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영화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포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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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FMW 대표이며 영화감독인 오야나기 도시조가 '탐정영화' 결말을 앞두고 사라졌다.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아니 그런데 영화감독은 왜 영화결말을 남겨 두고 실종된 것일까. '탐정영화'의 내용은 폭풍우에 갇힌 대저택에서 왕년에 잘 나갔떤 여배우가 자살을 하고 그 저택에는 딸과 조카 의사와 그곳에서 상주해 있는 간호사와 일을 보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여배우를 돌보던 간호사가 이층 창문에서 떨어져 목뼈가 부러져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자살일까 타살일까? 타살이라면 그녀를 죽인 것은 누가될까? 이부분의 마무리를 놓고 영화감독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폭풍우와 산사태를 피해 저택에 찾아 든 삼십대의 탐정이 이 이야기에 뛰어 들게 된다.

 

이 이야기속에서 과연 누구를 범인으로 해야만 영화가 잘 될까? 영화감독이 생각해 놓은 '결말'은 과연 무엇일까? 누가 생각해도 감독의 생각에는 못미치겠지만 그들 나름 영화 결말을 향해 가보려고 시도를 한다.아니 영화감독의 실종을 쉬쉬하며 조감독 서드인 다치하라와 기록을 하는 미나코가 감독이 있을만한 곳을 수소문 한다. 그 과정에서 둘은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또 한편으로는 멀어지게 되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 둘의 공통점은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 영화감독을 찾으며 바로 근처까지 간 듯 하면서도 놓치게 되는 일이 일어나게 되고 그들은 할 수 없이 영화감독 없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영화를 빨리 마무리 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서로 의견을 내 놓게 된다.그런데 영화사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감독은 배우들에게도 투자금을 받았다.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그럼 감독은 돈을 들고 튄 것일까? 왜. 영화배우와 스테프들은 저마다 누가 범인이 되어야 할지에 대하여 의견을 내 놓는데 배우들은 저마다 이번이 기회라고 여기며 자신들이 범인이 되어야 한다고 고집을 한다. 인간의 이기심은 이런 작은 부분에서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모두가 정말 자신들이 내 놓을 수 있는 '최고의 결말'을 내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힘든 과정을 통하여 자신들이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도 서로 모여 회의도 하고 시나리오도 쓰고 결말을 향해 가는 과정을 모두 비디오로 남기기로 한다. 서로의 이기심은 배제하고 영화를 위한 영화의 결말을 내 놓고 마지막 결말을 찍는 순간 거짓말처럼 감독이 나타났다. 그는 왜 지금까지 어디에서 무엇을 한 것일까? 너무도 태연하게 나타난 그,그가 내 놓은 결말을 과연 무엇이길래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일까? 그리고 밝혀지는 사실 하나 더,미나코가 그의 딸이라는 사실. 그동안 스테프와 영화배우들이 벌인 일들은 어쩌면 영화감독이 짜 놓은 각본 위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다해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의 움직임은 또 다른 영화처럼 한 편의 다큐가 되고 영화와는 또 다른 돈벌이가 탄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감독은 그들과는 다른 어떤 결말을 제시해 놓았을까.

 

탐정영화의 결말과 영화감독의 실종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놓고 크게 작용을 하면서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직접적인 살인사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범인이 실제 등장하는 것도 아니지만 소설속 '탐정영화'를 통하여 감독이 실종된 당시 결말을 놓고 배우와 스테프와 함께 얽혀 독자들과 재밌게 '탐정영화 결말'을 상상해 볼 수 있는 독특함을 주는 소설이다. 독자 또한 누구를 '범인'으로 내세워야 하는지에 더 관심을 끌게 만든다. 감독이라면 누구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갖가지 방법들이 다 동원된다. 지금까지 추리소설에서 접했던 '트릭'을 써가며 범인을 찾아 나설 수 있지만 그것이 감독의 결말 앞에서는 깨끗하게 무산되고 만다는 것.

