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시간을 걷다 - 이야기의 땅, 터키 이스탄불에서 델피의 신탁까지
김덕영 지음 / 책세상 / 2012년 7월
절판


내가 참 취약한 부분은 그리스 로마신화이다. 모자라면서도 신화와 관계한 것은 읽으면 읽을수록 재밌다. 지난번에 읽은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도 재밌었고 며칠전에 읽은 <토로스 & 토르소>에서도 신화와 얽힌 이야기의 전개가 있어서 재밌게 읽었는데 '그리스'하면 정말 '그리스 로마신화'를 빼고 이야기를 할 수 없을 듯 하다. 거기에 저자가 다큐멘터리 작가이다보니 지금까지 접한 여행서와는 구별이 되는 그만의 이야기 전개가 참 좋았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그를 따라 역사와 신화를 공부하는 느낌,뭔가 지식충전의 여행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 들어 재밌게 읽었다.


내게는 '터키'는 '오르한 파묵' 때문에 더욱 가보고 싶은 곳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서 볼거리 이야기거리가 참 많은 곳인듯 하기도 하고 그곳을 거쳐 유럽으로 나아가는 관문이기에 왠지 모르게 더욱 끌리는 곳인데 저자는 터키에서 시작하여 그리스를 한바퀴 도는 여행으로 삼았다. 그는 책에서도 비유를 해 놓았지만 하루키하고는 반대방향이라고 할 수 있고 그는 수도원을 여행하는 닫힌 세계를 여행했다면 저자는 '돌 여행' 이라 할 수 있는 고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돌에서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했다. '그리스에서는 하루 종일 돌덩이들로 이동을 하는 느낌이다. 이런 돌무더기 유적지를 여행한다는 건 정말 머리에 쥐가 나는 일이다.' 역사의 흔적,시간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고 오래 남아 있는 것이 '돌' 그리고 '나무' 인듯 하다. 우리에겐 나무로 된 문화와 역사가 많은듯 한데 외국의 역사를 보면 거대한 돌로 이루어진 '역사'가 참 많다. 그러니 낭만적인 여행과는 거리가 먼 조금 거칠고 힘든 여행이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유럽여행기 중에는 '수도원여행' 기를 몇 권 보았는데 참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행이라고 보았는데 이런 돌로 이루어진 유적지를 찾는 것은 또 어떤 느낌일까,저자가 앞에서도 한참 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놓아서일까 한편으로는 딱딱한 여행기가 아닐까 했지만 내겐 그래도 참 매력적인 여행으로 다가왔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딱 집어서 다녀와서일까? 터키와 그리스는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곳을 다큐작가와 함께 한다면 정말 재밌고 유익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가 세워 놓은 큰 그림의 여행계획중에 정말 맘에 드는 것들이 있어 옮겨 보면 '둘째,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곳에서는 직접 몸으로 그곳을 통과해 본다. 넷째,에개해는 '오후5시에서 7시' 사이에 통과한다.... 이 시간대에 석양이 가장 아름답단다. 오후 5시에서 7시사이, 그 시간에 나는 배를 타고 붉게 물들어가는 에게 해를 건널 것이다. 다섯번째,그리스에서 터키로 귀환할 때는 '오리엔탈 특급 열차'를 탈 것이다. 그리스와 터키를 오가는 열두 시간의 야간열차,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다. 어쩌면 어렸을 때 밤을 새워가며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애거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이란 영화에 대한 기억 때문일수도 있다.' 이런 큰그림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꽤 낭만적인 것도 있다. 아 정말 이런 여행도 괜찮을 듯 하다.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타면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읽는 것은 어떨까? 그 이야기 속의 살인사건은 모두가 범인이다. 모두가 한 편이 되어서 살인을 한다.아니 그들은 살인을 하기 위하여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탄 사람들이다. 여행과 살인은 맞지 않지만 이런 낭만도 찾아 볼 수 있다면 더없이 재밌는 여행일듯 하다.


