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 위스키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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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여행서입니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위스키 산지를 찿아가 직접 현지식으로 위스키를 맛보고 쓴 여행에세이입니다.

하루키 소설이라고 해봐야 ‘노르웨이의 숲’만 읽은 저는 하루키 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본작가 중 서구 특히 미국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그를 과연 국적이 일본이라서 일본작가로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해외를 돌아다니며 소설을 쓰고, 마라톤을 즐기는 이 세련된 작가가 안내하는 위스키 여행은 자체로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고 봅니다.

해외에 나가면 현지 음식을 맛보려 하는 저는 특히 미국보다 영국이라는 나라에 흥미가 있으며 잉글랜드만 가보고 아직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는 가본적이 없어서 언젠가 가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봤습니다.

특히 많이 먹었던 조니 워커나 발렌타인같은 블렌드 위스키가 아닌 싱글몰트 위스키 산지를 방문하고, 또 원래 위스키의 원산지인 아일랜드에서 맛보는 아일랜드 위스키 여행기는 흥미로웠습니다.

200여쪽도 되지 않는 작은 책이고 읽는데 한시간이 체 걸리지 않았지만 마치 위스키 입문서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끝으로 번역이 언제되었나 보니 지금부터 24년전인 2000년이었습니다. 위스키와 하이볼 열풍이 닥친 한국 주류시장의 변화도 아마 이책이 이렇게 오래동안 읽히는 원인이 아닐까 추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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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서 짬짬이 읽은 책입니다. 인천은 서울과 가장 가깝고 개인적인 인연도 있어서 인천의 장소에 대한 해설을 볼 수 있어 좋은 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천의 중국집이야말로 인천의 근대를 상징하는 문화가 아닌가 생각하지만, 인천항에 아직도 남아있는 일제식 가옥과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을 보면 신산했던 인천의 근현대사가 눈앞을 지나갑니다. 개인적으로 왜 미군 장군의 동상이 그것도 당사자 생존시에 인천조계지에 있는 공원에 세워진 이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직도 맹목적으로 이 미군장군을 숭배하는 이들도 이해할 수 없고요.

인천의 구도심이 서울에 비해 많이 낙후되어 1970년대로 되돌아 간듯하고 물론 그래서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한 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네요.

인천 구월동 번화가와 남동공단 부평공단의 공장지대가 구도심의 낙후를 부추긴 면이 없지 않지만 아무튼 인천의 구도심이 과거의 영화(榮華)의 흔적만이 남고 젠트리피케이션 열풍이 부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책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인천에 있었던 ‘맘모스 체육관’의 건설과 철거 그리고 그곳에서 있었던 권투선수 홍수환 선수의 경기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인천 연고의 ‘삼미 슈퍼스타즈’와 장명부, 감사용 선수에 대한 에피소드입니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프로야구 초기를 기억하는 많은 팬들에게 아직도 기억을 소환하는 전설같은 팀이기 때문이죠. 늘 지기만 하던 프로야구팀과 전설적인 성적을 세운 재일교포 투수의 조합은 그 자체로서 이미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민규작가의 소설도 이참에 소개합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한겨레신문사,2013)

가볍게 인천을 여행할 분들께 여행안내서로는 최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각 에피소드가 장소별로 간략한 역사배경과 지리적 문화적인 관점에서 소개하기 때문에 단순 여행가이드 이상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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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정신의학(psychiatry)관련서를 잘 읽지 않는데 우연히 읽게 된 책입니다.

책을 읽은 동기는 역시 스마트폰과 더불어 수많은 정보가 지속적으로 알고리즘(algorithms)울 따라 필터링되어 주입되는 스마트폰 중독의 시대에 아이를 어떻게 키울것인가에 대한 고민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일부 언급하지만 대체로 약물중독이나 알콜중독 일반의 병리적 현상을 정신과 의사(Psychiatrist)로서 저자가 상담했던 다양한 임상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저자가 환자를 만난곳이 실리콘 밸리의 스탠포드 대학병원이고 이 지역이 이미 의사들의 처방으로 구할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펜타닐(Fentanyl)중독이 사회문제가 된 곳이기에 어쩌면 저자의 책이 나온 건 이런 미국의 상황이 큰 몫을 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저자가 스탠포드에서 중독관련 의학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정신과의사인 저자가 쾌락-고통의 균형이라는 이론적 관점에서 현대사회가 절제(abstinence)보다는 즐거움(pleasure)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사회이고 경제 자체도 디지털로 이행되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충족시키는 메카니즘으로 운용되어 점점 쾌락에 중독되고 쾌락에 중독되면 일상적인 작은 기쁨에 무감하게되고 이 중독된 쾌락이 사라질 경우 더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설명은 정신의학(psychiatry)은 물론 신경과학(neuroscience )과 뇌과학(brain science)의 최신 연구결과에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중독성이 높은 스마트폰도, 그리고 세상을 잊고 몰립하게 만드는 게임도 모두 절제(abstinence)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책에서 보면 이런 중독증상을 치료하는 방식(process)는 그것이 술이든 섹스든 마역이든 담배든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은 저자에 따르면 ‘중독’의 정도를 측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지표라고 하는데 저자는 심지어 현재의 경제사회가 과소비(overconsumption)를 조장하고 중독을 갈망하게 하는 (addiction craving)으로 작동한다고까지 언급했습니다.

