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노릇 사람노릇 -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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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어 그야말로 책냄새 구수하게 나는 책이다. 이런 책을 왜 오래전에는 읽지 않은 것인지 후회된다. 저자가 가고 난 후 그의 책들을 찾아 읽고 있는 나,문득 이시대에는 이런 노작가의 힘이 필요한데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에 쓰인 글들은 우리가 정말 어렵고 힘들다고 했던 'IMF' 그 시대에 쓰인 글들이라 더 따뜻한 위로가 된다. 누군가는 따끔한 말을 해주는 이도 있어야 때론 정신이 번쩍 하고 나는 것이다. 책 머리에 저자가 쓴 '어려운 시기에 책을 내게 되었다. 약속한 걸 안할 정도로 호들갑을 떨고 싶지 않아 그동안 써온 짧은 글 중에서 웬만한 걸 추려보았다.어려운 때일수록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어려운 시기에 책을 내는 것이 무척이나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가 하면 어려운 때일수록 정말 누군가가 따뜻한 위로를 해준다면 영원히 잊지 못하는 법인데 그 시기에 읽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이라도 어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어느 때나 다 고만고만 하고 여유보다는 늘 마이너스 인생처럼 그렇게 살고 있으니 우린 늘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그런 시기에 저자의 책들을 한 권 한 권 찾아 읽다보니 겹치는 내용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새롭고 어른들 말씀이 같은 말씀 몇 번 반복하며 하셔도 들을 때마다 구수한 것처럼 그와 같다.그런 마음으로 읽었다.

 

조금 지난 글들이니 어느 정도 연세가 있던 노작가는 '죽음' 에 대하여,자신의 마지막에 대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풀어 놓은 글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은 그때 죽음을 예고라도 하듯 '암'에 대하여 혹은 혹시나 암에 걸렸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저자의 남편이나 친정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통하여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담담하게 이야기를 한다. 그런 글들이 결코 경박하다거나 노파심 보다는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문제들이고 내 부모님들을 보아도 윤달이 낀 해거나 아니면 동네 친구분들이 큰 병이나 죽음을 맞이했을 때 자신들의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 하시는 것처럼 담담하게 읽어 나갈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나도 나이를 먹고 있기 때문일까.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음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도 한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을 테지만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태어남을 준비하듯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죽음도 분명 삶의 일부분 이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나를 토박이 서울 사람과 확연히 다르게 느낄 적이 있다. 내 성격 중 좋은 점이 있다면 그건 거의 나의 촌스러움에 근거하고 있다는 걸 자각할 때이다. 그리하여 고향은 어머니에게뿐 아니라 나에게도 자존심의 근거가 돼주고 있다. 이렇듯 내 고향은 아직도 나에게 살아 있는 모순이다.

 

그런가하면 글쓰는 방법 또한 변천사를 거침을 알 수 있다. 처음 부분을 무척 힘들게 쓰신 다는 것에서 글쓰기를 원고지에 하면 파지를 무척 많이 내는데 종이에서 컴퓨터로 옮겨 가면서 먼 옛날 이야기처럼 들리는 386나 586같은 이야기에서 노트북으로 그야말로 시대가 변함을 느낄 수 있고 컴퓨터에 글을 쓰면서도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방법이 서투르기도 하지만 컴퓨터로 쓰면서의 장점과 단점을 읽어가며 정말 시간이 많이 흘러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이야기 속에 많이 등장하는 친정어머니와 고향 박적골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밌고 시골에서 살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간직하고 있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나 또한 시골이 고향이기에 늘 어린시절 동무들과 뛰어 놀던 그 시간들을 지울 수가 없다. 그 때의 풍경이며 집주변에 있던 나무며 뒤란에 가득하던 시골스런 꽃이며 그 때 가슴속에 박혀 있던 것들을 지우지 못하고 지금 나 또한 그 때로 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 또한 베란다에 도라지를 심고 더덕을 심고 초록이들을 가꾸며 살고 있는 것은 늘 시골집 뒤란에서 보았던 도라지꽃이 이쁘고 지금도 빛바랜 사진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맛'에 대하여 좀더 까다로워지는 것도 어쩌면 어린시절 아니 고향에서 먹었던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찾아 다니는 것일지도 모른다. 도시에 살고 있어도 우리 가슴속 한 켠에는 어린시절의 추억의 방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에 대하여 누구보다 강했던 작가와 친정어머니는 자신들이 고향과 그 때 박혀 있던 모든 것들이 표준처럼 현재의 삶을 흔들어 놓기도 하고 그 때로 회귀하듯 그가 찾아낸 곳은 고향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아차산자락이다. 자신의 열정으로 찾아낸 곳은 아니지만 점점 그곳이 고향과 닮았다는,아직 지우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어린시절의 박적골이 골수에 박혀 저자를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아차산 자락에서 또 다시 자신의 고집을 내세우는 그야말로 깐깐함을 보여주는 것 또한 미소지으며 읽을 수 있다.누구나 자신이 살아오고 느끼고 먹었던 것들이 '최고'라고 한다. 기억에 저장된 과거의 것들은 현재의 그 어떤 것도 따라오지 못할 것처럼 그렇게 삶을 흔들어 놓아도 왜 그 삶이 부러운 것인지.

