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도에 발간된 이책을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읽기 시작해 얼마전 완독했습니다. 출간된지 53년된 책이고, 어투도 고루한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인류학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선구적인 여성 인류학자로 알려진 마가렛 미드가 직접 쓴 자서전(Autobiography)입니다.

자서전이나 평전같은 분야의 책들이 별로 나오지 않고, 나와도 자화자찬(自畫自讚) 일색인 현실에서 그나마 영미권은 양도 많고 다양한 책들이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특히 평전분야는 사계의 전문가들이 연구서로 집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더 객관적이고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연구자가 한 개인의 일생을 재구성해냅니다.

이글을 쓰기 위해 잠시 검색을 해보니 ‘마가렛 미드’라는 인류학자의 저서는 한국어 번역본이 전혀 없고, 그녀의 평전에 대한 번역서와 어린이용 위인전 등에 이름이 나옵니다.

아무튼 인류학( Anthropology)이라는 학문이 한국에서는 생소하긴 합니다.

19세기 제국주의 시대 유럽에서 서구이외의 사회를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문이기도 하고 다른 학문분파인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보다 방법론이 생소하기도 합니다.

이 유명한 여성 인류학자는 그야말로 20세기 초에 태어나 1978년까지 살다 돌아가신 분입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프란츠 보아 ( Franz Boas)밑에서 공부하고 같은학교의 여성학자인 루트 베네딕트 (Ruth Benedict) 와 교류했던 학자입니다.

1920년대 당시 사모아(Samoa)에서 사춘기의 소녀들을 관찰해 쓴 연구로 이름을 얻은 그녀는 이후 뉴기니아 (New Guinea) 와 인도네시아(Indonesia) 발리 ( Bali) 에서 관찰연구를 수행했습니다.

현장연구( The Field Study)에 사진과 영상을 이용해 부족사회를 기록한 선구자로 꼽힙니다. 서태평양의 원시사회를 관찰 연구할 때 항상 남성학자들과 함께 했는데, 현장연구를 떠나기 전에 한번 결혼한 것을 포함해 연구 파트너들과 두번을 포함해, 총 세번 결혼하고 세번 이혼한 분입니다.

물론 개인사보다 주로 본인의 현장연구와 세번째 결혼에서 태어난 외동딸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근간을 이룹니다.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한 학자로 컬럼비아 대학에서는 비상근 교수로 일했고 이후 로드아일랜드 대학에서 교수로 일했으며, 오랜기간 미국의 자연사박물관(the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에서 오랫동안 큐레이터로 일했습니다.

원시사회의 성과 기질 (Temperament)을 연구했고, 인류학 이외에 심리학도 공부하신 분입니다. 이분이 심리학으로 시작해 프로이트와 같은 학자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Coming of Age in Samoa, Margaret Mead (William Morrow,2001)

Sex and Temperament In Three Primitive Societies, Margaret Mead (Harper Perennial,2001)

1972년에 발매된 이 책은 구하기 쉽지 않겠지만 위에 소개한 저자의 책들은 아직도 출판이 되는 책들입니다. 50여년 전 세상을 뜬 학자의 책이 2000년대에도 발간된다는 건 아직도 책을 구하는 수요가 있다는 말이니 기회가 된다면 일독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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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재생 이야기
김정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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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도심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낙후된 도심을 재생하는 도심재생사업은 사실 관심밖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일어난 도심재개발사업이 대체로 기존의 건물을 흔적도 없이 때려부수고, 완전히 새로운 건물과 도시구역을 만드는 식으로 진행되어 그 ‘ 폭력성’으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존의 원주민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존 건축물의 보수나 개선방향은 생각하지 않은체 오로지 돈만 바라보고 사업을 진행하는 후진적인 사업방식만 봐와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책의 10가지 사례는 영국런던의 지방정부와 영국정부, 그리고 민간 건축회사와 지역공동체가 어떻게 숙의를 거치며 점진적으로 도심의 낙후된 산업시설과 슬럼가를 정비하면서 과거의 산업유산인 근대건축물들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도심재생사업을 진행해왔는지 보여줍니다.

