 날에, 이렇게 영화 내내 비가 오는 영화가 보고 싶어지다니.

나도 내 마음 상태가 궁금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어떤 개인적인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아, 오늘이... 그래서 내가 이 영화를 갑자기 보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화는 차 안에서 시작된다. 눈이 부시도록 맑은 날. 남자는 운전을 하고 있고, 여자는 조수석에 앉아 있다.

여자는 일 때문에 일본에 갈 예정이고, 남자는 김포 공항에 그녀를 데려다 주고 있다.

남자는 도심에 있는 작업실을 정리하고 집에 있는 지하실에서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업이 있을 때마다 집에 들어오지 못했고, 함께 있을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부실한 기내식을 먹어야 하는 여자를 걱정하고, 외국에 가는 김에 좀 더 기간을 연장하여 놀고 오지 않는 여자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무심히 여자의 남자 동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그를 칭찬한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여자가 입을 연다.

집을 나갈 것이라고. 헤어지자고. 당신도 알고 있는 일 아니었냐고.

 

화면이 바뀌고 비가 내린다.

남자와 여자가 살고 있는 집 안. 여자는 집을 청소중인 것으로 보인다.

청소중인 것으로 보였는데, 짐을 정리하고 있다.

그런 아내에게 맛있는 커피를 타다 주고, 아끼던 그릇을 싸주는 남편.

거기에다가 둘이 함께 마지막으로 먹는 식사를 위해 근사한 레스토랑에 저녁을 예약했다.

꼬치꼬치 캐묻지도, 소리지르지도, 욕하지도, 화내지도 않는다.

너무 착한 것일까, 지은 죄가 많아서 차마 따질 염치가 없는 것일까, 그냥 바보인 것일까.

영화는 끝까지 여기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설명이 없기에, 보는 사람은 스스로 상상하며 과거와 현재의 자신의 상황을 대입하게 된다.

내가 그랬듯이.

 

연애했고, 결혼한 지 5년이 되었고, 아이는 없다.

남자는 건축 관련 일을 하고 있고, 여자는 출판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원래 남자는 설계를 하고 싶어했으나 다른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이며,

여자는 요리책을 출판했던 적이 있고, 현재 불륜 관계의 남자는 아마도 일 때문에 만난 사진 작가로 보인다.

남자가 여자에게 만들어 선물했던 인형, 둘이 함께 보고 파스타를 만들었던 요리책 등 짐을 정리하면서 둘 만의 추억이 계속해서 나오고, 끝까지 '나이스'한 모습을 보이지만 언제 폭발하지 몰라 보는 이로 하여금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휴화산 같은 남자와, 그것을 참지 못해 살짝 폭발하려다 말다가 하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작은 활화산 같은 여자의 모습이 보여지던 중, 갑자기 빗속에서 길을 잃은 고양이가 집 안으로 들어오고, 남자의 손에 상처를 남기고 집 안 어디론가 숨어 버린다. 이윽고 부부의 집을 방문한 고양이의 주인 부부는 쏟아지는 비로 시내로 나가는 다리가 폐쇄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여자를 찾는 전화가 걸려온다. 아마도 여자의 애인이자 영화 시작할 때 차안에서 남자가 일부러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 여자의 남자 동료는 아직 정리할 게 남았냐고 여자에게 묻고, 비가 많이 와서 다리가 폐쇄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여자에게 그럼 내일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는다.

 

헤어지기 직전의 남자와 여자에게는 하룻밤이 더 남은 상황.

 

고양이 주인 부부는 고양이를 찾게 되면 연락해 달라고 하며 떠나고,

남자와 여자는 예전에 그들이 했던 방식으로 파스타를 만든다.

양파를 썰던 남자가 눈물을 흘리고,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나오던 중 다시 눈물이 솟구친다.

파스타를 접시에 담던 여자 앞에 사라졌던 고양이가 나타나고, 여자는 조용히 중얼거린다.

괜찮다고.

