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분실>을 읽었다. 도선생님 카라마조프를 끝내고, 마실 느낌으로 읽었다. 좋았다. 뇌의 시냅스 패턴을 고해상도로 스캔해 패턴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하는 마인드 업로딩은 죽은 사람의 기억을 통해 그를 다시 만날 수 있게 하는 미래의 장례 프로그램이다. 엄마의 데이터가 관내분실되면서 엄마의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되는 과정을 담았다. 엄마는 언제부터 엄마였을까. 엄마는 언제부터 김은하가 아니라, ‘지민의 엄마로 불렸을까.


코로나 사태 이후, 아니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돈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3세계를 차지하기 위한 제1세계의 식민지 전쟁, 노예제도의 정당화, 근절되지 않는 포르노 성착취물의 생산과 유통,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가 그 정도의 가격으로 책정될 수 있는 이유, 갑작스레 요가복이 저렴해진 이유에는 모두 착취가 자리하고 있고, 착취의 결과로 누군가는 부자가 된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불황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경제 전망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경제가 작동하지 않고(작동할 수 없고), 실업이 대규모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이런 비상 상황에서는, 누군가 빚을 질 수 밖에 없는데, 국가가 빚을 지지 않는다면, 그 몫은 개인에게 돌아갈 거라는 전망이었다. 나라 걱정하시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가가 빚을 져야 할까. 아니면 국가 대신 내가 빚을 져야 할까. 나라의 돈을 어디에 어떻게 더 써야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때가 왔다고, 드디어 왔다고 생각한다.



<관내분실>은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작품이다. 최종 수상작이 선정될 때까지 이름, 성별, 직업 등 모든 정보는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한다. 김초엽은 <관내분실>로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수상했다. 1,000만원 고료.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장편 대상에게 1,000만원을 준다고 하면, 중단편 대상은 700만원. 김초엽은 가작도 한 편 당선됐으니 800만원. 800만원으로 한국 SF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에게 실낱 같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작품을 계속 쓰고 싶은 동력을 마련해 줬다면, 그 돈은 큰 돈일까 작은 돈일까. 자꾸 돈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의 독자들이 책을 많이 사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 말고. 그냥 손 놓고 있지 말고. 좋은 책을 쓰는 좋은 작가들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그 책을 누군가 사주는 건 어떨까.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도서관을 조금 더 지으면 어떨까. (비연님 집 앞 등등) 그렇게 또 돈 생각을 한다. 일단 나도 김초엽 책을 한 권 사고.

















『모니크 위티그의 스트레이트 마인드』를 읽는다. ‘우리는 하녀이자 매춘부이고 간호사이자 정신과 의사이다의 충격은혁명의 영점』에서 왔다.(45) 그만큼의, 혹은 그 이상의 충격을 던져 줄거라 예상되는 책. 저자가 말한다.



여성은 자신들이 남성에게 완전히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마침내 그 사실을 인정했을 때 여성들은 그 사실을 믿지 못한다.” 그리고 종종 그 날것의 잔인한 현실 앞에서 마지막 의지를 다해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있다고 믿는 것을 거부한다. (47)



7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대상 책이 얇아 같이읽을 다른 책을 골라보다가, 니라 유발-데이비스의 <젠더와 민족>을 읽기로 했다. 착한 마음으로 책을 구매하고, 책장에 2주 이상 꽂아 두고서야 알았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리뷰까지 썼더라는. 리뷰를 읽어보니 알겠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기억하지 못 한다. 아무튼 읽은 책은 읽은 책이어서, 7월의 같이 또 따로도서는 어제밤에 도착한 책들 중에서 고를 예정이다. 아, 『초보자를 위한 페미니즘』도 같이 살 것을.















왜 망설였나요. 왜 주저했나요. 왜 서성이나요. 68쪽 근처에서




근데 어제 오후 구매할때 까지만 해도 표지가 김초엽이었는데 아침에 검색해보니 호크니 리커버 에디션이다. 나는 이전 표지에 한 표. 우리집에 있는 책에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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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7-02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스트레이트 마인드 많이 읽으셨네요? 전 어제의 과음으로 오늘 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같은 책을 읽는데 서로 다른 책을 떠올린다는게 신기해요. 단발머리님은 스트레이트 마인드 읽으면서 어제는 성의 변증법을 생각하셨고 오늘은 혁명의 영점을 가져오시네요. 저는 여자는 인질이다 생각했는데요. 크- 멋진 대화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를 원서로 읽으시는군요, 단발머리님? 우왕- 응원합니다!!
멋져요! >.<

단발머리 2020-07-02 08:2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레즈비언은 여성이 아니다. 이런 부분에서 정말 주목도가 상승할 수 밖에 없는 주장이지요. 생각보다는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저는 지금도 스트레이트 마인드 읽고 있답니다. 에헴!