30여년전 런던을 방문했을 때 템즈강 남쪽의 낙후된 우범지대에 대한 경고를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책에는 버려진 화력발전소를 리노베이션해서 세계최고의 현대미술관으로 바꾼 테이트 모던 ( Tate Modern)의 사례가 나옵니다.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 ( The National Gallery)와 함께 영국의 주요 미술관으로 짧은 시간에 도달한 테이트 모던은 지역의 경제활성화의 신호탄이 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테이트 모던과 영국을 상징하는 세인트 폴 대성당 (St. Paul Cathedral)을 잊는 보행자전용 다리인 밀레니엄 브리지 (Millennium Bridge)는 발전된 런던북부와 남부가 연결된 것입니다.

2003년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로맨스 영화인 Love Actually (2003)에서 본 밀레니엄 브리지와 세인트 폴 성당의 모습이 제가 본 21세기 런던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17세기 런던대화재이후 석조로 건축된 유서깊은 대성당과 버려진 화력발전소를 리노베이션한 현대미술관과 보행전용 다리를 만들어 연결한다는 발상은 지금봐도 매우 신선합니다.

그외 인상적인 사례는 런던의 교통요지인 킹스 크로스역 (King’s Cross Station)의 재생계획입니다. 런던도심 한가운데에서 북부 영국과 연결되는 교통요지인 이곳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경제가 쇠락하고 방치되어 주변의 철도관리시설과 가스시설과 창고가 방치되어 도심 속 우범지대로 남았던 곳입니다. 하지만 재생계획이 발표된 이후 킹스 크로스역과 함께 위치한 세인트 판크라스역 (St. Pancras Station)은 역사와 함께 있던 19세기 호텔을 리노베이션해 고급호텔로 재개관하고 역사를 이모델링해 영국에서 유럽대륙으로 나가는 전용 철도역이 되었고, 오래된 킹스크로스역 또한 리노베이션해 영국 북부지방을 있는 역할을 계속했습니다. 주변의 창고와 물품하역장도 리노베이션해서 각종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고, 창고 주변의 리젠트 운하 (Regent Canal)의 수변녹지와 연계해 휴식공간을 제공하게 힌 것입니다.

런던 도심 한복판에 운하 물길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관련자료를 보면 전혀 대도시답지 않는 모습이 매우 놀랍습니다.

이 책에 나온 사례들은 한가지 사례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건출물과 지역일대를 모두 부수는 무지막지한 사례는 없습니다.

오래된 건물의 역사성을 인정하고 보전을 우선시하고 개발허가가 나더라도 건물외형을 보존하고 약간의 변형만 필요에 의해 진행할 뿐이고, 대신 내부는 현대생활에 걸맞게 대대적으로 수리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시간이 오래걸려도 도심재생과 오래된 건물의 리노베이션은 이런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을 생각해 보십시오. 1970년 개발을 상징하던 삼일빌딩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일제시대 한국인 사업가가 만들었던 화신백화점도 사라졌습니다.

서울역은 그나마 원형이 보존되고 있지만 2000년대 초까지 있었던 용산역도 흔적이 없어졌습니다. 1960-1980년대, 즉 개발년대를 상징하는 현대건축물 중 남아있는게 얼마나 있나요? 조선시대 궁궐이나 전근대적인 건축물만 가치가 있고, 일제시대 일반 건물 들, 적산가옥이나 공장건물, 그리고 개발년대의 건물들은 가치가 없다며 싹 밀어버렸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종로 1가의 명물이었던 피맛골 골목을 밀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빌딩을 지어 경관을 청진동 일대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서울이 다른 외국도시들에 비해 편리한 첨단도시인 건 분명하지만 도심재개발 방식이나 건물 리노베이션 방식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는 눈에 보여야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여야 할 건물들을 철거하고 완전히 새로운 건물로 대체하는 건 두가지 점에서 의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체로 친일에 부역한 과거를 가진 기득권층이 개발을 목적으로 증거를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둘째, 애초에 몰역사적이고 돈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건축물 리노베이션같은 더디고 돈 안되는 작업에 관심이 없는 것이죠.

제 추정이 틀리기를 바라지만 요새처럼 기득권층의 민낯을 마주하는 시기에는 이런 의심이 더 커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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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clear War: A Scenario (Hardcover)
Annie Jacobsen / Dutton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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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상정한 핵전쟁 (Nuclear War) 시나리오.

미국을 향해 핵탄두가 장착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주체가 북한 (North Korea)로 상정되었다는 사실입니다.

