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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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현정이는 우리 사이에 우연과 낭만이 부족하다고 말하곤 했어요.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따분한 사랑이라고. 하지만 전 연애를 우연히 이루어진 환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연애는 질문이고, 누군가의 일상을 캐묻는 일이고, 취향과 가치관을 집요하게 나누는 일이에요. 전 한순간 사랑에 빠지는 게 가능한 일이라고 믿지 않았어요. 대단한 영감으로 순식간에 걸작을 써내는 작가를 좋아하지도 않아요. 트루먼 커포티는 [인 콜드 블러드]를 쓰는 데 육년이나 걸렸어요. 그런 거예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죽도록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 우연히 벌어지는 환상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 하기 위해 철저한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 그게 제가 알고 있는 연애예요."

 

백영옥 작가를 좋아한다. 적어도 내게 그녀는 늘 궁금한 소재를 들고 나온다. 패션, 다이어트 그리고 이번엔 실연이다. 어느 순간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는- 적어도 '연애'를 할 때는 언제나 우리가 헤어진다는 끝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참 서로에게 빠져들고 주변이 보이지 말아야할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이렇게 달콤한 순간들은 나중에 끝이 왔을 때 나를 더 괴롭힐 것이라 생각하고, 무서워하고 자꾸 내 자신을 단단하게  싸잡으려고 했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참 긴 제목이다. 정말 이런 모임이 있을까? 이 책 속에는 있다. 그리고 이 제목은 그러한 모임이 진행되는 식당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모임에서 그들은 식사를 하고 실연을 주제로 한 영화 연속으로 3~4편 보게 된다. 그리고 이 모임에 참석하는 3명의 주인공, 사강, 지훈, 정미. 셋은 각각 실연을 하고 각각 다른 이야기를 안고 이 모임을 찾아온다. 나름의 사랑이었지만, 나름의 끝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했다. 셋은 또 어떻게 얽힐지도- 의외로 이 들은 아무 약한 끈으로만 묶여있을 뿐이고, 각각의 이야기가 이 책의 큰 줄거리이다. 그들 각각의 실연. 아무래도 제일 공감이 가던 인물은 사강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자신을 사랑해야하는지 잊어버리고, 결국 실연을 맞이하는 여자.

 

사강은 점차 누군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접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말하지 않게 되자, 점점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졌다. 그렇게 사강은 원하는 것을 말하는 능력을 잃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그녀를 유능한 회사원으로 만들어주었는데, 불만 없이 자족하는 사람이 귀한 시대에 그것은 거꾸로 보기 드문 재능으로 승화되었다. 레스토랑에서 음식이 짜거나 싱겁다고 소리를 지르며 매니저를 불러내는 사람들을 보면 사강은 경외감을 느꼈다. (중략)

 

사강이 잃어버린 승객의 콘택트렌즈를 찾아주고, 보드카를 생수병에 넣어 몰래 반입한 시끄러운 러시아 사람들을 상대하고, 불편한 자기 자리 대신 텅 빈 비즈니스 좌석에 앉아 가겠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할아버지 승객을 설득할 수 있었던 건 고객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나도 실연을 맞이하게 될까? 호되게 인생의 실패 중 하나를 경험해 보게 될까?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평소 하지 않던 나답지 않은 일을 하게 만드는 이 현상이 이해되지도 않는다. 나에게 실연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이고 가능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기도 하다. 감정에 그렇게 휘둘리긴 아직 싫다. 다만,이 책을 통해 좀 더 우아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보다 알차게 실연 하는 법을 알게 되지 않았나 싶다.

 

내가 생각하던 실연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던 사강과 지훈의 실연- 만약 언젠가 내가 실연을 하게 된다면, 그들의 모습을 반만이라도 닮아있었으면 싶다. 뭔지 모르겠지만 늘 나를 이끄는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처럼, 백영옥 작가님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역시 그녀구나 싶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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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하우스
정다겸 지음, 송재정 극본 / 양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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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본 것도 아니었고, 책이 정말 한글자도 안 읽힌지 3개월째였다.

읽고 있는 거라곤 수십번은 되풀이해서 읽은 만화 '서플리' 정도.

