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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실수 - 여자와 남자의 심리를 모두 잘 아는 게이의 연애 코칭
고마붓코 지음, 나지윤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회사에서 처음 보고서를 써야했을 때, 혼자서 걷기 여행을 떠나고자 했을 때, 취미로 베이킹을 시작하려 했을 때, 나는 책을 펼쳤다. 정말 뭐든 처음에는 '글로' 배웠던 것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그런 내가 쳐다보지 않은 분야가 있었으니 바로 '연애' 분야다. 일단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정말 책에서 배운 것으로 이루어질까 하는 의심이 들었고, 요렇게 저렇게 매뉴얼대로 하여 게임에서 득템!!!! 하듯 사람의 마음을 득템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이를 한두살씩 먹어가고, 어느덧 30대에 들어서고 정말 연애와 결혼은 중요한 숙제가 되어 있었다. 결혼을 한 친구들도, 안 한 친구들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연애와 결혼으로 모든 이야기가 빨려들어가는 깔대기 이론을 체험할 수 있었고,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지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나보다 여러모로 인생 선배격인 과장님이 이 책을 손에 들려주었을 때 차마 쉽게 코웃음 치며 이 책을 넘겨버릴 순 없었다.
언제부터일까? "아직 미혼이야."라고 커밍아웃한 순간 꺼림직한 기분을 느끼게 된 것은.......
그동안 한 사람의 당당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고 열심히 일했다. 그 사이 꽃다운 20대를 지나 30대가 되긴 했으나, 노력한 만큼 진급도 했고 경력이 쌓인 만큼 연봉도 높아졌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남편이나 아이에게 매일 일 없이 여행을 다닐 수도 있고, 온전히 나를 위해 살아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누구나 동경해 마지 않는 멋진 여성으로 보여야 함이 마땅한데, 어째서 단지 '싱글'이라는 이유로 세상 사람들에게 치이고 주눅이 들어야 하는걸까?
서문을 읽고, 참 ... 맞는 말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소위 남자와 여자의 마음을 모두 잘 안다는 일본의 게이가 쓴 책인데, 일본이나 우리 나라나 미혼 여성, 특히 나이가 많은 미혼 여성에 대한 생각은 비슷한가 보다. 작년에 야근을 보다가 봤던 '역전의 여왕'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난다. 주인공인 김남주씨가 하는 말이 하도 절절히 다가왔었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 열심히 하래서 열심히 공부했고, 취직 잘해야 된다 그래서 기쓰고 취직했고, 회사 들어와선 일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서 독하다고 욕 얻어먹어가면서 까지 일했거든?
…그랬더니 난 우리팀 왕따고, 친구들 보기에 인생 뒤쳐지는 애고, 우리 엄마한테는 창피한 딸이야… 왜 그런 거지?"
당시 드라마에서 그녀는 잘 나가는 대기업의 팀장이었는데, 결혼을 안 한 노처녀였다. 드라마에서도 이런데 현실은 얼마나 더 팍팍하겠는가.
이 책에서는 그러한 여성들이 단순히 사소한 실수들을 저질렀기 때문에, 연애와 결혼에서 멀어지고 있고, 이를 하나하나씩 짚어준다고 한다. 크게 다섯가지 실수로 나누어진 이 책에서는 착각하는 여자, 매력이 부족한 여자, 돈 때문에 실수하는 여자, 술을 즐겨마시는 여자, 현명하지 못한 여자로 이야기된다. 40가지 충고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은 공감이 가기도 하고 말도 안돼 라고 투덜거릴 수밖에 없는 조언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크게 무리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매너와 화법을 익혀라,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 등 기본적으로 지켜주면 아름다울 것 같은 예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마지막에는 솔직하게 이 책을 한 번 읽는다고 해서 바로 남자가 '펑'하고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한가지는 바로 에필로그였다.
무엇보다도 내 가치를 평가 절하해 단정한 것은 바로 나 자신. (중략)
만약 그랬다면 지금이라도 깨닫기를 바란다. 당신은 패배자도, 인기 없고 능력없는 노처녀도 아니다. 인생에 승패 따윈 없다. 결혼도 마찬가지. 애당초 자기 자신을 인기없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엄청난 착각이자 실수였던 것이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을 '난 패배자일지도 몰라......' 라는 의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감이 가득차 있더라도 주위에서 끊임없이 우려 및 관심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자기 자신이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조바심도 나고 왠지 자신에 대해 나 역시 걱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고, 또 그만큼 좋은 점도 많은 사람이 바로 내가 아닐까? 제 때 좋은 사람을 만나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굳이 그렇게 못 한다고 해서 머리를 쥐어뜯고 괴로워할 필요 또한 없는 것이다. 이렇게 신나게 써내려가지만 지금보다 한두살 더 나이가 먹으면 점점 생각이 또 바뀔지도 모른다. 나중엔 이 책에 줄을 쳐가면서 읽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지금의 나도 괜찮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 여기 나오는 것처럼 매순간 매력적이길 선택하기 보다는 춥고 괴로울 때 편한 차림으로 밖에 나가는 것을 선택하는 내 자신도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다. 이 책에서 이야기했듯 내가 불치병에 걸린 것은 아닐테니깐... 조금씩 조금씩 더 배우고 고쳐나가면 되지 않을까.
당신의 '인기없음'은 불치병 같은 것이 아니다. 결혼을 늦게 하든 일찍 하든 상관없다. 남의 시선에 주눅 들지 말고 일도 연애도 즐겁게! 그러다 '이 사람이다!' 싶을 때 결혼하면 OK! 누군가를 만나 이런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을 때야말로 '행복한 결혼 적령기'니까.
아마 스스로 이 책을 골라 처음부터 끝까지 읽진 않았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이런 책들을 읽어 사람의 마음을 득템!! 하진 못하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냥 그저 그런 이야기부터 제법 쓸만하다 싶은 이야기도 있었다. 분명 지금은 내가 모르지만 후에는 무릎을 치며 '아하!'할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책들을 몇 권 더 읽어볼까 싶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이 책이 좋은 책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알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