 

어머니가 전쟁 중에 겪은 악몽 같은 경험으로 미루어 으레 그러려니 짐작한 고향의 모습이 결코 현재 북의 실재하는 고향땅의 참다운 모습은 아니듯이,어머니가 죽는 날까지 이상향처럼 그리워한 고향 역시 지금 현재 이북에도,그밖에 어떤 곳에도 실제할 수 있는 고향은 아닐 것이다.결국 어머니의 애착도 증오도 다 당신이 꾸민 허상에 비쳐진 것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깐깐한 이웃 할머니의 '잔소리'처럼 여기저기 자신의 '목소리'를 내세우는 글들이 저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또 이소리야' 할 수 있겠지만 늘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기에 평생 현역작가로 살지 않았을까? 고향을 닮아 가고 싶었고 고향을 다시 재현해 놓듯 현실을 만들어 가고 싶었어도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음은 그의 글에서도 나타나지만 시간 또한 간극을 좁히기엔 너무 멀리 와 있음을 말해준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볼 수 있다.아무리 발버둥쳐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과거의 박적골로 친정어머니가 살아 계시던 그 시간 속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지만 다시금 글로 환생시키는 순간에 간극은 좁혀져 물은 다시 제 물길을 찾아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저자의 글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이런 책들이 절판된 것이 아쉽다.저자의 책들을 중고책으로 조금 버겁다 싶을 정도로 구매해 놓고 한 권 한 권 곶감 빼 먹듯 읽고 있는데 참 좋다. 지금 내 마음을 표현해 놓은 듯도 하고 자신의 일상이 역사를 꿰어 놓은 것처럼 좋은 글이 되었다는 것도 참 좋다.평범한 것이 역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다. 그것이 이 시대 어른의 소리이고 어른 노릇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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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박완서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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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늘 꽂아 두기만 했던 책을 오래간만에 우연하게 빼들고 읽게 되었다.박완서님이 책은 한곳에 죽 꽂아 두고 한 권 한 권 요즘 파블숙제로 읽어 나가고 있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은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쓴 수필 23편을 모아 놓은 책이라 '2002년 월드컵' 이야기도 나오기도 하여 그 때를 기억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난 작가들의 장편도 좋아하지만 수필이나 단편도 무척 좋아한다. 이런 수필집을 읽다보면 저자의 삶의 일부분을 훔쳐보는 느낌이 들고 좀더 저자와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 친근감이 있고 좋다.이 책도 그렇게 읽었다. 다른 책에서 읽어서 알고 있는 있는 내용이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참 맛깔스럽게 풀어 낸 수필을 읽다보면 '삶이 곧 글이고 소설'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러나 나는 나도 모르게 툭하면 옛날타령을 하고 있었다. 옛날 식으로 무친 가지나물과 호박나물, 흰죽과 육젓, 고약처럼 까만알이 잔뜩 든 민물게장.이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은 식욕의 차원이 아닌 정신적인 갈망 같은 거였다.

 

저자는 '박적골'에서 살았던 어린시절을 기억속에 고스란히 저장해 놓고 그것을 야금야금 꺼내어 글 속에 녹여 냄으로 하여 더욱 글을 맛깔스럽게 하면서도 어쩜 그렇게 세월이 흘러도 생생하게 기억을 하는지 글을 읽으며 늘 놀란다. 기억이란 시간이 흐르면 빛바래게 마련인데 그의 기억속에서는 늘 생생하게 어제일처럼 빛난다.그것이 늘 글에 모든 것을 담아 두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생각도 해본다. 저자는 어린시절 부족함이 없이 살았던 박적골을 생각하며 나이가 들어서 그와 비슷한 곳에서 살고 싶어하여 아파트에서 산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여 화단을 가꾸고 동네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산에도 다니고 나물도 캘 수 있는 아치울에서 여유롭게 살아간다. 다른 것이 여유롭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여유로운,어린시절의 박적골과 비슷한 느낌의 집을 일구며 살아가는 일상이 행복으로 그려진다.

 

아치울 마당의 꽃들도 첫해만 씨를 뿌렸고,그 이듬해부터는 내 유년의 뒤란에 아무렇게나 피던 꽃들처럼 그 자리에서 저절로 돋아나게 됬다.그러나 이름만 같을 뿐 옛날 꽃하고는 많이 다르다는 게 조금씩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옛날 꽃들은 다 수수한 홑겹이었는데 요새는 채송화도 백일홍도 한련도 다 겹으로 피고, 송이도 크고 빛깔고 현란하다. 옛날보다 더 보기 좋게 종자가 개량된 것 같은데, 내 소원은 화려하거나 신기한 꽃이 아니라 마음 붙일 수 있는 꽃이다.

