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장고:분노의 추적자 - 일반판 - 아웃케이스 없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계속해서 책을 보다가 지치는 순간이 왔다. 내가 있는 곳의 사정상 인터넷도 할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가면 그냥 덩그러니 산만 있다. 더 멀리 나가려면 차를 움직여야 하는데 며칠간 그럴 수도 없다. 말랑말랑한 소설책이라도 있음 좋으련만 아무리 찾아도 없다. 그렇다고 가벼운 에세이집을 읽기는 또 싫다. 나는 왜 이렇게 까탈스러운지. 그래서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리면, 결코 가볍지 않은 전문서적이기에 읽다가 지치는 순간이 또 찾아온다.
TV를 볼까?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봐도 마땅한 프로가 없다. 예능프로는 부산스럽고 드라마는 중반부부터라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이때 장고를 만났다.
케이블 TV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쉽디 쉬운 일이지만 의외로 보고싶은 영화를 처음 시작부터 방해받지 않고 끝까지 보는 행운은 자주 오지 않더라.

 

이 장고는 보지는 못했어도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 양쪽의 취향에 잘 부응했고 디카프리오가 악역으로, 그것도 조연으로 출연한다는 사실로 엄청나게 화제가 되었다. 물론 시대를 풍미하는 최고의 명배우가 나이가 들어 명작의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것은 세상의 이치일수 있겠지만 이 영화가 만들어질 때나 지금이나 디카프리오는 아직은 젊은 축에 속하고 대스타이다.

 

카톡으로 가족과 지인에게 안부를 묻다가 시들할 정도로 나는 활자에 지쳐있었고 단어와 문장이 지겨워진 상태였다. 그런 나에게 대사가 극도로 자제되어 있고, 건조하지만 강렬한 화면을 보여주며, 현대 음악과 클래식, 줌 인과 슬로우 모션을 적절히 구사하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장고는 그야말로 최고의 타이밍에 만난 셈이다.

 

중간 중간 힘든 부분도 있었다. 음식처럼 영화도 조미료 친 것, 치지 않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면 장고는 확실히 달착지근한 부분이 없다. 예전에 딱 한 번 먹었던 우래옥 냉면같은 맛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그러기에 이 영화는 건조하다. 좋은 명태로 알맞게 건조한 북어와 비슷하다.

 

평소같으면 개시도 하지 않았을 영화인데 하필 이런 날에 알맞게 나한테 온 영화다. 물론 디카프리오 덕분에 채널돌리기가 더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정말 좋아하는 배우. 어린시절 타이타닉을 보고 잠을 설쳤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오히려 나는 요즘이 더 멋있게 느껴진다. 작품을 선택하는 눈이 탁월하며, 매 작품마다 어떻게 연기해야 할 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요즘 가끔 케이블에서 볼 수 있는 타이타닉 때의 모습이 오히려 디카프리오의 실제와 가장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느껴질 정도로. 잘생긴 청춘 스타가 되는 것은 본인 노력과는 무관하며, 그렇다고 연기파 배우가 되는 것은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닌데, 소년에서 청년, 장년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레 이 과정을 이행해가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행운은 아닐 것이다. 브래드 피트나 탐 크루즈, 조지 클루니나 조니 뎁처럼 결혼하여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고, 그러면서 연기폭을 넓혀 가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되지만 디카프리오만큼은 그러한 '일상성'이 최대한 희미한 배우로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를 품에 안은 할리우드 대스타를 보면 친밀함이 드는 건 당연하지만 디카프리오만큼은 낯설고 신비하게 남아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그리고 올 해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도 함께 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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