바다에서 보는 일몰과 일출은 어디서나 봐도 정말 아름답다.그것이 어느 바다이든 모두 아름다울텐데 자신이 꼬 가고 싶던 곳에서 보고 싶던 곳에서 보는 석양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리고 남들이 많이 찾는 곳 보다는 잡풀을 헤집고 들어가서 만나는 거대한 돌무더기들의 이야기처럼 나만이 독특하게 찾는 그런 테마여행 속에서 만나는 역사와 신화 그리고 낯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낯 익은 사람으로 되기까지의 시간들은 참 설레임녀서도 힘겨움 보다는 부러움으로 함께 했다. 여행이란 낯선것에서 느낀느 설레임이 그리고 낯선 것에 점점 익숙해져 갈 때 이별을 해야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는 것이 여행인듯 하다. 그가 들려주는 고대 역사 유적들도 좋았지만 왠지 내게 더 느낌이 좋았던 것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 시간이란 세월을 빗겨가지 못하고 역사와 함께 하는 사람들 속에 녹아나 다시 빛이 되고 있지만 그 속에 일부분 나도 점을 찍으며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왜 그리 진하게 다가오는지.힘겹게 찾아가는 고대 유적지를 향하는 길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고 아무것도 통하지 않지만 그를 태워주기 위하여 선 노부부의 꾸밈없는 얼굴표정이 우리네 이웃집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는듯 하면서 여행의 피로를 모두 풀어낼 수 있는듯한 푸근함이 담긴 모습이 너무 좋았다. 여행이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진솔한 이야기가 더 여행의 맛을 높여준다.


고대 역사의 흔적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퇴색해 버렸다고 해도 그 시간들은 고스란히 현대로 이어져 그속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 속에 남아 있지 않을까. 신화에서 역사로 그리고 현대의 시간까지 낡고 오래된 돌덩이를 보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해 하고 나 자신을 보게 하는 여행인듯 하다. 낡은 돌덩이 속에서 빛을 발하는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의 여행은 한 편의 '테마기행'을 보는 것처럼 참 값진 시간이 되었다. 비록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돌덩이들을 직접 대하지 못하고 그저 한 장의 사진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그것으로 에게해의 바람을 시간을 느끼기엔 충분했다.언젠가 'EBS테마기행'에서 '크레타' 섬에 대하여 본 것 중에서 유독 그곳에서 전통적인 '칼'을 만드는 장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크레타섬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관심을 기울이며 읽었는데 그런 이야기는 없어도 왠지 내 기억속의 추억과 함께 하는 기분이 들어 더 기분이 좋았던 여행,그런가하면 나도 한번은 크레타 섬이며 다른 여행지들을 가보고 싶다는 로망.


붉은 부겐베리아가 아름답게 핀 흰색과 파란색으로 도색된 아름다운 미코노스의 거리며 여행자가 정착민이 되어 만든 아주 작은 책방인 산토리니 섬의 예쁜 책방 '산토리니' 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이름이 적힌 것이며 작지만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추억을 만들게 한 그곳은 왠지 꼭 가봐야 할 것만 같은 장소인듯 하기도 하다.낡은 돌덩이에서 어쩌면 잃어버린 혹은 빛이 바랜 시간을 읽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돌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아 척박하고 투박한 맛을 주면서 왠지 모르게 돌에 따사로운 기운이 서려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은 뭘까? 난 여행을 가서 돌로 된 오래된 것들을 만나면 한번씩 손으로 쓰다듬어 본다. 그렇게 하여 선조들의 영혼과 교감이라도 나누듯 이야기를 나누고 온다. 까슬까슬한 돌에서 전해지는 느낌,난 참 좋아한다. 그가 읽어낸만큼 읽어내거나 간직하고 있는 지식은 없지만 그런 행동 하나에도 괜히 과거와 현재의 내가 연결이 되는 느낌이 들어 한번씩은 꼭 만져 보고 느끼고 오는데 그리스의 그곳 돌덩이들도 한번씩은 만져 보고 싶은 기분,그리고 나도 그곳에 가면 에게해는 오후 5시에서 7시에 건너야 하고 그리스에서 터키로 돌아갈 때는 꼭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타야할 것만 같은 여행 계획을 각인시켜 주는 그리스여행 이야기는 신화와 역사에 깊이를 더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책이다.난 여행이 좋고 이런 역사여행을 좋아해서인지 참 느낌이 좋게 읽었다.그런가하면 그리스에서 읽는 <그리스인 조르바>는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며 난 이런 여행 언제 떠나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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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스 & 토르소
크레이그 맥도널드 지음, 황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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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달리아'를 영화로 보았다,2006년에 만들어진 영화였는데 엽기적으로 살해를 당한 여자에 대한 살인사건을 쫒는 영화였다. 가물가물하지만 영화속 소재가 되었던 살인사건의 장면은 기억에 남는다.그만큼 우리의 기억에 깊게 남을 정도로 엽기적이며 공포스러워서일까? 이 소설은 '블랙 달리아'라는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하여 초현실주의와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거나 유명한 예술가들이 카메오로 등장하여 범죄스릴러 소설가인 '헥터 라시터와 함께 정말 '토르소' 처럼 사람의 몸 일부분만 남기고 내장을 꺼내고 그 부분에 장미꽃을 놓는다던가 기계나 그외 것으로 채워 넣는 초현실주의 그림을 흉내낸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일지,과연 초현실주의자들이 초현실세계에나 있을 법한 일들을 저질렀을까 의문을 품게 하는 사건을 좇아 30년이란 세월을 통해 범죄 소설가와 함께 하는 헤밍웨이나 다른 예술가들의 삶과 함께 하게 하는 재미도 한편으로는 느끼게 하는 사건속으로 허리케인처럼 휘몰아쳐 들어가게 한다.

