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맛>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백석의 맛 - 시에 담긴 음식, 음식에 담긴 마음
소래섭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삶을 노래한 시인 백석.

작가의 특이한 이력,외교학과를 나와서 문학에 뜻을 두어 다시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국어국문학부 교수로 있는 그가 백석의 시에 주목한 것은 그의 시에 나타난 ’음식’ , 시에서 다루기 힘든 음식들이 백석 그의 시에는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국어시간에 배운 그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당귀’ 와는 너무도 다른 음식들이 등장하는 시들은 그동안 그를 너무 잊고 있었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영화 ’모던보이’ 에서 박해일의 헤어스타일이 그를 모델로 했다는데 그런 모던보이가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들을 시어로 택했다는 것은 먹는 즐거움을 진정으로 알았던 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메밀국수,청배,가재미식해,수박씨와 호박씨,무이징게국,달대 생선,떡국등 그의 시와 시에 등장하는 음식들에 대한 작가 나름의 생각과 음식을 다룬 영화인 <식객> 이나 그외 신문이나 글들을 함께 소개하여 읽는 맛을 더해 주었지만 그가 논문으로 쓴 글이라 그런가 조금은 딱딱한 면도 있다. 백석의 시 그 자체를 놓고 읽는 시집으로 만나는 맛과는 다르다.

’음식은 삶이다’ 인류학자 캐롤 코니한의 말처럼 백석, 그는 음식을 노래했으니 삶을 노래한 것일까? 그가 좋아하는 가재미며 메밀국수 달재 생선(달강어 방언) 그리고 무이징게국(새우에 무를 썰어 놓고 끓인 국) 등 그가 즐겨 먹고 좋아하던 음식을 시로 표현해 낸 백석은 자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노래한듯 하다. 그렇다면 그가 식도락가인가 아님 미식가인가? 하는 의문을 가져볼 수 있는데 어쩌면 그가 표현해 낸 음식들은 ’고향’을 말해주는 음식들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접한 음식인 달재 생선이니 무이징게국이니 하는 것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아는 음식들이었다. 시에서 주로 거론되는 사랑이나 이별을 노래하지 않고 자신이 즐겨 먹던 음식들을 소재로 다루며 그 음식들을 그리며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서민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모던보이였던 겉모습 만큼이나 먹는 것을 중요시했던,내실을 기했던 그가 아니었나 하는 그의 꼿꼿함을 볼 수 있기도 했는데 시보다는 그의 <맛>에 치중한 논문이라 시가 가려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어찌보면 딱딱한 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잠자던 '백석의 시' 들이 다시 잠에서 깨어난것 같아 기쁘다. 시를 노래하고 낭만을 노래하던 그런 때가 있었는데 우린 어쩌면 낭만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면에서 시와 좀더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가 활동하던 시대에 쓰여진 시나 시인들을 보면 그 시대에는 시에 ’감각’ 을 이용한 표현을 많이 쓴 듯 하다. 후각이나 미각 또는 시각 청각등을 표현하여 시의 맛을 더 살려주지 않았나 싶은데 그의 대표적인 시 외에는 그리 많은 시를 접해보지 않았고 많은 시들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깝다. 해방이후 그가 북한이 아닌 남한에서의 삶을 선택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맛을 알았던 시인이며 멋을 알았던 시인> 이었던 그를 오래간만에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였던 책이며 잊고 있던 ’백석’ 이란 시인에 좀더 관심을 기울이게 해 준 책이다. 이참에 그의 시집을 구매를 해서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이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젋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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