그러다가 짧고, 작은 책을 억지로 펼쳐들어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커피도 좋아하고, 작가도 좋아하고, 딱 부러지고 차가운 남자 주인공도 좋고.

나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오밀조밀 잘 조합해 놓은 소설이었다.

 

완벽주의자이자 인기작가인 진수는 출판사 대표 은영과 십년지기 친구이다.

이 둘은 친구로, 동료로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는데,

그 와중에 뭔가 어설퍼도 한참 어설픈 승연이 진수의 비서로 들어오게 된다.

은영과도 잘 될 것 같고, 승연과도 잘 될 것 같은 진수.

사실, 결말을 보고 뭔가 좀 쌩뚱 맞은 걸이란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로맨스 소설처럼 두근두근한 감정놀음도,

뭔가 이렇다할 사건도 없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눈이 맞아버렸단 말야?! 이런 느낌이었다.

 

유치하기도 하고, 뭔가 엉성한 전개라고 생각하면서도

딱딱 떨어지게 차갑고 확실한 주인공인 대박 작가 이진수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런 선배나 상사가 있으면 옆에서 좀 보고 배울 법한데.

 

선생님은 어차피 저한테 돈을 주는데 안 부려먹으세요? 어차피 생긴 비선데...

아깝지 않으세요? 누가 커피 타주고 연필 깎아주면 편하잖아요.

안 편한데요. 나한테 못 맞추니까. 내가 보기보다 좀 까다로워요.

맞추라고 하시면 어떻게든 맞출텐데.

맞출 수 없어요.

왜요?

왜라... 음 아마추어한테 뭘 기대해요? 애초에 기대를 하면 안되지.

저한테 뭘 제대로 시켜보신 것도 없잖아요.

저도 마음만 먹으면 뭐든 잘 할 수 있어요!

처음에 다 보여줬잖아요. 그날 보니까, 좀 많이 심하게 아마추어던데...?

전달이 되나? 지금 마인드를 말하는 거예요. 마인드가 아마추어라고.

 

회사생활 6년차에 나름 업무에도 어느정도 익숙해졌고,

야근도 제법한다고 자부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 할 수록 잘 모르겠고.

나의 마인드 역시 승연과 다름 없는 아.마.추.어.인 것 같기만 하다.

아아아... 진수 작가도 나름대로 힘든 일도 있고,

지치는 일도 있고, 삶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을테지만,

그렇게 크게 벗어나는 일 없이 뭔가 안정적으로 나름의 완벽을 추구하며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왜 연필을 거의 비슷하게 깎았는데 내가 안 쓰는 건 줄 알아?

왜 커피를 거의 비슷하게 만들었는데 계속 퇴짜 맞는걸까?

거의 비슷해서야. 거의 비슷한 게 아니라 똑같아야 된다고.

 

대충 비슷한 온도가 아니라 정확한 물의 온도.

대충 비슷한 커피가 아니라 반드시 슈마트라 만델린.

로스팅은 5일을 넘지 않은 것.

그라인더로 원두를 가는 정도. 드립퍼에 넣는 원두의 양.

여과지의 브랜드. 그리고 물을 붓는 유속과 절차

모두 대충 비슷한게 아니라 매일 정확히 일치할 것. 뭐 느껴지는 것 없어?

 

나는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이 과정을 확인하는 거야.

그렇게 확인한 결과물이 매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은 맛을 내는 커피고.

맞출 수 없다고 너무 실망하지 말길 바라.

커피를 만드는 마음이 자기와 내가 달라서 그런 거니까.

 

진수처럼 그렇게 매일매일 확실하고 똑같은 게 내 삶에 있는 걸까.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지켜서 그렇게 만들어 내는 것.

매일매일은 커녕 일주일마다 하는 일도 없는데.

그래서 내 사는 모습이 이렇게 답이 없는 건가.

 

분명 로맨스 소설로 생각하고 읽었건만 로맨스보다는 삶에 대한 자세

그리고 일과 연애의 경계 등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던 것 같다.

은영, 승연 둘다 일로 진수를 만났고, 또 끝까지 일로 그와 부딪히는데,

과연 그러한 관계는 맞는 것인지.

어느 쪽이 더 맞는 선택을 했고, 더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물론 이건 사람마다 다르겠지)

 

이 책의 결말을 보면 결국 커피도, 사랑도, 일도 모든 건 균형인가 싶다.

