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도 전에 출간된 이 유명한 책을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서울대에서 도서관 대출 1위라고 언론에서 소개되었던 기억도 납니다.
이 유명한 책에 대해 내용보다 읽은 소감 위주로 간략히 글을 쓰고자 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쓴 삼부작(Trilogy) 중 첫번째 권입니다.
다른 두권 (Collapse, Upheaval)도 읽은 이후 마찬가지로 소감을 쓸 예정입니다.
일면 방대해 보이고 무려 기원전 13,000년부터 시작해 근현대 역사를 가로지르며 뉴기니아부터 잉카, 마야 문명 , 중국과 중동과 유럽을 아우르는 스케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산만할 수 있는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하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왜 각기 다른 대륙은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 왔는가? 좁은 의미에서 왜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대륙을 식민지를 만들었으나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원주민들은 유럽을 식민지를 만들지 못했는가?
이에 대한 저자의 결론은 유라시아의 지리적 차이로 ‘우연하게(by accident)’ 유라시아의 사회가 더 발전하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유라시아는 우연히 밀과 쌀, 수수와 같은 생산성이 좋은 작물의 원산지였으며 우연하게 가축으로 사육하기 쉬운 소와 돼지 그리고 말의 원산지가 되어 이 물질적 자원을 기반으로 정주농업 (Sedentary Farming)이 발전되고 농경은 사회의 분화를 촉진시켜 전문 군인과 관료집단을 비롯한 지배층이 생겨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문자의 발전도 계속되 전통의 계승이 가능해집니다.
유라시아는 동서 중심축을 통해 농경과 정주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지리적 장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반면 아메리카는 옥수수를 제외하고 가축으로 기를 수 있는 포유동물이 상대적으로 유라시아에 비해 적었고 오세아니아의 경우 농경에 적합한 작물군 후보도 가축군 후보도 없어 유라시아에 비해 뒤쳐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
아프리카의 경우도 커피를 제외하고 농경에 적합한 작물군 후보가 적었고 사자, 기린, 하마와 같은 거대 포유동물이 존재했지만 가축으로 기를 수 없는 후보동물군이 없어 농업발달이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중심축이 남북으로 되어 있어 농경문화의 확산 속도도 유라시아에 비해 무척 늦었습니다.
현재의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과 관련해 의미있는 부분 중 하나는 유럽이 아메리카를 식민지로 만들 때 세균이 미친 영향입니다.
농경과 그에 따른 가축사육으로 가축으로부터 감염될 수 있는 전염병에 대해 면역력을 가진 유럽인과 달리 마야/잉카제국의 원주민들은 면력력이 없어 천연두(small pox)와 같은 전염병에 쉽게 감염되어 죽었습니다. 거의 멸종(extermination)하다시피 원주민들이 죽어 스페인은 마야/잉카제국을 소수의 병력으로 멸망시킬 수 있었습니다.
농업생산성을 기반으로 한 물질문명과 전염병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유라시아,특히 유럽의 이러한 불균등한 발전은 우연이 이룬 산물이라는 점입니다.
이런관점(Perspective)은 지극히 환경/생태적 관점이고 인간은 자연환경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켜 줍니다.
달리 말하면, 백인 우월주의자 (White Supremacist) 나 인종주의자 (Racist)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유럽이 발전한 것은 그들이 선천적으로 잘나서 (innately superior) 더 발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연히’ 생산성이 좋은 작물의 원산지에서 살아 농업 발전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고 우연히 가축으로 기르기 쉬운 거대 포유동물의 원산지가 자신들이 살던 곳이었다는 것입니다.
유럽이 중국에 앞설 수 있었던 것도 우연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명대까지만 해도 중국은 정화의 원정함대가 인도양을 건너 아프리카까지 진출하는 해상세력이었지만 환관정치세력들과의 권력다툼으로 그 때까지 유럽보다 앞선 모든 분야에서 쇠퇴하게 됩니다.