 

허리케인이 불어 오기 전,바닷가 마을은 그야말로 거대한 폭풍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저마다 폭풍을 맞는 방법이 틀리기도 하다.누군가는 다른 곳으로 피신을 가는가 하면 폭풍을 고스란히 온 몸으로 맞기 위하여 비상식량및 물품을 준비해가며 푹풍에 대비한다. 그야말로 섬은 폭풍전야를 맞아 비상사태이다.그런 가운데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 할 수 있는 '레이첼'이 범죄 소설가인 헥터의 눈에 들어오고 그는 보기 좋게 그녀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헥터의 속임수가 있었지만 레이첼은 그런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폭풍을 피해 그의 집에 이틀동안 머무르게 된다. 그녀는 이 섬에 친구와 함께 왔는데 친구는 다른 남자와 다른 곳으로 갔다.둘만의 밀월여행을 정말 떠난 것일까? 의문의 전보와 의문의 레이첼, 그녀의 모든 것을 믿어도 될까?

 

레이첼과 헥터는 폭풍전야를 맞은 섬과 같이 그들 또한 인생의 폭풍전야처럼 광란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곤 태풍이 휩쓸고간 섬과 인접한 곳은 아수라장처럼 폭풍의 직격탄인 쓰레기며 시체들이 즐비하게 되고 이웃섬으로 헤밍웨이와 헥터는 구호활동을 갔다가 레이첼의 친구가 그야말로 '블랙 달리아'처럼 죽어 있는 현장을 보게 되고 폭풍이 외 전에 섬의 등대 부분에서 있었던 시체 또한 이와 유사했음을 상기하고는 헥터는 의문의 레이다를 세우는데 레이첼 또한 블랙 달리아와 유사하게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꿈만 같았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남기고 간 그녀의 강한 흔적을 따라 범인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초현실주의' 그림과 작가들,소설속에서 헤밍웨이나 그외 예술가들은 실제처럼 그들의 인생 또한 함께 엮이어 허리케인처럼 살인사건과 하나가 되어 급류를 타고 흘러간다.

 

