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보급판 문고본)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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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당에 꽃이 피었구나.방에는 책들만 있구나.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 피천득님의 <꽃씨와 도둑>...


동심을 간직하고 순수함을 가지게 되찾게 만드는 정채봉님의 에세이, 에세이보다는 시집에 가깝다. 글 하나하나에 생각하고 또 한번 곱씹어 보게 만든다. 색상부터 연두빛이라 그런지 책을 다 읽고나면 마음이 깨끗이 정화되면서 남몰래 가졌던 욕심이 모두 사라지고 맑은 새싹 같은 마음이 생겨난듯 하다. 

머리말로 인용한 퍼천득님의 시에서 비롯되듯이 욕심보다는 맑고 깨끗하고 순수함이 연상되는 이 책은 그의 해맑은 웃음과 함께 읽으면 좋으련만 간암으로 고생하시다 가셨기에 그래서일까 욕심없는 그의 마음을 들여다 본것 같아 가슴 한편이 아리기도 하다. 사랑을 위하여.. 사랑에도 암균이 있다. 그것은 '의심'이다.  사랑에도 항암제가 있다. 그것은 오직 '믿음'. 이라 한것처럼 투병중 이 글을 쓰신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마지막에 후기로 쓰신 <물 한 방울도 아프지 않게>를 읽다보면 가슴이 뜨듯해진다. 어린종이학과 시한편과 벚꽃잎 한장에 얽힌 사연을 밝히시면서 병원에 가셨던 이야기가 살짝 묻어 나와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그를 만나고 그의 글을 읽는 사람들은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순수>를 선물받듯이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하고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너무 가지려고만 생각하고 욕심을 너무 부리는데 비우고 나눌수록 아름답고 순수함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행복... 행복의 열쇠는 금고를 여는 구멍과 맞지 않고 마음을 여는 구멍과 맞는다... 처럼 우리 순수한 마음을 더 집중적으로 열게 만들고 감성을 흔들리게 만드는 에세이집을 가을에 읽는다면 더 좋을 듯 하다.

정채봉님의 다른 시집을 구매를 해 놓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이참에 몇 권 읽어봐야 겠다. 더불어 단편동화 <오세암>도 읽어봐야 겠다. 잃어버렸던 동심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님 더럽게 때가 묻은 마음을 조금은 청소하는 마음에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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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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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음이 따듯해지게 만드는 극작가와 영국 중고서점 사람들의 편지글이 가을을 더 깊게 만든다...


이 책을 소개 받은 것은 한비야의 <그건,사랑이었네>라는 책에서 였다. 바로 위시리스트에 넣어 놓았다가 못참고 그냥 새책으로 구매를 하였다. 받아 보고는 부피가 작아 약간은 실망을 했지만 첫 페이지 부터 심상치 않음에 마음에 놓였다. 1949년부터 1969년까지 20년 동안 고객과 서점사람들이 주고 받은 편지는 처음엔 책을 주문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헬렌 한프가 세계대전을 전후해 그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는 식료품등을 보내주면서 관계는 더욱 정이 넘쳐나게 된다. 

대양을 사이에 놓고 그들이 주고 받는 편지는 헬렌의 조금은 까다로운 듯 하면서도 작가적인 쌀쌀함이 베인것 같았지만 정이 넘쳐 나고 그녀의 편지로 서점 사람들은 그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하고 안부를 묻고 싶어 하기도 하면서 그녀가 오랜동안 소원으로 간직한 영국여행을 하길 고대한다. 말이 20년의 세월이지 아이가 커서 청년이 되는 시간인데 긴 시간동안 그들의 우정이 변하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채링크로스 서점의 관리인 프랭크의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처음과 끝이 같았기 때문인듯 하다. 그녀로 인해 이웃에 사는 할머니조차 그녀를 만나보고 싶어 하게 만든 편지, 아쉽게도 그녀는 영국 여행을 하지 못하고 프랭크마져 복막염으로 69년 생을 마감하게 되어 편지는 더 지속되지 못했지만 그녀가 아차하고 생각하는 순간 20년 동안 지속된 편지들이 책으로 출간되어 그녀를 유명작가로 올려 놓기도 했다니 대단하다. 

