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 김말봉 애정소설
김말봉 지음 / 지와사랑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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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울집은 바로 옆에 작은 동산이 있어 아카시아와 찔레꽃 향기로 온 집안이 흔들린다. 창 문을 열어 놓으면 뒷산에 가지 않아도 찔레꽃 향기와 아카시아 향기에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어 꼭 몇 번은 뒷산에 가고야 만다. 온 산을 하얗게 덮은 찔레꽃,유독 뒷산엔 찔레나무가 많다. 아무곳에서나 잘 자라는듯한 찔레,거친 땅에서 가시를 세운 찔레는 오월에는 정말 대접받는 꽃이다.그 하얀 꽃에 벌들이 윙윙 알통다리를 하여 노란 꽃가루를 묻히고 이 꽃 저 꽃으로 날아디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향기와 소박함에 취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난 장사익의 <찔레꽃>과 양희은의 <찔레꽃 피면>이란 노래를 좋아해서인지 더욱 이 계절엔 찔레꽃에 취한다.

 

찔레꽃은 참 소박하면서도 순수한 꽃인듯 하다. 가꾸지 않아도 그 향기는 은은하고 멀리 멀리 퍼진다. 그런 찔레꽃을 좋아하고 찔레꽃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안정순'이라는 가정교사를 하는 이십대 처녀는 비가 오면 빗물이 줄줄 세는 초가집에서 아버지 병구안을 하고 어머니와 제비새끼들 같은 동생들을 책임져야만 하는 실직적인 가장역할을 해야만 한다. 꽃다운 나이에 꽃과 같이 피어날 수 없는 운명이지만 그녀의 향기는 멋부리지 않아도 은은하게 흘러 나오는 찔레꽃처럼 그녀를 본 사람들은 그녀만의 멋에 반한다. 그녀에게는 민수라는 약혼자가 있다. 그는 시골부호의 아들이지만 그에게는 출생의 아픔이 있다. 그런가하면 농사만을 알고 땅만 아는 아버지의 잘못으로 땅은 모두 00은행앞으로 잡혀 들어가게 생겼다. 목숨줄이나 마찬가지인 땅을 은행에 모두 빼앗기게 된 것, 그 은행의 두취가 바로 정순이 가정교사로 있는 집이기도 하고 그의 집에는 독신으로 살겠다는 미술을 한 딸 '경애'가 있다. 그녀의 구두를 백화점에서 밟은 인연으로 민수와 경애는 인연이 되고 또 그렇게 운명적으로,아니 복수심에 우연이 필연이 되고 마는 운명을 선택한다.

 

우연하게 가정교사 자리를 00은행장인 조두취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지만 그곳 마나님은 오랜 병인생활로 가정교사를 음혜하기도 하고 자신 멋대로 나가게 한다. 그것이 그녀가 그녀 자리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했지만 피해는 모두가 당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여인네들의 삶에 주목을 하며 읽게 되었다.물론 사랑과 욕망 그리고 돈이라는 것을 따라가기도 했지만 그것들과 얽힌 여인네들의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을 본다. 안방마님이 병인생활로 정신적으로 날카로워졌다면 그 밑에서 마님의 수족처럼 움직이는 할멈은 능수능란하게 자신의 이익을 꽤하려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꾀에 자신이 걸려 들고 만다. 그런가 하면 사랑이 아닌 돈에 움직이는 기생 옥란의 삶 또한 참 가련하면서도 씁쓸하다. 기생이기에 한 남자에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돈에 흔들리며 급류와 같은 삶을 사는 여인네,그녀가 바란 것은 아들의 뿌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지만 결국 자신으로 인해 모든 뿌리를 잃고 만다.

