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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카사베츠 감독, 라이언 고슬링 외 출연, 니콜라스 스파크스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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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에 반한 사랑, 신분 차로 인한 결별, 긴 시간 동안 서로를 향한 그리움, 오해와 엇갈림, 그리고 돌고 돌아 결국엔 재회, 죽을 때까지 해피 엔딩.

 

진부할려고 해도 이렇게 진부할 수 밖에 없는 소재가 이토록 인기를 끈 것은

 

약간의 비틀림으로 인한 반전 아닌 반전, 그리고 영화 촬영 당시에만 하더라도 그리 유명하지 않았던 주인공 배우들의 호연과 매력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해서 보게 되고,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잔상이 남는다거나, 계속 반복해서 보고 싶다거나, 하는 그런 영화는 절대 아니다.

 

이런 저런 생각 없이 가볍게 보고 싶을 때.

 

주말 밤, 시간은 있는데 갑자기 문득 외롭다거나, 미래에 대한 실체 모를 불안에 휩싸이거나

뭐가 문제인지도 모를 문제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거나, 한 잠 자고 일어나면 싹 사라질 걱정 때문에 고민이거나, 그도 아니면 그냥 펑펑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지 않을 때, 볼 만한 영화.

 

 

덧붙임.

 

아마도 이 영화의 감동을 증폭시키는 뒷이야기는,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니콜라스 스팍스의 장인, 장모의 이야기라고 한다. 분명히 있을 수도 있지만, 사실상 희박한 이야기, 누구나 마음 속으로는 꿈꾸지만, 그저 가슴에 묻어두고 가끔 꺼내 볼 경우가 훨씬 많은 그런 사랑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 남녀간의 사랑만큼 변하기 쉬운 게 어디 있을까. 살다 보면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이렇게 평생을 살다간 사람들이 있다는 그 사실 때문에, 위로받고 싶고 격려받고 싶고 응원받고 싶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감동받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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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베가스
존 터틀타웁 감독, 마이클 더글라스 외 출연 / UEK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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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볼 영화는 아니지만,

 

한 번 볼 때 평타 이상의 즐거움은 확실히 주는 영화.

 

잔잔한 재미, 훈훈한 반전, 유쾌한 감동.

 

 

출연진은 화려하다. 마이클 더글라스, 로버트 드니로, 모건 프리먼, 케빈 클라인. 대체 이 대단한 배우들을 데리고 어떻게 영화를 만들까 궁금했는데 오히려 시나리오가 힘을 쏙 빼서 그저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다. 네 할배들이 대체 이게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정도로 연기가 편안하고 여유가 넘쳐서 보는 내내 미소 머금고 봤다. 누군가는 뻔한 영화라면 볼멘소리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뻔하고 예측 가능한 스토리를 가지고 지루할 틈을 주지 않다니 역시 명배우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 보고 난 후에 든 의문점. 10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도 있듯이, 어느 한 분야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면 일정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알겠다. 몇십 년 동안 연기를 했던 저들처럼, 나이가 들면 어느 한 분야에서 자연히 저 위치까지 갈 수 있을까. 아, 물론 꾸준히 그 분야에서 젊은 시절부터 노력한다는 가정 하에. 아니면 그것조차도, 부단히 노력해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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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 SE (2disc) - 할인판
마이클 커티즈 감독, 험프리 보가트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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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상 가장 로맨틱한 장면 1위. 이것이 내가 카사블랑카를 보기 전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이상하게도 이 영화는 TV에서 본 적이 없었다. 비비안 리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주말의 명화로 여러 번 봤던 것으로 기억하고, 오드리 헵번 주연의 '로마의 휴일'도 TV에서 봤던 것 같은데 말이다.

 