1945년 이후 미국이 일반핵전쟁(General Nuclear War Plan)을 성안시켜 발전시켜 온 사실을 알 수 있고,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에 대한 반격으로 다수의 핵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에서 발사된 핵미사일이 북한을타격하지만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오인한 러시아가 미국을 향해 역시 핵탄두를 장착한 ICBM을 미국을 향해 발사해서 종말로 끝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핵전쟁은 승자가 없으며 인류의 종말 (annihilation)로 끝을 맺는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된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한 이후의 약 70여분간의 과정과 미국 러시아 북한 그리고 한국의 오산공군기지에서의 움직임과 의사결정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시나리오지만 실제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긴장하며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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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생 - 경성 모던보이 박태원의 사생활
박일영 지음, 홍정선 감수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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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 박태원의 장남 박일영씨의 아버지에 대한 사적 기록. 국문학자 홍정선씨의 감수로 문지에서 나온 책입니다.

책의 전반 구조 박태원이 ‘모던보이’로서 경성을 활보하고 친구 이상과 지내던 잘 알려진 시기가 그려지고, 후반에는 월북이후 역사소설을 쓸 당시의 증언이 실려있습니다.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중요작가이지만 아마 제가 읽은 구보의 첫 전기로 볼 수 있습니다.

월북으로 잊혀졌던 작가에 대한 책이 발표되어 다행이지만 평전으로 보기는 솔직히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제대로된 구보 박태원의 평전이 나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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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지은 소설가 장강명의 소설을 읽은 적은 없습니다. 단지 여러 매체에서 들은 바로 상을 여러번 받은 신진 소설가라는 것만 알고 있었고, 읽지는 않았지만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을 지은 분이라는 점만 알고 있었습니다.

작가가 이미 밝혔듯이, 하나의 의도를 가지고 지은 책이 아니고 상당부분 작가가 ‘채널예스’라는 잡지의 연재분과 기타 다른 곳에 발표한 글들을 모은 글입니다.

각 꼭지마다 ‘덧붙임’이라는 부가문들이 붙을 수 밖에 없는 이유였는데 저는 원래 연재내용을 바꾸지 않고 이렇게 부가하는 형식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논픽션 위주의 독서를 하는 편이라 문학관련해서 편집자들이나 출판사들의 사정을 잘 몰랐는데, 제2부에 해당하는 ‘소설가의 돈벌이’가 특히 글쓰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출판사들이 책을 낸 소설가들과 다른 저자들에게 총 몇부의 책이 출고되고 재고가 얼마 남았고, 인쇄소에서 첫쇄부터 얼마나 인쇄를 했는지 모른다고 한 사실을 폭로하는 부분은 독자로서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출판업도 엄연히 제조업인데 얼마나 인쇄가 되어 출고가 되고 얼마나 서점으로 나가는지 총매출수량과 출고수량을 출판사가 모른다는 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대형출판사에서조차 이런 기본적인 오퍼레이션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건 출판을 문화로만 취급하고 비즈니스로 인식하지 못한 업계의 관행탓으로 보입니다.

이외, 소설가들이 출판사와 출간계약을 하는 법이라든지, 추천사가 어떻게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는지, 신간 마케팅을 위해 저자들이 출판사와 어떤일을 해야 하는지, 실제 유튜브 상에서 본 여러 출판사들의 마케팅관련 영상의 이면을 잘 설명해 준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면들로 한국의 소설가들이 결국 오리지널 컨텐츠를 창작하는 이들로 소설이 출간된 이후 이흘 기반으로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자로 참여하게되고, 그로인해 소설가들에게 제2판권시장이 열리게 된 건 비즈니스 측면에서 아주 긍정적인 면 같습니다. 그리고 영상콘텐츠 강국이 한국이라서 이런 기회가 있다는 것도 중요한 점 같습니다.

책과 독서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한국의 독서시장이 양분되어 매니아층인 활자중독자들과 문해력이 달려 300쪽이 넘어가는 책을 읽지 못하는 경우로 나뉘고, 문해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이에 따라 한국소설도 점점 얇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예전처럼 두터운 대하소설이 나오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염상섭같은 현실주의 작가를 좋아하고 소싯적 읽었던 조세희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아직도 인생의 소설로 남아 있습니다.

자칭 월급사실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2020년대의 소설가인 장강명씨의 소설을 기회가 되면 읽어보려 합니다.

얼마 전 보니 위에 소개한 <한국이 싫어서>가 영화화된 소식을 들었습니다. 창비나 문지같은 문단권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2000년 초반 데뷔한 주류 소설가의 한사람으로서 솔직한 의견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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