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징표>를 읽고 리뷰해주세요
카인의 징표
브래드 멜처 지음, 박산호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무엇보다 두께에 놀랐다. 570쪽이라니... 정말 왠만한 사전 두께였다. 다행히 안을 펼쳐보니 글이 훤하게 레이아웃 되어있어서 읽는데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이 책은 성경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사실 막연하게만 인류 최초의 살인자라고만 알고 있는 이 이야기에 대해 인터넷을 조금 더 찾아보니, 카인과 아벨은 아담과 이브의 첫 자손이었다고 한다. 둘은 열심히 농사를 짓고 하나님께 제물을 올렸는데 하나님께서 아벨의 제물만 택하시고, 카인의 제물은 택하지 않으셨다. 결국 카인은 질투심에 의해 아벨을 살해하게 된다. 인류 최초의 살인자, 동생을 죽이는 형. 현실 세계에서도 흥미로울법한 소재다. 작가는 이러한 소재를 바탕으로 세가지 사건을 내놓는다. 

기원전 6000년경, 질투에 눈이 멀어 동생을 살해한 카인
20세기 말, 아들 앞에서 아내를 죽인 아버지
2008년 마이애미, 자신을 평생 속여 온 아버지를 증오하는 아들  

과연 아들 앞에서 아내를 죽인 아버지와 아들은 무슨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지 무척 궁금했다. 시작부터 깔끔하게 아내/어머니가 죽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바로 시간을 건너 뛰어 아버지와 아들의 재회로부터 시작한다. 길거리의 부랑자들을 인솔하는 일을 하던 칼은 공원에서 19년만에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아버지가 운반하던 위험한 물건을 뒤쫓는 사람들로부터 같이 도망치게 된다. 도대체 카인의 징표는 무슨 뜻을 숨기고 있고, 이는 또 아버지와 아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게 될 것인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궁금증은 570쪽이 넘는 이 책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쓕쓕 넘어가게 한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또다른 사건은 바로 슈퍼맨의 탄생 비화이다. 슈퍼맨의 원작자와 그의 아버지이야기까지 여기서 다루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약간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헐리우드 영화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사건, 급박한 심리상태 등 정말 두께가 전혀 부담되지 않는 그런 소설이었다. 570페이지가 순식간에 읽혔으니... 영화로 만들어져도 정말 좋을 법한 그런 이야기였다. 아들과 아버지, 살인, 신화의 비밀... 두께에 겁먹지 말자,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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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른차일드>를 읽고 리뷰해주세요.
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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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는 체인질링- 이라는 민화가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체인질링은 얼마전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으로 한 영화의 이름인데, 영화는 이 책의 배경과는 전혀 딴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이야기 모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이가 뒤바뀐다는 것이다. 말그대로 스톨른 차일드이다. 누구에 의해 그 아이들이 훔쳐졌는지만이 다를 뿐이다.  

 W.B.예이츠의 시 [스톨른 차일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이야기는 일곱살 아이 '헨리 데이'가 요정들에게 납치되어 '애니 데이'로 살아가게되고, 그 자리를 다시 다른 누군가 '헨리 데이'로 살아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지극히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배경에 비해, 다루는 그들의 감정은 상당히 묵직하다. 서로의 자리에 있는 아이들은 차차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현실에 비교적 익숙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자신이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과연 그들은 누구일까? 현재의 모습이 그인가? 아니면 그들이 찾으려는 모습이 진짜 모습인가?  

 만약 철이 든 7~8세에 자신이 바뀌어진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당히 무서운 일임에 틀림없다. 본인 뿐만 아니라 본인의 주변사람들, 특히 가족들에게도... 원래 도깨비나 요정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을 썩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이 아주 반갑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읽어내려가면서 점점 두 아이의 마음 아픈 노력이 와닿기 시작했다. 단순히 판타지로만 보기에 이 책에는 너무 많은 감정이 담겨져 있었다.  

 문득, 자신의 자리에 충실하지 못하거나 끊임없이 과거나 다른 곳으로 돌아가려는 우리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과연 거기는 우리의 자리가 맞는 것일까? 분명 그곳에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지 못하는 헨리데이와 애니데이의 모습에 투영되어 보였다. 배경, 캐릭터는 판타지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스톨른 차일드. 과연 나는 제 자리에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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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만들기 - 전2권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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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또 사랑에 빠지는 일을 더 이상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까? 

오랜만에 손에 든 로맨스 소설. 한 때는 참 많이도 읽었는데, 요즘은 뜸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가볍게 읽기 좋아 찾곤 한다. 이번에 찾은 책은 [1%의 어떤 것] 드라마의 원작자로 유명한 현고운 작가의 신작, [인연 만들기]. 추석에 집에 내려가는 길에 1권을 다 읽고, 올라오는 기차역에서 2권을 사서 마저 읽었다. 사실 두 이야기가 이어지는 건 아닌데, 왠지 궁금해져서...  

무엇보다 이 책은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생긋 웃고 있는 여자의 모습 그리고 예쁘게 씌여진 제목. 달달한 로맨스 소설다운 표지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여우 같이 웃고 있는 여자도 단순히 예쁘기만 한 건 아닐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연 만들기 세트의 여주인공들은 예쁘기만 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여주인공들이 아니라 당당히 자기 일과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 그런 여성들이었다.  

