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택기행 - 전통의 멋과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다 한국의 고택기행 1
이진경 지음 / 이가서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것이 좋은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고택'과 '종택' 에 관심이 가 이런 여행을 해 봐야되겠다 생각을 하며 주변에서 갈 수 있는 곳들을 하나 하나 찾아 가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사찰에 가도 우리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가서일까 하나라도 더 지식을 얻으려고 노력을 한다. 우리것이란 질리지 않고 오래 보아도 아니 그곳에 잠깐 가 있어도 오래도록 살아왔던 것처럼 느껴진다. 고택에 대한 관심을 갖다가 한번 이런 테마로 책이 나왔으려나 하고 찾다가 발견하게 된 책이다. 이런 책은 좀더 많이 나와야 하는데 아쉽기도 하다. 아직은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고택과 종택이 많이 남아 있다고,사람의 손을 기다리는 건물들이 많지만 그래도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자부심을 가지게 한다.그런면에서 이 책은 고택에 대한 빗장을 풀게 하는 책이되었다.

 

대술의 수당 이남규 고택의 사랑채인 평원정 

시월에는 우연하게 고택을 몇 군데 가게 되었다. 친정 가까이 있는 대술에 있는 '수당 이남규 고택' 과 홍성 오서산 산행을 하고 '청라은행마을의 신경섭가옥'을 다녀오게 되었고 아산 외암마을 가까이 있는 '맹사성고택'에도 갔지만 그곳은 올해 말까지 보수공사를 해서 완전한 모습을 보진 못했다. '수당 이남규 고택'은 우연하게 '한국고택'에 관한 프로를 보다가 만나게 되었는데 꼭 가봐야 할것만 같은 무슨 숙제와도 같은 느낌이 들어 시골에 갔다가 가보게 되었는데 마침 관장님과 그외 분이 고택에 대한 역사와 그외 앞으로 어떻게 고택을 지켜나갈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니 정말 값진 보물을 얻은 것과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수당 이남규 고택' 은 우연하게 인연을 맺어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고 또 다시 찾아 가고픈 곳에 되었다. 그곳은 특이하게 사랑채가 독립된 구조물로 '평원정' 이라는 곳인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안채는 사랑채 옆에 독립된 공간으로 'ㄷ'자 형으로 되어 있는데 아늑함이 느껴지면서도 정갈한 아녀자의 손때가 느껴지는 그런 집이었다. '청라은행마을의 신경섭가옥'은 조선후기의 가옥이라고 하는데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아쉬웠다.고택이라는 것이 '수당 이남규 고택' 에서 관장님도 말씀하셨지만 '관리'가 문제다. 현대인들이 고택에서 산다는 것은 불편함과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그만큼 관리면에서 어렵다는 것이다. 신경섭가옥도 은행축제도 하고 이제 만인의 눈 앞에 드러내 놓았는데 앞으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보령의 청라은행마을 신경섭 가옥

 

몇 해 전 옆지기와 결혼기념일여행을 지리산봄꽃여행으로 하고는 그곳을 한바퀴 돌자고 했다.그러다 봄꽃에 취하다 꼭 가고 싶은 곳이 생겨 가던 길을 뒤돌아 다시 돌아간 곳이 '운조루' 였다. 섬진강변에 벚꽃이 만발했으니 차량정체야 말할것도 없었다. 꽉 막혀도 오도가도 못하게 된 상태에서 차를 움직여 그냥 뒤돌아 '운조루'를 구경하고 가는게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약간 늦은 시간이었지만 운조루를 찾아 들어갔는데 마침 그댁에서는 혼인이 있었던지 그댁도 나름 무척 바쁘셨다. 처음 발길이라 운조루에 취해 오래도록 머물다보니 옆지기가 출출하다고 하는데 마침 종부께서 눈치를 채셨는지 과일과 떡을 접시에 담아 대청에 놓으시며 맛보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눈치없이 맛있게 먹었다. 운조루의 '타인능해' 처럼 넉넉한 정을 더 담아와서일까 운조루는 늘 기억속에 머무는 고택이 되었고 불편한 삶을 감수하며 살아가시는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고 가끔 티비에서 종부의 수줍어하는 얼굴을 보게 되면 그때의 그 살짝 건네던 떡접시의 넉넉함이 생각나 더 가깝게 느껴진다.이 책에서도 만나니 더 반갑고 관심을 가지며 읽게 되었다. 별당이나 박물관등이 더 많은 이들이 고택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운조루의 반쯤 비워진 듯한 느낌이 들던 것이 어느 정도 채워지려나.

 

이곳에 머문 지난 5년간 방문객을 맞으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얘기해주는 선생, 이곳 안동 하회마을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이 몇 가옥 더 있지만 대부분 사는 분들이 연로하여 관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란다. 찾아오는 손님과 체험객을 맞이하다 보면 하루가 모자랄 정도이고, 옛날에는 하인을 비롯해 대가족이 살던 집에 지금은 달랑 노부부 두사람이 지키면서 집을 관리하기에는 아주 많이 힘에 부친다고 한다. 옛날처럼 장작으로 군불을 지켜 온돌방을 데워야 하지만, 화재의 위험과 일손 부족으로 전기 패널로 교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나 규제할 수도 없는 일이니 어떻게 하여 우리의 전통문화를 간직한 고택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문화유산을 잘 지켜낼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는 말씀에 힘이 실린다.