 

00은행장 조두취의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간 정순,그녀는 돈에 휘둘리지 않고 조두취의 아이들을 성심성의껏 자신의 본분에 맞게 울타리가 되는가 하면 경애가 아무리 언니 동생 먹자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돈의 상하 관계에 자신은 밑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에 맞게 처신을 하는가 하면 조두취의 아들과 딸인 경구와 경애는 뿌리부터 자본가의 자식들이기에 그들이 아무리 남을 위한 것을 한다고 해도 남에겐 그저 자본가의 자본을 가지고 쇼를 하는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순의 약혼자 민수까지 경애의 차지가 되고 민수 또한 복수심에 경애를 선택하지만 정순은 자신의 본분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지켜내는 찔레꽃처럼 경구의 구애를 뿌리치지만 아들과 함께 찔레꽃과 같은 정순을 음탐하는 조두취,정순을 다 가졌다고 생각한 순간 크나큰 오류에 빠졌다는 것을 그로 인해 해를 당하기도 하는 조두취의 끝은 찔레꽃의 무수한 가시에 찔린 인간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소설은 1930년대에 쓰여진 애정소설이라고 하는데 지금 읽어도 재밌다. 그 시대의 문화가 담겨 있고 그 시대를 읽을 수 있어 두께는 있지만 빠져 들어 금방 읽을 수 있다. 그 시대에는 흔하지 않던 자유연애 자유결혼 구시대와 신세대간의 갈등 돈에 대한 욕망등이 잘 담겨 있다. 부모의 세대는 중매혼이었다면 그들의 자식들은 '자유연애와 자유결혼'을 꿈꾼다. 부모들이 부를 축적한것과는 다르게 그들은 누리고 살고 싶어하고 그들이 이상처럼 농촌부흥이라도 힘을 써야만 할 것 같다. 비만 오면 빗물이 줄줄 세던 초가집에서 살던 정순이 고대광실 고래등같은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갔지만 그 집에서 산다고 그녀 또한 부르조아가 될 수는 없다. 그녀의 뿌리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찔레꽃럼 그녀만의 터전이 있는 것이다. 타인의 자본을 내것인양 욕망을 가져서도 안되고 그것에 물들어 가봤자 자신만 다치고 자신만 상하게 된다. 고대광실에서 정순이 얻는 것은 한달 가정교사로 얻을 수 있는,자신의 가족이 굶지 않을 정도의 최저생활비다.

 

