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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로망 지중해에 빠져들다 - 김지희의 문명 여행 2
김지희 지음 / 즐거운상상 / 2008년 7월
평점 :
여행을 좋아하지만 많이 하기 보다는 요즘은 '여행서'로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이 곳 저 곳 여행서를 읽다보면 다녀 온 것처럼 생생한 곳도 있고 그리움으로 남는 곳도 있고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도 있다.지중해는 그 이름만으로도 설렌다. 올 여름에 양산을 구매하며 양산 그림으로 '산토리니'를 할까 그냥 명화그림을 할까 망설이다 결국에는 내가 좋아하는 명화로 했는데 '산토리니' 사진은 내가 들고 다니면 가고 싶은 로망으로 자리할까봐 결국에는 포기를 하고 말았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가고 싶은 곳이다. 그런데 이 지중해를 다른 이도 아니고 여행전문가도 아닌 현직 국사와 세계사를 가르치고 계신 선생님이 다녀 오시고 책을 냈다. 그냥 여행가인줄 알았는데 약력을 읽어보다 깜짝 놀랬다. <세상은 넓다> 그 프로도 예전에는 잘 보았는데 가끔 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곳에 단골패널로 활동하고 있었다니 더 반갑다.
'어느 날 문득 딱딱한 교과서 위주의 수업에 한계를 느낀 그녀는 비디오 카메라와 사진 카메라를 메고 문명 여행을 떠났다.남들이 쉽게 가지 못하는 아프리카,아메리카 대륙의 오지까지 인류 문명의 흔적이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다닌지 15년이 되었다.' 정말 멋진 선생님이다. 이렇게 자신이 직접 발로 뛰어 학습 자료를 장만해서 가르치니 학생들은 복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이런 선생님이 흔할까? 물론 모두가 열심히 가르치겠지만 직접 자신의 발로 문명 여행을 해서 실감나는 학습 자료와 경험담으로 가르치는 국사나 세계사는 더 생생한 공부가 될 듯 하다. 오래던 내 학창시절을 되새김질해 보면 국사나 세계사 시간은 그저 외우느라 '주입식' 교육에 따르기만 했지 풍부한 자료를 보고 찾고 했던 기억은 없다. 인지나 국지도 그렇고 모두가 주입식 이었지만 이런 부분을 좋아해서 난 교과서만으로도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그렇지가 않다.멀티세대다 교육도 그만큼 바뀌어야 한다. 여행도 나라안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해외여행도 많이 가기 때문에 해외를 나가 세계 역사와 접한 아이들도 많겠지만 우리집 딸들을 보더라도 잘 기억하질 못한다. 더구나 대입에 역사가 없으면 또 관심을 두지 않는다.그게 현실이다.
낙타꾼의 이름은 영어의 카멜과 같았는데,내가 탄 낙타는 그가 끄는 대로 천천히 사막으로 나아갔다. 사막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문명의 손길이라고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고요함 그 자체였다.낙타의 느릿한 움직임에 몸을 맡긴 채 MP3를 통해 들려나오는 피아노 음악을 들으며 사막을 바라보았다. 이전의 황량한 사막과는 다르게 너무도 평온하고 안온한 느낌,아름다운 자연의 조화, 그런 것이 느껴졌다. 바쁘게만 살아왔던 내게 사막은 느림의 미학을 알려 주는 듯했다. 사막을 여행하는 중에는 걱정이나 근심 모두 내려 놓고 홀가분하게 자연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교사가 직접 발로 뛰어 얻은 생생한 경험과 역사 이야기는 학생들에게는 물론이고 여행서를 읽는 독자에게도 풍부한 역사 이야기를 전해준다. 순수 여행 목적보다는 학습이라고 해서일까 책을 읽는 선입견이 생겨 처음엔 좀 딱딱하다 싶었는데 선명한 사진과 함께 전해주는 역사 이야기와 여행 이야기는 다른 여행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못지 않게 생생하고 풍부해서 좋다. 요즘은 매체로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매체로 본 곳이 겹쳐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정말 좋다. 지중해의 '블루'가 잘 담겨 있고 열정이 담겨 있고 땀이 담겨 있다. 다른 곳들은 많이 접했는데 지중해에 관한 책을 덜 읽은 듯 하여 골라 잡은 책인데 좋다. 저자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다른 여행서도 눈여겨 봐야할 듯 하다.
'떠나야 하는 마음과 돌아와야 하는 마음 사이에......여행이 있다.'
여행은 떠나고 싶은 마음도 또 떠나고 나면 집이 그리운,돌아가야 하는 그 마음이 있다.그 사이에 여행이 있다는 말이 마음 깊숙히 자리잡는다. 저자가 여행 한 곳은 '튀니지,모르코, 스페인,포르투갈' 이다. 첫 페이지에 다양한 문 사진은 정말 아름답다. 어쩜 이렇게 '문'만 모아 놓아도 그림이 되는지,역시 지중해는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나름 각자 의미가 다른 문들이 한번 열어 보고 그 세계에 빠져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 그렇게 지중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블루 로망'이 살아 숨 쉬 듯 다가올 듯 하다. 스페인에 관한 책은 몇 권을 읽었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또 다르다. 다른 여행서와 같은 '여행의 팁'을 한 곳 움직일 때마다 정리를 해 놓아서 지도와 함께 보면 좋을 듯 하다. 그녀가 소개해주는 역사,먹거리,여행이 에피소드 모두가 좋은데 그 중에서도 '사람'과의 이야기가 제일 좋다. 여행지에서 벽과 같은 일과 마주했을 때 난감한 그 순간에 흑기사처럼 나타나 여행의 또 다른 문을 열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따뜻하면서도 여행의 재미로 정감있어 좋다.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소개해 놓아 여행이란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어우러진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혼자서 여행하며 사진 찍고 비디오를 찍고 그런가하면 현지에서 또 맘에 드는 것은 꼭 하나씩 장만하여 그곳을 기억하는 물건으로 남겨 두기도 하고 그런 일련의 일들을 하려면 힘이 들 듯 하다. 그런가하면 혼자 여행하며 그나라의 특색처럼 치근덕대는 남자들의 대쉬를 받을 때 모면하는 법까지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며 읽다보니 어느 한 곳이라도 가야할 것만 같다. 가서 블루 로망에 빠져 봐야 할 것만 같은데 과연 내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질까? 꿈을 포기하기 보다는 꿈을 꾸고 살아가는 것이 더 현명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책을 읽은 것으로도 만족한다.가을이라 그런가 더욱 여행을 가고 싶어지고 하기 휴가를 아직 가지 못해 가야할지 또 미루어야 할지 난감한 상태에서 여행서를 읽다보니 훌쩍 배낭하나 메고 떠나야할 것만 같다. 현재를 떠날 용기만 가진 것만으로도 여행의 설렘을 몸으로 느낄 듯 한데 현실은 그러질 못하고 있다.눈요기 실컷 했으니 눈이라도 호강을 했으니 마음은 온통 블루일 듯 하다. 튀니스일지 스페인일지 모르코일지 포르투갈일지 모르겠으니 어느 한 곳 꿈 속에서라도 만나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