 

재밌는 설정이다. 소설속의 영화제목이 그대로 소설의 제목이 되기도 하여 더 기억하게 되기도 하고 대부분 추리소설을 읽으며 독자들은 범인을 함께 추리해 나가는 재미에 빠지게 되는데 여기에서는 '탐정영화'라는 결말을 추리해 보게도 하고 영화감독의 실종 또한 하나의 문제가 되어 두가지 모두를 생각해 보게 하니 더 재미를 준다. 그런가 하면 다치하라와 미나코의 영화와 함께 러브라인도 살짝 언급이 되면서 좀더 달달한 이야기를 더해준다. 끝을 읽고나면 '트루먼 쇼' 와 같은 속은 느낌도 들게 되지만 그래도 재밌다. 이것이 근래의 것이 아니라 십수년전에 쓰인 단편을 고쳐 쓴 소설이라니 더 재밌기도 하다. '누가 범인인가'가 아니라 '누가 범인이라야 제대로 된 영화가 될까?' 탐정영화의 결말을 완성하는 것이 이 소설의 완성인듯 하면서 그 속에 또 다른 감독의 의도처럼 저자의 다른 시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 재밌다. 독자를 위오 같은 말로 유인해 놓고 간단하게 속아 넘어가게 만드는 재치를 부린 소설,감독을 통해 보여주는 저자의 재치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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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위니의 공룡 소동 비룡소의 그림동화 229
코키 폴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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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위니가 공룡을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 질까요? 이 책은 그림이 너무 재밌고 화려해서 읽어 보고 싶었던 책이랍니다. 아이들에게 마녀라는 의미가 무섭기 보다는 왠지 친근감이 있는 '위니'와 검은 고양이 윌버,그들이 박물관에 갔답니다. 박물관에는 신기한 것들이 많죠. 그중에 그들을 눈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공룡 그리기 대회' 하지만 그곳엔 공룡이 있을리 없다. 공룡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룡을 보지 못한 위니가 택한 방법은 무엇일까?

 

 

위니는 공룡 그림을 잘 그려 푸짐한 상을 타고 싶었다. 하지만 하얀 공룡 뼈를 보고는 공룡이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이 안간다면 그림을 그릴 수가 없다. 공룡을 좋아하는 우리 친구들은 공룡뼈를 보고도 금방 생각해 낼 수 있었겠지만 위니는 도저히 상상만으로 그릴 수가 없어 그가 누구인가 '마녀'아닌가 마술을 부려서 공룡시대로 뿅... 하고 윌버와 함께 간다.

 

 

공룡의 시대엔 박물관에서 본 하얀 뼈의 주인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공룡이 살았다. 초식공룡도 있고 다른 공룡들도 있고. 그 중에서 박물관에서 본 하얀 공룡뼈와 닮은 공룡을 찾아 보았다. 어디 있을까. 공룡시대에 와서 공룡을 보니 더 생생하게 그릴 수 있고 뼈만 보는 것보다 더 느낌이 살아 있는 공룡.

 

 

드디어 박물관에서 본 하얀뼈의 주인공을 만나 공룡을 관찰한다. 아,머리에 뿔이 세개나 달려 있네. 하며 생생한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 위니,하지만 윌버는 커다란 공룡이 무섭다. 뿔도 달려 있고 발톱도 무섭고 몸집도 무척이나 크고. 위니는 그림을 다 그리고는 박물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공룡을 타고 가기로 한다. 박물과능로 뿅.

 

 