 

책을 읽다보니 한 곳 한 곳 모두 체험을 해 보고 눈으로 확인하며 보고 싶어졌고 빨리 이 책 한 권 들고 '고택기행'을 떠나봐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고택이나 종택이나 한옥은 어찌 그렇게 똑같은듯 보이면서도 하나같이 다 각자의 개성을 가진 집인지 정말 모든 집들이 다 멋있고 운치있고 곳곳에 조상들의 지혜와 숨결이 느껴지면 꼭 오래도록 보존되고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물론 현대시대에서 고택을 지켜나간다는 것은 어느면에서나 힘든 일이란 것을 알지만 그럴수록 더 지켜나가고 제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느낀다.그것이 개인적인 일이기 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라고 보는데 아직은 멀고 먼 길인가보다.하지만 많은 이들이 고택과 종택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힘을 합하여 움직이기도 한다. 하나는 지키기 어렵지만 그 힘이 둘이 되고 셋이 되고 열이 되면 그 힘은 대단해지는 것이다. 수당 이남규고택을 찾았을 때에도 관리하시는 분이 말씀하시길 앞으로는 고택체험도 갖고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씀 하셨다. 나부터 내가 살던 곳 가까이 그런 고택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지금까지. 그런 고택이 수몰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지켜내셨다. 집이란 처음에 있던 그 위치에 있어야 모든 것들이 제대로 보인다. 다른 곳으로 옮겨져서 아무리 똑같이 복원시켜 놓는다고 처음 그 값어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우리가 지켜 나가야 할 것이 많은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허물어지지 않게 하나라도 더 지켜내야 한다.

 

다른 집들도 모두 맘에 들고 좋았는데 눈에 들어오는 이쁜 한옥집,개화기에 지어진 보은 선병국 가옥은 그야말로 한옥이 꽃으로 피어난 것 같다. ' 경복궁 보수를 담당한 일급 목수들이 불려오고, 아름드리 춘양목이 우렁우렁 실려오고,명동성당을 짓는 데 쓰인 것과 같은 벽돌이 찍혀 쌓였다.' 그렇게 지어진 집은 밑에 흙벽이 아닌 붉은 벽돌을 넣어 색감을 주었고 창은 저마다 들려서 창으로 보이는 세상을 보고 싶게 만든다. 안주인의 정갈함을 대변하듯 줄지어 늘어선 배흘림의 커다란 장독들이 한옥의 위용을 더욱 드높게 해주는 듯 했다.언제 속리산에 가면 꼭 '보은 선병국 가옥'을 찾아가 보아야 할 듯 하다.선병국 가옥 뿐만이 아니라 가보고 싶은 고택이 책을 펼치기 전보다 더 많아졌다.이젠 고택만 눈에 들어오게 생겼다. 그러지 않아도 이런 것을 보면 시간을 많이 빼앗기며 보내는데 앞으로 더 찾아보고 체험도 해봐야할 듯 하다.어린시절 초가집에서 군불을 지피며 살아서일까 낯설지가 않고 온기가 가득한 아랫목에서 도란도란 나누던 그 시간이며 툇마루에 모두가 모여 앉아 먹던 시간이며 지나는 이웃도 밥시간에 들러 한숟갈 얻어먹던 인심이 그립기도 하다.

 

고택 아니 한옥이란 몇 백년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 결을 보여주는 나무의 그 단단함과 냄새가 좋기도 하지만 반듯한 나무보다 휘어지고 모양없다고 낙오가 되었던 것들이 한옥에서는 멋지게 운치를 자아내는 역할을 하는 것들을 많이 봤다.안성 청룡사의 대웅전을 보더라도 기둥은 휘어진 자연목이다. 개심사의 종루에도 휘어진 자연목이 부엌인 심검당인가 그곳의 문이 또한 휘어진 나무를 사용하여 얼마나 운치 있는지.지난번 다녀온 수당 이남규 고택의 대문은 위 아래로 휘어져 월방대문이라 아름답다. 그것을 보면 그곳이 아녀자들의 공간이라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사랑채는 반듯한 나무를 많이 썼다면 부엌에는 휘어진 나무를 많이 썼다.물론 물동이를 이고 다니었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그게 또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미적감각이 아니었나 한다. 그것이 '정읍 김동수 씨 가옥'에서도 나타난다. 상인방을 무지개모양으로 만들어 이채롭게 해 놓았다.한옥은 자연과 어울리는 자연스런 멋을 지니고 있으며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고 그곳에서 살아 온 이들의 삶의 세월을 더께가 고스란히 내려앉아 반들반들 윤이나며 길들여져 있다. 세월의 더께란 손이 가면 갈수록 더 단단해지고 윤이난다.하지만 그곳에 사람의 온기가 사라지면 집도 삶을 금방 잃고 만다. 우리가 그 온기를 살려야 한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우리 곁에서 숨을 쉬고 함께 하게 만들어야 한다. 강릉 선교장을 찾았을 때 한옥의 그 위용에 놀랐다. 자연과 멋스럽게 어우러져 주인노릇을 하는 집이야 말로 오래도록 보존해야 한다는 것을 더욱 느꼈다.고택을 찾으면 나무의 숨결을 느끼듯 손으로 살면시 쓰다듬어 보는데 나무의 결에 따라 느껴지는 그 세월이란 정말 무슨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좀더 우리의 관심 범위 안에서 함께 숨쉬는 집이 되길 바라면서 더 많은 고택기행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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