왜 도대체 누가 초현실주의 그림속에나 존재할 것만 같은 세상을 현실 세계의 바로 눈 앞에 명징한 '살인사건'으로 장식해 놓았을까 왜? 그리고 누가? 초현실주의에만 인간의 몸이 잘리고 장기가 밖으로 끄집어 내지고 그 속에 다른 것들이 채워질 수 있을까? 아니다 초현실주의에서 볼 수 있는 그림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에서도 가끔 마주하는 사건속에서도 그 '초현실주의 그림'의 풍경은 존재한다. 초현실주의가 아니라 작가는 '현실'을 말하고 있다. 그가 비록 초현실주의와 그 세계의 작가들의 빌어와 현실적 이야기로 구성해 놓고 있지만 그는 '현실'을 말하고 있고 레이첼이 겪은 어릴적 성폭행과 폭력은 현실세계가 되어 지금 현실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실세계라는 것이 누군가 '작품'을 내 놓으면 '모방'이라는 것이 판을 치는 그야말로 남의 것을 습득하기 좋아하고 베끼는 것을 기본으로 여기는 세계가 아닐까 한다. 초현실주위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진짜 진실은 '현실'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폭력성이나 잠재된 감정들은 현실에 그대로 노출이 되어 나타나는 사례들을 사건들 속에서 많이 접하게 된다. 이 또한 레이첼의 '살인'은 그런 것인데 그것을 또 누군가는 발전시켜 '초현실주의화' 시키고 있다. 세계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 긴 시간동안 끊임없이 '범인'을 색출하기 위하여 '어떤 사람, 혹은 사람에게 있어,누군가가가 죽어야 예술이 된다.' 라는 말이 과연 그럴까? 라는 의문을 가지며 소설이 이어지는 듯 하다. '초현실주의 살인이 도시 전설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게. 내가 사는 페르피냥 인근 지역에서도 몇 년 전에,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살인사건이 몇 건이나 있었네.' 소설은 '범인'이 누군가라는 점보다는 그 살인이 일어나게 된 밑바탕과 특이한 '살인사건'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가? 그것이 초현실주의라는 예술과 만나 어떻게 변질되어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라는 점을 더 염두에 두고 있는듯도 하다.

 

처음엔 빠져들며 읽었는데 세월의 흐름이 바뀌면서 점점 이야기가 흐트러지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짜집기를 위하여 등장해 주는 인물들을 알지 못한다면 재미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 '블랙 달리아'라는 사건을 초현실주의와 매치를 시킨것은 참 재밌는 발상인데 이야기가 가끔 다른 방향으로 흘러 들어가기도 하는듯 하여 집중력이 떨어지는 면도 있지 않았나 싶다. 얼마전에 읽은 <나쏘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또한 나쏘메 소세키가 홈즈와 함께 탐정이 되듯 하여 이야기 속에 함께 한다. 이 작품 또한 헤밍웨이나 그이 작가들 삶이 토르소를 연상시키며 초현실주의 그림에나 나올듯한 '블랙 달리아' 사건과 같은 살인사건과 예술가들의 삶이 병행하고 있다. 재밌게 녹아났지만 '스릴러'면에서는 조금 떨어지지 않았나싶다. 작가의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하지만 누군가는 초현실주의의 그림속에나 존재할 것이라 한 사건들은 지금도 우리 주의에서는 예상을 깨며 벌어지고 있다. '세상이 무서월질수록,예술은 추상적이다' 라는 말이 무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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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가지 행동 - 김형경 심리훈습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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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좋은 이별>을 정말 기분 좋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아니 나 또한 그 책을 통해서 '좋은 이별'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아버지와의 이별을 '좋은 이별'로 마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 책이 아버지와의 이별에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어서일까 작가를 '심리에세이' 작가로 기억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접하게 된 '만가지 행동' 다른 사람을 통해서 볼 수 있는 내 모습, 분명 내 안에만 자리하고 있는 모습들이 아닌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타인을 통해서 혹은 나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쉽게 읽으면서 긍정하고 내가 알지 못했던,아니 회피하고 있던 부분들을 이기회를 빌어 좀더 적나라하게 나를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저자는 직접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의 수혜자 입장에서 쓴 책이라 그런지 정말 다른 책들과는 차별성이 있다.작가가 직접 정신분석을 받은 후에 긴 훈습 기간을 거치면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하여서인지 더욱 와 닿기도 하고 살면서 직접 체험한 일들이라 더 와닿는다. 자기자신을 제일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길은 '여행'이 아닐까 한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 만나면서 마주하는 자신 속에서 자신이 느끼지 못하던 타인과 같은 자신을 만날 때가 있다.내 안에 감추어져 있던 불안,폭력... 그외 많은 감정들을 타인을 통하여 잠재된 내 속의 나를 들여다 봄으로 하여 비로소 내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는,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라는 어느 저자의 책처럼 우리 또한 그런 길을 통하여 어른으로 나아가는 길은 아닌가 한다.