결국 은영도, 진수도 그 균형을 찾아가게 되니깐.

도대체 언제쯤이 되어야 내 인생의 균형점을 찾게 되려나.

모처럼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읽고, 커피를 마신듯 쓰디쓴 입맛만 다시게 된다.

 

이제와서 진수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느낀다는 건,

자신이 피땀 흘려 겨우 올려놓은,

이 탄탄하고 아름다운 집의 대들보를 손수 빠개는 일이었다.

그럴수는 없었다. 그냥 이대로 가자. 이대로가 좋다.

그제야 아무것도 서운하지 않고, 아무것도 억울하지 않았다.

그런데 은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우리는 철저한 비즈니스적 관계가 되어야 하며,

다른 감정이 섞이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물론 우리가 오랜 친구이며 세상에서 유일하게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는

인간적 동지인 것도 맞긴 하지만

성관계가 가능한 남녀 사이에 우정은 있을 수 없다고.

그렇다. 그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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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라이크 헤븐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권신아 그림 / 열림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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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프랑스 소설가 중 좋아하는 작가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드뭅니다.

턱하니 기억나는 작가는 단 둘. 아멜리 노통브와 기욤 뮈소 정도.

그런 나의 목록에 한 명이 더 추가될 것 같습니다. 바로, 마르크 레비.

 

최근에 후배에게 읽지도 않은 책인 '행복한 프랑스 책방'을 권해주었더니,

아주 재미있게 읽고, 마르크 레비에게 푹 빠져버렸습니다.

휴가 때 마르크 레비의 전작을 읽겠다고 큰 소릴 치면서 그의 책을 모두 사들인 다음,

자기가 읽고 나서 나에게 한 권씩 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 '저스트 라이크 헤븐'은 바로 그 두번째 책입니다.

 

사실 오래 전 나는 이 영화를 친구와 보았습니다. 한참 우울해져있을 때였기에

그저 밝은 분위기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영화로 기억에 남아 있는데,

실제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아서 책 역시 읽는 내내 새로웠고, 이런 내용인가 싶었습니다.

그래도 그 때 그 영화만큼 이 책은 힘든 내게 비현실적인 것도 가치 있다고...

이렇게 인생은 행복한 거라고... 일깨워준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내용을 살펴보면...

잘 나가던 의사 로렌은 여행을 떠나던 길에 사고를 당하고,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는 새로운 입주자 아더가 세들어 오게 됩니다.

아더는 그녀의 집에 들어가는 순간 욕실에서 그녀를 발견하게 되고...

그 누구도 그녀를 볼수도, 들을 수도, 만질수도 없었는데,

아더가 유일하게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전혀 믿기지 않을 법한 그녀의 이야기를 아더는 믿게되고, 그들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책의 원제는 'Et si c'etait vrai...'

직역을 하면... '그리고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라는 뜻이예요. (아주 직역입니다)

그리고 사실 원제가 훨씬 마음에 들었던 책입니다. 물론 '천국같은'이라는 제목도 나쁘진 않지만.

책 내용을 생각하면 원제가 훨씬 맞는 것 같아요. 직역을 안하고 의역을 한다면... 더더욱.

 

마르크 레비의 책을 읽는 내내 한 생각은 그가 참 여성스러운 글을 쓴다고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글에 공감도 많이 하고,

무덤덤해진 마음이 조금쯤 움직인단 느낌을 받곤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여성 캐릭터에는 참 많이 공이 들어갔구나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행복한 프랑스 책방'의 소피가 그러했고, '저스트 라이크 헤븐'의 로렌도, 그리고 아더의 엄마도...

모두들 어쩜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잘 표현했을까 싶습니다.

그의 책을 읽으면 지금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일에 치여 하찮게 여기는 감성이라던지, 사랑이라던지...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해줍니다.  

 

"이봐, 누구도 행복의 집 주인은 아냐. 간간이 임대 계약을 하고 세입자가 되는 행운을 잡을 따름이지.

아주 착실하게 돈을 치러야 한다구. 아니면 곧바로 쫓겨나는 거야." P.120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감정을 죽이고, 그냥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행복이 어떤 것인지 까먹고 있었나봅니다. 대금을 착실하게 치르지 않고 있었나 봐요.