생생한 그림을 그려 왔지만,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그림을 잘 그렸지만 상은 위니가 타고 온 '공룡'이 받게 되었다. 왜 공룡이 받았을까? 공룡이 주인공이라서 일까. 위니는 공룡을 집에 데리고 와 자신이 먹는 것을 주었지만 공룡은 자신의 화단에서 나무며 꽃을 뜯어 먹었다. 그래서 공룡을 작게 만들었더니 위니도 좋고 윌버에게도 친구가 생겨 좋게 되었다는 해피엔딩. 공룡은 왜 사라졌을까? 왜 사라져 박물관에 하얀 뼈로만 존재하게 되었을까? 공룡이 정말 먼 세계에서는 살았을까? 그리고 공룡의 종류에는 무엇들이 있을까? 짧지만 화려하고재밌는 그림과 함께 읽으며 상상력을 마음대로 펼 수 있을 듯 하다. 그림이 재밌어 다른 책들도 함께 소장을 한다면 재밌는 시리즈가 될 듯한 책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듯한 책이기도 하고. 아이들은 화려한 것에 시선을 빼앗긴다. 많은 이야기 보다는 아이들이 직접 이야기를 상상해 낼 수 있는 그림이 있어 더욱 재밌게 읽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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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 - 언젠가 한 번쯤 그곳으로
스테파니 엘리존도 그리스트 지음, 오세원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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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이나 부부가 함께 하는 여행은 많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대부분의 여행은 그런 여행이다. 나이가 먹다보니 친구들과 가끔 만나게 되면 '우리 여자들만의 여행을 한번 가보자.모든것 다 내려 놓고 우리끼리 한번 떠나볼까..?'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한참 아이들이 바쁜 시기이고 늘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얽매여 있다보니 울타리를 벗어나는 일을 몹시 어려워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안되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하지만 이제 과감하게 떠날 때가 되었음을,주부가 하루 이틀 없어도 가족들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세상에 대한 편견 때문에 잘 나서지를 못하고 있다. 그런 날이 언제 올까? 훌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날이 말이다.그것도 홀로 혹은 마음이 잘 맞는 동성의 친구들과 말이다.정말 그런 여행을 꼭 한번 떠나보고 싶다. 그러다 맘에 들면 자주 떠나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잠깐 동안이라도 가족이 아닌 동성의 친구와  가벼운 여행을 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하루에 몇 시간만 허용을 하며 함께 하는데 서로의 맘에 맺혀 있던 것들을 동성이기에 이성들이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서로 '맞아 맞아..' 맞장구를 쳐주면서 풀어내다면 속이 다 후련하다. 그런면에서 부부간의 여행도 가끔은 필요하지만 동성간의 여행을 더 추천하는데 나 또한 제대로 그런 시간을 즐기지를 못하니. 애들 크면 한번 뭉치자고 해 놓고 늘 뒤로 미룬다. 그렇게 주부로 엄마로의 시간을 비운다는 것은 큰 손실처럼 왜 그리 가족에게 미안하기만 한지. 여기 그런데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이 있다. 한 곳도 가보지 못한 곳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를 벗어나서 세계의 100곳이다.그러니 얼마나 희한하고 다양한 세상이 펼쳐지겠는가. 여자들이 좋아하는 보석,속옷,아이스크림,쇼핑... 그외 다양한 세상의 이골목 저골목을 돌며 좀더 세상을 넓게 보라는 의미처럼 번지점프에 계곡탐험등 별천지의 세상이 펼쳐진다. 꼭 여자라고 아가자기하고 보석과 쇼핑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거친 세상의 다양함도 빠져보도록 하는 매력이 숨어 있으니 꼭 여행서에 나온 곳이 아니라고 해도 당장 떠나고 싶다.

 

열렬한 여행가이며 타고난 여행가라서인지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열정'이 담겨 있다. 무엇이든 세상과 부딪혀 보는 것이 진짜 삶을 살아가는 재미일터인데 우리나라도 다 여행하지 못했는데 그저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끼는 것은 여행지가 어느 한 곳에 국한된 것이라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뒷골목의 조금 숨겨졌던 이야기도 나오기 때문에 때론 음흉스런 미소를 머금고 읽게 되기도 해서일까? 숨기기 보다는 세상을 드러내 놓고 바라보고 경험해보길 원하는 것처럼 한번 떠나보고 체험해 보라고 하니 아,정말 떠나고 싶다. 그런 별천지의 세상을 구경하러.가을엔 더욱 여행을 하고 싶어 지는데 에머랄드빛의 바다가 아니어도 가까운 서해안의 바다만이라도 보고 대하와 꽃게를 봐도 좋을 것만 같다.짭쪼름한 바다내음에 막혀 있던 속이 탁트일 것만 같은 비릿함이 스며난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사회복지사인 에이미 로렌 역시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퍼시픽 노스웨스트 다리 난간 너머를 내려다보며 스스로에게 바로 이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연인과 힘든 이별을 한 뒤 그곳을 찾았으나 겁에 질려 뛰어내리지 못했다. 그때 불현듯 번지점프가 인생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점프대에서는 스스로 뛰는 것 외에는 누구도 다른 사람을 밀쳐 떨어뜨릴 수가 없다. 그건 규칙이다. 인생 역시 스스로 살아내는 것이다.'