 

극한 상황에 도달해서도 감정을 절제하는 주인공, 길을 잃은 고양이, 쏟아져 내리는 비. 여러 모로 한국 영화보다는 일본 영화에 가깝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본 소설을 영화화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멋진 하루도 일본 소설 원작이었는데. 화차도 그랬고.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에 대한 흔해빠진 소개말. 그러나 그보다 더 정확한 소개말이 있을까 싶다. 가까운 것은 당연히 지리적인 것이고, 먼 것은 역사, 풍습, 문화... 셀 수 없겠다. 그 중 하나는 아마도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은 정서. 관조적인, 냉정한, 절제하는 정서. 흔히 일본 작가의 작품을 한국에서 극화할 때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결정적인 부분이 이 일본 특유의 고요하고 가라앉은 정서를 어떻게 한국식으로 바꿀 것인가에 사활이 걸려있다고 본다. 흥분하지 않는 것이 바로 그 작품에 끌리게 되는 요소이지만, 그것을 그대로 한국으로 가져와버리면 굉장히 우스워지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두 주인공을 바로 옆에서 훔쳐본다는 느낌이 든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연극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멋진 하루도, 화차도, 손예진과 감우성이 출연했던 드라마 연애시대도, 김명민의 출세작인 하얀 거탑도, 주제의식과 내용과 소재는 그대로 가져오되, 그것을 한국식으로 토착화시킴으로써 어딘지 모르게 신선한 느낌이 들면서도 내 직장 동료, 어릴 때 친구, 대학 동창의 이야기처럼 친숙한 느낌을 동시에 주었는데, 이 영화는 아무래도 그런 면에서 실패한 것 같다. 만추나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했던 두 주연 배우를 생각하면 이 영화의 어색함은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한 사람의 잘못 같기도 하고, 동일한 감독에 역시 일본 작가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던 멋진 하루에서 하정우와 전도연의 찰진 앙상블을 생각하면 연기자의 미숙함 때문일 것 같기도 하다.

 

"폭우로 고립된 집, 갑자기 침입한 고양이, 비 새는 집 등의 상징은 초급자용 퀴즈처럼 영화 여기 저기에 속출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긴시간 미동없는 카메라의 묵직함을 지탱하기 어려워보인다."

 

이 영화를 평가한 한 잡지의 편집장의 이 문장을 보고 바로 무릎을 쳤다.

 

P.S. 남과 여의 예고편을 보다가 작년에 다녀온 핀란드 여행 사진을 보게 되었다.

높은 산은 하나도 없고, 큼직큼직한 건물이나 도로도 거의 없으면서 온통 풀밭과 나무로 끝없는 녹색 평지가 펼쳐진 모습이 한없이 아득했던, 착륙하기 전에 점점 다가왔던 핀란드의 모습, 저녁 9시 반에 도착했는데도 백야 현상으로 대낮 같았던 헬싱키 공항, 단 두 시간의 어둠 후 서서히 해가 떠오르던 호텔 앞 호수의 새벽 4시 반의 모습, 지구상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 동화책의 그림에서만 보았던, 몸통은 하얗고 잎은 파란, 하늘 끝까지 솟아 있는 것 같은 삐쩍 마른 나무들, 하늘은 파랗고 햇살을 쏟아질 것 같이 눈부셔서 선글라스를 끼지 않고는 돌아다니기 힘들었던 날들. 끝없이 펼쳐진 선명한 녹색을 바라보며 이곳의 겨울은 어떨까 궁금하고 그리웠던 날들. 아, 기억이 생생해진다. 이제 남과 여를 보러 가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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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마이클 호프만 감독, 제임스 맥어보이 출연 / 이오스엔터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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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점을 보자.

7.0 어릴 때 읽은 전기와는 많이 다른 이야기

7.0 그녀의 사랑이 사적소유에 대한 집착을 벗어났더라면

6.0 결혼에 관한 흥미로운 초상. 톨스토이에 관한 형편없는 초상

6.0 귀여운 악처와 견딜 만큼 부대낀 남편

6.0 역시 가정사는 남들이 함부로 재단해선 안된다는 것

 

다음, 출연진과 제작진 목록을 보자.

