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짬짬히 읽어오던 책을 오늘 완독했습니다.

2020년에 구입한 2013년도에 출판된 책을 이제 읽은 셈입니다. 독일에서 독일시를 공부하신 중앙대학교 류신교수가 지으신 책이고, 문학을 공부하신 입장에서 독일의 사상가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의 시각과 일제강점기 소설가이신 박태원 선생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4)>의 형식을 빌러 쓰신 책입니다.

대도시 서울의 이곳저곳을 산책하면서 느낀 생각과 감상을 현재의 한국문학작품과 벤야민의 저작을 인용하면서 마치 구보처럼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관상(觀賞)하는 여정을 따라갑니다.

2025년 시점에서 보면 2013년의 서울은 비슷한듯 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느낌이 듭니다.

강남역 사거리의 삼성빌딩이나 영등포의 타임스쿼어, 그리고 잠실의 롯데월드나 역삼동의 코엑스가 그대로 있지만 말입니다.

책에서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거리로 묘사된 가로수길은 현재 언론보도에 따르면 많이 쇄락했다고 하니 지난 12년의 세월경과를 이를 통해 알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에 대해서는 여러관점에서 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제가 읽었던 책들 중 인상깊었던 책 몇가지를 소개합니다.

첫번째는 이책의 모티브가 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던 책입니다.

조이담지음,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에 가다 (바람구두,2005/개정판 2009)

다음은 서울에 남아있는 근대건축물을 건축적 역사적 디자인적 관점에서 미술적 식견으로 관찰한 책입니다.

최예선 지음, 모던의 시대 우리집 (모요사,2022)

또,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자료로만 남은 근대건축물에 대한 책도 있습니다.

박고은 지음, 사라진 근대건축(HB Press,2022)

이책은 올해(2025) 새로운 판본이 나왔습니다.

다음으로 국문학자의 입장에서 한국전쟁이후 서울의 발전과정을 담은 연구고곳 있습니다. 역시 서울을 배경으로 한 현대한국문학의 인용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송은영 지음, 서울탄생기: 1960-1970년대 문학으로 본 현대도시 서울의 사회사(푸른역사,2018)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헌학자 김시덕박사의 임장(臨場)관련 첫책입니다.

김시덕 지음, 서울선언( 열린책들,2018).

일제시대로 거슬러올라가는 서울의 도시계획의 속살을 처음 알게해주었던 책으로 영등포의 탄생배경과 을축년 대홍수(1925)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2024년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10년전 찍었던 사진촬영 경험을 통해 보면 구보나 벤야민의 도시산책과 관찰은 거리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와 놀랄만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상의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바라보는 행위는 사진가가 셔터를 누르기 전 반드시 해야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압축 소멸 사회 - 압축 성장 대한민국은 왜 복합 위기의 길로 들어섰나
이관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4년 12월에 한겨레출판에서 펴낸 책입니다. 건국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이관후교수가 <한겨레21>에 연재한 내용을 책으로 묶어낸 결과물입니다.

우선 이책은 윤석열 전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12월3일 이후 출간된 책이기는 하지만 2024년 12월 이전의 상황만을 담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내란’국면을 담아내고 있지는 못합니다.

윤석열정부가 오독(誤讀)한 법치주의 그리고 검사들을 전면에 앞세운 ‘검찰공화국’의 폐해 그리고 검사들의 기소만능주의 등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선포와 계엄해제 그리고 2025년 4월의 헌재 탄핵판결과 윤석열씨의 파면 역시 담겨있지 않습니다.

단지 2016년의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께서 검찰공화국에 대해 상당히 온화하게 비판을 하신 것으로 보이며, 이 책의 재려가 된 칼럼을 쓸 당시에 윤석열 전대통령의 불법적 기습적 ‘계엄선포’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하셨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12월3일의 비상계엄은 일반인의 상식을 훨신 뛰어넘는 믿기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검사출신 대통령의 생각은 아무튼 일반인의 그것과 다른 것이고 그가 생각하는 법치도 법의 통치(rule of Law)가 아닌 법에 의한 통치( rule by Law)로서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검사 및 고위관료들이 ‘우둔한’국민들을 지도한다는 엘리트주의에 쩔은 전체주의적 통치였습니다.

경쟁을 조장하는데다 상위 10%만을 위한 사회가 되다 보니 사회는 나머지 90%를 방치했고, 복지제도마져 미비한 현실 속에 한국은 출산율이 OECD국가 중 최저이고 자살율은 1위인 희망없는 사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포퓰리즘과 정쟁만 일삼는 정치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국정을 책임져야할 윤석열 정부는 검사+관료 카르텔과 같은 인적구성을 가지고 외교와 경제처럼 ‘선제적’대응이 필요한 분야에 무능을 보였습니다. 사건이 일어나야 사후처리를 담당하는 검사들과 정해진 틀에서만 관성적으로 움직이는 관료들에게 애초부터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혁신적’문제해결이나 ‘선제적’해결을 바라는 것 자체가 아마 무리였을겁니다.

50%가 넘을 정도로 어처구니없이 세수예측을 틀린 기재부를 보면서 무능한 정도가 임계점을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 결혼도 안하고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가지기 싫어하는 나라에서 여성정책을 총괄하고 여성의 복지를 전담하던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하는 비정상적인 정책을 펼쳤습니다.