 

여행이란 우물에 갇혀 있는 개구리가 넓은 세상을 보고 우물안에서 보던 하늘이 전부가 아니였음을 깨닫듯 무언가 좀더 넓은 세상을 품을 수 있고 떠나기 전보다는 한 단계 발전된 자신을 만나게 된다. 무언가 끝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인생의 끝인가? 여기에서 뛰어 내려야 하는 것인가? 하고 느낀 순간,그곳은 다른 시작점이라는 것을 새롭게 다시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여행,떠나고 싶다. 낯선 곳에서 낯선 경험을 하며 낯선 사람들과 마주하기도 하고 무언가 열정적으로 배우고 익히고 맛보기도 하면서 세상의 중심에 서 보고 싶다. 다양한 경험들을 하다보면 좀더 여자로 당당하고 자신으로 당당하게 세상에 우뚝 설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움츠러 들었던 몸이 펴지면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와 열정을 충전할 수 있는 여행을 마음이 맞는 동성의 친구와 한번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아 정말 여행가고 싶다. 하얀 억새가 출렁이는 그런 곳이어도 좋고 한적한 산사여도 좋을,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곳으로 여행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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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싶은 집은 -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e메일로 지은 집, 잔서완석루
이일훈.송승훈 지음, 신승은 그림, 진효숙 사진 / 서해문집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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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와 툇마루가 맘에 드는 잔서완석루야..

이 가을 건축가와 건축주의 이메일로 집을 지은 사연을 읽다보니 나도 왠지 가을편지라도 써야 할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내가 무척 어린 시절에는 잠깐 초가집에서 살았다. 그때는 짚으로 이엉을 엮어 초가를 얹는 것이 연중행사로 동네마다 한집씩 돌아가며 겨우살이를 장만하듯 그렇게 지붕을 새로 하여 놓으면 얼마나 이뻤던지.그 날에는 동네잔치를 하듯 아이들은 모조리 나와 술레잡기를 하기도 하고 먹을 것을 나누어 먹으며 짚으로 장난을 하고 놀았다.그런시대가 지나고 바로 슬레이트 지붕이 들어서고 동네는 변했다. 초가집은 갑자기 사라져가고 모두가 슬레이트지붕에 블럭집이 들어서느라 그야말로 동네는 바빴다. 그 물결에 휩쓸려 우리도 새로 집을 짓고 이사를 했다. 새로 짓는다기 보다는 낡은 집을 헐고 아버지가 손수 우리들과 함을 합하여 집을 지으셨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돌을 나르고 벽이 되는 공간에 돌을 집어 넣고 구들장을 놓는 곳에서 장난도 치고 앞마당에 우물을 파던 날에는 바위가 뚫리지 않아 몹시도 애를 먹이다가 바위가 뚫리며 그야말로 물길을 뚫어 시원하게 솟구치며 모두를 환호하게 했던 우물 파는 날도 생각이 난다. 그렇게 아버지는 하나 둘 집을 지으셨고 집 주변에 나무도 하나 둘 심고 엄마는 꽃을 좋아하셔서 엄마가 좋아하고 초가집 뒤란에서 키우던 도라지며 함박꽃이며 나리꽃이며 백합이며 갖은 꽃들을 옮겨 심고 가꾸게 되었다.