이미 거대 플랫폼 기업이 클릭에 따른 취향(preference)을 분석해서 좁고 한정된 방향의 정보만 선별해서 노출하는 상황이고 기업의 신제품 출시도 역시 제품의 포장만 바꾸는 식으로 밀어내기를 하는 상황이므로 경제 시스템 자체가 과소비를 부추기는 식으로 작동한다는 지적은 맞다고 봅니다.

책을 읽고 난후 이제는 스마트폰 중독 유튜브 중독 등 약물 중독이외의 다른 중독과도 싸워야 하는 신세계가 되었다는 걸 절감합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상상할 수 없었던 병리적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실리콘밸리의 백만장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제한하고 아날로그식 옛방식의 교육을 진행한다는 건 그들이 자신이 만든 상품의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과의사인 저자도 중독관련 전문가 입장에서 자녀들이 고등학교에 갈때까지 스마트폰을 제한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제가 보기에 한국에도 초등 중등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을 제도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사항은 교육관료들이 편의적 업적쌓기 따위의 관점에서 행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학교에서 컴퓨터와 텔레비전과 각종 비디오 자료를 이용한 수업이 진행되는 마당에 스마트폰까지 교육에 이용하는 건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첨단교육이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빛좋은 개살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상황이 이런데 교육당국의 잘못된 대처때문에 아이등읫 문해력이 저하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예전에 선생님들이 국어책 낭독을 시키고 서당 훈장님들이 천자문을 외우게 하고 암송을 시켰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왜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일기쓰기를 매일시키고 검사를 했는지 말입니다.

최소 교육에서는 ‘효율(effectiveness)’이라는 얼토당토않는 경제용어는 나오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반복하고 실수를 알고 교정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일에 ‘효율’이라는 관료적이고 경제적 잣대를 들이대면 모든 걸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도 알아보니 한국어판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도파민 네이션, 애나 램키 지음, 김두완 번역 (흐름출판,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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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대 이승희 교수께서 2018년 번역하신 책입니다.
중국어판 출판년도가 2011년이니 한국어판은 좀 늦게 출판된 경우입니다.

책의 특징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주로 서구 유럽인들이 중세 그러니까 몽골의 유럽침력이후 원나라시기부터 1949년 신중국 성립, 개혁개방시기와 베이징 올림픽시기까지를 아우르는 방대한 시기를 다룹니다.

중세와 근세시기 중국을 다녀간 대표적인 인물인 이탈리아의 마르코 폴로와 마테오 리치도 빠질 수 없는 인물이고, 현대에 와서는 미국 중국의 태두인 존 패어뱅크스 교수, 그리고 언론인 에드가 스노 그리고 미국의 장성이었던 스틸웰 장군도 눈에 들어옵니다.

오랜가간 중국의 수도였고 현재도 수도인 베이징을 바라보는 서구인의 시선 (viewpoint)의 변화에 대해 서술하고 있고, 이 시각은 기본적으로 서구가 비서구를 타자화해서 바라보는 오리엔털리즘(Orientalism)을 따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근대 이전 서구는 아나톨리아를 경계로 한 동방이 신비로운 미지의 땅으로 여겼지만 근대 이후로는 러시아의 슬라브민족을 포함해 그 동쪽의 나라들을 유럽 서구문명의 타자인 ‘비문명’ 혹은 ‘야만’으로 상정해 인식해 왔습니다.

그래서 베이징을 방문한 서구인들은 대체로 베이징이 오랜 역사를 간직한 신비로운 곳이길 발랬고, 베이징의 정체된 분위기를 용인했고, 경제발전으로 베이징의 곳곳에 현대식 건물들과 공장이 들어서고 공해 등 각종 도시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원저자께서 서구의 문학에서 나타난 중국과 중국도시의 이미지를 연구하시는 분이어서 중세이후 서구에서 바라본 중국인식을 일별할 수 있었습니다.

베이징 관련해서 이전에 읽었던 유명한 책 한권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임어당(林語堂)으로 알려진 린위탕이 쓴책으로 한국에 2001년 번역된 책입니다.

베이징 이야기, 린위탕 지음, 김정희 옮김 (이산, 2001)

중국관련서를 전문적으로 출판하던 이산에서 낸 책인데 절판이어서 구할 수 없는 점이 아쉽지만 베이징에 관련해서 늘 언급되는 책이어서 소개합니다.

한국도 도시이야기를 하면 서울을 빼놓고 말할 수 없듯, 중국도 오랜시간 수도였고, 중국의 중심이었던 베이징을 이야기하지 않고 중국을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 소개한 책은 가볍게 일기에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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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계승범 교수님께서 최근 펴내신 책입니다.

