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를 키운 여자들』을 읽고 있다.
2007년도에 출간됐는데, 현재는 품절 상태다. 예니
비스트팔렌-마르크스, 클라라 비크-슈만, 소피아 안드레예브나 톨스토야의 이야기까지 읽었다.
나중에 시아버지가 된 하인리히 마르크스가 ‘무언가 천재적인 것’을 지니고 있는 아이라고 서술할 정도로 특히 활발하고
지적 호기심이 왕성했던 예니(38쪽)는 결혼 후에는 마르크스의
원고를 정서하고 다듬고 논문을 복사하고 자료를 정리하며, 인쇄업자나 출판자와 상의하는데 자신의 모든
역량을 다한다. ‘혁명의 심부름꾼’이자 카를 마르크스의 ‘비서’로서 살아간다. (43쪽)
성공한 아내에 대한 질투, 스스로에 대한 좌절, 전통적인 성역할 또는 종속 관계의 혼란 때문에
불거진 슈만과 클라라의 갈등은 슈만의 자살 위협으로 더욱 극적으로 치닫는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분열
증세를 보였던 슈만은 1854년, 클라라와 처음 불화가 있던
당시의 자살 협박을 실행에 옮겨 자살을 시도하고 후에는 정신병원으로 호송된다. 1856년, 그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클라라는 자신의 힘으로 삶을 극복해 간다.
그녀는 연주회를 여는 것이
아무리 힘들어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그저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며 자신을 합리화시켰다. (81쪽)
소피아 안드레예브나 베르스가 34세였던 톨스토이 백작과 결혼했을 당시 그녀는 불과 18세였다. (94쪽) 이미 유명한 작가였던 톨스토이의 열렬한 구애에, 청혼한 지 7일 뒤에 결혼식을 올렸다. 여성에 대해 극단적으로 상반된 태도를 보였던 톨스토이는 자신의 유년기에 대한 보상으로 소피아가 아이들에게 전형적인
어머니 상이 되어 줄 것을 강요하며, 아내가 직접 아이들에게 젖을 먹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101쪽) 소피아는 처음부터 우월한 위치에 있었던 톨스토이의 ‘정신적 구속’이 ‘자신이
가졌던 가능성과 에너지’를 빼앗아 갔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했다.
(106쪽)
그녀는 남편의 성적인 욕구에
자신을 맞추었으며, 끊임없이 남편의 원고를 정서하였다. 수차례에
걸쳐 『전쟁과 평화』를 정서하였으며, 일기 또한 계속해서 써 내려갔다. 그녀는 그 밖에도 꼼꼼히 교정하였으며, 나중에는 편집자로서 맡게 된 작품들의 출판에도 신경을 썼다.
그녀가 하루에 처리하는
일은 놀라울 정도로 많았다. 그녀는 다섯 시간 이상을 잔 적이 거의 없었다. 이런 모든 힘든 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위안을 삼은 것은 톨스토이가 이와 같은 ‘희생’을 할 가치가 있는 천재라는 확신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때면 늘 혼란에 빠지곤 했다. (107쪽)
이번주의 에세이
『아버지의 유산』을 마쳤고, 이번주의
사회학 『천재를 키운 여자들』을 읽는 지금, 이번주의 소설 『전쟁과 평화』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천재를 키운 여자들』에
기대어 생각한다면, 모든 인간과 모든 삶에 대한 초상, 톨스토이가
남긴 불멸의 걸작 『전쟁과 평화』에는 소피아의
흔적이, 눈물이,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것인데, 나는 소설 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으리라는 예상이다.
천재를 키운 여자들.
찬란한 매혹, 그
처절한 애증 – 천재를 사랑한 여자들.
천재를 사랑했으나,
보상은 없었다. 천재가 되도록 사력을 다해 애썼지만, 아무도
그녀를, 그녀들을 기억해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