하지만 왠지 낯선기분,초가집에 있던 '툇마루'가 난 너무도 좋았었다. 그 툇마루에서 들에 나가 일하시는 엄마와 아버지를 기다리기도 했고 그곳에서 모두가 밥을 먹거나 이웃들이 놀러 오면 간단하게 상을 차려 나누어 먹기도 하고 오빠나 언니와 공기놀이도 하고 숙제도 하고 들일 나간 부모님을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면 햇살이 살포시 덮어주어 따뜻하게 해 주었던 그런 기억이 있기도 하거니와 아버지는 꼭 툇마루에 검은 고무신을 깨끗하게 닦아 엎어 놓으시곤 하셨다. 마지막 가시는 날까지 검정고무신을 신으시고 아끼셨던 아버지,툇마루에 고무신이 닦여 엎어 있다는 것은 아버지가 하루 일을 마쳤다는 증거이고 검정고무신이 없다는 것은 아버지가 들일을 나가셨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안계시면 검정고무신부터 찾아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 마루는 정말 좋아서 나무냄새까지 좋았다. 그래서 늘 내 기억속에는 내가 나중에 집을 짓게 되면 초가집에 있던 그런 '툇마루'가 있는 집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 보게 되었고 커가면서 연꽃을 좋아하여 집안에 작은 웅덩이라도 해 놓고 연을 심어 그 꽃과 향을 맡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며 나름 연의 향기가 있고 책이 노니는 집이라는 뜻으로 '연향서유당' 이라는 이름을 지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가면서 흙을 밟고 살던 시대보다는 흙을 밟지 않고 사는 삶에 더 익숙해져 가다보니 성냥갑같은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지다보니 내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도 자꾸 잊는 것 같기도 하고 익숙한 공간에서 움직이다보니 건강이 좋지 않은 듯 하여 아이들이 크면 흙을 밟고 살아야겠다는,낡은 집이라도 구해 새로 손을 봐서 살고 싶은 생각을 가져 본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너무 많은 살림을 가지고 있다는 것,버리는 것에 익숙하지 못해서인지 남들보다 많은 짐을 가지고 있으니 늘 집을 생각하면 내 짐에 과연 저 집에 다 들어갈까? 그런 생각부터 하게 된다. 나누어 주고 정말 기본적인 것만 가지도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하지만 그것이 과연 하루아침에 이루어질까? 내가 그동안 살아온 고정관념과 같이 내 몸에 베어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 '불편한 삶'을 산다면 얼마나 버틸지도 의문이다. 과연 우리들은 불편한 삶을 어디까지 용납하며 살 수 있을까? 아파트 생활이 아닌 단독을 짓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불편함을 어느정도는 받아 들이고 살아야 된다는 것을 용납해야 하는데 그것이 어디까지일지 궁금하다. 산다면 살아지겠지만 나이들고 몸이 아픈 상태에서 갑자기 생활을 바꾼다는 것은 더 힘든 일일듯 하다.그런 면에서 자신들의 느낌을 집으로 이루어 내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한 듯 하다.


건축주와 건축가와 집을 놓고 서로 연애를 하듯 이메일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마음 안에 자리한 집에 대한 것들을 끄집어 내어 그것을 형상화 하기 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들이 필요했고 서로의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것이 꼭 한 편의 詩를 혹은 수필을 읽는 것처럼 어쩌면 그렇게 마음에 콕콕 박히는지 정말 좋다. 서로를 배려하며 정말 깨알같은 것도 놓치지 않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읽는 사람도 꼭 하나의 집을 완성하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그 어떤 말보다도 '바람이 통하고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삶의 그늘이 되는 집..' 이라는 말이 참 좋다. 그리고 잔서완석루에서 제일 부러운 것은 '툇마루와 서재'이다. 내가 정말 갖고 싶은 것들,물론 나도 삼천여권의 책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서재를 가지고 있긴 하다. 거실이 서재이니 하지만 2층으로 통하는 '책의 길'이며 공중서재며 멋진 서재는 정말 부럽다. 그리고 내가 정말 가지고 싶은 튼튼한 '툇마루',툇마루라는 것이 그렇다.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연이 있는 공간이다. 시골에서는 그곳에서 모든 것을 나눈다. 커뮤니케이션의 장소라고 할 수 있는 공간, 잔서완석루는 툇마루가 여기저기 있기에 모든 이들이 소통하고 교감하는 집이다. 혼자만의 집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누리는 집이고 소통하는 집이라 더욱 맘에 든다.


내가 바라는 나중의 집은 한옥이다. 그렇게 하여 한옥에 관심도 많고 무수히 많은 세월을 지나도 주인장들의 바지런함처럼 반들반들 윤이 나는 마루나 그외 나무결을 정말 좋아 한다. 낡은 것이 아니라 세월이 갈수록 윤이 나는 그런 집의 나무처럼 많은 이들이 밟고 앉아 주고 사용해야만 빛이 나는 툇마루에 모두가 둘러 앉아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나누는 장이 된다는 것은 정말 부러운 곳이다. 집은 소통이 되어야 한다. 현관문을 닫으면 모두와 차단이 되는 그런 집이 아니라 이웃과 더 먼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소통을 하는 그런 집이기를 원한다. 아버지의 말씀이 늘 '집에 사람이 찾아 와야 살아 있는 집이지 사람이 오지 않는 집은 죽은 집이다.'라고 하셨다. 그래서였을까 늘 마을 중심에 있어 어린시절 이웃들로 넘쳐나던 집이 난 싫었는데 나이 들고보니 그것이 참 좋았다는 것을,북적북적 사람사는 냄새가 늘 가득했다는 것을 이젠 알겠다.그런 집을 잔서완석루에서 본다. 도둑을 걱정하고 방범을 걱정하기 보다는 보다 더 이웃고 소통하려는 주인장의 배려처럼 담장이라도 이웃에게 내어 주듯 길을 내주기도 하고 툇마루에서 함께 하는 모습이 참 좋다. 그런가하면 집을 형상화 하기 전에 건축가 혼자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건축주도 함께 '건축'에 대하여 '집'에 대하여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고 하는 모습이 참 좋다. 배울것이 너무 많다.


