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아름다움에 대한 강요, 아름다움에 대한 신화를 ‘미’에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건 ‘돈’에 관한 문제임을 이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PBQ의 교묘한 작동은 일상에서는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데 그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하는 젊은 여성에게 강요되는 ‘화장’이 가장 흔한 경우다. 하지만, 젊음 자체가 자원인 외모 중심의 사회에서, 젊은 여성들의 탈코르셋이 중년 여성, 노인 여성의 그것과 같지 않음에 대한 지적 또한 오래 생각해볼 문제다.
2.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4, 5, 6, 7
여성을 물건처럼 주고받던 시대에 여성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 자신의 미모와 육체를 ‘도구화’하는 것이었다. 극소수의 여성이 이 방법을 통해 최고의 권력에 접근했고, 성공했다. 그녀들의 미모가 나라를 망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여성들만이 권력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음을, <사기>를 통하지 않고서도 배울 수는 있겠지만, <사기>를 통해 확인해본다.
3. One day in December
완벽한 인생이란 애초에 가능하지 않으니 완벽한 사랑 또한 가능하지 않겠지. 그 때,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최선이기를 바랄 수밖에. 나는 그때 당신에게 최선이었나요? 말해봐요, 오스카! 오스카, 당신이 대답해 봐요!
4. 엔드 오브 타임
내가 궁금한 것은 사고라는 현상이 인간의 두뇌나 슈퍼 컴퓨터, 또는 얽힌 관계에 있는 입자 등 물리적 과정의 도움을 받아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지의 여부다. (31쪽)
개표가 진행되고 새벽 3시 반쯤 되어서야 ‘윤석열이 대통령인 나라’를 단 한 번도 상상해 보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믿기지 않는다’고 말할 때 ‘믿기지 않는다’가 무슨 뜻인지 비로소 알게 됐다.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믿을 수 없다는 것.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 받아들이기 싫다는 게 아니라, 그런 세상을 한 번도,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나라를 잃은 것 같은 심정이라 숟가락 뜨기를 거부했던 친구가 생각났다. 나 역시 나라를 잃은 심정이었다. 나는 나라를 잃고 건강도 잃었다. 울 힘조차 없어서 얼굴을 바닥에 대고 눈을 감았다. 몸이 아픈 것으로, 내 몸이 이렇게 아픈 것으로 마음의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
주일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났다. 내 새끼의 입에 따뜻한 걸 넣어야 아이가 나을 테니. 하얀 쌀밥을 짓고 된장국을 끓였다. 달력을 보니 나흘째였다.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의 눈물이면 됐다고 속으로 말했다. 졌는데도, 그런데도 다정하고 우아한 언어로 축하와 위로의 말을 전하는 유시민을 보고 울고, 친구가 보내준 사진 속 이재명의 ‘부족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플랜카드를 보고 울고, 박지현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울었으면, 이미 충분히 울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만 울고, 이제 그만 일어나자, 고 반복해서 말했다. 슬픔과 불안, 두려움과 걱정이 더 이상 나를 붙잡지 않도록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주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불평한 적이 많았지만. 아니, 내 모든 기도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끝없는 매달림이지만. 그래도 다시 또 힘을 내고, 일어서고, 그리고 다시 또 기도하기로 했다. 새로운 삶을, 새로운 기도를 시작하기로 했다.
친구에게 책을 보내고, 아이가 좋아하지 않지만 먹어야만 하는 걸 만들어 주고, 빨래를 돌리고 주변을 정리했다. 줄을 치며 읽을 수 있는 책, 검고 두꺼운 책을 주문하고, 도서관에 가서 다 읽지 못한 책을 반납했다. 다 읽은 책을 따로 빼놓고, 새로 시작할 책을 큰 책상 앞쪽으로 꺼내놓았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는 친구들의 말이 음성지원되어 귓가에 울렸다. 나도 그래 볼까 한다. 나도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어제부터 듣는 노래는 ‘상록수’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국민이, 특별히 의료진들이 많이 힘들어할 때 국가 정책 차원에서 제작된 뮤직비디오인데, 나 역시 감염병예방법 제41조 및 제43조의 관리하에 있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저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 /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불고 /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 거칠은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