우연히 잉그리드 버그만의 사진을 보고 완전히 반해서 그녀의 대표작이라는 카사블랑카를 보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깜찍하고 청순한 미인이 인기가 있는지 오드리 헵번이나 올리비아 핫세보다 덜 인기가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나는 사진만 보고 바로 좋아진 고전 영화의 여배우는 잉그리드 버그만이 유일했던 것 같다. 다른 여배우들과는 다르게 특유의 지성적인 이미지와 깊은 눈매가 단 몇 장의 사진만으로도 느껴질 정도였기 때문이다. 오드리 헵번은 보면 참 기분 좋아지는 배우이고, 말년의 인생도 아름다웠다고 느껴지지만, '전쟁과 평화''사브리나''티파니에서 아침을''로마의 휴일' 등을 보면서 그녀가 연기를 엄청 잘한다고 생각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비슷한 이미지가 계속 되풀이되어서 조금 식상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후대에 영향을 줄 정도인 그녀의 패션 감각은 지금 보아도 참 대단하다고 느껴지고, 사생활도 건전하다는 점이 감탄스럽기는 하지만. 그러고 보면 잉그리드 버그만은 오드리 헵번과는 여러 면에서 대비가 된다고 할까? 벨기에 출신인 오드리 헵번처럼, 잉그리드 버그만은 스웨덴 출신으로 둘 다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할리우드로 건너온 미인이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치과 의사와 결혼하고 딸이 있는 상태에서 유부남인 이탈리아 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오로지 그의 영화에 반해서 편지를 띄우고 이탈리아어를 전혀 모르지만 영어를 할 줄 아는 스웨덴 여배우가 필요할 경우에 자신이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은 로맨틱하기도 하다. 이 불륜은 1남 2녀를 남기고 재정적인 파탄 속에서 끝나게 되고, 다시 할리우드로 올아온 잉그리드 버그만은 두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복귀한다. 그 후 수많은 영화에 출연 후 마지막으로 노년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나는 사생활은 깨끗한데 연기나 작품으로 임팩트가 없는 배우와, 사생활에는 조금 굴곡이 있더라도 연기가 뛰어난 배우 중 한 쪽에 손을 드렁주어야 한다면 나는 후자일 것 같다. 버그만은 나중에 회고하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비록 바닥까지 추락했더라도 자신의 인생을 걸 만한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은 자신의 직업인 영화에 기반한 것이었으며, 로셀리니에게 가기 전에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최고의 여배우였고, 할리우드 복귀작에서도 두번째로 또 수상하며 멋지게 복귀했으며, 죽기 전까지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명작을 남겼고, 노년에 세번째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과정을 보면, 정말 영화를 사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대신 모나코의 왕비 자리를 택한 배우도, 상대적으로 빨리 은퇴한 후 평생 봉사를 한 배우도 다 각자의 인생을 열심히 살았다는 점에서 찬미의 대상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생 전체를 열정적으로 살다간 잉그리드 버그만 쪽이 훨씬 더 감동적이라고 할까. 그녀의 딸은 이사벨라 로셀리니로 랑콤의 얼굴이었고, 현재까지 활동하는 배우이며, 이사벨라의 딸도 랑콤의 모델이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얻은 큰 딸은 한동안 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했으나 그 이후에는 화해하여 죽을때까지 잘 지냈다고 한다. 이 디스크의 특별 영상에서 험프리보가트의 아들과 함께 각자의 부모를 소개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잉그리드 버그만은 다 가진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에 대한 극찬은 수없이 많다. 또 이런 저런 뒷이야기도 많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는 이른바 쪽대본으로 남녀 배우들이 끝까지 결말을 몰랐으며, 실제 카사블랑카에는 안개가 끼지 않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부실한 세트를 가리기 위해 설정한 안개가 오히려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을 만들었다는 것 등. 그 유명한 Here's looking at you, kid라는 대사는 보가트가 당시 영어가 서툴었던 버그만에게 체스를 가르치며 자주 했던 말을 애드리브로 넣은 것이며, 너무나 유명한 OST인 AS time goes by는 영화를 다 만든 후 다시 음악을 만들어 작업을 하려고 했으나, 버그만이 다음 영화를 위하여 머리를 짧게 잘라버린 까닭에 결국 원래의 노래로 진행했다는 것 등. 수많은 우연이 이 영화를 명작으로 만들었고, 어떻게 보면 이런 저런 임기 응변이 이 영화를 인상깊게 만들었다는 점은 역으로 출연 배우들의 매력이 어마어마했다는 말도 되겠다. 이 디스크에는 이런 저런 스페셜 영상이 많았는데 한 영화 평론가의 마지막 코멘터리가 인상 깊다. 자신에게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시민 케인을 꼽겠지만,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으라면 카사블랑카를 꼽겠다는 말.

 

카사블랑카 근처에도 가 보지 않은 영화이며, 이런 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다 보게 되면 가슴이 먹먹하게 된다. 험프리 보가트는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배우 1위로 선정된 적이 있다는데 이 영화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작은 키, 잘생기지 않은 외모지만 목소리와 몸짓, 눈빛은 정말 매력적이다. 잉그리드 버그만 역시 눈물이 고인 눈, 아래로 시선 처리할 때의 모습 등은 몇 번을 보아도 설렌다. 왼쪽 옆모습이 가장 아름답게 나와서 일부러 그 구도로 많이 찍었다는데, 그래서 험프리 보가트와 투샷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거의가 오른쪽에 위치하며 왼쪽 옆얼굴을 보여준다. 그때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또 장난 아니다.

 

여태껏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특별 영상이 많았던 것 같다. 코멘터리도 두 편, 아이들과 배우자 인터뷰 영상, 다큐멘터리와 애니매이션까지. 웬만하면 부가 영상은 스킵해버리는 나인데 80% 정도는 다 본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도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아마 당분간은 이 영화를 꼽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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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
20세기폭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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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출연진이 어떤 사람인지 한 번 찾아보았다.

 

우마 서먼이야 원래 알고 있던 여배우였고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다른 두 주연은 이 영화에서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이 영화가 나온지는 20년이 다 되어간다. 1996년작이니까.

 

사실 이 영화는 아주 예전에 영화 프로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개봉 직후는 아니었던 것 같고, 영화에 대해 심층적으로 소개해주는 코너에서 보았던 것 같은데 그때 굉장히 인상깊었나보다. 당시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사용했던 영화 속 몇몇 장면들이 그대로 생각이 났다. 남녀 주인공이 욕조에서 통화를 하는 장면이나 우마 서먼이 DJ인 척 연기하고 책상 밑으로 실제 DJ가 숨어있다가 "너, 결국 말하지 못했구나"하고 말하는 장면 등.