중국에 대한 설명이 전체 19 장 중 하나에 불과하고 중국이 명대에 갑자기 후퇴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너무 간략해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사실 중국과 한자문화권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설명이 따로 필요합니다. 단순히 유교의 영향으로만 볼수는 없고 뭔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 요인이 있어 해상무역에서 중국의 쇠퇴와 유럽의 약진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더구나 15세기 이후 중국과 일본으로 대량의 은이 유입된 사실도 있어서 중국의 쇠퇴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화약과 종이, 나침반이 중국에서 발명되었고, 쌀과 돼지의 원산지인 중국문명권이 유럽에 뒤쳐질 이유가 없었지만 15세기 이후 유럽은 중국을 앞서나가고 아메리카 오세아니아를 식민화한 이후 아편전쟁을 일으켜 중국에서 이권을 차지하고 홍콩과 마카오를 식민지로 만듭니다.
독특한 이 책의 시각을 몇가지 정리합니다.
첫째, 농업생산성이라는 지극히 물질적 기반을 발전의 동력으로 보는 점입니다. 농업의 발전이 문명 발전에 기여했다는 시각을 보이죠.
둘째, 따라서 농경과 채집 수렵을 비교해 농경이 더 선진화된 것으로 여기고 있는 점은 상당히 전형적(typical)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여러 언어를 언급하면서 중국의 한자문화가 인도 유럽어족의 알파벳보다 비효율적이라고 했는데 일견 맞는 말이지만 한편 중국문화권에 대해서는 이해가 깊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언급된 것처럼 중국 한자문화권은 아시아 전역을 망라해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순히 효율성으로 치부될 수 있는 주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고인류학자(Paleoanthropologist)들이 확언하듯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 )의 기원이 아프리카임애도 왜 아프리카가 문명의 발전에 더디게 되었는지 설득적으로 주장합니다.
아프리카가 검은 대륙이 아니라 백인과 사하라 이남의 피그미, 반투족 흑인들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온 마다가스카르인들까지 다양한 인종들이 뒤섞인 지역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또한 언어적으로 인도 유럽어족의 기원이 된 중동의 언어가 사실 아프리카의 다양한 종족들이 쓰던 북부 아프리카의 언어라는 놀라운 사실도 언급합니다.
진화생물학, 생물인류학, 생리학, 고대사, 언어학, 동물학, 식물학, 유전학 등 다양한 분과의 사례들과 연구성과가 적재적소에 인용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염병의 신대륙 전파에 대한 설명이 읽는 속도를 지체시켰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본인의 전문분야( 생리학 박사!) 여서 상당히 유연하게 글을 전개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유발 하라리 교수의 책과 비슷한 ‘거대역사 ‘로 분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자도 에필로그에서 언급했지만 영어권 독자들은 저자가 ‘유러시아의 선진문명’이 발생한 이유를 설명했지만 독자들은 유라시아를 ‘유럽’으로 이해하고 유럽과 비유럽지역의 발전격차를 논의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구유럽과 ‘중국’을 대비하면서 중국이 대항해시대 이후 서구에 뒤처진 이유에 대한 논쟁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2003년 저자 후기에서 알렸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개된 책 ( 더 읽을 책에서) 이 ‘The Great Divergence’ 입니다.
이책도 완독이후 소감을 정리해 올릴 예정입니다. 경제사학계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저작이므로 소개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아무튼 저자의 의도와 다르게 이책의 논의와 주장이 ‘서구의 우월성’을 강조하는데 쓰여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학문이 ‘중립적’이라는 주장은 허구입니다. 오히려 대단히 정치적이고 남용될 여지가 존재합니다.
끝으로 역사에 미친 생물학적 영향에 대해서는 알프레드 크로스비 교수의 ‘Ecological Imperialism’도 참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책은 저자도 ‘더읽을 책’ 서지목록에서 추천하고 있는 책입니다.
학문의 융합과 ‘지식’이 무엇인지, 지식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스테디셀러의 이유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