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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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보다 이해받고자 하는 욕구가 훨씬 더 크다고. 하지만 타인에게 이해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바보 같고, 멍청하고, 때로는 죽이고 싶을 만큼 어리석은 내 안의 모습들을.

처음 백영옥 작가님이 예스24에 새로운 작품을 연재한다고 했을 때 그러려니했다. 인터넷으로 소설을 읽는 건 나와 맞지 않았다. 소설은 모름지기 끝이 있어야 하고 손에 들어 한장씩 넘기는 맛으로 읽는 것이었다. 매일 안달하며 다음편을 기다리는 것은 드라마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설의 제목이 '다이어트의 여왕'이란 소리를 듣고, 읽어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거스르고, 꾹 참고 몇회를 읽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사무실에 읽는 소설은 집중도 잘 안되었고, 무엇보다 소설의 맛을 반쯤 잃어버린 것 같았다. 결국 책이 나오길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의외로 생각보다 빨리 난 이 책을 만나볼 수 있었다.  

다이어트. 철이 들고부터 이 단어는 끊임없이 나를 따라 다니지 않았나 싶다. 아니 아마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여자들에게 이 단어는 정말 지긋지긋한 단어일 것이다. 왜 이렇게 외모가 중요한 세상이 되었는지. 내 주위에 말라보이는 여자들도 왜 다들 여름만 되면 모조리 다이어트를 한번씩은 하는지. 심지어 심한 다이어트로 거식증이란 병 아닌 병까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정도가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정연두는 의외로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이 없는 여자다. 요리사라는 직업 때문인지. 그녀는 자신의 뚱뚱함이 필요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고 마냥 당당하다. 그랬던 그녀가 한번의 실연으로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여할 결심을 하게 되고 우승까지 거머쥔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그녀의 다이어트는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에도 계속 된다.   

정말 흥미로운 소재였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란 배경도,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캐릭터들도. 각자의 이유로 다이어트에 매달리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을 한번쯤 여자들이 생각했을 법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읽으면서 마음 아프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무.서.웠.다. 자의든, 타의든 변해가는 여자들이 무서웠고,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싹해졌다.  

재미있고 공감가는 소재에 톡톡 튀는 문체까지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런 두께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간단하게 나온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좀더 깊게 다뤄졌으면 좋았을 법했다는 것. 하지만 그 아쉬운 점은 독자로써의 과욕일지도 모른다.  

생각지도 않은 결론을 끝으로 이 책은 끝나버렸다. 슬프고, 무섭고, 현실적이다. 우리의 사회가 그대로 투영된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나는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운동을 하러 갔다. 하지만 적어도 한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은 다이어트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결국 우리의 모든 행위는 자기애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서로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상처입힌 이들은 모두 다이어트의 여왕이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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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를 리뷰해주세요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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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잠자기 전 잠깐 읽고 말아야지 하고 들었던 책 때문에, 졸려운 눈을 비벼가면 하룻밤을 꼬박 새고 말았다. 무엇보다 공지역 작가님이 마냥 부러워졌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알리는 그녀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도가니'는 무진시의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지독한 안개에 덮여 있는 이 학교, 그리고 이 도시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아이가 둘씩 죽어나가도 별일 아닌 사고로 처리해버리는 학교,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울려퍼지는 무서운 비명소리에 다들 눈감아버리는 학교. 아내의 주선으로 주인공 강인호는 이 곳으로 발령을 받게 되고 그 동안 모두 눈감아버린 진실을 마주하기로 결심한다.  

공지영 작가는 어느 신문기사 한줄로 인해 이 소설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그 기사를 본 후 마치 가시에 찔린 것처럼 아파오기 시작했고 그동안 작업해오던 소설을 더이상 계속 쓸 수 없었다고 한다.  

그것은 마지막 선고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기자의 스케치기사였다. 그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였던 것 같다. 그 순간 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싸움이 무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그 무진시가 자꾸 대한민국처럼, 강인호와 그 일행이 자꾸 힘없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 이 이야기가 결코 소설이 아님을, 소설보다 더 끔찍한 현실이 배경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앞에서도 말했듯 이 책을 읽고, 작가가 마냥 부러워졌던 이유는 이 책을 읽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안타깝고 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기사를 보고 이 책을 썼듯이,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무언가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나 역시 권력에 복종하는 소시민일 뿐이었다.  

 사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전에 공지영 작가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많이 없었다. 그러다, 그녀의 책을 한두권 읽게 되었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그녀의 모습에 대해 나는 어느 쪽으로도 결단을 못 내리고 이리저리 생각을 바꾸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난 공지영 작가님과 그녀의 작품이 참 좋다. 내가 하고 싶지만, 못하는 것을 단 한권이라도 표현해 준 이 책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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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아프리카>를 리뷰해주세요.
눈 오는 아프리카
권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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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조차도 허무하지만, 눈오는 아프리카는 발랄한 표지와 멋진 제목과 어울리는 여행서가 아니었다! 이건 여행, 그림, 성장 소설? 이라고 해야할까. 뭔가 생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펼쳐진 소설이었다.  

아버지가 죽고 난후 여행을 떠나는 유석과 쇼타. 아프리카가 들어가는 제목과는 다르게 이 책에서 그들은 참 많은 곳을 여행한다. 유명한 화가인 아버지의 그림찾기 등등 다양한 배경이 이 책 시작에서 깔리지만, 역시 이 책의 가장 큰 줄기는 둘의 성장이 아닌가 싶다. 수많은 곳을 방문하고, 천천히 진짜 인생을 살아가듯 조금씩 변해가는 그들.  