 

감독을 검색해보니 최근 활동에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떠서 어랏! 했더니 직접 연출을 맡은 것은 아니고 제작을 했다고. 감독의 연출작은 거의가 로맨스, 그리고 코미디이다. TV와 영화를 왔다갔다 하는 사람 같은데 계속해서 로맨스와 코미디 물을 내놓다 보니 이런 괜찮은 영화도 한번씩 나오는 모양이다. 우마 서먼을 제외한 남녀 두 주인공 제니언 가로팔로, 벤 채플린 둘 다 인상이 참 좋고 매력적이라서 검색해 보았는데 아직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서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졌다. 세계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어도 미국에서는 꾸준히 인기가 있고, 나름대로 커리어를 착실하게 쌓아가는 것 같았다.

 

 

플레이보이 걸, 그리고 타임지 우먼. 둘 중 어떤 사람을 나는 택할 것인가, 혹은 당신은, 다른 사람은? 외모와 내면 중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로 볼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비록 금발 미녀가 덜 지적이기는 하지만, 진정으로 우정을 중시할 줄 알고, 한순간 실수할지언정 바로잡을 용기를 지녔다는 점에서 솔직하면서도 순수해서 매력적이고, 성공한 커리어우먼은 매사에 이성적이며 철두철미하지만 정작 본인의 애정 문제만큼은 서툴고 어색한 모습이 사랑스럽다. 남자 주인공은 정말 여심을 저격하는 외모와 목소리를 가졌고.

 

 

솔직히 보는 내내 그래도 이건 영화에 국한된 이야기 아닐까, 눈이 돌아갈 정도의 금발 미녀와 사귀는 기회는 일생에서 자주 오는 순간이 아닐 텐데 특히나 젊은 남자라면 더더욱 그녀를 택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감독이 남자이니, 믿어보기로 했다. 다만, 우마 서먼과 비교해서 그렇지 제니언 가로팔로는 딱 얼굴만 보아도 충분히 예쁘고 귀엽다. 하긴 우마 서먼 정도 되는 여자와 대비 시켜야 예쁘지 않다는 표현을 그나마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기억하기로도 예전의 영화 프로에서 나레이션을 맡았던 남자 연예인이 "지적이고 대화도 잘 통하고 유머 있고... 얼굴도 예쁜" 이라는 수식어를 제니언 가로팔로 앞에 달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솔직히 앞에 그녀의 장점을 늘어놓았던 형용사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그녀의 외모가 예쁘다는 표현을 했다는 것은 정확히 기억난다. 어쩌면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미국이라서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라면, 나오기 힘든 이야기이지 않을까?

 

 

이 영화의 배경이 그러고보니 20년 전이다. 그래서인지 화면이 굉장히 정겹다. 어렸을 때 우리말로 더빙된 외화를 보는 그런 반가운 느낌이랄까. 그러면서도 신기한게 등장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전혀 촌스러워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신기하다. 남녀 주인공 전부 다. 실제로 멋부리지 않으면서도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옷을 추구한 탓일까, 아니면 그저 뿜어져 나오는 매력으로 옷차림에 미처 신경이 다 가지 않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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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 - [할인행사]
스티븐 달드리 감독, 줄리안 무어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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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이름을 안 것은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 였다.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이 반드시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 이유가, 만일 고등학교 시절 대학입시를 위해 수많은 시들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내가 커서 자발적으로 시를 읽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짧지 않았던 시 목마와 숙녀는, 솔직히 말해서 그 당시에나 지금이나 제대로 내가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에 남았던 것은, 막연하게 시 전체에 흐르고 있는 슬픈 느낌이 왠지 모르게 낭만적으로 느껴졌고,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국적인 이름이 발음할 때마다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버지니아 울프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또 어떤 책을 남겼는지 대강은 알게 되었다. 이 영화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1923년 영국 리치몬드 교외의 버지니아 울프, 1951년 미국 LA의 로라 브라운, 2001년 미국 뉴욕의 클래리사 본, 이렇게 서로 다른 시공간의 세 여자의 이야기를 교차해가며 보여준다. 세 이야기에 공통으로 흐르는 자살, 불치병 또는 난치병, 동성애 등의 소재들 때문인지, 결국 세 여자는 마치 동일한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삶 속에서 질식하는 듯한 여자들의 인생과, 그것을 헤쳐나가는 것에 대한 한 가지 주제가 풍성하게 와 닿는다고 할까. 진짜 내 인생을 사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20년대의 여류 작가나 50년대의 가정 주부 뿐 아니라 2000년대의 출판 기획자도 느낀다는 것이 참 새롭다. 단순히 시대가 바뀌고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어났다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 여성들 주변에 있는 남성들이 전부 여성을 위하며, 일정 정도 자신의 삶을 희생하거나 올인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참 흥미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성들의 파트너는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가진다니 말이다. 역시 결혼 생활을 해 봐야만 이 영화도, 원작 소설도, 버지니아 울프의 서적과 그녀의 인생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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