그냥 돈으로 지어지는 집이 아니라 정말 그 집에 들어갈 살 사람의 마음을 읽는 집처럼 '삶의 그늘'이 될 집을 '공간마다 사연'을 두어서 멋진 집을 완성해 낸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일텐데 서로의 의견을 절충하며 서로 잘하는 모습을 복돋워주고 세세한 가정사까지 나누며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집이기 이전에 인간대 인간으로 더 와닿고 그야말로 집이기 이전에 살아 있는 집이 된 잔서완석루가 부럽기도 하다. 집이란 아니 건축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 해주는 것 같다. 이메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집 공사를 시작하며 세세한 것들을 사진으로 그리고 그림으로 모든 것을 기록해 놓은 것을 보면서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 돌을 나르며 집을 짓던 먼 기억이 떠오르며 나만의 그런 집을 다시 짓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연향서유당을 말이다.그때는 넉넉한 툇마루도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창도 멋지게 내고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 꽃을 심어 울타리로 해도 좋을 것이다.




'아,졌다. 내 의로인은 건축가보다 한술 더 떠 '채나눔'주장에 대하여 집을 아주 열어 놓고, 이웃과 더불어 살기를 실천하고 있으니 어디 이 책-아니 건축주와 건축가의 은밀한 연애편지-을 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와 봐라, 어디 나보다 더 보람 있는 건축가가 있는가.'


살아가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나이가 들어가다보니 아파트 평수와 가격은 그사람의 얼굴처럼 친구들을 만나면 '너 몇 평에서 사니?' 혹은 '너 무슨 아파트에서 살아?' 라고 묻는다. 아파트 평수가 그사람을 나타내는 기준처럼 집 평수 먼저 물어 보고 호구조사를 하고 수다를 떤다. 집이 아무리 크면 뭐할까? 애들 크면 다 나가고 덩그러니 부부만 남게 될텐데. 난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들로 그야말로 내 집을 내 맘에 드는 것들로 채워 넣으며 살 것이라,누가 뭐라 하든 그렇게 살 것이라 한것이 지금은 집이 좁을 정도로 책과 화초로 가득찼다. 가족들은 불평을 가끔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은 몹시 부러워 한다.있다고 힘을 주기 보다는 가꾸다보니 한 권 한 권 좋은 책들 구매하다보니 늘어 났는데 이젠 그것들 나누어 주는 기쁨 또한 쏠쏠하다. 그리고 누군가는 우리집과 같은 서재를 로망으로 가진 사람도 있다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잔서완석루를 보니 그렇게 근사한 집이 아니어도 내가 꼭 가지고 싶은 기본적인 것만으로 흙을 밟으며 살 수 있는 그런 아담한 집을 인생에서 한번은 꼭 짓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그런 날이 꼭 오기를.'연향서유당아, 그날까지 내 마음안에 터를 잡고 잘 있어 주길 바란다. 그 마음이 언제 변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생각하면 생각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인생이고 그런 꿈 하나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행복하다. 잔서완서루의 건축주와 건축가처럼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그렸다 다시 그리고 하더라고 내 안에 돌 하나 나무 한그루 천천히 심으며 그날을 기약하마.어린시절 툇마루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모두가 함께 모여 밥을 먹고 공기놀이를 하고 숙제를 하던 그시절처럼 소통할 수 있는 이들과 함께 모여 따뜻한 시간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시간이 꼭 오기를.내 마음 안이 아닌 밖에서 널 볼 수 있기를 고대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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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수학 범죄 수학 시리즈 1
리스 하스아우트 지음, 오혜정 옮김, 남호영 감수 / Gbrain(지브레인)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읽은 대부분의 추리소설이나 살인사건등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는 '증거' 였다. 그것을 제일 많이 보여주는 드라마가 CSI 인듯 하다. 그것을 보면 정말 미세한 증거를 과학적으로 풀어내거나 잡아 내는 것을 정말 역시나 빼도 박도 못할듯 범인이 옴짝달싹 못하게도 하지만 보는 이들은 괜히 짜릿한 흥분을 하게 만든다. 우리가 흔히 읽는 추리소설들은 그런가하면 밀실트릭을 쓰던 다른 트릭으로 감추어 놓아도 꼭 증거를 가지고 범인을 찾아 낸다. 우리나라에도 오래전에는 '무원록'에 근거하여 범인을 잡아내는 일종의 교과서 역할을 했던 책도 있다고 하는데 범죄현장에서 '증거'가 아닌 '수학'으로 범인을 잡아낼 수 있을까? 분명 그런 드라마도 있었다.하지만 복잡한 수식을 보여주는 시간에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정말 가만히 화면만 구경하는 구경꾼에 불과했는데 책으로 보여지는 '수학 수사'는 어떨까?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씩 풀어보며 넘어가도 재밌을듯 한 내용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미스터리에 열광하고 수학을 잘하는 '고등학생'이다.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이지만 말이다. 그의 아버지는 의학서를 쓰고 그는 이 책을 썼다는,정말 대단한 집안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는데 내용도 재밌다. 단편처럼 사건이 하나씩 끝을 내면서 사건 속에 감추어진 '수학'의 원리를 따라가다 보면 범인이 거짓말을 하거나 이야기가 거짓으로 꾸며진 것을 혹은 무언가 조작된 표를 발견하고는 그 속에서 범인을 색출해 낸다.그리고는 좀더 깊이 들어가 풀어보는 장이 마련되어 있어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재밌게 받아 들일 부분이지만 수학을 싫어하거나 이런 류의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이고 머리 아파'할 공식들이 나온다. 난 그저 눈으로 읽어만 보았다. 오래전 것들이 생각나는 것도 있지만 수학이란 것이 라비처럼 실생활에서 활용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쉽게 접하는 셈 정도는 한다지만 공식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앞부분의 이야기만 읽어도 재밌다.