 

이 책은 그가 함께 어울리던 아치울 친구와 같은 화가와 함께 작업을 하려 했던 것인데 그녀가 그만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어 계획한대로 나오지 못하고 수필집으로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그림과 함께 였다면 얼마나 더 멋진 책이 되었을까? 박적골에서는 할아버지가 있던 공간과는 다르게 그의 방이 있던 뒤란은 그야말로 '꽃천지'다. 봉숭아 채송화 분꽃 백일홍... 흐드러지게 피고 지고.사람이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씨가 떨어져 나고 자라고 꽃 피고 지고.그런 뒤란을 보며 자란 저자는 그 속에서 고향의 아름다움을 더 간직하게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하여 그 때의 꽃들로 화단을 가꾸고 싶어 그야말로 옛날꽃이라 할 수 있는 꽃을 발견하게 되면 씨를 받아 화단에 심고 가꾼다. 텃밭을 일구기도 했지만 아치울에 오는 채소장사 아저씨가 싸게 주시는 것이 더 좋은 듯 하기도 하고 텃밭에 심으면 벌레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많으니 아마도 꽃을 더 심게 되지 않았을까.흙을 일구고 꽃을 가꾸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시간을 가지며 살아가는 아치울 이야기와 그와 함께 하는 세상 이야기는 늘 느끼는 것이지만 맛깔스러우면서도 늘 담백한 밥상을 한 상 받는 느낌이다.

 

책의 제목인 [두부]는 전 전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로 해서 그가 많은 이들에게 두부를 먹게 했지만 그는 감옥에 갔다 나오면서도 '두부'를 먹지 않는 일을 만들고 만다.내가 알기로 감옥에 다녀오면 제일 먼저 두부를 먹게 하는 것은 예전에는 콩이 귀했고 더불어 소금도 귀하니 사찰과 같은 곳에서만 두부를 할 수 있어서 귀한 음식이었던 두부였기에 감옥에 다녀오면 귀한 음식인 두부를 먹인 것이 굳어진 것이라는 의미를 읽었는데 다른 이들에게 또 그도 감옥을 다녀오고도 두부를 먹지 않았지만 어느 음식점에서 '두부'를 먹는 이들의 풍경을 접하며 맛깔스런 글로 풀어낸다. 저자의 눈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하여 세상을 보는 이야기로 전환을 하면서 날카롭게 냉철하게 때론 꼬장꼬장한 노인네처럼 꼿꼿함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그의 글이 살아 있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의 삶은 모두가 그야말로 '글이며 문학'으로 승화하여 남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그리고 '2002'년 월드컵을 다시금 글 속에서 만나는 느낌은 야릇하기도 하고 의미를 모를 쾌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은 무얼까? 그 시간이 벌써 십년이란 시간이 더 지났다는 것이 깜짝 놀라게 한다.거리와 나라를 온통 붉게 물들였던 것이 어제일처럼 생생한데 시간은 이렇게 빨리 흘러서 지나가 버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내가 처해 있는 그 순간에는 무척 대단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지나고 하면 점점 작아져 버리는 빛바랜 사진 속의 추억처럼 한 점이 되어 가물가물 스러져 가는 촛불처럼 빛나기만 하니 그 기억속 추억을 따라 한바탕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나 또한 어린날의 그 추억속을 거닐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 정말 기분 좋게 읽었다.

 

나 또한 어린시절에는 꽃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뒤란엔 늘 꽃들이 가득했다.그야말로 시골스런 꽃들인 봉숭아 도라지 함박꽃 호랑나비 백합 맨드라미 분꽃... 봉숭아가 피는 여름엔 손가락마다 봉숭아 꽃물을 들여야 그 시간을 보낸 듯 하기도 했지만 앵두나무에 앵두가 익어갈 때는 한바탕 앵두나무에 매달려 앵두를 따먹어야 했고 호랑나비 꽃이 화려하게 필 때는 씨를 따서 여기저기 던지는 재미에 빠지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고 도라지꽃이 뒤란 가득 필 때는 얼마나 이쁜지.그 기억을 잊지 못해 지금 우리집 베란다 화단엔 도라지를 심어 여름이면 도라지꽃을 보고 있다. 어쩌면 기억이란 우리를 행복하게도 하지만 그 속에서 놓여나질 못하게 매두기도 하는 듯 하다.글롤 풀어내고 내 속에서 풀여낼 수 있다는 '추억과 기억'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그런면에서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아이들이나 나 또한 감사한 일이라고 본다. 도시와는 다른 여유로운 기억을 가졌으니 말이다.