'세상은 물레바퀴다.' 민수네의 어려움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조두취의 딸 경애를 민수가 구해줌으로 인해 세상은 혼자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얽혀 사는 것이라는 것을 민수의 아버지는 '물레바퀴'라고 한다. 그런가하면 민수는 자신의 땅을 빼앗아 간 자본가들에 맞써 복수하듯이 경애와의 사랑 없는 사랑을 선택하게 되는 험한 세상, 그 속에서 아무 흔들림없이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그 향기를 발하는 정순의 확고한 삶은 희망을 보여준다. '이렇게도 돈이 귀중한 물건인가.민수씨가 나를 버리고 돈을 취한다면 정말 돈은 퍽 소중한 물건이지?' 사람이 살아가는데 얼마의 돈이 필요한 것일까? 그것이 모라라도 문제지만 차고 넘쳐도 문제가 되는듯 하다. 마음이 우선인 사랑에 돈이 개입이 되고 나면 그것은 더 큰 문제를 낳는다. 마음이 아닌 저울질로 선택하는 사랑에 마음을 다치는 사람들,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온전한 사람은 분명 있다. 지고지순하면서도 어느 것에도 물들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꽃을 피우는 정순의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찔레꽃, 여인네들의 심리묘사도 좋았고 돈에 얽힌 인간의 욕망을 엿본듯 하여 씁쓸하긴 하지만 1930년대를 다시 만난듯 즐겁고 이런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사랑과 돈, 그것이 어떤 색과 향기를 가지느냐에 따라 삶 또한 다른 향기를 보여주리라. 좋은 작품이 묻혀 있지 않고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이 기쁘고 구수한 된장찌개 한 그릇 배부르고 맛나게 먹고 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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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농담 -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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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자기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 생명의 시한까지도 - 에 대해 주치의가 알고 있는 것만큼은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의사와,가족애를 빙자하여 진실을 은폐하려는 가족과,그것을 옹호하는 사회적 통념과의 갈등이 될 것이다...' 시한부 생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당신의 운명은 얼마가 남았다' 라고 말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도 분명 있다. 그것이 좋게 작용할 수도 있고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고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난 자신의 생을 정리할 수 있는 책임을 당사자에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하지만 나 또한 친정아버지가 '폐암'판정을 받고 나서는 가족이 모두 모여 의논을 한 결과 부모님께 더 큰 고통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병에 대하여 말해주지 말자를 택해야만 했다.가족은 물론 친척분들과 함께 해야만 했다. 그렇게 병에 대하여 은폐를 했지만 부모님들도 약간은 눈치를 채고 있었고 옆에서 병간호를 하듯 하신 엄마는 알고 계신 듯 했다. 한 집안에 큰 병을 앓는 환자가 있게 되면 '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말처럼 어느 틈엔가 가족간에 틈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것은 '돈'과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인다. 모든것이 걱정이 없다면 괜찮지만 만약에 병을 뒷받침할 돈이 없다거나 누군가 떠 안을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저자의 다른 소설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에 보면 할아버지나 오빠의 죽음등이 나온다.죽음으로 인하여 가부장제에서 여인네들이 생활전선에 뛰어 들어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굿건하게 일으켜 세워야 하는,그야말로 여인네들의 임을 지고 일어선 꿋꿋한 삶이 잘 나타나 있다.이소설에서도 영빈과 영준의 아버지는 자신이 책임도 아닌것을 떠 안고 죽음을 맞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태어난 여동생 영묘는 그렇게 하여 집안에서 요상한 존재가 된다. 생과 사는 일직선상에 있는 것처럼 이렇게 태어나고 죽음이 함께 공존하는 가운데 그래도 꿋꿋하게 어머니는 아들들을 부족하지 않게 공부를 시키지만 영준은 어머니의 뜻에 따르지 않고 미국으로 가게 되고 영빈은 의사가 되어 어머니 곁에 남아 영묘와 함께 만족하는 삶은 아니지만 남들에게는 부러운 삶을 이어간다.그리고 영묘 또한 Y건업의 맏아들에게 시집을 가서 남들눈에는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어 살아가게 되지만 그들의 행복도 잠시 영묘의 남편 송강호는 집안의 가족력인 '폐병인 결핵'인줄 알았던 병이 '암'이서 시한부 생을 선고받게 되지만 겉치장과 형식과 자신들의 사고방식을 굽히지 않는 시댁의 뚯에 의해 장작개비처럼 점점 말라가며 죽어간다. 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시한부 생,병을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의사이며 박사에 교수인 영빈은 아내 모르게 '현금'이라는 초등 친구를 애인으로 두고 살아가는 이중 삶을 사아야 했고 자신의 집안과는 너무 다른 '송 회장' 네 맞써 싸우듯 살아야 했다. 송회장네집은 돈으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물질만능주의 집안처럼 맏아들이 죽음직전에 있는 것 또한 남의 눈을 의식하고 자신들 겉치례에만 신경을 쓰고 의학이 아닌 미신이나 그외 민간요법에 더 목을 맨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보면 그들이 맏아들이 남겨지는 식구들을 위하여 '유언'을 남기지 못하게,재산에 대한 권한을 주지 않기 위한 계략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재벌가의 맏며느리이지만 수중에 돈 한 푼 없고 아무런 힘도 없는 영묘, 두 아들을 두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하나도 없고 그럴 힘도 없고 친정의 세력도 없다. 권력과 돈이면 모든 것이 다 된다고 생각하는 시댁에서 영묘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삶에서 오빠인 영빈 또한 아무것도 못 해주게 된다. 그런가 하면 영빈의 아내는 남편 몰래 '아들'을 갖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드디어 늦둥이로 아들을 낳게 된다. 여인네들의 삶이란 뒤웅박팔자라고 하는데 그녀가 누가 권해서 '아들'을 낳으려고 한 것이 아닌 자책에서 아들을 원한다.그것도 의사인 남편을 속여가며 두번씩이나 유산을 하며 갖게 되는 '아들'에 대한 의미는 무엇일까?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은 영빈의 능소화가 핀 집의 추억속의 소녀인 '현금'의 생과 영빈의 여동생인 '영묘'의 생과 영빈의 아내 '수경'의 삶인 듯 하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세 여인의 삶은 너무도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려간다. 영빈에게 일탈을 꿈꾸게 했던 능소화를 연상시키는 현금의 삶은 자신이 혐오하던 것을 즐기며 살게 되고 목말라 하게 된다. 음식을 하기 싫어했고 임신을 하지 않기 위해 피임을 했던 그녀가 음식만드는 것을 조하하게 되고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가 하면 뒤늦게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지만 그녀에게 그런 능력은 이제 더이상 기회가 없다. 그런가 하면 수경은 아들이 없다고 누가 구박을 하지도 않았는데 자책에 아들에 잡착을 하는가 하면 영묘는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을 얽매고 있던 시대의 권력과 돈으로 떡칠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게 된다. 그녀들의 삶에 과연 '돈'이란 돈은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영묘의 남편 송강호의 죽음이 '아주 오래된 농담'처럼 된다는 것은 '시간'만이 안다. 돈으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려던 송회장은 영준이 나타남으로 인해 돈 앞에 무릎을 꿇게 되는가하면 치킨박의 삶은 남은 식구들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스스로 포기한다. 그들의 삶에 돈은 또 어떤 의미일까?

