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있는 책들 중에 제일 자주 펼치는 책들이 이렇게 두 권이다. 스트라우트의 다른 책, 이미 읽었지만 이 책 말고 다른 책을 읽어볼까 해서 『오, 윌리엄!』을 펼쳤는데, 사건, 사고가 다종다양하고 화해했던 윌리엄에 대한 원망이 생길 듯해서 안 되겠다, 얼른 후퇴했다.
맨날 소설 속 사람들 생각만 한다. 올리브와 애덤, 루시와 윌리엄. 하다하다 어제는 애덤과 윌리엄, 올리브와 루시 스펙 비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두 사람이 서로 얼마나 비슷한지. 얼마나 멀고 가까운지.
여주와의 나이 차이 : 애덤(34세)과 올리브(26세) 8살 차이. 루시와 윌리엄 7살 차이.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박사과정 지원자인 올리브와 교수인 애덤. 학부생 2학년 루시와 티칭 조교 윌리엄.
여주의 가정 배경: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혼자 남겨진 올리브. 집을 떠나 먼 도시로 유학 와서 부모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루시.
흘러 흘러 나의 고민은 어디까지 가게 되었냐면. 그래서,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애덤은 윌리엄이 될 것인가. 윌리엄처럼 될 것인가... 까지 이르렀다. 그렇지 않겠지. 애덤은 윌리엄이 아니니깐, 윌리엄은...
윌리엄이 누나 로이스 부바와 재회한 이후에 루시와의 재결합에 속도가 붙었다는 점은 인상 깊다. 물론, 그 밤에 루시에게 공황장애가 나타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내 추측에는 그렇다. 윌리엄과 루시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윌리엄의 어머니 캐서린이 살아있을 때, 윌리엄에게 루시는 아내였다. 윌리엄은 꼭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알아봤는데, 지독한 가난과 불행한 가정 환경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간 자신의 어머니와 꼭 닮은 루시와 결혼했다.
그리고 윌리엄이 여자들을 만나기 시작한 건, 그리고 조앤과 만나기 시작한 건 그의 어머니가 죽은 뒤부터였다 - 어쨌거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오, 윌리엄!』, 123쪽)
캐서린의 죽음 이후, 윌리엄은 바람을 피우며 여러 여자들을 동시에 만난다. 이제 윌리엄에게 루시는 아내라기보다는 어머니의 위치에 자리매김된다. 윌리엄은 어머니(루시)를 그 자리에 고정시키고 다른 여자, 아내가 될만한 다른 사람을 찾아다닌다. 루시(어머니)와 다른 사람, 모든 면에서 루시와 대조적인 사람, 조앤이 그의 두 번째 아내가 된다. 그리고 그 결혼은 파행으로 끝나고 만다.
세 번째 아내와의 결혼 생활 중, 한밤중에 찾아오는 캐서린의 환상 때문에 윌리엄은 괴로워한다. 평생을 자신에게만 올인하며 지극한 사랑으로 돌봐줬던 어머니가 어둠 속에서 자신을 찾아올 때 그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잠들어 있는 (세 번째) 아내 옆에서 절망에 사로잡힌 그가 생각하는 대상은 바로 루시다. 환영으로서가 아니라 실제로서의 존재. 그는 루시가 살아있다는 사실, 한밤중에라도 전화를 걸면 받을 거라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세 번째 아내가 윌리엄을 떠난 이후, 팬데믹 상황에서 윌리엄이 루시를 코비드의 위협에서 비교적 안전한 바닷가의 외딴 마을로 데려간 것은 루시를 위한 것인 동시에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루시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그곳에서 얼마나 머물러야 하는지도 모른 채 윌리엄을 따라나섰다. 예상치 못한 강제적 격리 상황, 뉴욕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 적대감을 표시하는 어떤 여자의 행동에 루시는 크게 상처받는다. 윌리엄은 그 일에 놀라지도, 루시를 위로하지도 않는다. 며칠이 지나, 루시는 다시 한번 그 상황에 대해 윌리엄에게 묻는다. 그 여자가 내게 소리를 지른 뒤에도 왜 자신에게 다정하지 않았느냐고. 윌리엄이 답한다.
"Lucy," he said. He said it with difficulty. "Lucy, yours is the life I wanted to save." He walked over toward me but he did not sit down. "My own life I care very little about these days, except I know the girls still depend on me, especially Bridget; she's still just a kid. But, Lucy, if you should die from this, it would" He shook his head with weariness. "I only wanted to save your life, and so what if some woman yelled at you." (『Lucy by the sea』, 56p)
나는 내 생명에 개의치 않는다고, 상관없다고. 내게 중요한 건 오로지 당신의 생존뿐이라고 윌리엄이 말한다. 사실 그걸 원하는 윌리엄은 루시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그걸 원한다. 자신의 평안한 마음을 위해 윌리엄은 루시가 안전하기를 바란다.
그의 바람은 이기적인 것일까. 자기 자신을 위해 누군가를 원한다는 것, 나를 위해 그녀를 원하다는 것, 그건 이기적인 일일까. 이기적인 일일 수도 있겠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마음에는 다른 면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평안은 그녀의 평안에 기인한다. 나의 안전은 그녀의 안전에 달려있다. 내 생존의 선결조건은 그녀의 생존이다. 나의 행복은 그녀가 행복한지에 달려있다.
어디까지가 나의 것인가. 어디까지가 나인가. 너의 평안이, 너의 안전이. 너의 생존과 너의 행복이 온전히 나의 것일 때,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까지가 너인가. 너와 나의 경계가 완벽하게 허물어지는 이 지점을, 이 순간을, 이 환상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서의 사랑. 사랑은 그렇게 움직한다. 그렇게 작동한다. 너의 것이 모두 나의 것이 되는 일. 나의 것을 너에게 짐 지우지 않으면서, 너의 것을, 너의 모든 것을 내가 끌어안는 일. 아니, 내가 너를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네 안에, 네 속에 포함되는 일. 혹 내가 사라져 버리더라도. 나 자신을 찾을 수 없어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네게 속하는 일. 너를 '내 속에'가 아니라, 내가 '네 속에' 들어가는 일. 먼저, 스스로, 기꺼이. 내가 네게, 네게로 들어가는 일.
메인에서 윌리엄은 평생 그 존재조차 모르고 지냈던 이복누이 로이스와 마침내 재회한다. 윌리엄의 삶에 새롭게 등장한 누나는 그의 새로운 엄마가 된다. 누나 로이스가 엄마의 자리, 캐서린의 자리를 차지하고 나서 루시는 다시 아내의 자리, 파트너의 자리로 되돌아온다. 이제야 루시는, 다시 윌리엄의 그녀, 윌리엄의 그 사람이 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는 차마 쓰지 못했다. 나는 그 이야기가 나의 일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좀 부끄럽다. 내 밑줄, 내 분홍 밑줄을 발견한 사람이 아무도 없기를, 한 사람도 없기를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