 처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는게 만만치 않았다. 약간 산만하기도 했고, 집중이 잘 되질 않았다. 소설의 형식을 빌린 여행기. 생각보다 가볍지도, 생각의 흐름이 따라가기 쉽지도 않았던 책이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바랬던 생각의 흐름보다는 각 나라와 미술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방해가 되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책에는 각 나라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었고, 중간 중간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았다.   

마음에 들었던 표지처럼 중간중간 삽입된 삽화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책의 아쉬움을 메워주기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아직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만나보지 못했지만, 아직 젊은 작가인만큼, 좀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 볼 수 있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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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째 매미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쓰요 지음, 장점숙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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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만에 죽는 매미보다 8일째 살아남는 매미가 더 불쌍하다고 니가 그랬잖아. 하지만 그렇지 않을 지도 몰라, 8일째에도 살아있는 매미는 다른 매미들이 보지못한 것을 볼 수 있으니까 어쩌면 보고싶지 않을 수 도 있겠지. 하지만 눈을 꼭 감아야 할만큼 가혹한 일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내 손에 들어왔는데도 막상 펼쳐들지 않았던 책이다. 그러다 문득 소설이 읽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정말 금세 몰입해서, 한장 한장 아까워하며 읽은 책이다. 대단한 반전도, 미스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싫어하는 불륜 이야기인데도, 읽는 내내 뭔가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이 소설 매 상황마다 어떤 선택이 옳았을지 판단하지 못하게 한다.  

가쿠타 미쓰요, 상당히 유명한 작가이다. 읽어본 사람들 대부분이 무척 좋다고 이야기 해준 작가.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8일째 매미'가 그녀의 첫 책이다. 그녀에 대한 입소문이 허풍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그리고 새롭게 참 좋은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기와코는 자신의 불륜 상대의 아이를 데리고 도망친다. 난 그녀가 겨우 몇달을 그 아이와 보내고 잡히는 이야기가 그려질 줄 알았다. 늘어지진 않을까- 그녀에겐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그녀는 그 아이를 데리고 상당히 긴 시간을 함께 보낸다. 분명 그녀는 범죄를 저질렀는데, 그녀와 가오루 (아이의 이름)의 생활은 다른 '평범한' 모녀와 다를 바 없고, 그녀의 간절한 모습에 그녀가 나쁘다는 생각을 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이 책의 끝에서는 다 큰 가오루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가오루. 사실 가오루의 이야기를 읽기 전까지 나는 기와코가 잘못을 했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분명 가오루와 그 가족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가족이 무엇인지, 평범함은 또 무엇인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상당히 드문 소재를 다루면서도 오히려 우리가 한번쯤은 고민할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평범하지 않다는 것, 특별하다는 것은 왠지 부러움의 대상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만약, 기와코가 잡히지 않고, 둘이 영원히 같이 살았다면 가오루는 어땠을까? 그의 가족들은 어땠을까? 그 가족들은 정말 진심으로 가오루가 돌아와서 기뻤을까? 기와코는 단지 그 몇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을까?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고,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읽어내려가면서 생각해보기도 했다.  

적당한 긴장감,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 8일째 매미. 사실 수상작이라던지, 책에 대한 호평에 대해 실망을 아주 겪어보지 않은 편은 아니기에 큰 기대는 안했는데, 정말 8일째 매미처럼 흔치 않은 특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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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박찬욱 외 지음 / 그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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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칸에서 쾌거를 이룩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 영화로 만나보기 전에 소설을 먼저 만나볼 기회를 얻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주워 듣기도 하고 기사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다. 박찬욱 감독의 기존 영화들이 썩 즐거운 기분을 안겨주지 않았기에 애초에 극장에서 보는 건 포기하고, 혹여나 나중에 DVD를 보게 되었을 때,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책을 펼쳐 들었다. 

남을 위한 삶을 살아가던 신부 상현은 수혈 받은 피가 잘못 되어 흡혈귀가 되고, 그의 친구 강우의 아내 태주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렸을 적 수양딸로 들어가 시어머니와 남편의 말도 안되는 시중을 들으며 살아가는 여자 태주. 상현과 태주는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사랑은 그들에게도 그리고 그 주위 사람들에게도 치명적이었다. 

2시간 남짓한 영화보다 책은 조금 더 둘의 감정과 그 둘을 둘러싼 상황을 세심하게 설명해주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으면서, 영상으로 이 책의 내용을 봤을 때 얼마나 충격적일지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어떤 설명으로도 그들의 삐뚤어진 욕망과 사랑이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감독의 상상력과 표현력에 있어서는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한다. 하지만, 내가 그의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항상 직접적인 공포라기보다는 스멀스멀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절망의 공포였다. 그리고 이 책 역시 마찬가지 였다. 

질퍽거리면서도 매혹적인 태주의 유혹이, 거칠면서도 소심한 상현의 사랑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주변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찬욱 감독은 늘 그렇듯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어떻게 보면 벗어날 수 없는 사랑에 빠져버린 인간 (인간이라 표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게 느껴지지만.) 이라고, 그들의 사랑에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욕망에 저버린 그들의 모습은 처절하게만 느껴진다. 이렇듯 그들의 사랑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난 아마 [박쥐] DVD가 나온다면 망설임없이 손에 집어 들리라. 그들의 질퍽거리는 운명이 너무도 매혹적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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