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 터키편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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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녀와 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짐도 많고 여러모로 짐스럽고 부담이 된다. 짧은 기간이라도 어린 자녀와 여행할 때에는 정말 챙겨야 할 것도 많지만 마음의 부담이 더 큰 듯 하다.그것이 국내여행도 아니고 해외여행이라면 더군다나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간이라면 어떨까? 남편 없이 엄마 혼자서 아이와 한달간 터키 여행을 한다면 과연 용기 있게 나설이가 얼마나 될까? 나 혼자서 그렇게 여행을 하라고 하면 글쎄? 여행을 가는 대신 그 여행비를 달라고 해서 다른 곳에 쓰던가 아님 아이가 더 큰 다음에 한번 생각해 본다고 하지 않을까?

 

나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친정에 가는 것도 서로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아플까봐 오랜기간 머물 수도 없었지만 하룻밤이라도 편하게 자고 온적이 없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커서는 그것이 또 가능했냐면 그렇지가 않다.크고 나서는 컸다는 이유로 또 잠을 자고 오지 않게 되었고 함께 여행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커서인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3박4일이고 2박3일이고 여행을 하게 되었고 그것도 처음엔 무척이나 망설이다 떠나게 되었던 것 같다. 시작이 어렵지 한번 가족이 함께 여행하고 나니 오류 투성이라고 해도 모두 추억이 되고나니 틈만 나면 아이들이 가족여행을 가족 하였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보다 금방 큰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란 아이들이 성장을 하면 움직일 수가 없다. 학교에 매이고 학원에 매이고 그렇게 하다보면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춘기라는 것이 또한 발목을 잡는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여행을 갔던 것은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초입이었고 그 이후로는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든다는 것이 정말 하늘에 별따기였다. 사춘기 때에는 부모와 함께 하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대입 때문에 서로 불편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었는데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 가족이 함께 하는 가족여행을 계획해 보았지만 그것이 정말 서로 시간을 맞춘다는 것이 무척 힘든 일이란 것을 경험했고 겨우 제주여행을 다녀왔을 뿐이지만 그 또한 얼마나 좋은 시간이었는지.

 

얼마나 바랐느냐고? 꼭 그만큼 바랐다. 그 모든 것들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나를 터키로 밀어낼 만큼.그래,나는 조금 힘을 내기로 했다. 남편의 말이 옳다. 여행의 패턴이 정해지고 그 용량을 알아내면, 그 용량만큼만 담으면 된다. 아이의 느긋한 베이비 스텝과 나의 조급한 스텝 가운데 어딘가 서로 조금씩 양보함으로써 모두가 만족할 만한 지점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속으로 무척 부럽고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너무 부러웠고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안타깝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였다. 시간은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인데 왜 없다고만 생각하며 살았던 것인지 후회가 됐다. 충분히 어린 나이에게도 함께 긴시간동안 해외여행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실행에 옮기지도 않고 미리 포기를 하거나 시도조차 해보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36개월, 세 살인 중빈을 데리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용기도 필요하고 아이와 타협을 하는 것을 읽으며 엄마가 얼마나 강단진지 알게 되었다. 아이를 여행지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혹은 할아버지나 동물과 혹은 혼자 놀게 놔두고 주변을 돌아 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인듯 한데 너무도 자연스럽게 거침없이 아이와 약속을 하고 서로가 너무도 잘 지킨다는 것이다.아이는 어른보다 더 말을 잘 듣거나 아이들과 동물과 너무도 잘 어울려 지낸다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였던 JB는 성장하여 스스로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아이가 아닌 여행 동반자가 되어 가는 이야기가 책에 빠져 들어 읽게 만든다.

 

저자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이 책을 선책하게 된 이유가 첫번째로 내가 여행가고 싶은 나라인 '터키' 였다는 것이며 두번째로는 '36개월된 아이와의 여행'이라고 해서 아이와 함께 하는 장기간의 해외여행은 어떨까 해서 읽게 되었다.아마도 속마음으로는 정말 아이와 장기간 해외여행일까? 하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정말 그녀는 아이를 대하기 보다는 여행 동반자로 때로는 중빈 때문에 더 이득을 보면서 아이와 너무도 멋진 여행을 소화해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는 곳마다 아이 때문에 어쩌면 더 대접을 받으며 아이로 인해서 손해 보기 보다는 어쩌면 플러스 여행을 하고 있는가 하면 든든한 엄마지킴이가 옆에 있어 더 행복한 여행을 하고 있지 않은가. 여행이란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다. 그야말로 보이는 것만 스쳐 지나듯 보고 담을 수 있다. 여행지에서 새로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쩌면 '사람' 과의 만남과 어울림이 더 오래가고 여운이 남는 일이 아닌가 싶은데 JB로 인해 더 많은 인연과 더 많은 일을 겪지 않았을까.

 

정말이었다. 아침에만 해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조그만 흰 들꽃들이 일제히 만세를 부르고 있다. 그것은 아이에게도 큰 발견이었지만 내게도 큰 발견이었다. 아이는 아이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내가 그림을 볼 때 개미를 보고, 해협의 별장을 볼 때 그 옆을 지나가는 기차를 본다. 때로는 같은 것을 보고 즐거워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아이는 나와 다른 것을 '선택' 한다.나는 그 사실을 여행 초반부에 알게 되어 기뻤다. 그것은 곧 '엄마,나는 나름대로 여행을 즐기고 있어요.'  하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이는 마치 선물처럼,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알게 해주었다.

 

어린 자식을 키울 때 엄마들은 아이가 자는 시간이 엄마의 활동시간이나 마찬가지인데 저자 또한 아이가 자는 시간을 잘 활용하여 여행을 하였기에 아이가 여행에 걸림돌이 되기 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를 가져다 주었고 아이는 엄마로 인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다면 저자는 아이와의 여행으로 인해 그동안 혼자서 보던 세상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고 경험하게 된 듯 하다. 여자는 엄마가 되고 나면 더 많은 것을 가지게 되고 경험하게 되고 모성이야 말로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강인함이라 생각하는데 엄마이기에 어린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혼자서 여행을 갔다면 어른의 눈으로 보았을 세상도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 아이의 눈으로 어른의 눈으로 보게 되었고 더 넓은 세상을 품에 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본다.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 주었으니 아이는 얼마나 선택받았는지.그것을 모든 부모가 해줄 수는 없는 것이기에 그녀의 책을 읽었다면 다른 책에도 빠져 들어 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나 또한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 여행은 저자에게는 '시험'이나 마찬가지였다.어른 아들을 데리고 장기간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고 서로 여행 동반자가 되어 정말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는 시작이었다는 것을 너무도 재밌고 다양하게 보여준다. 물론 안되면 되게 하라는 한국엄마의 가능성을 실현시키기도 하면서 (자전거를 빌려 아이를 태우고 호수를 여행하는 것이 너무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자유가 느껴지는 여행이라는...) 그런 여행을 해본다는 것이 지금이야 여행이라는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정말 포기하거나 생각지도 못할 듯한 것들을 아이로 인해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한 여행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그녀의 여행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여행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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