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열정 용기 사랑을 채우고 돌아온 손미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이해하려 애쓸수록, 마주하고 끝장을 보려 할수록 더 큰 아픔으로 느껴지며 삶을 짓누르는 것들이 있지.
그런 것들은 그냥 편안하게 놓아주어야 해. 인생은 때로 있는 그대로,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가게 두어야 하는 거야.
기쁨과 아픔이 공존하는 것이 바로 인생이고 그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거 아니겠니?'

그녀의 말을 빌리지만 무너진 사랑의 아픔의 산고끝에 탄생한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는 그녀의 마법같은 주문을 통해 그녀가 전해주는 열정을 훔칠 수 있는 책이다. 제목에 새겨진 주문의 빗장을 열고 처음부터 마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그녀의 '열정'과 '사랑의 아픔' 이 그대로 녹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스페인 여행기인 <스페인 너는 자유다>와 그녀가 번역한 <엄마에게 가는 길>을 읽고는 그녀에게 푹 빠졌다. 그녀 자신이 스페인 유학시절에 만난 <마르틴 카파로스>를 보고는 그를 삶의 멘토로 삼은 것이 오늘날 그녀를 여행가와 작가로 만들어 놓았듯이 그녀의 삶은 내겐 로망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그녀가 찾은 것은 '열정'과 '비움'인듯 하다. 아픔이 있었기에 더 뜨거운 열정과 만났을 수도 있겠지만 아르헨티나 역사와 그녀가 만난 사람들 그 자체에서도 열정은 쉼없이 쏟아져나와 독자들에게도 전달되는 듯 하다. 여행이란 새로운 사람,풍경,먹거리..모두가 새로운 것들을 만나는 낯선것의 연습인데 그중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제일인듯 하다. 그녀가가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것은 다름아닌 <사람>이며 그들로부터 열정과 순수를 받아 그녀의 사랑의 아픔도 치유가 된 듯 하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중에 기억에 남는 이로 탱고를 가르치는 '노라' 의 삶이다. 그녀의 삶은 정말 군더더기 하나없이 <열정> 그 자체로 표현하고 싶다. 육십여세가 넘은 나이에도 탱고로 다져진 몸매와 반듯한 몸가짐 그리고 아직 녹슬지 않은 열정적인 춤,그녀를 티비 어느 프로에서 만난듯 한데 가물거린다. 그녀의 삶은 순탄치는 않았지만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은 지탱하게 해준것은 <탱고>였다. 탱고의 뜻은 '만지다' '가까이 다가서다' '마음을 움직이다' 이며 그녀가 풀어 놓는 인생과 사랑과 탱고의 의미는 너무도 완벽하리만치 일치하는 면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아버지와 마지막 탱고를 추었다는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탱고를 배우고 아버지와 마지막 탱고를 추었다는 그녀 노라, 그녀로 인해 탱고는 더 가까운 춤이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골든벨 사이버 공주 수영씨' 그녀를 티비에서 나도 보았는데 언제 그렇게 성장을 하고 눈부신 자신만의 삶을 찾았던 것인지. 그녀의 당찬 인생도전이 기대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젊다는 것은 어쩌면 고갈이 안되는 빵빵한 밧데리인지도 모를것처럼 그녀에겐 모든 것들이 도전이고 과제이다. 젊은 친구에게 '노력과 도전'이라는 에너지를 얻어 볼 수 있었고 그녀가 만난 진정한 예술가인 '비아치' . 그는 폐품을 활용하여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그림들은 너무 매혹적이다. 아프리카에서 살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림과 작품들은 그곳으로 날아가고는 '유혹' 이었다. 그리고 가난하지만 당당함이 가득한 영화배우 '훌리오' 아저씨. 대가족을 이끈 그는 자신이 동경하던 일을 하기 위해 영화감독을 찾아가 직접 영화배우가 된 아저씨로 가난하지만 그가 진솔하게 풀어내는 인생이야기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스페인에서 만났던 그녀의 멘토 '마르틴 카파로스' 그의 저서로 <나는 모나리자를 훔쳤다>가 번역이 되어 있다는데 그곳 아르헨티나 축구장에서 우연이 아닌 필연처럼 만나 신문에도 나오고 티비에도 나오고 그들은 어쩜 지구 반대 편이지만 언젠가는 꼭 만날 사람들이었나보다. 그런 우여같은 필연이 이 책에는 아니 그녀의 아르헨티나 여행에는 너무도 많다. 아마도 그녀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이겠지만 그런 이유로 더욱 아르헨티나 여행이 더 가깝게 다가온듯 하다. 그녀가 소개한 커피 <라그리마>는 95%의 커피에 우유를 눈물처럼 한 방울을 넣는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그녀가 만난 사람들에게 그녀라는 존재는 '라그리마' 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인디오 유학생청년 '인티' 그녀에게 '차랑고' 를 가르쳐주던 순박한 청년은 '차랑고' 라는 인디언 기타때문에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박범신의 <촐라체>에 나오는 차랑고는 사랑의 연결고리이며 아픔의 결정체이며 동생과의 화해를 하게 해준 물건이다. 그래서일까 낯익은 단어 '차랑고' 때문에 이 여행기가 더 재밌어졌다.

그녀의 열정은 다섯명의 가우초 청년들의 만남에서도 모두 녹아나 있고 월세를 낼 돈이 없던 크리스와 산티아고의 샌드위치를 파는 일에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느껴진다. 작은 계기로 시작된 샌드위치 판매가 생각보다 잘 되어 마트에 자리를 얻게 되고 그 일로 해서 호텔 주방장이 되었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그들이 찾았던 자신감에 읽는이마져 행복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의 아픔도 있었지만 남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함께 하려 한 그녀의 여행은 멘도사에서 여행가방을 잃어버림으로 해서 더 값진 여행이 되지 않았나싶다. 귀중한 것을 잃고 나서의 새로운 것으로 채움은 비우고 나서야 비로소 내 그릇이 보이듯 새로운 그녀로 재탄생되지 않았나한다. 

'꿈은 분명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진정으로 간절히 갈구하는 자에게 반드시 길은 열린다.'
여행서를 읽는 다는 것은 내가 그곳을 가지 못하기에 글과 사진으로 잠시 그곳을 먼저 여행하고 온 사람의 기분을 훔치듯 할 수 있어 좋은점이 있다. 여행에 대한 모든것을 책에 담기에는 역부족이겠지만 읽다보면 얼마나 진실되게 전해주려 노력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런점에서 작가는 '잃어버린 파일과 메모' 에도 불구하고 값진 책을 한 권 탄생시켰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곳곳에 숨어있는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는 글들이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지만 쓰러지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훌훌 바람에 날리듯 자신을 비울 수 있어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의 또 다른 행보가 기대된다.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세상을 품는 일은 분명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고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을 얻게 해주는 값진 일이라는 것.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해 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참으로 멋진 경험이라는 것 말이죠.'


 

 

손미나 사인과 책 속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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