 

저자가 풀어내는 아치울 이야기는 우리가 나이가 들어 노년에 살고 싶어하는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린시절을 추억하며 담장안에 매화나무 한 그루 살구나무 한그루 심어 가꾸고 화단엔 봉숭아꽃 채송화꽃 맨드라미 과꽃 분꽃 흐드러지게 피어 꽃 속에서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며 그 시절을 추억하며 자연을 즐기며 사는 삶이란 누구나 꿈꾸지만 누구나 그렇게 살지는 못한다. 자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보태져서인가 다른 소설 보다도 더 친숙하고 친근감 있으며 더욱 맛깔스런 밥상을 받고 있는 행복함으로 읽었다. 가끔 가끔 글 속에서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우리말이 나오기도 해서 더 기분 좋은 글이기도 하고 이젠 더이상 이런 글을 만날 수 없어서일까 감추어 두고 몰래 꺼내어 혼자 야금야금 그 행복을 누리고 싶은 글이기도 하다.장맛비가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울집 베란다에 도라지꽃이 활짝 피었는데 이 책을 만나 어린시절 고향의 추억을 생각하며 더 맛깔스럽게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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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여행가방 - 박완서 기행산문집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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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책들을 일주일에 한 권은 읽어보자는 나름 계획을 세우고 요즘 한 권씩 읽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것도 잘 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만족을 하며 가끔 한 권씩 읽어 쌓아 놓은 책들 중에 내 안에 담긴 책이 한 권 한 권 늘어간다는 뿌듯함에 읽고 있는데 이 책에는 지난번 읽었던 단편집에 같은 글이 두 편 실려 있어 더 반갑다. 읽은 것을 바로 기억해 낼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그래도 읽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주듯 다시 읽다가 혼자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았다. [남도 기행]과 [섬진강 기행] [백두산 기행] 이 그것이고 다른 것들은 처음이라 그냥 읽어 나갔다. 작가가 생존해서 읽었다면 어떠했을까? 생존과 상관없이 좀더 일찍 읽어보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해도 그래도 지금 읽는 것을 만족한다.

 

친구의 잘못이었는지 고의였는지 광주에서 해남까지의 장거리도 직행버스도 못 타고 수도 없이 정거하는 그냥 시외버스를 타게 됐다. 그러나 그동안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조금도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내가 지금까지해온 여행은 과정을 무시한 목적지 위주의 여행이었다. 그게 얼마나 바로 여행이었던가를 알 것 같았다.

 

늘 다정한 어머니 현역으로 글만 쓰시던 분 같은데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도 많이 다니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자의든 타의든 가게 된 여행에서 세월이 많이 흘러서인지 지금과는 조금 다른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많이 느낄 수 있어 좋고 사실감 있고 작가라 그럴까 감상적인 면들도 있어 쏠쏠한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다. 여행기를 읽다보니 내가 하는 여행과 비교를 하게 되기도 했는데 우리 또한 늘 '목적지 위주의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목적지만 생각하며 여행지에 갔다가 '에이, 이게 아닌데 뭐이래..'하고 돌아섰던 여행도 있었다.그럴 때는 다른 곳을 연계하며 올라오다가 처음 생각했던 목적지에서 느끼지 못했던 보람을 느끼기도 해서 그것으로 만족하기도 했는데 여행이란 정말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고 추억이라 생각한다.숙박지를 정해지 못해서 헤매었다던가 밥을 제때 먹지 못하고 쫄쫄 굶다가 겨우 컵라면 하나로 떼웠는데 그게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 주기도 한다. 여행은 정말 예기치 못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고 낯선 곳에서 분명 낯선 것들과의 만남이 주는 예기치 못한 느낌으로인해 내가 있는 자리의 소중함을 더 깨닫게 되는것 같다.

 

파스텔조로 사위어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그날 온종일 한 번도 공장이나 고층아파트의 회색빛 직선을 보지 못하였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아아,바로 그러였구나. 오늘 하루 누린 평화와 행복의 원인이 바로 그거였구나. 그건 소리라도 지르고 싶게 놀랍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국내 여행인 <남도 기행>이나 <섬진강 기행> <오대산 기행><하회마을 기행> 등을 보면 계획적인 여행이라기 보다는 무작정 친구와 함께 떠나거나 가족과 함께 떠나도 모든 것을 틀에 맞추어 놓은 것이 아니라 현지에 가서 현지에 맞게 여행을 하여 더 잔잔함을 안겨준다. 지금도 그런 인심이 있는 곳도 있겠지만 그때하고는 분명 많이 달려졌다.지금은 스마트폰시대이고 지자제로 인해 전국은 축제의 현장에 트레킹 코스가 여기저기 잘 정리되어 있기도 하고 아날로그적인 맛이 떨어직도 하는데 저자의 여행기는 구수하면서도 된장국 같은 맛과 냄새가 나서 좋다. 언어의 감칠맛도 있고 저자의 소설에서도 느끼는 그런 생동감이 넘치는 맛이 기행산문에도 넘쳐나 재밌게 읽을 수 있다.그것이 국내 뿐만이 아니라 해외 여행을 하면서도 느껴진다.

 

그 고장의 황혼이 그토록 길고 유정했던 것은 달빛 때문도 낙화 때문도 아니라 섬진강의 물빛, 모래빛 때문이었구나,비로소 알 것 같았다.