채링크로스 84번지 중고서점 사람들도 그녀가 주문한 책을 찾아 성심성의를 다했지만 그녀 또한 그사람들을 위해 달걀 이나 건달걀등 그외 식료품이나 고기등 그들의 어려움을 그녀가 열심히 써서 받은 원고료로 아끼지 않고 썼으니 대양을 건넌 훈훈한 우정이 읽을수록 가슴을 훈훈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는데 난 왜 모르고 있었는지 찾아서 볼 기회를 만들어봐야할 것 같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하는 계절 가을, 손글씨로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며 편지를 쓴다는 것은 먼 옛일처럼 되었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한번 잊었던 친구들에게 편지를 하고 싶게도 만들고 종이냄새와 헌책방만의 특이한 냄새가 좋은 <헌책방 나들이>라도 해야 할 듯 하다. 

나 또한 새책보다는 헌책을 더 좋아한다. 누군가의 손때가 묻어 있고 삶이 묻어 있는 듯한 낯설지 않아 좋은 책 헌책, 편지글에서도 헬렌 한프는 ’그리고 미래의 소유자에게도 그랬을 거예요. 저는 속표지에 남긴 글이나 책장 귀퉁이에 적은 글을 참 좋아해요. 누군가 넘겼던 책장을 넘길 때의 그 동지애가 좋고,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글은 언제나 제 마음을 사로잡는답니다.’ 그녀의 친구가 헌책방을 다녀와 보낸 편지엔 ’ 냄새가 먼저 손님을 반기더구나. 참 기분 좋은 냄새야.설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먼지와 곰팡이와 세월의 냄새에,바닥과 벽의 나무 냄새가 얽히고 설킨 냄새라고 할까..’ 라고 표현된 헌책과 헌책방의 이야기로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 옮겨본다. 나 또한 그 냄새 때문에 가끔 헌책방 나들이를 나가는데 가을이라 그런지 더욱 헌책방의 고서냄새들이 그립다.그 헌책방의 냄새와 함께 헌책이지만 새로운 주인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새로운 상품처럼 최선을 다해 보내주는 정이 깊은 사람들과 헌책을 감사하게 받아 들이고 보물처럼 여기는 사람의 이야기가 한동안 헌책방하면 떠나지 않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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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잘린 뚱보아빠>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
나이절 마쉬 지음, 안시열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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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의 모든 남자들에게 삶이란 없다. 단지 삶이 있는 척할 뿐이다...


나이 마흔에 그동안 잘나가던 일에서 자리를 잃게 된다면 과연 어떤 새로운 삶은 선택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나이 마흔에 잘렸다는 것보다는 일년간의 휴식이 주어진다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나이절만의 답변같은 책이다. 그는 마흔 하나에 잘 나가던 회사중역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영국에서 호주로 옮겨 이년여 삶에 아이도 아들둘에 딸쌍둥이가 둘, 합이 넷이며 아내는 아이들때문에 작가의 말을 빌면 자신보다 더 잘나갔지만 일을 포기하고 아이들과 가정을 선택하여 동분서주하기 때문에 그가 회사를 잘렸다는 것은 수입원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상태라면 어찌생각하면 끔찍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새로운 자신만들기' 에 들어갔다.

그동안 회사와 일로 인해 가족에 대하여 너무 몰랐던 그, 아침부터 아이들을 챙기는 일부터 너무 힘들다는 것을 첫날부터 경험한 그는 하지만 그것이 또다른 삶의 희망이고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행복일 수 있다고 생각하여 아내가 하던 일들을 자신이 맡아서 해보려 한다. 거기에 반해 툭 튀어나온 임산부를 넘어서는 배를 없애기위해 수영을 시작하면서 바다수영을 하길 목표로 세운다. 이제 겨우 수영장물에 들어가 거대한 꿈을 이야기 하는 그에게 수영강사의 세세한 말에 그는 똥배짱을 부리며 자기의 목표를 향해 노력할것을 다짐한다. 수영뿐만이 아니라 알콜중독자와 같은 자신을 비난하며 술을 끊겠다고 하지만 가끔 음주에 대한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 