 

돈과 사람의 생명을 저울에 올려 놓고 저울질을 하면 어느 쪽으로 기울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의 저울은 다 다른 눈금으로 기운다. 배부르게 가졌어도 하나 모자람으로 인해 늘 허기를 느끼듯 서로 다른 '욕망'으로 불타오르는,현재의 행복과 현재를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그 속에서 여인네들은 돈과는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 꿈을 꾸며 '현재'에서 자신을 본다. 그 중에서 현금이 제일 현실적이면서도 자신에게 알맞는 옷을 찾아 차려 입을 줄 아는 여인네인듯 하다. 영빈과의 관계로 먼저 깔끔하게 정리할 줄 알고 또 무너져 내릴 수도 있는 삶인데 그 속에서 자신이 열정을 다할 수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 현실에 안주한다. 그런가하면 수경이 '아들'에 집착하는 것은 그녀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딸만 낳고 시어머니와 함께 한 삶이서도 자신과 남편의 오롯한 삶이 없다고 느낄 수 있는 삶에 늦둥이 아들은 새로운 끈을 이어주고 가정을 온전하게 디시 서게 해주는 힘을 준다. 여인네들의 삶은 정말 무엇인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묻고 싶다. 자신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어느 일부분처럼 있는 듯 없는 듯 투명인간처럼 존재하며 또 한편 슈퍼우먼으로 존재해야 하는 삶,지나고 나면 농담처럼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지만 그 속에 자신은 없다. 저자의 소설을 읽다보면 유독 여인네들의 강한 삶이, 좀더 깊숙히 여인네들의 삶을 파헤치 들어가며 어느 한편으로는 일탈을 꿈꾸는 여인을 꼭 한명 등장을 시킨다.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에서 저자와 춘희의 삶이 비교되듯 이 소설에서는 수경과 현금의 삶이 또 비교된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정말 뒤웅박팔자를 보여주듯 속시원히 풀어 놓는 여인들의 인생 이야기에 내 삶은? 물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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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님처럼 되고 싶어요! - 세계를 빛낼 어린이에게 전하는 꿈과 겸손 리더십 이야기, 개정증보판 어린이 롤모델 시리즈 1
김경우 지음, 가랑비 그림 / 명진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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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대통령'이라고 하는 유엔사무총장을 다시 연임하게 된 반가문 총장님,한번 하는것도 힘든데 다시 연임이니 모두가 총장님을 인정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어른들이 읽는 책을 읽어서일까 내용은 좀더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간추려졌는가 하면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외교관'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되는지 '유엔'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사무총장'이 하는 일들과 함께 반기문 총장님이 그동안 한 일들을 간추려 놓아서 한 눈에 알아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그러고보면 '꿈'이란 참 중요한듯 하다. 꿈을 꾸고 있느냐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영어를 좋아하던 소년은 무어이든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을 하면 '노력'을 하여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있으면서 부모로부터는 '겸손'을 배워 그 또한 몸에 베인듯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한다고 우쭐대지 않고 겸손하며 누구보다도 '노력형'으로 모든 일들을 이루어 나간 듯 하다. 그의 위로 자식이 있었지만 잘못되고 그가 맏이가 되어야 했으니 부모님은 얼마나 많이 그에게 기대가 많았을까? 하지만 그런 욕심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고 그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옆에서 지켜보며 든든한 힘이 되어 주었다는 것,수레를 앞에서 끌기만 해도 분명 움직이고 앞으로 나아가겠지만 뒤에서 조금만 밀어 준다면 더 쉽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 그런 힘을 부모님은 물론 그의 주변사람들은 그에게 그런 힘을 준 듯 하다. 선생님들도 그의 능력을 알고 보고 힘이 되어 주고 키워주려고 했으니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끌어 주고 밀어준다면 좀더 능력을 발휘하며 또 다른 사람의 멘토가 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지 않을까.

