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내 손안에 쥐는 것만이 ’소유’는 아닌 것 같다. 내 마음에 담아 두는 것도 다른 의미의 ’소유’ 다. 제목부터 낭만적인 요리칼럼니스트이자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작가는 20대에 머물렀던 추억속의 파리와 지금의 파리, 그리고 요리전문가로 파리의 역사와 박물관및 볼거리 외에도 보르도, 부르고뉴, 샴페인 등 프랑스 3대 와인산지를 다녀온 생생한 여행기와 함께 비 오는날 갑자기 들어간 뒷골목의 비 내리는 풍경의 파리의 낭만이나 오래된 책방에서 만나는 추억어린 엽서나 편지 그외 낡은 책들을 소개하며 낭만적인 파리의 거리를 걷고 싶게 만든다. 파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에펠탑’의 사진들은 에펠이나 어느 작가는 에펠탑이 보기 싫어 늘 에펠탑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지만 파리에서 에펠탑이 없다면 앙코없는 진빵이나 마찬가지일것이다. 저녁무렵 에펠탑에 노란 불빛이 들어오고 다른 부분은 푸른바탕이 되는 사진을 보고는 얼른 그 사진이 있는 여행서를 집어 들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도 있다. 그만큼 낭만이나 여행하면 유혹적인 에펠탑이 그녀의 감성에 더 유혹적으로 자극하는 파리여행서에는 그동안 파리가 등장한 영화인 ’퐁네프의 연인들’ 이나 ’도쿄타워’ 등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 나열해 놓아도 낭만적이다. 우연히 골목을 걷다가 만난 고서점에서 오래된 엽서나 낡은 책을 만나 저렴한 가격에 종이에 배인 추억을 건져 올릴 수도 있고 오래전에 건설된 낭만이 흐르는 운하가장자리에 앉아 책 한권 펼쳐 들어도 그곳이 파리여서 좋은 추억이 묻은 ’파리에서 온 편지’ 들은 그녀의 20대 감성과 외로움이 묻어 있어 더값진 여행지가 되지 않았나싶다. 작년에 한참 가슴을 졸이며 보던 드라마 ’떼루아’ 라는 와인에 관한 드라마가 있었다. 주인공들이 사랑과 이별의 감정으로 찾았던 포도밭과 와인창고가 그녀의 책을 읽는 동안 영상으로 떠 오르면 내가 꼭 그 포도밭을 거닐고 있는 기분이 들게 했다. 내가 파리를 언제쯤 여행할 수 있을까. 그녀처럼 지난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여행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언젠가 그곳에 간다면 그곳에서 낡은 고서점이나 벼룩시장에서 건져 올린 엽서나 편지지로 누군가에게 혹은 나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긴 이야기가 없어도 에펠탑이 그려진 엽서 한 장에 간단하게 안부 몇 줄 적어도 낭만적인 엽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 이 책은 <낭만제주>와 <도쿄산책>의 저자 임우석씨가 사진을 함께 해서인지 낭만적인 사진들이 눈을 자극한다. 난 여행서라도 글이 많은 여행서를 특히나 좋아한다. 작가가 땀 줄줄 흘리며 먼지 폴폴 나는 길을 걸으며 건져 올린 정말 인간미 넘치는 여행서를 읽고나면 나 또한 그 길을 함께 걷고 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이 책은 사진들이 유혹을 한다. 낭만의 도시답게 멋진 사진과 낭만이 곁들여진 오래된 건물들의 역사가 함께 어우러져 눈요기 거리를 충분히 제공한다. 요리칼럼니스트라 요리사진을 많이 기대했는데 요리사진보다는 파리를 소개하는 책에 더 기울어진것 같다. 여행가고 싶은데 당장 시간과 경제력이 모자란다면 크리스마스에 펼쳐 들고 파리에 온 기분을 내며 읽으면 좋을것 같은 책이다. 비 오는 날에 국립도서관에 2천만권이 책이 내뿜는 지적인 냄새에 묻혀보는 상상과 책 읽는 사람들이 많은 ’릑상부르 공원’ 에 있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성탄절을 보내는 것도 괜찮을것같다. 이 책을 읽고나니 갑자기 올 성탄절에는 오래된 와인한병 꺼내 놓고 낭만적인 분위기 한번 자아내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