 

훈습 첫 단계로 ' 하던 일 하지 않기'로 '유아기에 만들어 가진 미숙하고 낡은 생존법을 버리는 과정이었다. 부정적이고 부족한 내면을 끌어안고, 의존 침해하는 관계를 정비하고 '충탐해판'의 언어를 떠나보냈다.' 라고 되어 있는데 '하던 일 하지 않기'는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자신이 변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하지 않고 다른 것을 선택해서 하는 것,'다르게 살고 싶다' 고 꿈꿀 때마다 진심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아치릴 수 있었던 것...인식,관점,사고의 틀이 바뀌는 지점에서 성취되는 것임을 훈습 과정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인식이나 관점,사고의 틀을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자신의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을 훈습의 첫 단계로 보았는데 유아기적 가지고 있던 것들을 버린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임을 자신을 바꾸어 나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나간다.

 

그렇다면 훈습 두번째 단계는 '하지 않던 일 하기'이다. '한 10년 자발적 왕따로 지내며 단순한 삶 속에서 신비한 지혜에 닿기를 꿈꾸었다.' 라고 하는데 '자발적 왕따'로 혼자 지내며 내면의 자신과 만나는 일 또한 쉽지 않다. '작가로 살기 위해 가장 필요했던 것은 재능이나 열정이 아니라 용기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글을 쓸 때 내부 검열자를 침묵시키면서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일부터 불안을 떨쳐 내는 용기가 필요했다.글쓰기가 공동체의 통념을 넘어서는 곳으로 나아갈 때도 용기가 필요했고......책이 출간된 후에는 만 명의 독자로부터 만 가지 평가를 듣더라도 여전히 자기를 믿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 작가로 살아가면서 느끼거나 가졌던 감정들과 독서 모임회를 가지면서 가졌던 경험들이 훈습 세번째 단계로 이어져 나오며 우리 안에 감추어져 있던 감정들의 훈습을 가지게 한다. 정신분석이나 심리라고 하면 괜히 머리 아프고 더 두통을 가져올것만 같은데 읽다보니 그동안 알게 모르게 회피한 감정들을 그녀가 너무 잘도 끄집어내니 괜히 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세상이 변해 갈수록 타인과의 관계맺기가 점점 힘들어지지 않아 생각을 해 본다. 문명의 이기들이 발달하기 전에는 서로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하거나 혹은 마음을 글로 표현하여 전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정'이 있고 서로를 헤아려 줄줄 아는 넓은 아량이 있었다.하지만 현대 사회는 문명의 이기들이 발전하여 마음을 전하는 속도는 분명 빨라졌지만 서로의 마음의 헤아려 줄 수 있는 그 깊이는 없어졌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내 마음을 알아 주기만을 바라지 그 깊이까지는 뿌리를 내리지 않기 때문에 우린 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불안,걱정,폭력성들을 감추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어른아이와 같은 불편한 감정들을 들여다보며 세상이 변하기만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변해야 할 때임을 다시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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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 1
장현도 지음 / 새움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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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혹은 은행에 관한 일들이나 우리가 이용을 하는 것은 '이윤'이나 '이익'을 위해서지 마이너스인 손해를 보기 위하여 거래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꼭 '이익'만 보는 것은 아니다. 잘못하면 손해도 볼 수 있고 어쩌다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는,어떻게 보면 도박판과 같은 것이 금융이라 할 수 있다. <데블스 딜>을 읽어보니 우리가 알지 못했던 감추어져 있던 금융권의 또 다른 얼굴에 대하여 실날하게 파헤쳐 놓았다. 그렇다면 '트레이더' 라는 이 소설은 '데블스 딜'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딱히 이런쪽에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겨우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부분들만 겨우 겨우 이용하고 있으니 이해하는 편에서 읽게 되었다.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 놓지 않은 사람도 있을까? 있기는 하겠지만 대부분 한번씩은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직접적으로 내가 주식을 매수하고 매도하는 직접투자및 금융권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하는 상품에 간접투자를 하는 펀드같은 상품에도 가입을 해 보았다.하지만 도박판과 같은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보다는 '잃었다.깡통계좌가 되었다'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대부분 한두번 정도 재미를 보게 되면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하여 욕심을 부리게 되는데 그것이 화를 불러 온다. 내가 알지 못하여 애널리스트들의 도움을 받지만 그렇다고 그 상품들이 원금 보전을 하면서 꼬박꼬박 새끼를 불려 준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어 원금도 못 찾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 소설은 선물 옵션및 원자재 거래에 관한 이야기다. 최도후라는 인물은 삼십대로 동물적 감각으로 자신의 부티크를 가지고 투자자들에게 이윤을 내주던 인물이다. 늘 승승장구 할것만 같던 그도 어느 순간 마이너스의 줄에 서게 되고 하루아침에 그의 인생은 곤두박질치게 되어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다.그런 그가 다시 붙잡히게 되고 부티크시절 투자자였던 강진만으로부터 제의를 받게 된다.아니 명령에 의해 낡은 영진공업사 이층에서 '검은 거래'의 트레이더로 어느 선에서 나오는지도 모르는 '명령'을 실행하게 된다. 원자재 거래, 그가 해보지 않은 부분이지만 무난히 하게 되지만 아버지가 그대신 볼모로 잡혀 있다. 아버지의 목숨과 자신을 지켜내기 위하여 그들의 명령에 따라야 하지만 언제까지일지.