 

자신이 '외교관'의 꿈을 꾸고 있지만 속에 담아 두고 내 놓지 않다가 아버지가 '의사'가 되라고 했을 때 부모님 말씀을 들었다면 오늘날의 유엔사무총장 반기문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자신의 꿈을 접지 않고 부모님께도 그리고 선생님들의 지도아래 자신의 꿈을 키우며 점점 꿈을 향하여 가던 그,미국에 갈 기회가 있어 열심히 꿈을 향해 노력하다보니 미국에도 가게 되고 케네디 대통령의 꿈이 무엇이냐는 말에도 자신안에 담고 있던 꿈을 자신 있게 내뱉음으로 인해 꿈은 점점 현실로 나타나게 되지 않았나싶다. 꿈은 담아두기 보다는 그것을 현실화 시킬 때 더 쉽게 이루어지고 현실의 꿈이 되는 것 같다. '체력을 튼튼히 길러야 합니다.그래야 열심히 공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서 꼭 나라를 위한 큰 인물이 되어야 합니다.' 어린시절 학교를 찾은 변영태 장관의 말씀에 큰 감동을 받았던 그는 '나도 나라를 위해 일하면 좋겠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지?'

 

반 총장이 세운 7가지 큰 기둥,1.겸손과 함께 우수함을 추구한다. 2.최고의 윤리 기준을 설정한다. 3.대화와 포용을 추구한다. 4.조화시키고 화합시키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5. 재임 기간 동안 투명성과 책임성의 초석을 만든다. 6.목표 달성을 위해 열정과 동정을 가진다. 7.모든 회원국의 걱정에 섬세한 관심을 가진다.

 

반기문 총장이 어린이 청소년에게 전하는 3가지 조언

1.창의력을 키워 나가기 바랍니다. 2.가슴에 큰 뜻과 비전을 품고 열정을 가지고 추진하기 바랍니다. 3. 모든 일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의문을 제기해 보는 '크리티컬 마인드(비판의식)'를 갖기 바랍니다.

 

반 총장님이 유엔 사무총장을 다시 연임을 하게 된 것도 어쩌면 그의 청렴함이나 겸손일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하는 꾸준한 노력과 성실이 모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나한다. 요즘 아이들은 타인의 '결과'만 보고 노력보다는 한발 딛고 성공을 원한다. 무엇이든 첫 술에 배가 부르지는 않다. 열심히 한 발 한 발 내딛가 보면 산의 정상에 오르게 되듯이 자신의 노력없이 얻는 일은 결코 없다. 그렇다고 꿈을 이루었다고 아래를 쳐다볼 줄 모르고 위만 바라본다면 남의 위에 설 수도 없겠지만 오래 그 위치에서 서 있지 못하게 된다. 꾸준하게 노력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다보면 꼭 자신 안에 간직한 꿈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제2의 반기문도 멘토로 롤모델이 될 그런 인물이 나오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꾸준한 노력은 포기하지 말지고 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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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철 콘 외 지음, 황소연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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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나이를 불문하고 어렵다. 서로가 통하는 사랑이라면 좀더 길이 보이겠지만 그것이 혼자서 하는 짝사랑이나 외사랑인 경우에는 더 힘들고 고된 길인듯 하다. 그런데 그 보다 더 힘든 사랑이 여기 있다. 어릴적부터 그야말로 결혼을 전제로 살아 온 소년과 소녀,그런데 어느 날 내 남자친구가 '커밍아웃'을 선언했다. 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내 남자친구와 키스를 했다는 것은 세상이 무너질만한 일,이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어려서부터 나오미와 일리는 쌍둥이처럼 서로만을 바라보고 살아 왔는데 일리의 엄마들 중에 나오미의 아빠와 바람이 나서 아빠가 집을 나가버렸다.그 후로 나오미의 엄마는 수면제와 침대에서 벗어나질 않으려고 하고 아빠에 대한 분풀이로 아파트 벽을 허물어 버렸다. 옥신각신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속에 나오미 또한 상처를 받았는데 거기에 일리와의 사이가 벌어지게 되었으니 그가 게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아직 우리에게 '커밍아웃'이란 큰 허물처럼 힘겹고 받아 들이기 힘든 문제이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 주면 되는데 고정관념처럼 박힌 '이성애자'만 박혀 있는 우리에게 '동성애자'는 이상한 벌레를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던가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면이 분명 있다.하지만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숨기거나 밖으로 표현하지 않던 시대는 지났다.떳떳하게 자신이 동성애자이며 자신들의 결혼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런 법이 유용한 곳도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그런데 여기 일리는 분명 어린시절에는 나오미에게 이성애를 느꼈는데 성장과정에서 자신이 나오미보다는 '남자'에게 끌린다는 것을 알고는 두명의 엄마에게도 그리고 여자친구인 나오미에게도 말을 한다. 하지만 나오미는 인정할 수 없다. 지금까지 자신은 일리만 바라보며 살아왔고 둘은 결혼까지 모든 것을 계획해 놓았는데 커밍아웃이라니, 일리가 게이 바람둥이이듯 나오미도 자신의 맘에 드는 남자들에게 스스럼없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일리가 있다.그런데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일리가 들이데니 '키스 금지 리스트'를 만들어 둘 사이에 벽과 같은 경계선을 만든다.그런다고 그것이 잘 지켜질까,감정앞에서.