 

<백두산 기행>에서는 고향이 이북이라 더 북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계셨을텐데 자신보다 다른 이들이 더 통곡을 하듯 북녁땅을 앞에 두고 느끼는 감정 앞에서 어쩌지 못해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것은 꼭꼭 눌러 왔던 감정이었을까 한뿌리로 느끼는 감정이었을까.고향이 그곳이 아니라고 해도 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는 괜히 그쪽 땅만 바라보아도 서늘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섬진강 기행>은 나 또한 작가가 거닐었던 그 곳을 나도 거닐어 보았다는 것이 기분 좋았다. 섬진강변 벚꽃길이며 '운조루'등 정말 좋았던 곳을 다시 글 속에서 만나는 것은 포근함이고 '공감' 이라 표현해도 되려나.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같은 곳을 거닐었다고 하면 왠지 모르게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기분,내가 걸어 왔던 그 길과 시간이 남다르게 느껴지게 된다.

 

책의 제목이 되는 <잃어버린 여행가방>은 어느 나라에서는 '잃어버린 여행가방'을 경매에 부친다는 것이다. 그 가방에는 별거 별거 다 들어 있겠지만 여행가방에는 다른 무엇보다 여행하며 입었던 꼬질꼬질한 것들이,삶의 애환이 가득 담긴 것들이 냄새를 폴폴 풍기며 들어 있을 것이다.작가 또한 자신의 여행가방을 딱 한번 잃어버렸던,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잃어버렸지만 그 가방에 들어 있던 그동안 자신을 감싸고 있던 '애환' 에 대한 것을 토로한다. 여행가방에 귀중품을 싸가지고 나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나 또한 여행가방을 싸면서 느끼는 설레임과 가방안에는 온통 여행지에서 필요한 것들 ,옷가지나 생필품을 챙기게 되는데 돌아 오는 길에는 가방안에서 나는 케케한 냄새,그것이 삶이고 여행이리라. 떠 날 때는 설레임으로 가득했던 여행가방이 돌아오는 길에는 낯 익는 냄새로 가득하고 다시금 익숙한 삶으로의 회귀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내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 육신이란 여행가방안에 깃들었던 내 영혼을, 절대로 기만할 수 없는 엄정한 시선,숨을 곳 없는 밝음 앞에 드러내는 순간이 아닐까.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내가 일생 끌고 온 이 남루한 여행가방을 열 분이 주님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여행가방을 잃어버릴지라도 여행가방을 싸고 싶을 때가 있다.맘만 있고 떠나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늘 시간이 없다고 한다.하지만 시간은 내가 만드는 것이고 여유도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내가 내 삶에 그런 여유의 시간을 내지 못하다는 것은 한번 내 삶을 뒤돌아 보아야 하지 않을까.문득 저자의 기행산문집을 읽다보니 오랜 친구와 함께 혹은 가까운 이와 함께 계획없이 무작정 기차에 올르거나 시내버스에 올라 목적지를 두지 않는 차창밖 풍경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과정과 추억이 더 알토란 같은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늘 친구와 '언제 얼굴좀 보자.밥 한번 먹자'하고 살지만 일년에 한 두번 보기도 힘들다. 잘 살아 가고 있는 것일까? 삶은 곧 여행이다. 낯선 곳으로 떠나야만 여행이 아니라 오늘 하루 내게 주어진 시간이 여행일텐데 목적지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행이란 누구와 떠나든간에 익숙한 것보다 낯선 것에서 만나는 '낯섬' 의 설레임과 한편으로는 실망감이 주는 여운인지도 모른다. 뭐든 좋다.누군가와 혹은 나 혼자라도 떠나고 싶다. 그곳에서 내 남루한 영혼과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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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 로커 외길인생 김경호가 전하는 생을 건너는 법
김경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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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연애인들이 '신비주의' 라 해서 개인사나 TV 그외 언론에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을 경영원칙으로 세우던 시대가 있었다. 그렇게 하여 '얼굴 없는 가수' 니 뭐니 별 희한한 말들이 나오기도 하고 유언비어가 나돌기도 하고.하지만 요즘은 예능의 대세는 '개인사',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털어 놓거나 인간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더 시청자나 팬들에게 다가가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지만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 하다. 신비주의보다는 난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는 것이,연얘인도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더 좋아한다. 연애인 뿐만이 아니라 친구나 그외 사람들도 꽁꽁 싸매고 풀지 않는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감춘다는 것은 냄새가 난다. 솔직한 성격이라 감추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감추다 보면 그 끝이 없다. 스스로 자신의 동굴에 갇히는 경우가 있다.