제임스 맥어보이/발렌틴 불가코프 역-비커밍 제인과 엑스맨 시리즈의 히어로

어톤먼트-28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남우주연상

필스-34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남우주연상

헬렌 미렌/소피아 톨스토이 역-2003년 영국 DBE 작위를 얻었고, 2007년 미국 버라이어티지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 선정된 최고의 배우

1984년 칼의 고백-37회 칸느영화제 여우주연상

1995년 조지 왕의 광기-48회 칸느영화제 여우주연상

2006년 더 퀸-32LA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71회 뉴욕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63회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79회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주연상, 60회 영국아카데미상(BAFTA) 시상식 여우주연상, 6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

크리스토퍼 플러머/레오 톨스토이 역-사운드 오브 뮤직의 폰 트랩 대령

인사이더-34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 남우조연상, 25LA비평가협회상 남우조연상

비기너스-65회 영국아카데미상(BAFTA) 시상식 남우주연상, 84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6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우조연상, 37LA 비평가 협회상 남우조연상, 18회 미국배우조합상 영화부문 남우조연상

앤 마리 더프/샤샤 톨스토이 역-제임스 맥어보이의 아내

존레논 비긴즈 노웨어보이-30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여우조연상

폴 지아매티/블라디미르 체르코프역-2년에 8작품을 출연할 정도로 다작 배우, 신스틸러

사이드웨이-69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 남우주연상, 17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남우주연상

신데렐라 맨-12회 미국배우조합상 영화부문 남우조연상

세 번째 사랑-6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우주연상

 

그러니까 연기만 놓고 보면 그 나이대에서 가장 잘한다는 사람들을 캐스팅해서, 이름 들어본 적이 없을 리가 없는 세계적인 대작가의 인생 마지막을, 실제 그 당시 비서가 쓴 책에 바탕을 하여 만든 영화인 것이다. 일단, 실화이며, 최고의 작가의 마지막을 다룬 소재에, 연기로는 흠잡을 데 없으면서 수상 경력 또한 빵빵한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었는데, 전문가 평점은 7점이 되지 않는다. 여기까지 본다면 이 영화가 어떤 타입일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스토리와 연기에서 부족하지는 않지만, 비주얼이나 연출에서 부족하기는 하다는 것일 것. 참고로 이 영화의 일반 관객 평점은 8점을 넘어간다. 작가로서의 톨스토이보다,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톨스토이에 집중한 내용이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을,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을 주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내 개인적인 평을 덧붙이자면, 헬렌 미렌과 크리스토퍼 플러머의 명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한번쯤 볼만한 가치가 있으며, 영화를 보고 난 후 한동안 러시아 여행을 꿈 꿀 정도로 영화 속의 화면은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웠다는 것. 그리고 마이클 호프만의 연출도 극본도 조화롭고 우아했지만, 다른 감독이 만들었더라면 이 영화가 덜 평이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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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장고:분노의 추적자 - 일반판 - 아웃케이스 없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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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책을 보다가 지치는 순간이 왔다. 내가 있는 곳의 사정상 인터넷도 할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가면 그냥 덩그러니 산만 있다. 더 멀리 나가려면 차를 움직여야 하는데 며칠간 그럴 수도 없다. 말랑말랑한 소설책이라도 있음 좋으련만 아무리 찾아도 없다. 그렇다고 가벼운 에세이집을 읽기는 또 싫다. 나는 왜 이렇게 까탈스러운지. 그래서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리면, 결코 가볍지 않은 전문서적이기에 읽다가 지치는 순간이 또 찾아온다.
TV를 볼까?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봐도 마땅한 프로가 없다. 예능프로는 부산스럽고 드라마는 중반부부터라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이때 장고를 만났다.
케이블 TV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쉽디 쉬운 일이지만 의외로 보고싶은 영화를 처음 시작부터 방해받지 않고 끝까지 보는 행운은 자주 오지 않더라.

 

이 장고는 보지는 못했어도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 양쪽의 취향에 잘 부응했고 디카프리오가 악역으로, 그것도 조연으로 출연한다는 사실로 엄청나게 화제가 되었다. 물론 시대를 풍미하는 최고의 명배우가 나이가 들어 명작의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것은 세상의 이치일수 있겠지만 이 영화가 만들어질 때나 지금이나 디카프리오는 아직은 젊은 축에 속하고 대스타이다.

 

카톡으로 가족과 지인에게 안부를 묻다가 시들할 정도로 나는 활자에 지쳐있었고 단어와 문장이 지겨워진 상태였다. 그런 나에게 대사가 극도로 자제되어 있고, 건조하지만 강렬한 화면을 보여주며, 현대 음악과 클래식, 줌 인과 슬로우 모션을 적절히 구사하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장고는 그야말로 최고의 타이밍에 만난 셈이다.

 

중간 중간 힘든 부분도 있었다. 음식처럼 영화도 조미료 친 것, 치지 않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면 장고는 확실히 달착지근한 부분이 없다. 예전에 딱 한 번 먹었던 우래옥 냉면같은 맛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그러기에 이 영화는 건조하다. 좋은 명태로 알맞게 건조한 북어와 비슷하다.