저자께서 밝혔듯이 이 책은 이전의 연구논문들을 모아서 펴내신 책으로 조선 중기이후 조선사대부들을 집어삼켰던 이데올로기인 사대주의(事大主義)특히 명나라가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원군을 보내 조선을 구했다고 여겨 명나라를 아버지로 조선을 자식으로 생각하는 부자관계로 보는 강상(綱常)의 의리가 양국의 외교관계를 규정지었고, 이는 또 근본주의적 성리학을 신봉하는 조선이라는 나라와 지배엘리트인 양반사대부들의 정체성(identity)를 규정해 대청제국과 새로운 관계를 전혀 정립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근본주의적 성리학자들의 이런 강고한 이데올로기가 피할수 있었던 전쟁인 병자호란을 피하지 못한 원인이었고, 조선은 청나라에게 삼전도에서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광해군이 선조의 마지막 왕비인 인목대비(仁穆大妃)를 유폐시켜 강상(綱常)의 의리를 저버렸다는 명목으로 반정을 일으키고 집권한 인조는 반정의 명목이 무색하게도 아버지인 명을 버리고 짐승처럼 여겨지던 오랑캐인 여진족인 청나라 홍타이지에게 항복의 예를 다하고 머리를 조아립니다.

근본주의적 성리학자들인 사대부에게는 하늘이 무너지고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일이 발생한 것이었고 수직적 계급사회였던 양반사대부들은 사회의 기강이 무너져 그들이 가진 기득권을 놓칠까봐 매우 두려워한 상태였습니다.

중국 한족입장에서는 동쪽의 오랑캐(東夷)일 뿐으로 여겨진 조선이 스스로 소중화( 小中華)를 자처하고 이미 민주족이 중원을 장악한 중국에서도 중국문화전통이 이어지지 않아 조선만이 중화의 후예라고 자처한 인식은 너무 과도한 근본주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제활동과 군사력 증강을 소홀히 여기고 윤리와 명분만 중요시 여기는 심약한 척화주의자(斥和主義者)들이 경전이나 인용하면 허황된 논박을 이어가는 사이 배고픈 백성들은 굶어죽고 전쟁터에서 포로로 끌려가는 일이 흔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조선은 일 안하는 세습귀족인 양반과 경제활동과 군사력 모두 감당해야 하는 평민들로 갈라진 사실상 두개의 사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현재의 기준으로 조선중기사회를 평가할수는 없지만 분명히 힘을 잃어가는 나라인 명나라에 대한 의리만 강조하고 중국의 현실적 지배자인 만주족의 청나라를 오랑캐로 취급하며 상대하지 않는 처사는 분명히 이상한 처신입니다. 더구나 전쟁을 하면 질줄 알면서도 전쟁불사를 외치는 상소를 한다는 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이 책에는 힘이 없어 오랑캐로 여겨온 청나라에 굴복을 한 뒤 조선의 사대부들이 청나라에서 보내온 국서의 내용을 위조(僞造)하며 대명사대주의를 끝까지 고수하려는 안타까운 역사왜곡, 기억조작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현실적 준비를 게을리해서 나라를 존망의 위기에 처하게 만들어놓고,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료의 사실을 왜곡하고 조작합니다. 헛된 명분없이는 권력도 유지하지 못할만큼 무능했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계승범 교수님은 조선중기 광해군, 인조 시기에 대한 책을 여러권 쓰셨는데 제가 읽었던 몇권을 소개합니다.

모후의 반역(역사비평사,2021)

위에서 언급한 인목대비유폐와 인조반정에 대한 책입니다.

중종의 시대(역사비평사,2014)

조선이 어떻게 유교국가가 되었는지를 고찰한 책입니다.

그리고 책후반부에 언급한 대보단(大報壇)과 19세기까지 이어진 대명사대의식에 대한 책도 있습니다

정지된 시간: 조선의 대보단과 근대의 문턱 (서강대 출판부,2011)

위의 책을 읽으면서 명나라가 망했는데도 대명사대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청나라 몰래 명나라 군주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조선의 지배층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19세기 말인 고종 당시까지 제사가 이어졌다는 사실에는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군주에 대한 충성은 바뀔 수가 있고, 시원찮은 군주는 백성의 이름으로 바꿀 수도 있는 정치사상이 유교입니다. 특히 역성혁명(易姓革命)을 인정한 맹자같은 선진유교(先秦儒敎)의 관점에서 볼때 근본주의적 성리학(性理學)은 너무 사변적이고 경직적이며 지나친 윤리학이라는 생각입니다.

현재 유교경전에 대한 해석도 주자성리학 일변도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한 각주본이 나오는 게 이런 성리학의 경직성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병자호란과 척화파의 명분론을 읽게되면 역사적 사실을 알게되어 좋은 점도 있지만 답답한 마음이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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