 

김경호가 김경호로 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그것은 자유였다. 그리고 열정으로 가득찬 무대였다. 그것이 없다면 굳이 음악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요즘 불후에 나와 대단한 노래실력을 인정 받은 '문명진' 씨 또한 십여년 동안 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가두어 두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가두어서 좋을 일이 없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듯이 우울하거나 일이 안 풀릴 때는 더 환한 곳으로 나와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풀어야 한다. 속에 꼭 꼭 싸매고 있다보면 마음에 병이 생긴다. 몸의 병은 이겨낼 수 있지만 정말 마음의 병은 이겨낼 수 없을 때가 있다. 그 또한 그런 이야기를 쓰기도 했는데 몸은 피곤하면 병을 잊는데 마음의 병은 그렇지가 않다. 승승장구하듯 로커로서 자신의 길을 잘 걸어왔다고 생각한 '로커 김경호' 그의 지난 시간은 과분한 사랑도 받았지만 그 밑에는 정말 힘든 시간도 많았다. 여리여리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가냘픈듯 하면서도 4옥타브를 넘나드는 미성은 정말 그의 노래를 한 번 들으면 반하게 되어 있고 그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그런 그도 무명의 혹독한 시간을 거쳤고 기획사의 노예 계약에 타깃이 되었으며 두번이나 성대결절이라는 가수로서 끝이라 할 수 있는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했는데 희귀병이라는 또 하나의 악재가 그의 발목을 잡기도 하는가 하면 아는 사람들에게 빚만 온팡 떠안게 되는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내 목소리가 나를 깨운다. 관중들이 열광할수록 내 몸은 알아서 리듬을 탄다. 감기 기운도, 수술한 자리의 통증도 사라진다. 내가 무대인지,무대가 나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열정에 녹아든다. 그래,이것이 록이다!

 

그런 가운데 쓰러지지 않고 로커의 꿈도 자신의 노래에 대한 열정도 식히지 않고 고스란히 간직하며 '무대'를 저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오기까지의 이야기가 그를 다시 보게 만든다. 그의 안티도 아니고 그렇다고 극성팬도 아니지만 그런대로 좋아하고 있고 그가 글로 풀어낸 방송의 그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보기도 해서 그의 이야기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옆에서 잘 아는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처럼 가슴에서 뭉컥 뭉컥 뭔가가 올라오는 순간을 느끼며 읽었다. 그만 사막을 건너 온 것은 아니다. 평범한 우리네 삶도 살다보면 사막을 건너야 하는 일들이 많다. 아무리 나 혼자 정신을 차리고 잘 살아 보려고 해도 옆에서 바람이 자꾸 흔들다 보면 나도 모르게 흔들리는 경우도 한두번은 있다.그럴수록 더 똑바로 보아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고 '가족'이다.가족이야말로 든든한 버팀목처럼 비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자신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든든한 막내아들의 후원자인 부모님이 계셨기에 힘들 때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주고 그를 기억해주는 팬들이 있고 그와 함께 하는 '식솔' 있고 그를 믿고 이끌어주는 '이사'가 있어 오늘날까지 뚝심으로 로커로 버터온 것은 아닐까.

 

무대에 오르면서 떨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공중파 첫 방송, 이 무대에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현석이 형 덕분에 처음 올랐던 그 소극장 공연을 생각한다. 그날 나는 전사였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전사.또한 나는 방랑자였다. 아무도 없는 사막을 걷는 방랑자.그러나 언제까지나 홀로 걸을 수는 없었다.누군가의 응원이 절실했고 내가 끝없이 걷고 있음을 알아주기를 바랐다.

 

그의 무대를 보다보면 간접적으로 내 안의 무언가를 폭발시키는 것 같아 기분 좋고 시원하다. 가슴의 불덩이를 모두 꺼내어 증발시킬 수 있는 힘을 전해주는 그의 열정적인 무대를 언제까지나 보고 싶은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그의 노래를 들은 사람을 '로커 김경호'라는 인물을 아끼게 될 듯 하다. 이십대의 팔팔하던 그 힘은 아니지만 시간이 가수로 지금까지 그를 잘 버티게 해 준 것은 그만큼의 '깊음과 울림'을 주고 있는 듯 하다. 나무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늘이 더 넓어지듯 그가 드리우는 그늘은 더욱 커져가고 강함에서 나오던 힘은 온화하고 부드러움에서 나오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요즘 서바이벌 프로가 대세나 여기저기 서바이벌 프로가 많이 생겨서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볼거리'가 많아졌고 비디오가 아닌 오디오형 가수들이 설 자리가 생겼다는 것이 기쁘다. 아이돌의 무대에서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설 자리가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즐길 폭도 넓어진 것이라 본다. 그런면에서 '나가수'든 '불후의 명곡'이든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그들만의 색깔로 편곡하여 서는 무대를 나 또한 즐겨보게 되는데 그동안 잊혀지듯 하던 가수들이 신인처럼 나오기도 해서 더욱 좋다.

 

"김경호 여전한데!"

