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만들기 - 전2권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인연.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또 사랑에 빠지는 일을 더 이상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까? 

오랜만에 손에 든 로맨스 소설. 한 때는 참 많이도 읽었는데, 요즘은 뜸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가볍게 읽기 좋아 찾곤 한다. 이번에 찾은 책은 [1%의 어떤 것] 드라마의 원작자로 유명한 현고운 작가의 신작, [인연 만들기]. 추석에 집에 내려가는 길에 1권을 다 읽고, 올라오는 기차역에서 2권을 사서 마저 읽었다. 사실 두 이야기가 이어지는 건 아닌데, 왠지 궁금해져서...  

무엇보다 이 책은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생긋 웃고 있는 여자의 모습 그리고 예쁘게 씌여진 제목. 달달한 로맨스 소설다운 표지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여우 같이 웃고 있는 여자도 단순히 예쁘기만 한 건 아닐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연 만들기 세트의 여주인공들은 예쁘기만 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여주인공들이 아니라 당당히 자기 일과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 그런 여성들이었다.  

[인연 만들기]의 주인공은 상은과 효은, 두 자매이다. 첫번째는 언니 상은의 이야기가, 두번째는 동생 효은의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우선 상은은 미국 로스쿨에서 변호사가 되려고 공부를 하던 중 미국인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뼛속까지 토종 한국인인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정혼자가 있는 한국에 1년동안 지내러 가게 된다. 한국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정혼자 여준 역시 그녀를 썩 반기지는 않는 상황에서 어른들을 골탕먹이기 위해 협력하게 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이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상은과 달리 효은은 반쯤 자신의 의지대로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 언니보다 훨씬 빼어난 미모와 영리함을 지닌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운명을 만나게 되고, 그 운명을 길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실 [인연 만들기] 역시 그저 그런 뻔한 로맨스 소설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남은 신경도 안쓰고, 자신의 이익만 알고, 여자는 물건처럼 여기는 재벌집 남자들, 예쁘고 똑똑하고 한 성격하는 여자 주인공. 현실에는 극히 찾아보기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순한 구성에 뻔한 캐릭터들에 왠지 모르게 푹 빠져들어 2~3시간은 순식간에 흘려보낼 만큼, 이야기 흐름이 빠르고 흥미진진하다. '저런 말은 아마 절대 안할거야!!' 라고 외치며 손발이 오그라들더라도 다음이 궁금해지는 그런 책이다. 무엇보다 이런 뻔한 스토리내에서도 여자들이 자신의 운명을 쟁취하는 당당함에 왠지 가슴이 다 후련해지는 대리만족까지 확실히 보장해준다.  

[인연 만들기]는 앞으로 탤런트 유진을 여주인공으로 드라마화 된다고 한다. 드라마도 책처럼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길 기대해본다.  

앞일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사람의 일이란 참 우습게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훗날 생각해보면 지금의 불행은 어느 날의 행운일 수 있고, 어제의 사연은 오늘의 문제일 수도 있다. 아무도 지금의 선택이 문제가 될지, 행운이 될지, 아니면 불행의 전조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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