 

한편 천재 해커 벤 힐러는 우연하게 해킹을 하여 장난쳤던 곳의 더 깊은 곳까지 파헤쳐 들어가 그곳에서 일을 하게 된다. 아버지가 주식시장에서 실패를 하고 자살을 하게 되어 가정의 파탄을 맞게 된 벤 힐러,아버지는 실패자였지만 자신은 '승리자'가 되기 위하여 이 세계에 뛰어 들었는데 그가 속한 '그린 아이언'에서 일하게 되지만 이곳은 비밀이 가득한 곳이다. 그들이 목표로 하는 '퀸즈 클락'이라는 프로젝트 때문에 원자재 구매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들,누군가 그들의 컴을 해킹하여 들어 온 이후로 그들과 똑 같은 노선을 걷는 자들이 있다.누굴까? 벤은 금융팀과 무덤팀의 중간에 다리 역할을 하며 실무와 현장을 오고가며 일처리를 하게 되고 그러다 한국의 검은 거래 트레이더 최도후와 맞붙게 된다. 해커와 트레이더,그들이 만나기 전까지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자신이 금융가 시절 직접 부티크도 운영하였고 자신의 실전을 경험으로 하여 더욱 탄탄하고 스릴 있는 금융 스릴러를 탄생시켰다. 중국권에서 나온 거대자본,원자재 시장을 독점하려는 '그린 아이언'이 2권에서는 어떻게 맞붙게 될지 사뭇 궁금하다.

 