 

라비는 반듯이 이야기 속에 감추어진 핵심을 파악하며 잘못된 점을 짚어내던가 수학적으로 풀어내며 여러 사건에서 다분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능력자로 여기저기 소문이 나 있는 어린 학생이다. 무시했다간 큰일난다. 그는 남들이 그냥 지나치는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범인을 간단하게 찾아 내던가 아니면 자신만의 공식으로 범인을 찾아 내어 남들이 끙끙 거리며 골머리 섞는 일이 없게 명쾌하게 수학공식으로 풀어낸다. 때론 질량보존의 법칙과 같은 법칙들이 등장도 하고 연식이나 확률 우리가 알고 있지만 깊이 사용하지 않는 공식들을 라비는 힘들이지 않고 풀이를 해 준다. 이런 녀석이 옆에 있다면 소년이라기 보다는 왠지 '괴물'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봤다. 소년 앞에서는 말한마디 잘못했다가는 큰일 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하는 소년 라비,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재밌고도 범죄가 과학만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닌 수학적으로도 풀어 낼 수 있고 수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서 바로 이렇게 응용될 수 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학을 싫어한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공식'이라고 하겠지만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골머리 아픈 수학'이라 할 것이다.울집 딸들도 수학 때문에 늘 문제다.대부분 여자들은 수학을 싫어하는데 자녀들이 있다면 함께 읽어보며 풀어 보아도 좋을 문제들이 가득하다. 수학공식이 아니어도 사건을 잘 읽어보면 분명히 헛점이 있다. 그 헛점 속에서 범인을 찾을 수도 있지만 라비처럼 빼도박도 못하게 수학공식으로 완벽한 답을 내어 '증거'보다 더 확실한 답을 제시한다면 범인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라비 앞에서는 어찌보면 검사인 아버지도 경찰도 힘을 못쓴다. 그들이 어려워 하는 사건을 라비는 단번에 척척박사처럼 쉽게 풀어내고 범인을 찾아 낸다. 그것이 수학이 주는 정확성이다.수학풀이가 어렵다면 범죄사건의 이야기만 쉽고 재밌게 읽으며 다른 면으로 생각하며 읽어도 재밌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늘 이야기 속에서 증거로 범인을 찾던 그런 '범죄소설'을 읽다가 범죄를 수학으로 풀어내는 '범죄수학'을 읽으니 괜히 오래전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도 들었지만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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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5 2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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