이 말 한마디에 모든 오해가 풀릴 것이라 믿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또한 '나가수'의 영향을 많이 받고 제2의 전성기처럼 다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으니 기분 좋은 일이다. 사람은 살다보면 누구나 '고비'라는 먹구름을 만나게 된다. 먹구름 밑에서 내리는 비를 온 몸으로 맞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좀더 잘 피해서 여유롭게 대처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하지만 무엇보다 그 순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듯 하다. 그런가하면 꿈을 놓지 않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이 중요한 듯 하다. '멈추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꿈을 향해 달려가면 끝나지 않지만 내가 멈추면 꿈도 멈춘다.정말 좋은 말인듯 하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좀더 자신을 보는 눈과 자신과 함께 하는 '이웃'을 볼 수 있는 여유로운 눈을 가지게 된 듯 해서 기분 좋게 읽었다. 그의 꿈이 현재도 '진행형'이라 더 응원해야 할 듯 하다. 그의 책을 내려 놓는 순간 얼른 마일리지를 털어 앨범을 하나 구매했다.내가 원하는 노래들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 또한 힘이 나지 않고 축 쳐질 때 그의 노래를 듣고 힘을 얻고 싶다. 내가 준비하지 않으면 다음 무대는 오지 않는다. 안된다고 주저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안될 때 더 노력하고 연습해야만이 다음번에 올 무대를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받아 놓고 쌓아만 두고 있었는데 읽어보니 참 좋다. 그의 인생의 터닝포인트와 같은 시점에서 나온 그의 로커로의 지난 삶의 이야기를 접하면 나 또한 '열정바이러스'에 감염되듯 그의 열정 속으로 잠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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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호텔리어입니다
제이콥 톰스키 지음, 이현주 옮김 / 중앙M&B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숙박시설을 자주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을 가게 되면 늘 고민하는 것이 어느 곳을 선택할까이다. 간단한 검색으로 고르기도 하지만 외부를 보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지명도에 의해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이번 11월 가을여행에서는 우연하게 무료숙박권을 갖게 되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숙박을 하게 되었다. 12시부터 체크인이 된다고 했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니 아직 청소가 덜 된 전사용자가 바로 퇴실을 하고 나간 상황이다. 프런트에 가서 방을 배정받고 그곳이 바다가 잘 보이는 방인지 물었더니 모든 방이 바다가 잘 보인단다.침대인지 온돌인지 확인한 후에 침대와 온돌이 합쳐진 방으로 배정을 받고 방에 캐리어만 올려 놓으려고 올라가는데 마침 룸매이이들이 청소를 하고 있다. 우리가 지나가니 몇 호로 가느냐고 묻는데 그 말이 사투리라 옆지기가 잘못 알아 듣고 다른 이야기를 했다. 아줌마는 웃으시며 다시 묻는데 여전히 사투리라 또 다른 대답을 하고 지나다 생각하니 '몇 호' 라고 묻는 말이었다. 몇 호인지 말해주었다면 더 깨끗하게 청소를 해주셨을까? 퇴실한 방은 그야말로 난장판,우린 우리의 뒷모습을 남기는 것 같아 너무 지저분하게 사용을 하지 않는데 그야말로 얼마동안 청소도 안한 방처럼 여기저기 정말 발을 디딜수가 없다. 캐리어를 놓고 나가야할지 말아야할지 난감했지만 가져 왔으니 한쪽에 잘 놓고 나왔지만 걱정이 되어 프런트에 말을 하니 괜찮단다.믿어야 할까.

 

 

저자는 철학과를 나오고 부모님이 군과 관계가 있어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늘 이사를 다니는 생활을 했다. 정착이라 보다는 여행에 가까운 생활을 했고 철학과를 나왔으니 그에 맞는 직업을 택해야 하는데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가 호텔에서 '대리 주차'를 하는 일에 우연히 발을 딛게 됨으로 하여 그의 청춘을 호텔업에 발을 담그게 된다. 우연하게 했던 일이 직업이 되고 자신의 전공과는 다른 일이지만 부모님의 직업과 자신의 전공이 합쳐져서인가 대리 주차로 시작했지만 프런트로 승진을 객실 담당 매니저로 승진을 하여 그야말로 평탄하게 잘 나가는 호텔리어로 생활하게 되었다. 대리주차를 하면서 겪게 되는 '팁'의 주인이 누구인가?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팁문화가 그들에게는 생계에도 연결이 되어 있음과 자신이 받은 팁의 사용처가 과연 어떻게 분배되고 누구의 몫인지 생각하게 되면서 대리주차의 겉과 속이 보이게 된다. 그러다 새로 개업하게 되는 호텔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곳에 주차요원으로 다시 일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일에 어느 정도 만족하게 되는 상황에서 프런트로 승진하게 된다.

