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대한, 책의 외모에 대한 내 집착이 얼마나 강렬한지는 시집 선택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처음에, 나는 창비의 시집을 좋아했는데, 그건 순전히 표지 때문이었다.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그리운 나무],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창비를 사랑하다가 <겨울휴관>이라는 시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문학과 지성사로.
[남해금산], [말할 수 없는 애인],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나는 책이 구겨지는 것, 책끝이 접히는 것, 책에 무언가 묻는 것, 결론적으로 책이 더러워지는 걸 못 참는 성격인데, 이 시집들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꺼내 읽고, 또 읽었다. 행복한 시간만 있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좋은 시를 찾았을 때, 좋은 시를 만났을 때의 느낌에는 꼭 ‘행복’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 요즘은 문학동네에 빠져있다. 정확히는 문학동네 시집을 ‘읽고 싶어한다’가 아니라, 문학동네 시집을 ‘모으고 싶어한다’이다.
가을도 아닌데 시. 가을도 아닌데 시집.
[독한 연애], [훗날 훗사람],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정말 아름답도다.
작년에 읽었던 함민복 시인의 인터뷰 기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함민복 시인처럼 많이 알려진 시인도 그럴진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시인이라면, 이제 막 시인이 된 시인이라면 어떨까. 시인으로서 그들의 삶은 어떨까. 그런 생각을 잠깐 해 본다.
요즘 구매를 부르는 책들은 이러하다.
[유시민의 글쓰기특강], [아자젤], [아무래도 싫은 사람]
하지만, 시를 계속 읽기 위해, 시집을 계속 모으기 위해, 한국어로 된 시를 계속 만나기 위해 시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한다. 봄에는 시. 봄에는 시집.
김어준의 <Papa is>는 즐겨듣는 팟캐스트 중 하나이다. 그 곳에서도 계속 세월호 이야기가 나온다. 세월호의 항적을 추적하고, 레이더를 분석하고, 단원고 희생자들의 부모님들이 출연하셔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답답한 시간이다.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고, 화가 나며.... 무엇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아이들이 죽어야만 했는지, 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그 이유를 밝히려 하지 않는지, 왜 그 이유를 숨기려 하는지...
숨쉬기 미안한 사월.
그런 사월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