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사슬』을 읽었다. 잭 리처 10번째다. 이때 한 번 정리해주는 잭 리처 랭킹. 전자책으로 가끔 읽게 되어 호감도 상승한 『어페어』가 한 단계 올라섰고, 최근에 읽은 책들이 재미있어서 나머지는 다들 뒤로 밀렸다.
악의 사슬 – 사라진 내일 – 1030 – (잭 리처) 어페어 – 10호실 – 잭리처의 하드웨이 – 웨스트포인트 2005 – 61시간 – 네버 고 백 – 퍼스널
적막감이 흐르는 네브래스카주의 한 시골 마을에 흘러 들어간 잭 리처. 어느 모텔의 바에서 커피를 마시던 리처는 환자의 긴급 호출을 거절하는 술 취한 의사를 만나게 된다. 애타게 의사를 찾는 사람은 던컨 일가의 며느리 일리노어. 남편 세스 던컨에게 얻어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그녀의 코피는 멈출 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의사는 환자에게 가기를 꺼려한다. 여기서부터 리처의 의협심과 특유의 직감에 발동이 걸린다. <알라딘 책 소개>
위의 에피소드가 사건 A이다. 사건 A를 해결하려다 25년 전 일어났던 사건 B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사건 A와 사건 B와의 연관성을 들여다보던 중, 이들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실상은 두 사건의 외부원을 구성하는 사건 C에 휘말리게 된다. 여러 층위의 악의 사슬이 리처를 사로잡기 위해 출동한다.
잭 리처가 악당을 응징할 때 너무 통쾌하고 즐겁지만, 가끔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건 평화 시대를 살아가는 나 같은 민간인에게나 해당하는 말일 테다. 전쟁의 한 복판에서 적으로 만난 사람에게 ‘온정’을 베풀었다가는 바로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경우를 매일매일 경험했기에, 리처에게 ‘봐주기’란 없다. 하지만, 예고편은 있다. 이런 예고편 절대 환영한다. 동네 사람들 겁주는 일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 졸업반 덩치들에게 잭 리처가 예고편 날려주신다.
“ … 너희는 대학에서 4년 동안 경기하는 법을 배웠어. 나는 군대에서 13년 동안 살인하는 법을 배웠고, 그러니 내가 얼마나 쫄고 있을 것 같은가?"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너희는 운동 실력이 형편없어서 대학을 졸업한 뒤에 프로팀에 스카우트되지 못했어. 나는 살인 실력이 뛰어나서 많은 훈장을 받았고 고속으로 승진도 했어. 그러니 너희는 지금 얼마나 쫄고 있지?" (120쪽)
반대의 경우도 있다. 상대도 잭 리처가 자신이 찾고 있는 ‘그 떠돌이’인지 모르고, 잭 리처도 그 사람이 ‘신속한 일처리’를 위해 자신을 찾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딱 맞닥뜨린 두 사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눈앞의 사내가 누구일지, 무엇을 위해 이 황량한 곳에 머물게 됐는지를 추론하는 리처. 판단은 내려졌다. 적이라 판단되는 순간 리처의 선택. 실행. 사내의 쇼크사.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리처의 뇌에서 일어난 일.
생각이 형성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기적 자극이 신경조직을 통해 전달되는 그 과정이 빛의 속도보다 몇 배 내지 몇십 배 빠를 것이라는 추측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생각은 시간적 단위와 개념을 벗어난 영역에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전달이되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은 전달이다. 동일 지점에서 보내고 받는 편지다. 모종의 갑작스러운 화학반응에 의해 두 가지 화합물이 신경세포의 자극전달 부위들을 서로 이어주는 무지개다리 같은 반원을 형성한 상태에서 편지의 내용이 두뇌에 새겨진다. 자동차 배터리의 납과 산의 작용원리와 흡사하다. 하지만 12볼트 남짓의 약한 전류를 보내 깜빡이등을 작동시키는 정도가 아니다. 특히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는 경우에 그것은 엄청난 에너지가 수반되는 선택 과정이자 경쟁 상태이다. (555쪽)
이 문단을 읽으면서 너무 좋았는데, 잠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잭 리처가 아니라 리 차일드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예전엔 무조건 잭 리처였는데 이젠 막상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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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이 읽고 있는 책은 『페미니즘 철학 입문』이다. 『제2의 성』 읽으면서 보부아르 부분만 따로 읽었고, 맨 처음부터 다시 읽을 예정이다. 페미니즘의 역사를 따라, 중요한 사상가/작가를 다룬 듯한데,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시몬 드 보부아르, 베티 프리단과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오드리 로드가 각각의 챕터를 구성하고 있다(오드리 로드는 두 챕터). 누군가가 나에게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작가를 골라보라고 한다면, 시몬 드 보부아르, 베티 프리단, 거다 러너와 케이트 밀렛, 안드레아 드워킨을 고르고 싶다. 벨 훅스와 마리아 리즈,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도 빼놓을 수 없겠고. 아, 정희진쌤도 꼭 넣어야겠다.
남편이 아롱이 용으로 이지성의 책을 빌려달라 해서 도서관에서 대출해왔다. 그래, 중 3인데 자기계발서 하나는 읽어 주어야지. 넌 날 닮아 매사에 행복하더라. 빡빡한 인생 이야기 한 번 읽어 보렴. 이지성 책이 양 옆으로 두 권인데, 이지성 생각 안 나고 다른 사람 생각하고 있다면, 빙고!! 나도 그 사람이 생각납니다.
"네 놈 따위가 감히 깝죽거릴 수 있는 분이 아니야." "그 얘길 듣고도 기절해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하구만." "자금력도 풍부한 분이다. 돈이 엄청 많아. 우린 문제를 잘 풀어갈 수도 있을 거야." "이를테면?" "이 동네에서 거래가 벌어지고 있다. 너도 한몫 끼워줄게. 넌 부자가 될 수 있어." "난 이미 부자야." "그래 보이지 않는데? 내 말 믿어. 진심이다. 넌 돈방석에 앉게 될 거야." "난 내게 필요한 걸 모두 갖고 있다. 그게 바로 부자라는 단어의 올바른 뜻이다." - P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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