 

주차요원과 프런트의 일은 겉모양새부터 다르다. 운동화게 편한 복장이었다면 자신의 명찰을 달고 근무복에  말끔한 옷을 입고 손님을 상대해야 하기도 하지만 프런트에서는 다른 직원들과도 연계가 되어 있어 그또한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비스업이란 것이 간이고 쓸개고 다 빼놓고 일해야 한다고들 한다. 자신의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자신을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된다.그야말로 좋지 않은 일이 있어도 손님 혹은 고객을 대할 때는 웃어야 하고 그들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 프런트는 호텔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그곳에서 당당히 자신의 이름으로 서기까지는 술도 멀리하고 근무시간도 남들보다 더 많이 뛰면서 일을 하여 그야말로 자신이 번 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통장에 먼지가 쌓일 정도로 일에 빠져 살았지만 회의를 느낄 수 있는 그 시기에 객실매니저 일을 제의받게 되고 프런트에서 다시 객실매니저로 새로운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우스갯소리로 내 통장에 먼지가 쌓이고 있었다는 얘기다. 통장에 든 돈은 사용하지 않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나는 예금만 하지 출금은 하지 않았다. 여러 달 동안 위스키를 사서 마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식사는 매번 직원 식당에서 해결했는데,정말 넌더리가 났지만 비용이 절감되는 이점이 있었다.나는 집에 오래 머물지도 못했고 외출도 하지 못했다.그저 출근하는 중이거나 퇴근하는 중이었다. 쉬는 날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잠만 잤다. 쉬는 날에 걸어 다니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분에 넘치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숫제 건드리지도 않고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내 통장에는 수천 달러가 모아졌 있었다.

 

대리주차를 할 때 그는 같은 동료들과의 조화 및 손님들에 대해서도 그런가 하면 주차일을 하는 이들이 어떻게 해야 손님이 만족하는지에 대해 세세하게 고발한다. 여행지에 가서 차를 랜트할 때는 차에 현상태를 사진을 모두 찍어 둔다.그래야 차를 반납할 때 문제가 생기면 바로 제시를 할 수 있고 랜트한 차를 타고 다니다 문제가 발견되면 즉각 전화를 해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발견되었음을 그때 그때 이야기 해줘야 다음에 더 큰 문제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처럼 대리주차를 할 때도 차의 문제를 먼저 살핀 후에 되도록이면 고객이 해 놓은 상태를 변경하지 않는 상황에서 운전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자신이 몰아볼 수 없었던 고급차를 보고 잠시지만 자신의 것처럼 즐기는 일들이며 운전을 못해 해를 끼치고 다른 일로 바꾸는 일등이며 결코 웃을 수 없는 일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객실매니저로 객실에서 고객이 취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는가 하면 매이드들이 고객의 맘에 들게 하기 위하여 우리가 상상도 못하는 일들로 눈속임하듯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소비자고발처럼 모든 것을 알고 나면 왠지 속이 더 쓰리고 아프다.알지 못하고 고객이 되는 입장과 내부사정을 알고 나서 고객이 되는 입장은 다르다.

 

호텔리어로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끼고 한동안 사용하지 못한 자신의 계좌에 들어 있는 현금에 먼지를 털기 위하여 한동안 유럽에서 시간을 보내고 겨우 기본을 유지할 수 있는 현금만 들고 돌아 오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려 해도 결국에는 다시 호텔리어로 다시 돌아가야 했던 일. 호텔리어로 다시 시작하며 자신은 서비스를 팔고 있지만 호텔측에서는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하여 하는 일에 결국에는 밀리어 호텔을 나오게 되고 자신이 10년차 호텔리어로 살아 온 이야기를 쓰게 되었고 그것이 이슈가 되어 내부고발자가 되어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은밀한 호텔의 뒷모습' 에 씁쓸함이 베어난다.호텔 뿐만이 아니라 어디든 파고 들어가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겉모습과는 다른 뒷모습을 보고 씁쓸함에 발길을 돌기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곳을 평생 이용하지 않고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이용자가 되어야 할 때가 있다.사회란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저자가 호텔리어가 아닌 경영자의 눈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고 고객의 입장이었다면 그 또한 달라졌을 것이다. 그가 대리주차에서 프런트 객실매니저까지 모든 일들을 거치면서 호텔 전반에 걸친 그 뒷모습을 보게 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더 자신이 몸 담았던 일에 발칙한 고발을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일들을 경험했고 이젠 호텔 종업원이 아니라 작가의 시선이기 때문에 자신의 십년을 돌아 볼 수 있지 않았을까.좋든 싫든 어느 정도 사회에 발을 담그게 되면 자신이 하던 일의 음과 양을 다 보게 된다. 그렇다고 음을 보았다고 그곳에서 과감하게 발을 빼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그래도 그만한 일에 적응되고 길들여졌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진정 자신의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의 꿈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꿈과는 다른 일을 하며 사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던 일을 그만두고 과감하게 다른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취업문제 취업전쟁이 발목을 잡고 있고 대학등록금에서부터 신용불량자가 된 이들도 많아 빚쟁이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빚쟁이 초년병들도 많은데 자신의 꿈이 아니라고 당장 계좌에 들어오는 일을 포기하기란 달콤한 꿀을 포기하는 일과 같을 때가 있다.그렇다고 반짝이는 컵이 의심스럽다고 평생 숙박시설을 이용하지 않지는 않을 것이다.산다는 것은 거짓을 알면서도 눈 감아 주고 알면서도 속으며 살아야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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