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22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는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를 선 채로 읽으며 코로나 검사 대기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검사 결과가 판정 불가, 양성도 음성도 아니라 해서 그다음날 재검사를 해야 했다. 양성이었다. 그날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다이내믹 코리아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나라 잃은 슬픔을 온몸으로 겪어낸 후, 코로나보다 무서운 코로나 후유증을 이겨내기 위해, 책이 아니라 핸드폰을 손에 쥐고는, 유튜브로 ‘귀여운 동물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중에서 제일 많이 본 동영상은 이것.
자세히 보면 보이지만 왼쪽의 대장(같은) 새끼 펭귄보다 오른쪽 끝의 펭귄이 키가 더 크고 덩치도 있다. 하지만, 양팔을 쭉 뻗고 매서운 눈매로 적을 상대하는 용맹한 새끼 펭귄이 이 무리의 리더이다. 솜털이 다 빠지지도 않은 새끼 펭귄. 자기도 아직 아기인데, 대장이 되어 무리를 인도하고 적에 맞서 싸워 친구를 지켜낸다. 이 동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보고 나서 또 보고. 조금 있다가 또 보고. 나는 노래를 들으면 한 노래’만’ 듣는다. 그 노래만 10번, 20번, 100번을 듣는다. 다른 노래로 넘어갈 때까지 그 노래만 듣는다. 용감한 새끼 펭귄 동영상도 그렇게 보았다. 현실을 바라볼 수 없어서, 믿을 수가 없어서. 용감한 새끼 펭귄 동영상을 보면서 나도 잠시 남극에 가 있고자 했다.
청와대 용산 이전과 관련된 혼란과 10. 29 참사는 잊혀서는 안 되는 우리의 슬픈 역사인데. 망언으로 가득한 3.1절 경축사와 ‘강제징용 판결금 제3자 변제’ 공식화, 주 69시간 근무제 추진 등으로 그 엄중함이 덮여 버렸다. 사건을 사건으로 덮는 신기술. ‘그래도 설마 나라가 망하기야 하겠어?’의 염려는 ‘그러고도 남겠다’는 걱정으로 이내 바뀌었다.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파국으로 치닫는 남북 관계이다. 유사시 한반도 상륙을 고대하는 일본과 경제적 이해에 전념하는 미국,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적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는 중국의 역학 관계가 어떤 식으로 급변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에 대해서는 정확한 판결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 좋아하는 자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아닌가. 그러니까, 이를테면. 나는 이런 사진이 대통령실의 공식 사진이라는 게 말이 안 되고, 창피한 일이고, 어이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통령이 되어, 대통령의 부인이 되어 예쁜 옷을 입고, 곱게 화장을 하고, 자기가 예쁘게 나온 사진만을 고른다고 해서, 자기가 원하는 프레임을 고수한다고 해서, ‘역사의 심판대’ 앞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다 망쳐 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들기는 한다.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기득권 이권 카르텔은 확실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말을 들을 때 그러하다.
고요하게, 우아하게, 편안하게. 책 읽는 삶이 가능할까, 이 정부하에서. 아무 힘도 없는 평범한 서울 시민은 덮쳐오는 걱정을 뒤로하기 위해 또 다른 영상을 찾아 헤맨다. 고양이나 강아지나 팬더나 아니면 캥커루를. 3월의 여성주의 책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걱정을 잊고 고양이나 강아지나 팬더나 캥거루를 보기로 하자. 그 때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