그에 비해 희망도 없어 보이는 사랑에 로렌과 아더는 최선을 다 합니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서- 미래도 생각지 않고, 현재에 최선을 다 합니다.

 

"따지고 계산하는 동안, 찬성할 것과 반대할 것을 분석하는 동안,

삶이 흘러가며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야." P.116

 

읽는 내내, 아무것도 분석하지 않고, 따지지 않던 그들이 마냥 부러웠습니다.

어느덧 따지고 계산해버리는 바람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내 삶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천국처럼 아름답고 달콤한 사랑 이야기인데,

인생 전체에 대한 이야기... 그러한 감상으로 흘러가 버렸네요.

어느날 저에게도 이렇게 믿겨지지 않을만큼 달콤하고 천국 같은 이야기가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전에 따지고 계산하는 버릇도 좀 버리고, 행복을 잡기 위해 저 역시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사랑은 경이로운 감각을 지녔어. 받으려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

사랑할 수 있으려면 우선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고.

내 아들아, 항상 너의 본능을 믿고, 너의 의식과 감정에 충실하고, 네 삶을 직시하면서 살아.

하나밖에 없는 삶이란다. 너는 이제부터 너 자신과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지는 거야.

의연하게 행동하고 사랑하고. P.202

  

P.S. 후배덕분에 저도 드물게 마르크 레비의 전작을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난 저에게 후배가 이 책의 후속이라며 '그대를 다시 만나기'라는 책을 쥐어주었습니다.  

언젠가 그의 책을 모두 다 읽고, 주르륵.... 그의 이야기를 늘어놓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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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비스데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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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흐음, 네가 또 언젠가 인간으로 태어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오거든 그때는 좀 더 노력해봐. 너는 너대로 할 말이 많겠지만.....,  

내가 볼 때 인간의 고민이니 어쩌니 하는 건 대부분 사사로운 것들이야." 

남자가 푸른 강으로 배를 밀면서 말했다.  

"그 왜, 운동회 때 장애물 경기라는 게 있지?" 

설마 이쪽 세상에도 운동회가 있을 것 같지 않았지만,  

남자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다리 밑으로 기어나가다 어깨가 조금만 걸려도 정신없이 허둥대지.  

일단 빠져나오면 왜 그렇게 허둥댔는지 스스로도 이상할 정돈데.......  

너도 분명히 인생에 대한 판단을 너무 서두르지만 않았어도  

언젠가는 그런 생각이 들었을 테니."  

P.274-5 푸르른 강가에서 中에서 

슈카와 미나토를 처음 접한 작품은 바로 '새빨간 사랑' 이었다. 다소 괴기스럽고 혐오감을 주는 소재들 때문에, 그 책을 다 읽고선 원하는 분께 보냈었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는 관심을 많이 두지 않았다가 '오늘은 서비스 데이'라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책의 뒷편에 씌여진 글귀에 눈이 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건 누군가 자신의 서비스데이에 소원을 빌어서라고?' 

그야말로 대단한 상상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슨 소원이든 다 이뤄지는 서비스 데이라니... 그럼 깜찍한 상상력이 담겨진 이야기 외에도 이 책에는 총 다섯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오늘은 서비스 데이', '도쿄행복클럽', '창공괴담', '기합입문' 그리고 '푸르른 강가에서'.  

오늘은 서비스 데이는 앞서도 말했듯 세상의 모든 인간에게 서비스 데이가 주어져서, 그 날에는 그 사람이 원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다. 제법 논리적으로 각각의 소원이 상쇄되는 경우도 있고,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서비스 데이가 서비스 데이인줄 모르고 지나간다. 그런데 정리해고를 코앞에 둔 평범한 가장 쓰루가사키씨는 우연찮게 자신의 서비스 데이인 줄 알게된다. 가장 궁금했던 이야기였다. 나 역시 나의 서비스 데이를 맞닥뜨렸으면 한참 바라고 있던 찰나여서 더 궁금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선한' 엔딩을 가진 착한 이야기지만, 요즘 같은 때에는 그런 엔딩이 더욱 반가운 것 같다.  