 

일리가 게이라는 사실 앞에서 이별을 선언하듯 했고 자신을 좋아하는,나오미도 호감이 가는 '가브리엘'을 만나지만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일까 새사람을 들일 마음의 자리가 없다. 여자친구 나오미에게 커밍아웃을 선언하고 자신에 맞는 남자친구를 찾는 일리 또한 자신 멋대로 하며 친구를 사귀어 보지만 힘겨워 하기는 마찬가지,동성애자도 이성애자도 모두가 '사랑'이라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경험한다.그것이 비록 소년과 소녀들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거침없이 성을 표현하고 거기에 나오미의 남자친구 일리가 '게이'라서 그런지 남자가 남자에게 향하는 사랑 또한 거침없이 표현이 된다. 우리 문화 코드하고는 조금은 달라 거짓이 없는 표현들이 나오지만 사랑 앞에는 거짓을 논할 수가 없는 듯 하다. 거짓된 사랑이야 말로 그 겉껍질을 벗기고 나면 이별을 하게 되어 있다. 나오미와 일리를 모두들 그런 시선으로 바라 보고 사랑의 아픔으로 인해 거짓됨으로 똘똘 뭉쳐 버린 나오미가 자신과 엄마가 늪에 빠진 것을 알고는 그 늪에서 빠져 나올 방법을 스스로 찾아 낸다. 그리고 남자친구인 일리에게도 살짝 사랑을 표현한 진실된 방법을 알려 준다.그렇게 되기까지 나오미가 겪어야 했던 방황은 이제 튼튼한 징검다리가 되어 아픔을 견디어 낼 수 있는 시간의 다리가 된다.

 

아빠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엄마는 늘 그 자리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맴맴 맴을 돈다.그런 엄마나 일리가 이성애자로 돌아오지 않을 강을 건넌것을 알면서도 그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이 똑같다는 것을 알고는 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지금'의 위치를 바꾸고 새로운 현실에서 자생력을 키우려는 나오미가 엄마보다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그만큼 사랑의 상처가 컸던 것일까? 자신에게 다가오는 경비원 가브리엘과의 사랑도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었지만 일리는 진정으로 떠나 보내고나니 마음자리에 빈 공간이 비로소 생긴다. '돌연변이 속의 돌연변이가 된 기분이다. 돌연변이 영재 학교에 입학한 소년이 자기는 돌연변이 축에 끼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기분이랄까.' 게이 초보인 브루스도 사랑에 '돌연변이' 같지만 아직 사랑은 어렵다. 게이남자친구를 좋아하는 나오미에게 향하는 가브리엘의 사랑도 어렵긴 마찬가지고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엄마의 사랑 또한 어렵긴 마찬가지다. 모든 사랑은 힘겹게만 나오지만 분명 길은 있다.