제가 마야님 책을 원서로 읽는다는 건 아니구요. 단지 구매했을 뿐입니다. 구매할 수는 있잖아요^^
다락방님 응원은 너무 감사해서 제 주머니에 잘 넣어가지고요, 어렵고 힘들때마다 꺼내서는🤗

수이 2020-07-02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트레이트 마인드 읽다가 저는 백래시로 다시 돌아갔어요. 스트레이트 마인드 읽다가 보봐르 언니 이야기 나오니까 제2의 성도 다시 책상 앞에 펼쳐놓고_ 민에게 민아, 우리는 제1의 성인데 왜 제2의 성이 되어버린걸까? 이러고 우와 맞아, 우리가 제1의 성인 것이야!!! 또 민의 피드백 없이 나 혼자서 난리법석 피다가 다시 백래시로. 그냥 하하호호 재미있다, 근데 어떻게 창녀 언니가 예쁘고 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테크닉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갑부의 마음에 들고 갑부의 비열한 마음까지 착하게 바꿔놓고 그럴 수 있을까. 그런걸까. 그냥 예쁘고 밝고 테크닉만 좋으면 그러면 다인건가? 그러면서 보았던 귀여운 여인 이야기 읽다가 아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영화들을 하하호호 웃으면서 보았다니 그랬다니..... 이런...... 마야 안젤루 번역본도 다 읽고 원서까지..... 멋지다, 그대!

단발머리 2020-07-04 12:1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더라구요. 예전에 무심코 좋아했던 거 말했던 거 다 다시 보게 되서...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서 또 다른 세계가 열린기도 해서.... 좋으면서도 싫으면서도 그래요.

백래시에 스트레이트 마인드에 제2의 성까지 갖추었으니 이제는 더 이상 돌아갈 수가 없겠어요. 완전 전진 뿐입니다.
참, 완독 축하합니다! 수연님!!

hnine 2020-07-0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단발머리님 서재에 저도 읽은 책 등장했습니다 <관내분실>!
Maya Angelou의 저 책은 제 책꽂이에 꽂혀있는지 이십년 쯤, 아니 더 오래 되는 것 같은데 아직도 안읽었어요. 표지도 저와 다른, 아주 오래 전에 나온 책인데 글자가 너무 쪼만해서 읽을 엄두가 안난다는 핑계랍니다.

단발머리 2020-07-04 12:19   좋아요 0 | URL
관내분실 좋아서 저도 김초엽 소설을 한 권 샀어요. 좋은 선택일거라 믿고 아껴두고 있습니다.

마야 안젤루를 이십년 전에 아셨다니.... 정말 책을 많이 알고 읽고 계시는군요! 저는, 이제서야, 올해에서야 마야 안젤루를 만나서요. 너무 좋으면서도 참 안타깝고 그렇더라구요. 저도 앞부분 몇 쪽 읽었는데 글자가 작아 자꾸 미루고 있습니다. 저도 핑계요^^

비연 2020-07-0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도서관을 조금 더 지으면 어떨까. (비연님 집 앞 등등)..
이 대목에서 완전 감동. 도서관을 지어라 지어라!!!!!

그나저나 다들 <스트레이트 마인드> 시작하셨네요? 헐..
전 <캘리번과 마녀> 집중하고 중순부터 읽을 생각입니다. 흠!

마야 안젤루 원서 책, 저 책 저도 보관함에 두긴 했는데, 영어책은 사두고 안 본 게 많아서 으흠. 고민 중..

단발머리 2020-07-04 12:21   좋아요 1 | URL
도서관 더 많이 짓고. 더 크게 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국회로 보내주세요!!!!
비연님 집 앞에도 한 개 가지고 되겠습니까. 두 개, 약간 옆동네에 하나 더. 이렇게 3개를 생각해 두고 있습니다.

마야 안젤루 책을 혹시 사시겠다면, 제가 산 요위에 페이퍼백은 너무 작아서요. 전 푸른색 표지의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도 사놓고 안 본 영어책이 한 칸이 넘는다 하지요. 흐흠.

비연 2020-07-04 12:26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을 국회로 보내라 보내라!!!
정말 문화생활 책생활에 애착 가진 국회의원 좀 있었으면 싶어요... 얘네들은 맨날 싸우기만 해..ㅜ

전 영어책을... 안 사려고 하고 있는데 자꾸만 알라딘 보면 뽐뿌질 당하고...
그래서 또 저 책을 보관함에 푱푱 넣었는데... 단발머리님이 다른 책을 추천하신다니 재빨리 교체 ㅋㅋㅋ
영어책 쌓아두고 차분히 읽을 날이 언제쯤 올런지요... 쩝.

단발머리 2020-07-04 15:30   좋아요 0 | URL
사람들은 모두 비연님 의견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단발머리를 국회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특히 혹서기에는 좋은 피서지가 됩니다. 카페 말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요. 저희집에서 좀 떨어진 도서관은 내부도 카페 분위기로 바꾸었는데, 음료에 뚜껑이 있다면 열람실에서 마셔도 된답니다. 우리 모두 한 개의 뚜껑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얼른 코로나 끝나길....
특히 아이들은 어려서 도서관에 가서 책 빌리는 습관을 가지는게 좋은 거 같아요. 저는 사실.... 토요일에는 동네 도서관 4-5군데를 아이들을 끌고 다녔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들이 싫다 싫다 하면서도 도서관 도착만 하면 각각 흩어져서 자기가 좋아하는 책이 있는 책장 앞에 서서 만화책을 5권씩 빌려오고는 했지요.
요즘은 도서관이 서비스가 날로 좋아져서요. 책도 사주고 무인대출도 해주고.... 이제 직장인분들을 위해 무인 야간 대출만 실현되면 되겠습니다. 물론 가능하다고 봅니다.

전 요즘 작은 책은 글씨도 글씨지만 좁은 행간을 참지 못 하겠어요. 흐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