[인연 만들기]의 주인공은 상은과 효은, 두 자매이다. 첫번째는 언니 상은의 이야기가, 두번째는 동생 효은의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우선 상은은 미국 로스쿨에서 변호사가 되려고 공부를 하던 중 미국인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뼛속까지 토종 한국인인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정혼자가 있는 한국에 1년동안 지내러 가게 된다. 한국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정혼자 여준 역시 그녀를 썩 반기지는 않는 상황에서 어른들을 골탕먹이기 위해 협력하게 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이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상은과 달리 효은은 반쯤 자신의 의지대로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 언니보다 훨씬 빼어난 미모와 영리함을 지닌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운명을 만나게 되고, 그 운명을 길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실 [인연 만들기] 역시 그저 그런 뻔한 로맨스 소설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남은 신경도 안쓰고, 자신의 이익만 알고, 여자는 물건처럼 여기는 재벌집 남자들, 예쁘고 똑똑하고 한 성격하는 여자 주인공. 현실에는 극히 찾아보기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순한 구성에 뻔한 캐릭터들에 왠지 모르게 푹 빠져들어 2~3시간은 순식간에 흘려보낼 만큼, 이야기 흐름이 빠르고 흥미진진하다. '저런 말은 아마 절대 안할거야!!' 라고 외치며 손발이 오그라들더라도 다음이 궁금해지는 그런 책이다. 무엇보다 이런 뻔한 스토리내에서도 여자들이 자신의 운명을 쟁취하는 당당함에 왠지 가슴이 다 후련해지는 대리만족까지 확실히 보장해준다.  

[인연 만들기]는 앞으로 탤런트 유진을 여주인공으로 드라마화 된다고 한다. 드라마도 책처럼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길 기대해본다.  

앞일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사람의 일이란 참 우습게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훗날 생각해보면 지금의 불행은 어느 날의 행운일 수 있고, 어제의 사연은 오늘의 문제일 수도 있다. 아무도 지금의 선택이 문제가 될지, 행운이 될지, 아니면 불행의 전조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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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을 리뷰해주세요.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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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었다.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듯한 표지. 너무 깊이 생각한 것일까. 책을 펼치자 담담한 어투로 아버지를 맞이하는 루마를 표현한 '길들지 않은 땅'으로 시작한다.  

길들지 않은 땅으로 시작하여 이 책은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자매, 애인사이와 같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룬다. 다소 색다른 그녀의 이력 때문인지, 각각의 단편소설들에는 그녀의 경험이 투영되어있다. 특히 맨 앞의 '길들지 않은 땅'은 더더욱 그러하다. 뒷편의 이야기로 갈수록 그녀의 상황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지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분명 이런 사건들을 관찰 하고 경험할 수 있었던 그녀의 생각들이 녹아들어있지 않나 싶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담담한 어투로 시작된 이 책은 사람들의 관계 이면에 숨겨진 비밀들을 나타내, 그들의 관계, 화해를 그려낸다. 가족처럼 지내며 삼촌이라 부르던 한 남자를 남몰래 사랑한 엄마의 갈등 그리고 이를 딸에게 이야기하게 되는 엄마의 모습이 다뤄지기도 하고, 결혼생활을 다루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연작소설 헤마와 코쉭 어렸을 적 알게 된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담담한 작가의 어투로 인해 초반에 몰입하기가 어려웠지만, 갈수록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칭찬하고 싶은 건, 작가의 제목 짓는 센스. 뭔가 담백하면서도 무언가 더 있을 것 같은 각 단편들의 제목에 확 끌렸다. 살아가면서 어떻게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겉보기에 완벽한 관계 안에서도 얼마나 또 수많은 어둠이 숨어있는 것일까. 그래도 작가는 그러한 오해와 잘못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 같다. 나와 분명 많이 다른데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네가 살아가는 모습이 모두 비슷하게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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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리뷰해주세요.
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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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국경도, 나이도 초월한다던데, 이 사랑 역시 대단한 사랑이다. 그 어느 사랑이 대단하지 않겠냐만은, 헨리와 클레어의 사랑은 두꺼운 책 두권으로도 지루하지 않을만큼 독특한 사랑이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즐거울까.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항상 시간여행에 대해서 생각할 때면 나는 시간여행자 당사자가 되었지, 시간여행자를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기다리는 사람, 시간여행자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헨리는 시간여행자이다. 그는 유전자 문제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여행을 한다 그리고 시간여행을 할 때는 그는 오직 그 혼자만 여행한다. 걸치고 있던 옷, 읽던 책 그 무엇도 그와 함께 하지 못한다. 그는 이런 연유로 항상 벌거벗고 새로운 곳에 떨어지면, 이를 수습하기 위해 급급하다. 생각만해도 끔찍하게만 여겨지는 시간여행 같지만, 그는 이 여행을 통해 그의 사랑, 클레어의 어린시절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어리디 어린 클레어. 그녀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녀 역시 자신 앞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다소 독특하지만 행복할 것 같은 그들의 사랑. 1권에서 시간여행을 통해 만나기도 하고, 결국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만나게 되는 클레어와 헨리에 빠져 순식간에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자라는 특성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부분은 나중에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혹시 복선이 아닐까 끊임없이 궁금해하며 책을 읽어내려 갔다.   

시간여행이란 독특하고 과학적인 주제를 서정적으로, 색다른 시각으로 풀어나가 소설이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한쪽면만 쳐다보지 않고 다양한 시각을 가져야만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난 사랑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헨리와 사랑에 빠진 클레어가 이해가 되었다. 좋으나 싫으나 항상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 자연스럽게 그가 좋아질 수 있다. 자신이 감당해야할 아픔과 기다림이 빤히 보이더라도.  

한동안 책이 안 읽혔는데, 이 책은 시간을 들여 조금 천천히 읽어나갔다.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까봐, 못본 부분이 있을까봐... 조심스러웠던 책이다. 오랜만에 읽은 묵직한 사랑이야기, 이번 가을에 딱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P.S. 곧 있으면 영화도 개봉한다니 너무 기대가 된다.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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