 

'설마 쉬우리라 생각한 건 아니지,그렇지? 나는 진짜 멋지고 진짜 환상적이고 진짜 완벽하니까 쉬울 거야, 뭐 이렇게 생각한건 아니지? 사랑이 쉬운 사람은 아무도 없어.너도 알잖아?' 타인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쉽다. 하지만 그것이 내것이 되면 정말 어렵다. '그럼 아예 머릿속을 싹 바꿔 봐요.덫에 걸렸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우리는 지금... 미로 안에 있지만 나갈 길을 찾고 있다고 생각해요. 덫은 걸리면 빠져나갈 수 없지만 미로에는 출구가 있잖아요. 엄마는 그걸 찾아야 해요.' 미로에는 분명히 출구가 있다.들어 가는 길이 있다면 나가는 길이 있듯이 사랑의 미로에도 출구가 반듯이 있는데 찾지 않고 주저앉아 있었던것은 아닌지. 일리는 놓아주고 나니 비로소 새로운 길고 새로운 세상도 보게 되는 나오미처럼 스스로 찾아야 한다. 탈출구는 분명 자신의 곁에 있다. 소년과 소녀 그리고 어른들의 사랑이 힘겹게 그려지지만 탈출구를 찾아 새로운 희망의 빛을 보았기에 기분 좋게 내려 놓을 수 있는 책이다. 가끔 단어에 특수상형문자처럼 이모티콘이 나오기도 하여 재밌게 웃어가며 읽었지만 사고방식이 조금은 우리와는 달라서 찌푸려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이고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라 거리감없이 읽었다. 엉킨 실타래를 잘 풀어나간 나오미가 앞으로는 진짜 핑크빛 사랑의 결실을 맺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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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첫사랑을 이룬 사람도 있겠지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야 더 첫사랑 답고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생각을 한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라 더 아련하고 그립고 다시 꺼내 보아도 달콤하고 쌉쌀하고 오래도록 빛이 발하지 않고 그대로인듯 하다.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에서 '첫사랑'과 '남편'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가 미군부대에 다니던,집안의 기둥으로 알고 있던 오빠의 죽음으로 인해 갑자기 미성년자에서 한집안의 가장이 되어 경제력을 책임져야만 했던 시절,그녀는 등떠밀리듯 미군부대에 들어가게 되고 왠지 모르게 카탈을 부리던 자신을 닮은듯도 하고 안닮은듯도 한 '첫사랑'과의 만남으로 인해 어쩌면 그 시간을 좀더 슬기롭게 이겨내게 되지 않았을까.

 

사람의 운명은 정말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고 하는데 저자가 만약에 '첫사랑'과 인연이 되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면 두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만든 그날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후로 둘은 완전히 다른 길을 된 것이 어쩌면 그 둘의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자신 안에 고이 잠자고 있던 '첫사랑' 에 대한 그 슬프고도 쌉쌀한 추억을 고희가 넘어서 끄집어 내었다니 참으로 대단한듯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에서 다 담아내지 못한 첫사랑과 남편과의 만남과 결혼생활,시집살이 등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 보따리를 술술 풀어내듯 재밌게 담아내어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그 이야기 늪속으로 자꾸면 빠져 들어가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처럼 연이어 읽게 되었다.

 

시를 줄줄이 외어 들려주고 음악을 좋아하여 섬세함으로 듣던 그와 결혼을 한 것이 아니라 은행원이라는 안정된 직업을 가진 남편과 결혼을 하면서 미군부대생활도 접고 홀시어머니와 함께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지만 음식솜씨가 남다른 시어머니 밑에서 장바구니 들고 나들이 가듯,자신의 현재의 삶에서 자유로운 탈출을 하듯 하는 삶을 과감없이 잘 그려냈다. 월급에서 주급을 받아가며 분명 시어머니와 자신은 비교도 되지 않는 헤택에서 장보기와 겹쳐 첫사랑 그와 만나는 시간은 한참 이슈이던 '자유부인'처럼 자신을 정당화 시켜 나가는 불륜 아니 로맨스를 꿈꾸는 시간처럼 자신을 변화시켰지만 첫사랑과 함께 하던 일탈의 꿈마져 산산이 부서져 버린 후 그가 뜻하지 않게 뇌수술을 받게 되고 실명및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 뇌 속에 기생하던 '벌레'라는 생각에 첫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는 그녀,정말 상사병이 아닌 벌레들에 의한 그들의 재회였단 말인가.분명 그 밑바탕에는 서로에게 터 놓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감정이 기저에 깔려 있을 것이다.