그가 십여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서 모든것들은 변하게 되었다. 집도 작은집으로 옮겨야 했고 차도 팔아야 했지만 결코 부정적이기 보다는 변해가는 아니 변해야 하는 새로운 삶을 긍정적을 받아 들인 아내와 그, 아내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니 그동안 누리지 못한 소소한 것들에 행복을 느끼며 자신 또한 변해가고 있음을 느끼지만 주변인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는듯 하다. 실직하고 남편이 집에 있다면 누구나 지나는 말로 걱정을 해줄터인데 나이절에게도 그런 말을 해주는 친구도 있고 아이들 또한 그런 아빠의 상황을 친구들에게 말해 당황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가 일을 할때보다는 가족과의 시간이 더 행복하고 지난날 자신이 보지 못한 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고 새로운 것을 가족과 만들고 계획할 수 있음이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첫걸음부터 시작한 수영도 바다에서 까지 할 수 있게 되고 살도 빠지고 술도 끊고 아이들도 점점 자신을 좋아하게 되고 아빠와의 시간을 즐길줄 아는 아이들이 되어간다. 그동안 부모님이외 가족에게 소원했던 거리감을 없애며 새로운 삶에 적응할 무렵 행복한 구개월간의 휴식을 깨는 스카웃 제의에 다시금 생각해보는 그, 무엇이든 한걸음 뒤로 물러나 본다면 더 많은 것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좀더 현실에 너그러워질 수 있는것 같다. 회사와 일에만 매달려 앞으로의 전진만 알아 아내와 가족을 등한시하던 그가 자신의 현재의 모습과 아내와 아이들을 다시 생각하고 자신안에 내재되어 있는 새로운 능력도 개발하는 좋은 계기가 된 구개월간의 휴가기간, 그는 정말 새로운 나이절로 거듭났지만 다시 회사로 돌아간 후 예전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그, 일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 같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배우기 보다는 배운 것을 내 것으로 익히는 단계였다.' 라는 말처럼 일에 감춰져 자신안에 발견되지 않은 능력을 새삼 발견하게 된 휴식 기간은 자신을 비롯한 가족의 성숙의 시간이 된 듯 하다. 그가 휴식기간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자신에게 닥힌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자세에 달려 있었던것 같다. 부정적이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현실을 받아 들이고 더 많은 바라기 보다는 작지만 소소함에 더 행복을 만끽하며 내자신을 단련하여 나갔기에 더 좋은 상사로 거듭날 수 있었고 휴식기간 또한 그가 에너지를 충전하듯 좋은 기회가 된 듯 하다. 이 책은 아내의 입장보다는 나이절 자신이 입장과 생각이 정리되어서 읽는 동안 만약에 그의 아내였다면 아님 나의 남편이 그런 상황이라면 하며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축적해 놓은 자산을 곶감 빼먹듯 하며 너그럽게 현실을 받아 들일 수 있었을까? 그도 영국이 아니고 시드니이니 가능한 일이라 했듯이 내가 처한 현실이라고 받아 들인다면 나 또한 결코 너그럽지는 않았을듯 하다.자신의 지난 휴식시간을 잘 정리하여 지루하지 않고 가끔 아이들때문에 웃게 만드는 부분도 있어 개구장이 네 아이들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한번씩 웃게 만들었던 나이절, 가족의 사랑을 더 많이 느끼고 아내와 아이들을 품에 보듬을 수 있게 해준 멋진 아빠 나이절의 이야기를 위기를 느끼는 아빠들이 읽어본다면 좋을듯 하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는 말처럼 쓰러졌다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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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파라다이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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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장르문학,매혹적이면서 서늘한 그녀의 이야기 세계...


너무 마음의 준비없이 그녀의 책을 집어든것 같다. 무심히 읽어나가다 섬뜩함에 소름이 돋는 듯하면서도 새로운 세계를 접한것처럼 속속들이 그녀의 속을 파헤쳐보고 싶은 마음에 쉼호흡을 한번 하고는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도 낯설지만 그녀가 펼쳐 놓는 이야기들도 낯설면서 우리 문단이 새로운 빛을 찾은 것처럼 밝은햇살 하나를 찾아 낸 것 같아 나 또한 미소지어 본다. 이야기 하나가 아니라 10편의 단편들이 모두 섬뜩하면서도 반전과 함께 읽는 맛을 준다. 그녀를 이야기꾼이라 할만한 단편들이며 아직 그녀속에 내재되어 있는 무한의 알들이 언제 부화할지 은근히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녀의 거짓말>.. 콜라에 킬라를 넣어 마시면 사람이 죽을까? 남편과 그녀를 찾아온 빚쟁이를 킬라를 넣은 모기약을 먹여 죽였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우연히 만난 김치볶음밥을 맛있게 해주었던 남자에게 진짜 죽임을 당한다. 아내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그녀의 실체를 알고 그녀에게 잘해주는 그녀의 남편, 하지만 그녀의 죽음과 함께 밝혀지는 그녀의 진실은 대단한 반전이다. 이 단편하나만으로도 강지영 그녀가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느끼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벌집에는 벌이 살지 않는다>.. 벌집이라는 곳에 여러명의 사람들이 한 몸 겨우 누울 수 있는 곳에서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희망'처럼 전해지던 이야기 김끝자 할머니가 시영딸을 구한다는 것이다. 벌집이 그녀의 것이란 소리를 듣고 저마다 있는 장기 없는 장기를 벌이며 그녀의 눈에 들기 위한 갖은 애를 쓴다. 하지만 그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수양딸이 되는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드디어 김끝자 할머니의 양녀로 선택된 나이롱뽕, 그녀에게서 지난 삶을 들은 후 자살을 한 끝자 할머니. 그녀가 죽고 난 후 비로소 가족을 느끼는 나이롱뽕, 벌집에는 벌이 살지 않는다 또한 반전과 삶을 뒤돌아볼 기회를 준다.