도쿄행복클럽은 흥미롭지만, 조금은 거북한 소재를 다룬 이야기였다. 역시나 상상력은 대단하다고 무릎을 치게 되지만, 이러한 클럽이 있다고 생각하면 새삼 오싹해진다. 행복클럽의 성격은 책에서 만나보는 게 더 좋을 듯 싶다. 이 책은 두번째 이야기를 빼곤, 모두가 '착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마치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는 옛날 이야기처럼 그렇게 불편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들어있어, 슈카와 미나토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줄어들었던 것 같다. 특히 마지막 푸르른 강가에서 라는 작품은 자살한 주인공과 사자의 대화를 통해, 뭐든 하고 싶은 일은 다시 한번 해볼만 하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이야기해주었으면 하는 말을 사자의 입을 통해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다.  

앞서도 말했듯이, 그의 전작품을 통해 접한 슈카와 미나토의 상상력은 놀라웠지만, 불편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그의 상상력이 보다 깜찍하고 착해져서, 훨씬 편하게 만나 볼 수 있어 좋았다. 그의 상상력이 앞으로도 쭉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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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의 여왕>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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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거길 둘러보다 보면 인간의 무한한 능력에 경의를 표하게 되고, 아울러 서울은 거대한 산악도시였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된다. 사람이 평지에 집을 얻는 게 사치인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P.107 

대한민국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관심있고, 궁금해할 내 집 마련. 사람들이 그렇게 '내 집'에 목숨거는 이유는 서울에서 '내 집' 하나 마련하는게 결코 만만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빚을 얻어 집을 사고 그걸 갚아나가는게 훨씬 효율적인 재테크라는 게 당연시 되는 이 사회. 이 책은 바로 그 사회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처음에 제목을 보았을 때, 경제/경영 서적이 여기 와있네- 라고 생각하면서 보았는데, 소설이었다. 소설이면서도 실제 내 집 마련을 위한 내용이 완전히 배제되어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소설의 형식을 빌린 경제/경영 서적- 즉, 부동산 입문기로 괜찮지 않을까 라는게 나의 첫 인상이었다. 그리고 그 첫인상은 처음 몇페이지를 넘기면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주인공 송수빈은 대필 작가라는 일을 가지고 있고, 해외여행도 많이 했지만, 그렇게 특출나지 않은 여성이다. 그녀는 남편이 사라진 후 딸과 함께 지내다 특이한 제안을 받게 된다. 돈 많은 노인네의 부탁은 자서전을 대필해 달라는 그런 부탁이 아니라, 자신이 소개하는 사람들에게 '내 집'을 마련해주라는 내용이다. 부동산, 재테크에 썩 밝지 않던 그녀는 경매, 부동산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소개 받는 가족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집을 소개해준다.  

부자 노인네가 소개시켜주는 사람들은 그처럼 부자들은 아니다. 가난한 형제, 적당히 사는 게이 할아버지, 자폐증세를 보이는 아이가 있는 가족 등등 우리 주위의 사람들처럼 하나같이 자신들의 이야기와 사정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들의 사정에 맞춘 내 집을 마련해준다. 

각각의 집 찾기와 그리고 전체적인 스토리가 함께 어우러져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재테크 상식 등은 아주 기초적인 수준에서 다뤄지고, 결국 주인공의 '내 집 찾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속내를 풀어주는 과정을 거친다. 문득, '내 집'이라는 건 그런게 아닐까 싶었다. 요즘은 집에서 '살기' 위해 집을 산다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사는 느낌도 많이 들어 씁쓸한데, 진짜 내 집을 찾는 건 얼마나 행운이고 멋진 일인가. 집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도 그런 것 아닐까. 나를 알고, 내 이야기에 맞추어 나에게 맞는 무언가를 찾는 것. 그제서야 우리가 만족스러운 집을 찾을 수 있듯이, 인생도 만족스럽게 변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나도 내 집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는 그런 멋진 집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소울 하우스를 만날 수 있길 바래본다.   

한번 기적을 믿으면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 ... 우리에게 집이란 건, 삶과 연동된 작은 일부일 뿐, 우리 삶이 변하면 집의 가치도 변할 것이다. 내 다른 소울하우스는 어딘가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것이다. 아니 만나게 될 것이다. ... 희망, 나는 그걸 믿는다.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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