그리고 아시아의 트레이터 최도후와 천재적인 해커 벤 힐러가 만난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빨리 2권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저자의 첫 소설이라는데 이야기의 구성도 탄탄하고 스릴감이 있으며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을 무대로 하여 더 읽는 맛이 난다.검은 거래에는 폭력과 살인등이 함께 하는데 그런 이야기 또한 처녀작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무리없이 이야기를 잘 이끌어 내고 즐길 줄 아는 작가인듯 하다. 누구보다 승승장구하던 트레이더 최도후,그가 그늘에 숨어 명령에 따라 사는 꼭두각시 인생이 왜 되었는지,그를 조정하는 거대 기업이나 그린 아이언을 세계적 원자재 거래사로 세계 원자재 거래시장을 장악하려는 그린 아이언의 퀸즈 클락이라는 프로젝트가 성공할지는 의문이지만 인간의 욕심이 부른 화 속에서 한꺼번에 썰물에 쓸려 가는 사람들 같다. 그곳에서 헤어나려는 도후의 발버둥,날마다 조깅을 하며 일정 거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온갖 방법으로 탈출의 기회를 노리며 아버지를 겨우 빼내기는 했지만 그 자신 악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아버지의 실패를 발판으로 삼아 자신은 승리자가 되고 싶은 벤은 그린 아이언에서 과연 어떤 진실과 마주하게 될지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공룡과 같은 거대 기업들은 자신들이 취한 이윤과 이득에 끝이 없다. 만족을 모르는 그들의 위장은 무척이나 거대하여 모든 것을 잡식성처럼 먹어 치워야 만족을 하려는지 인간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일개 기업의 이윤 앞에 인간의 목숨은 파리목숨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돈의 노예로 언제까지 그들의 욕심이 뻗어 나갈지.내가 그동안 손실을 봐가며 경험했던 금융 계좌가 이런 거래속에 유지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분명 누군가는 이윤을 본다면 상대는 손실을 보는 것이 시장 원리라고 하지만 손실이 아닌 이윤만을 취하며 원자재 시장의 황소개구리가 되려는 중국과 미국의 시장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고 최도후와 벤이 만나서 연결될 이야기들이 어떻게 풀려 나갈지도 참으로 궁금하다. 이런 금융의 검은 그림자는 어쩌면 모르는게 약이 될지 모르는,요즘은 개인정보가 금융권이나 그외 모든 곳들에서 털려 '개인'이라는 것이 무시되고 있는 세상에 금융 출신 작가가 그런가 더욱 현실감 있고 흡인력도 좋아 재밌게 읽었는데 과연 누가 승자가 될지? 승자의 이야기가 될지 궁금하다. 장기판의 말과 같은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들 그 속에 과연 승자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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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고의 맛 - 맛의 비밀을 찾아 떠난 별난 미식가의 테루아 탐험기
로완 제이콥슨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맛을 결정하는데는 물론 레시피도 중요하겠지만 '원재료' 에 있다.재료가 얼마나 신선한지 혹은 자연의 모든 것을 잘 담고 있는지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은 달라진다.물론 손맛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같은 재료라도 자라는 기후나 환경 자연이 다른 곳의 재료를 가지고 만든다면 분명 맛은 다 다르다.그 맛의 비밀을 찾아 떠난 어느 별난 미삭가의 '테루아 탐험기'이다. '테루아' 우리말로 하면 '신토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그 지역에서 나고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자연의 모든 것을 탐고 있는 최고의 '재료' 에 담긴 '맛의 비밀'을 찾는 여행,게이샤 커피,메소아메리카 초콜릿,캘리포니아의 벌꿀,캘리포니아의 와인,버몬트의 치즈,프린스에드워드 섬의 물,퓨젯 사운드 토튼 만의 굴, 유콘 강의연어, 멕시코 미초아칸의 아보카드에 대한 여행이다.

 

하루에 한 잔이라도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날이 없는 나,물론 커피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일상적인 차가 되었다.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는 중독자도 있고 요즘은 테이크 아웃점이나 골목마다 커피점들이 많아 맛있는 커피를 맛볼 기회도 많아졌다. 그런 커피가 대중화되기까지는 '스타벅스'의 하웰이 한몫을 해다. 골목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다방이 아닌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 맞서는 한국적인 커피 전문점도 요즘은 많은 생겼고 그만큼 커피는 우리 일상 생활 속으로 더 깊게 파고 들어오고 있는데 그런 커피중의 최고인 에스메랄다 스페셜,게이샤 커피를 찾아내고 좀더 대량화 시켜 우리가 맛보기까지,커피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스타벅스의 이야기와 함께 한다. 원두커피를 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가끔 마셔보면 그 향에 정말 깊게 빠져들게 된다. 요즘은 원두를 갈아서 뜨거운 물에 내리며 그 향을 즐기기도 하는데 커피의 다양한 맛을 결정하는 것은 '자연',최고의 커피는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를 보면 '코피루왁' 인줄 알았다. 사향 고양이가 잘 커피콩을 먹고 배설해 낸 커피만 골라 만든 코피루왁,코피루왁을 더 많이 만들어내기 위하여 커피농장 주변에 사향고양이를 많이 키운다는 이야기도 본 듯 한데 코피루왁도 그렇지만 모든 것은 자연이 결정하는 것 같다.

 

커피나 초콜릿이나 우리는 정말 흔하고 쉽게 접한다.하지만 원산지에서 재료를 채취하는데 있어 '노동력착취'라는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를 채취하는데 어린이들의 노동력이 많이 이용되고 있어 문제가 되어 한동안 초콜리이 문제가 되기도 했고 '다크 초콜릿'이 몸에 좋은가 나쁜가에 대하여 문제가 제기 되기도 하였던 부분들이 있기도 하지만 저자는 카카오 열매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동물들이 카카오 속 열매를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자연은 오묘한 육질의 껍데기를 만들어 원숭이들이 먹게 하기도 했지만 타원형의 열매를 만들어 아즈텍인들이 신에게 제물로 바치기도 했던 열매가 현대인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초콜릿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역사및 다양한 맛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달고 끈적끈적한 과육으로 씨앗을 두른 다음, 그 전체를 미식추공만 한 크기와 색상의 질기고 간편한 타원형 꼬투리에 담는다. 나무 몸통과 큰 가지에 꼬투리들이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은 세상 사람들에게는 유방이 여러 개 달린 힌두교 여신들 중 한 명처럼 비친다.'