 

평소같으면 개시도 하지 않았을 영화인데 하필 이런 날에 알맞게 나한테 온 영화다. 물론 디카프리오 덕분에 채널돌리기가 더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정말 좋아하는 배우. 어린시절 타이타닉을 보고 잠을 설쳤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오히려 나는 요즘이 더 멋있게 느껴진다. 작품을 선택하는 눈이 탁월하며, 매 작품마다 어떻게 연기해야 할 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요즘 가끔 케이블에서 볼 수 있는 타이타닉 때의 모습이 오히려 디카프리오의 실제와 가장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느껴질 정도로. 잘생긴 청춘 스타가 되는 것은 본인 노력과는 무관하며, 그렇다고 연기파 배우가 되는 것은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닌데, 소년에서 청년, 장년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레 이 과정을 이행해가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행운은 아닐 것이다. 브래드 피트나 탐 크루즈, 조지 클루니나 조니 뎁처럼 결혼하여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고, 그러면서 연기폭을 넓혀 가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되지만 디카프리오만큼은 그러한 '일상성'이 최대한 희미한 배우로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를 품에 안은 할리우드 대스타를 보면 친밀함이 드는 건 당연하지만 디카프리오만큼은 낯설고 신비하게 남아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그리고 올 해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도 함께 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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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아웃케이스 없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오노 마치코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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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십 년 되었나? 그 정도까지는 아닌지도 모르지만, 내 기억 속에 꽤 오래 전이라고 여겨지는 시간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기억이 하나 있다. 당시 집에서 구독하던 신문의 한 섹션에서 일본 드라마의 한 주인공을 인터뷰한 것이다.

 

그 인터뷰의 내용도, 주인공도 정작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료마라는 사람을 다룬 역사 드라마였다는 것. 내가 그 일을 기억하는 이유는, 왜 우리나라 일간지에서 두 면이나 할애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일본 배우와 인터뷰를 하고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에 대해서 이렇게 관심을 기울였는가?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 긴 인터뷰 내내 내 기억에 남는 단어는 '료마'라는 사람이었기에, 아마도 이 인물이 일본 역사에서 큰 역할을 한, 국민적 영웅이로구나, 이 정도까지만 알고 있었다.

 

사카모토 료마는, 에도 막부를 타도하고 메이지 유신에 영향을 준 인물로, 쇄국과 개화의 갈림길에서 과감한 결단으로 일본 역사를 개척한 인물이다. 물론 나중에 안 사실이다. 어떻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보고나서 주연 배우를 검색하면서.

 

참 이상한 게,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내 머리에 남는 것은 주연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였다.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배우인데, 한국의 정우성과 흡사한 외모에 키도 크고 목소리마저 훈훈한,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이다. 영화에서도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나오는 그는,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완벽주의자이다. 감독조차도 그를 캐스팅한 이유 중 하나로 "져본 적이 없는 남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던 그가,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으며,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6년간 키워온 아들이 내 친아들이 아니었다는 이 기막힌 이야기. 실제로 내 친아들이 크고 있는 그 집과 우리 집은 경제적, 사회적 수준이 너무나 다르다. 자기 인생에서 늘 최고를 지향하기에 하나뿐인 아들을 사립 초등학교에 보냈고, 아들이 승부욕이 없고 지나치게 순한 것을 안타까워했던 아버지. 전기상회를 하고 있는 아버지와 파트타임으로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는 어머니, 두 동생과 시골에서 크고 있던 자신의 친아들은 마치 생물학적 동일함을 입증하는 것처럼 순순히 친아버지에게 수긍하지 않는다.

 

물론 이 영화가 수작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기 때문이 아니다. 키워준 아버지와 똑같이, 음료수의 빨대를 씹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보여주거나, 이 모든 사건을 저지른 사람의 집에 찾아간 아버지가, 그녀가 키워준 아들이 자신에게 맞서 어머니를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부모란 단순히 유전적인 동일함만을 공유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기른 정과 낳은 정, 어느 한 쪽으로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고, 모든 사실을 그저 보여주며,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고 성장해 나가는지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참 아름답고 서정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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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07-07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 싶네요

마고할미 2015-07-07 21:50   좋아요 0 | URL
좋은 영화입니다^^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