<안녕,나디아>...정말 끔찍한 단편이다. 괜히 몸서리가 쳐지만큼 그녀가 쉼없이 펼쳐 놓는 끔찍함에 도대체 그녀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단편이었던것 같다. 연쇄살인마이야기,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연쇄 살인마와 그의 먹잇감들의 처첨한 최후. 선영선배와 김현수가 살인마의 손에서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래보지만 작가는 그런 맘을 깡끄리 무너뜨리고 자신만의 이야기로 마무리 짓는다. 처마밑에 매단 두개의 심장이 섬뜩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던 안녕, 나디아 덕에 점심을 먹지 못했다.

<시선>...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보여주었던 이야기다. 끝부분의 반전에 한번 배를 잡고 웃어야 했던 이야기.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모든 이야기들이 개의 이야기였다니... 관음증에 대한 경고처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떤 이야기가 되느냐를 말해주었던 색다른 소설.

열편의 단편들은 모두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이라 할만한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다. 어느 이야기 하나 빼 놓고 싶지 않게끔 독특하면서도 서늘하고 소름돋게 하면서 삶과 죽음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어떤 이야기로 변하는지 그녀만의 마법손에 의한 새로운 생명체처럼 하나 하나가 화살이 되어 머리에 박힌듯 하다. 우리 장르문학도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 희망적이다. 그러기에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그녀의 이름을 잊지 않게 해준 <굿바이 파라다이스> 외국 환타지나 장르문학을 많이 찾았는데 그녀의 이름을 잊지 않고 앞으로의 그녀를 주시하며 다음 작품을 고대해 본다.여름밤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밤하늘의 별을 세며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난후 화장실도 그렇다고 방에 들어가 잠을 이룰 수도 없이 등골이 서늘하던 기분을 느끼게 해준 작품 <굿바이 파라다이스> 표지의 푸른빛이 더욱 서늘함이 되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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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
박범신 지음 / 푸른숲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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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은 모든 길이 시작되는 곳이고 모든 선이 모여드는 곳... 정상엔 허공뿐이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서남서 17Km, 남체 바자르 북동북 14Km 지점에 위치한 6440미터 봉우리 <촐라체>, 상민과 영교가 현실을 도피하여 만난 새로운 벽. 이 책을 읽기전에 작가의 <나마스테>를 읽었다. 나마스테는 히말라야 네팔에서 온 청년 카밀과 사비나 그리고 선우가 등장하여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문제에 대하여 쓴 소설이라하면 이 소설은 그들의 고향 네팔 히말라야를 바탕으로 하여 현실에서도 삶의 벽에 부딫힌 이들이 '촐라체'라는 빙벽과 그들 자신이 싸워서 이겨내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높은 산에 오른 것은 '속리산문장대' 였다. 뒷동산도 제대로 오르지 못하였던 난 아파트 뒷산을 시작으로 하여 주위의 낮은 산들을 한걸음부터 시작하다보니 500m에서 700m 그리고 천미터를 오르게 되었다. 무엇이든 한걸음부터 시작이라는 맘으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시작을 하니 내 건강은 물론 산에서 얻은것들이 너무 많아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산으로 향하게 되었다. 계절마다 만나는 산의 다른 모습에 반하고 철마다 피는 야생화에 반하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잊지 못해 늘 마음속에 산을 그리고 있었는데 한번이 실수로 사고를 당하고는 조금은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곧 다시 산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클라이밍소설이라 더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했던 정선생과 상민,영교 형제는 촐라체에서 '만나자마자 우리는 서로의 내면에 똬리를 틀고 있는 그늘을 먼저 보았던 셈이었다.' 라고 표현되었듯 서로에게 드리워진 '그늘'을 보았기에 캠프지기를 했던 정선생 또한 상민과 영교형제를 자신의 모습처럼 받아 들이며 그곳을 지키지 않았나싶다. 이혼을 했지만 그녀를 잊지 못해 그녀가 처음으로 준 '차랑고'를 들고 촐라체를 찾은 남자 상민,그와 영교는 어머니로 인하여 형제가 된다.하지만 영교도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지인을 칼부림하고는 도망치듯 상민과 촐라체로 달려왔기에 그속에는 늘 자신의 칼에 찔린 남자가 도사리고 있다. 정선생 또한 자신의 아들인 현우가 모든것을 버리고 산으로 향하며 '...그리워서' 라며 떠났기에 현실에서 방황을 하다 상민형제를 만나며 촐라체를 오르는 그들을 지켜본다.

