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엘레나 - 2010년 제41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김인숙 지음 / 창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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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고 겹핍으로 빚어진 아픔과의 만남..


작가의 소설은 처음 접한다. 낯설음의 방황처럼 그녀의 깊이에 다가가지 못하는 것처럼 소설속으로 깊게 파고 들지를 못하며 읽어 나갔다. 하지만 한두편의 단편을 읽다보니 '아하..' 하고 그녀를 만나는 것처럼 그녀의 소설에 좀더 깊게 잠수해 들어갈 수 있었다.멋진 표지그림을 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난간에 홀로 앉아 있는 여인의 외로움처럼 그녀의 소설속에서 상실과 아픔을 읽어야만 했다. 

안녕,엘레나... 젊은시절 원양어선을 탔던 아버지는 자신이 뱃일을 나간동안 자신이 보낸 돈을 모두 날린 어머니에게 구타를 일삼다 둘은 이혼을 하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소망은 직업도 없이 삶을 살아가던 어느날 해외여행을 간다는 친구에게 마침 그곳에 젊은 시절 아버지가 말씀하시던 이복동생을 찾아 달라고 한다. 동생의 이름은 엘레나. 친구는 사진이 설명도 없이 엘레나라는 이름의 사람이나 동물이 사진을 계속 보내오지만 확실하게 동생이라고 할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한다. 하지만 그 모든 사진들을 아버지의 영정사진 옆에 붙여 놓고 보게 된다. 비로소 아버지를 아빠라 부르며 진실된 아버지와 자신으로 만나는 그녀, 어느날 아버지가 정한 통금인 시간에 오분 늦었다며 나무라던 그 '오분'을 헤아려 보는 소망.

숨-악몽...아버지는 어린시절에 엄마를 만나 뜻하지 않게 쌍둥이 아들을 갖게 되지만 형님을 따라 미국에 이민을 보낸다. 하지만 군대도 다녀오지 않았고 결혼도 안한 그들은 쌍둥이를 형님의 호적에 올린다. 그 후로도 그들은 계속되게 아이들을 낳고 아버지는 늦은 군생활을 하게 되며 군생활 동안 익힌 솜씨로 배전을 하는 직업을 얻게 된다. 그런 어느날 우연한 사고를 당하게 되지만 사고보상금 보다는 근무를 계속 하는 것을 원해 내근직으로 배정받아 근무를 하게 된다. 그런 아버지는 자신이 물고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낚시에 집착을 하다가 아내와 함께 낚시를 갔다가 축대에서 떨어진 아내는 중상을 입어 급기야 죽고 만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집을 팔려고 내놔도 오랜시간 팔리지 않고 무료한 삶을 사는 아버지를 주인공은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의 숨을 끊고 만다. 

어느 찬란한 오후...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날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인 병숙과 승욱, 병숙은 제법 살림도 늘려가고 부유하게 살지만 승욱은 치킨집을 어렵게 꾸려가고 살고 있다, 그들에게는 병희라는 여동생이 있지만 쌍둥이인 병숙과 승욱보다는 승욱과 병희가 더 닮았다. 병희는 대학을 나와 직업은 있으나 결혼을 하지 않고 승욱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들은 보며 병희와 승욱이 쌍둥이이고 자신은 완전한 한 몸으로 태어났더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배달을 나갔다가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삶이 더 힘들어진 승욱을 보며 자신의 지난 삶과 그들의 삶을 되집어 보던 그녀는 그날이 자신들의 생일이라는 것을 문득 떠올리고는 승욱에게 '생일 축하해.' 하며 자신에게 말하듯 그에게 전화를 한다. 그 말을 내뱉고 나서야 심하게 통증이 오던 발바닥의 아픔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는 그녀, 이 작품은 왠지 '운수 좋은 날' 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었다.

그외 '조동옥,파비안느.' '그날' '현기증' '산너머 남촌에는' 이라는 작품들도 비슷하게 상실이나 겹필 또는 부재의 아픔이 베어있다.주인공들은 상실이나 결핍된 그 순간에서 더이상 헤어나오려 하지 않는 것처럼 머물러 있다. 벗어나려 노력했다면 아픔은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듯한 아픔에서 벗어나 좀더 밝은 햇살속으로 나오려 노력했다면 하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작품들은 결코 쉬운 작품들이 아닌듯 하다. 작품들을 읽으며 몇 번이고 그녀의 사진을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봤다. 그녀의 어디에서 이런 무거운 작품들이 나왔을까. 그녀를 이해하려면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괜찮은 작품을 만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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