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리들리 스콧 감독, 맷 데이먼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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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꿈은 우주비행사였다.

 

아마도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지구에서 벗어나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경험은 못했을지라도, NASA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그리고 마션에 이르기까지. 우주 공간을 그리는 SF 영화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겠지만, 최근에 나오고 있는 우주 영화는 판타지보다는 과학에 확실하게 기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상상의 분야가 아니라, 언젠가 반드시 일어날 수 있는, 적어도 내 인생에서 화성으로 이주할 선택이 언젠가 주어질 것 같은 느낌도 드는 요즘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의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리들리스콧이라는 거장의 영화화, 예일대 출신의 배우라는 아우라(?)를 가진 맷 데이먼 주연. 완벽하구나.

 

실제로 맷 데이먼은 명문대 출신으로 '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배우다. 실제 명문대 출신이라서일수도 있지만, 맷 데이먼은 늘 지적인 역을 맡았을 때 가장 빛났던 것 같다. 여기서의 식물학자의 역할도, 실제 맷 데이먼이라는 배우가 식물학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지는 상관 없이 정말 그가 지구의 대표로 우주에 다녀올 만큼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의심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 영화에는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속 NASA의 모든 인물을 비롯하여 전인류가 마크 와트니의 무사 생환을 기원한다. 등장 인물인 마크 와트니의 캐릭터도 진취적이고 낙관적이다. 아마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도 없고 약혼녀도 없는 상태로 설정한 것은, 혹시나 이 영화가 신파로 빠질 가능성을 막는다.

 

나는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마션 원작 소설을 미리보기로 보았고, 일부만 읽은 상태에서 책을 구매하여 읽기로 마음 먹었다. 일부만 봤을 때는 문장이 단순하고 기능적이어서 영화를 뛰어넘는 소설만의 재미는 잘 느껴지지 않았고, 아마도 읽으면서 맷 데이먼과 마크 와트니를 떼어 놓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물론, 아마도 읽으면서 전문적인 과학 지식이 마구 쏟아질 것 같아서 기대 반, 우려 반이 들기는 하지만, 그런 면에서 나는 한편으로 도전을 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이건 첨언이지만, 만약 이 영화가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진다면 누가 주인공으로 적당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일반 재난 영화가 아니라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 비슷한 영화가 절대 나오지는 못하겠지만. 그러고보면 참 안타깝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역할에 딱 맞는, 오히려 능가하는 배우는 우리나라에 많을 것이고, 리들리 스콧만한 연출가도 있을 것이고, 촬영감독도, 컴퓨터 그래픽 기술자도, 전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딱 하나, 이 영화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절대 될 수 없는 영화다. 변변한 우주인, 우주 탐사 도 진행하지 못하는 나라이니까. 반면 영화에서 중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설정을 보면서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어린 시절 잠시나마 품었다가 좌절되었던 우주를 향한 내 꿈이 떠오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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