자신들을 하루이틀 지탱해줄 장비만 챙겨 떠난 촐라체빙벽 클라이밍, 형제이지만 그들 사이의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고 정상을 쉽게 오를 수 있으리란 생각과는 다르게 만나는 난관속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면서도 형제임을 확인하며 정상에 오르지만 정상엔 '허공' 뿐이다. 쉽게 좁혀지지 않던 둘 사이의 벽은 동생 영교가 크레바스에 추락하면서 벽은 허물어지고 만다. 자신이 살기 위하여 줄을 끊었다고 생각했던 형때문에 이를 악물고 살아나오려 했던 영교는 '열반에 든 자' 의 피켈로 크레바스를 빠져 나올 수 있었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지만 둘이 함께 내려가기엔 너무도 험난 길. 형을 위해 미리 하산길을 떠나는 영교, 하지만 상민은 자신의 숙제처럼 여겨졌던 자신에게 산을 가르쳐준 형을 찾아 나서듯 떠난 길에서 영교가 만나 크레바스속 열반에 든 자의 양식으로 힘을 얻고는 하산을 하며 영교를 만나지만 그들의 몸은 벌써 만신창이가 된 상태. 그들을 죽음 직전에 발견한 캠프지기 정선생의 도움으로 살아 나올 수 있었지만 신체의 일부를 촐라체에 남기듯 잘라내야 했던 그들과 아직 그곳을 벗어날 수 없었던 정선생의 여행은 곧 히말라야로 달려가 빙벽 촐라체와 함께 하고프게 만든다.

이 소설이 인터넷에 연재될 때 그냥 지나치기만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때 관심을 조금만 더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만들었다. 모든 이들에게는 현실에서 넘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촐라체'를 하나 정도 가지고 있을터인데 막상 그 앞에 서서 한걸음부터 시작을 하면 허물지 못하는 벽이 없을 듯 하다. 오르지 않은 정상엔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있을것이라 생각을 하겠지만 영교의 말처럼 '허공' 만 존재할뿐 그 이상 무엇도 없다. 정상을 밟는다는 것보다 그 정상을 밟기 위하여 기울인 노력이나 땀의 의미가 더욱 깊게 새겨지는 촐라체, 형제이면서 서로를 받아 들이지 않았던 그들이 그들사이에 존재했던 크레바스가 없어지고 촐라체에서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모든것을 버리고 비우고 '자신'으로 서로를 대했기 때문인듯 하다. 

조금 거리감이 있다 싶은 사람끼리 산에 가보라 그러면 그들의 시작과 끝은 정말 차이가 난다. 산을 오라다 보면 서로 손을 잡아 주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을 하고 조분조분 이야기를 할 기회도 많이 생기기에 사이에 존재하던 거리감은 하산길엔 볼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사랑의 증표인 차랑고' 마져 촐라체로 인하여 다시 연결고리가 되고 영교를 위해 탄원서를 써주도록 용서의 힘을 발휘하게 만든 촐라체의 여운은 책을 읽고 난 후 눈사태처럼 더 커져버려 놓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작가의 다른 책 <나마스테>와 함께 <촐라체>를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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