 

자존심과 자만감이 강한 친정어머니와는 다른 시어머니의 생활과 모습,음식에 대하여 깐깐하고 홀로 외아들을 살려 낸 자신의 믿음에 강한 분,박수무당에게 의존하여 아들의 생을 좌지우지 당하고 계셨지만 그것이 시어머니의 믿음이고 또 어쩌면 그렇게 하여 남편이 살아 남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시어머니의 강단진 삶이 비교되기도 하고 그녀는 미군부대에서 자신의 삶을 올바르게 살아 냈다면 그녀가 자리를 내면서 소개를 한 '춘희'라는 여성은 끝내 양공주로 타락하여 동생들을 모두 건사하고 가정을 일으켰지만 자신의 삶은 없는 쭉정이 같은 삶을 살아 온 그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삶이지 않을까. 그런가하면 친정어머니는 하숙으로 친정올케는 포목집으로 강단지게 집안을 일으켜 나가는 삶을 보면 전란의 힘든 시기를 일구어내고 일으켜 세운 것은 박수근 화백의 그림에 등장하는 임을 인 여인네들의 삶처럼 아마도 여인네들의 힘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지 않았을까.

 

한국전쟁및 질곡의 시대를 거치면서 할아버지와 오빠의 죽음 이후에 남겨진 것은 '여인네들의 삶' 인듯 하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남자들의 힘이 사라지고 나서 재건에 앞장선 것은 '여인네'들의 강인한 삶이다. 첫사랑마져 상이군인으로 뇌수술로 인해 실명으로 삶이 무너지는 듯 하지만 그녀도 올케도 비록 양공주로 자신의 삶을 잃어버렸지만 여인네들은 꿋꿋하게 생산과 삶을 강인하게 이어간다. 저자의 이야기 속에는 '집'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어머니로부터 이어진 집에 대한 강한 집착이라 할 수 있는 전란의 시대가 안긴 자신의 집에 대한 생각이 그녀 또한 자신의 집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집은 가정을 온전하게 지켜 주는 울타리처럼 한집안을 튼튼하게 살아나갈 수 있도록 밑바탕이 되어 준다. 집과 연결된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그 속에서 첫사랑도 있고 동생들을 위하여 몸을 팔아야 되는 양공주가 사연도 있고 자식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버리듯 한 허리가 기역자로 꼬부라진 노모의 이야기도 있고 남편이 먼저 갔지만 보따리 장사로 골목에 포목점으로 생을 튼실하게 일으켜 세운 여인네의 강인한 삶도 있고 자신 또한 배운것은 없었지만 음식과 자식에 대한 남다른 생각과 솜씨를 가진 시어머니로부터 배워 그녀 또한 똑부러진 삶을 이어나갈 생활꾼으로 거듭나고 있는 여인네의 삶을 보여준다.

 

집이 집으로 생명을 다하면 팔고 다른 집을 산다. 그 집은 다시 새로운 이들에 의해 생명을 찾듯 그 집에 맞는 삶으로 채워지고 사람들 또한 집과 함께 성장을 거듭하면서 첫사랑의 아픔도 잊고 자신의 삶에 안주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펼쳐 나갈 수 있는 듯 하다. 마지막 '춘희'의 취중진담처럼 이어진 이야기가 아마도 그 시대를 살아 온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아닐까. 사람이나 물이나 어느 그릇에 담겨 지느냐에 따라 달라지듯이 집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시간차를 두고 이어져서인지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고 수다쟁이 할머니가 지난 시간을 추억하며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잘 사용하지 않는 우리말도 나오고 격하게 할 말이 그냥 거침없이 쓰여지기도 하여 속 시원하게 읽었다.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첫사랑을 간직하고 결혼생활을 이어 나간 그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듯 하여 전란을 헤쳐 나온 그들의 삶이 그릇마다 다 다르게 담겨진 것이 씁쓸하기도 하고 그것이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는 듯 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첫사랑, 그 사람에 대한 미안함을 어쩌면 이렇게 담아 낼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을 가져보며 참 용기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고 그는 그사람 나름대로 또 다른 삶을 잘 살아낸듯 하여 가슴 한 켠이 훈훈해지기도 하면서 아려오는 이야기.자신의 삶을 반추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인데 그 모든 일들을 오롯이 참 잘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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