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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1disc) - [초특가판]
왕가위 감독, 양조위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화양연화.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 혹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1960년대 홍콩. 서민아파트의 옆집에 나란히 세들어 사는 두 부부가 있다. 장만옥이 연기하는 리첸 부부, 양조위가 연기하는 차우 부부. 이들은 같은 날 이사를 왔고, 맞벌이 부부이며, 비슷한 나이로 보인다. 어느 날, 리첸의 남편과 차우의 아내가 서로 불륜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되고, 리첸과 차우는 동병상련을 느끼며 서로를 위로하다가 어느새 사랑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된다.
스토리만 놓고 보면 우리 나라 영화 '외출'과 매우 흡사하다. 외출 뿐 아니라, 배우자의 외도를 알고 난 후 남은 상대방이 거기에 대응하는 내용이나 결혼한 남녀가 육체적인 선을 넘지 않고 사랑을 이어가는 내용 등은 사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반복되어 왔던 주제이기도 한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가장 처음으로 든 생각은 '아름답다'는 것. 그야말로 제목에 딱 들어맞는다. 장만옥이라는 배우의 영화를 다 보지도 못했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아마도 가장 아름답게 나온 영화가 아닐까 싶다. 영화 속 치파오를 입은 리첸은 너무나 아름답다. 어쨌든 이 영화는 2000년에 개봉된 영화. 21세기에서 바라본 1960년대 홍콩의 모습은, 홍콩이라는 도시의 화양연화가 아닐까 싶다. 왕가위 감독이 기억하는 홍콩의 화양연화는 바로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 시간이 아닐까. 영화 속 마지막에서도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후의 남녀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남녀 주인공이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영화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사실 정작 그 순간에는 모르고 있다가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보면, 배우자의 외도로 가장 바닥을 쳤고, 당시에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두 남녀가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꼽는다면 그 떄로 꼽을 것이라는 생각이 아이러니다. 또 정작 자신의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리첸이라는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한 때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양조위가 연기한 차우의 기억에 전적으로 기인할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나서 차우는 캄보디아를 찾게 되고, 거기에서 절절한 사랑의 기억을 봉인하는데, 그만큼 차우의 기억 속에 리첸은 아름답게 기억될 것이다.
처음 이 영화가 나왔을 떄 정말 궁금하고 보고 싶었는데, 그떄가 아닌 지금 보아서 더 좋은 영화 가같다. 10년 후에 보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어쩌면 가슴 아파질 지도 모르지. 아무튼 이 영화를 보면서 양조위의 작지만 다부진 체격과 우수어린 눈에, 장만옥의 치파오와 미소에, 익숙한 음악에, 배경인 홍콩에 설레고 또 설레었다. 아, 그리고 국수 먹는 장면이 참 자주도 나오는데, 결국 보다가 국수 대신 컵라면을 끓여서 주인공들과 함께 먹으며 영화를 봤다. 새삼 궁금해졌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일지. 어쩌면 지금인데 지금은 모르고 먼 훗날 지나야 알게 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