 

버몬트 주의 고지대의 메이폴 시럽이나 캘리포니아의 벌꿀,캘리포니아 와인등은 자연이 만들어낸 선물이다. 거친 자연속에서 나무들이 살아남기 위하여 벌이는 생육의 시간들이 더 맛있고 특별한 '맛'을 지니게 한다. '내가 여태껏 맛본 최고의 벌꿀 중 하나는, 상당히 생뚱맞지만 도쿄의 심장부 긴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고층 백화점들과 현란한 네온사인들이 즐비한 그곳은 꿀벌이 도심 환경에서도 잘 길러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게 목적인 '긴자 허니 비 프로젝트' 의 거점이기도 하다.' 최고의 커피 에스메랄다 스페셜도 그렇고 메소아메리카의 초콜릿이나 그외의 것들도 평탄한 자연이나 기후에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재료와 맛이었다. 거친 자연을 이겨내고 비로소 완성된 맛을 지닌 재료들이 갖는 '최고의 맛' 은 그 재료를 이용하여 만들수 있는 '음식 레시피'도 있어 괜찮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처럼 컬러플한 사진이 함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게이샤 커피에 대한 사진이나 커피를 이용한 음식 사진등이 첨부되었다면 보다 더 재밌게 책을 읽었을 듯 하다.소묘처럼 한 장의 사진이 잠깐 쉬어가는 기분을 주긴 했지만 많은 이야기보다는 한 장의 사진이 전해주는 느낌은 또 다를 듯 하다. 그런 아쉬움도 있다.

 

자연은 처음과 끝이 똑같은 것이 아니라 늘 변해 가기 때문에 재료에 깃든 맛도 조금씩 변해갈 수 있다. 유콘 강의 연어수가 줄어 들듯이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고 지켜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맛 볼 수 있는 '지상 최고의 맛' 또한 점점 희귀해지고 사라질지 모른다. 북미에 한정된 이야기는 하지만 이것이 꼭 그들만의 맛이 아닐 것이다. 우리도 또한 우리가 간직한 우리만의 맛이 있다. 대량생산의 어패로 바다생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경오염으로 인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도 점차 사라져가는 것들도 있다. 최고의 맛을 지니고 있는 것들은 어쩌면 그만큼의 시장성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지키려 하는 의지도 또한 중요한 듯 하고 그에 대한 자부심 또한 가지고 있어야 할 듯 하다. '저는 테루아라는 개념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우리는 지금 우리 사업의 라이프 사이클을 따라 테루아를 정의하려 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테루아는 너무나 많은 요소들의 조합이란 점입니다. 그 최소 공통분모는 경제성이고요.다른 그 무엇도 경제성 없이는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요.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하지 않다면, 그건 테루아가 아니에요. 자아만족이지요... 생산물을 개인과 분리할 수 있을 때,테루아를 정의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한가지 요소맛으로 지상 최고의 맛이 결정되는 것이 아닌 자연의 조화가 비로소 지상 최고의 맛을 만들어 낸다는 것, 그에 대한 그것을 지키고 상품화하는 것 또한 모두의 몫이겠지만 자연이 지켜져야 비로소 모든 것이 가능한 일이다. 환경파괴가 이루어진다면 유콘강의 연어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게이샤 커피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 잔의 와인이나 한 잔의 커피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연의 무수한 시간들이 더해져 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류의 글을 읽다보면 내가 먹는 단순한 한 끼 식사에도 감사하게 된다. 거져 얻어지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그 이유를 가지고 태어나고 내게로 왔듯이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감사와 이런 여행 또한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자연은 장소마다 서로 다른 거래를 한다. 한 지역을 규정하는 바람과 파도와 빛과 생명의 패턴이 거기서 자라는 동식물 안으로 흘러든다.그것이 테루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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