여성차별을 없애고 여성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도 여성들이 출산을 할지 말지를 알 수 없는데 여성도 아닌 50대 남성들이 나서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도한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정치를 시작했던 청년정치인 이준석씨는 윤석열 탄핵이후 현재 조기대선에ㅜ후보로 출마하면서 여성가족부를 폐지할 것이며 그 이유는 ‘불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정치를 시작했으면서 청년의 반인 여성을 무시하면서 어떻게 대선에까지 도전하는지 이해할 수없는 정치인이 이준석씨입니다. 여성입장에서는 윤석열씨만큼 낙선시켜야 할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40대치고 시대에 뒤떨어져 있어요.

얼마전 중앙대의 김누리 교수께서 나와 대담하신 내용이 이 책의 내용과 겹칩니다.

한국사회가 승자독식의 소수 엘리트만을 위한 독재적 사회가 된 것은 견고한 ‘엘리트 카르텔’때문이라는 진단이었습니다. 현재와 같이 경쟁을 당연시하는 교육체제에서는 일등을 하던 수재들이 자신보다 공부를 못한 이들을 자신보다 아랫사람으로 보고 자신들이 나라를 이끈다는 선민의식(選民意識)을 가지게 되고 자신들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게 된다는 점이고 이는 결국 계급의 상하를 자연스럽게 여기고 독재나 과두정(oligarchy)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즉 엘리트 소수만을 위한 사회구조가 정착되면 엘리트가 아닌 다수의 국민들은 물가와 생활고 그리고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살아가게 된다는 겁니다. 아직도 엘리트의 주류를 차지하는 50대이상 서울대 출신 남성들은 여성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여성을 출신의 도구로만 이해합니다. 그러니 돈만 주면 아이를 더 낳을것이라는 생각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고, 여성가족부 폐지에도 별다른 말이 없습니다.

이번에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기득권 카르텔 내지 엘리트 카르텔이 깨지지 않는 한 희망을 주는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 한 사실상 ‘출신파업’상태인 한국의 현재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한국은 정말로 소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 Light Eaters : The New Science of Plant Intelligence (Hardcover)
Zoe Schlanger / HarperCollins Publishers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식물학에 관련된 책을 별로 읽은 기억이 없는데 책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데뷔작가인 저자는 환경전문 저널리스트로 일을하다 식물학 관련 최신 논문과 책을 접하면서 식물학에 빠져들게 되고 관련 글을 미국의 여러 잡지에 기고하게 되고 또 미국과 남미 그리고 유럽의 식물학자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또 그들의 필드트립에 참여하면서 이 책을 썼습니다.

우선 젊은 데뷔작가가 호기심에 이끌려 직장을 그만두고 바로 전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부러웠습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작업하는 게 가능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2024년 미국과 영국에서 출판된 책인데, 저는 영국판으로 읽었습니다.

식물학에 문외한인 제가 봐도 책에는 놀라운 내용이 많습니다. 주로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식물학자들의 최신 연구성과가 소개되는데, 우리가 흔히 식물은 수동적( passive)이라는 편견을 깨는 사례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식물 중에는 꽃가루 수분을 위해 의도적으로 벌과 같은 곤충들을 유도하는 건 물론이고, 자신과 가까운 친척식물(kin)이 가까이 있을 경우 경쟁을 피해 뿌리와 잎이 의도적으로 친척식물의 잎과 뿌리를 피해 경쟁을 피해 협력( cooperation)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협력을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적인데 학자들 중 식물간의 소통(communication)을 연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서로간 화학물질( chemical components)을 내서 소통을 하는데, 꽃이 내는 향기가 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런데 학자들은 식물들은 동물이나 인간과 마찬가지로 의도적으로 소통을 하고 서로 돕는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주변에 있는 식물들과 잎모양과 형태를 그대로 따라 변해 주변 식물과 구별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생존을 위한 전략이겠으나 이 책에서 처음 본 경우라 경이롭습니다.

책의 말미에는 인간과 인간의외의 생명채(nonhuman)가 같이 사는 방식을 고민하는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의 논의가 나옵니다.

인간이 생태계의 가장 우월한 존재라는 19세기 유럽식 사고방식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현실에서 인간과 같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동물의 권리 ( animal right) 뿐만 아니라 식물들도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다소 급진적인 견해도 소개됩니다.

사실 식물학 논의에서 시작되었지만, 새롭게 밝혀진 식물의 행동과 소통 그리고 생존방식에 대한 연구결과는 함께 사는 지구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며, 권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도 이어집니다.

서구의 참정권(suffrage)는 백인남성에서 백인여성 그리고 유색인종으로 확대되는데, 역사적으로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했던 (nonhuman)이들의 권리가 확대되온 역사였고, 이런 맥락에서 역시 비인간영역인 동물과 식물의 생존권도 사회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구의 법률가들이 식물이나 동물들이 개발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있다면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대목은 타당하고 논리적인 한편 매우 놀랍다고 생각했습니다.

식물학이 한국에서 별로 주목을 받는 분야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직 이 책은 한국어 번역이 되지 않았습니다.

영어판의 경우 식물학에 그리고 식물 분류학(taxonomy)에 불가피한 라틴어 학명이 등장해 매우 곤혹스럽지만 저자가 의외로 라틴어 풀이도 같이 해주고 있어 읽기의 어려움은 없습니다.

생물학 중 특히 진화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리 책을 통해 다양한 식물학 분야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학문이나 마찬가지자만 맥락을 알기 위해 역사적인 설명은 불가피하고, 그런 의미에서 과학사나 인류학, 곤충학 등 인접분야의 학자들의 설명과 주장이 같이 들어가 논의가 더 풍부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제목인 ‘the light eater’는 빛을 먹는 생명체로 풀이할 수 있는데 광합성을 식물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으로 파악한 직관적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해 나온 이책은 연세대 김항교수께서 이전에 펴낸 ‘제국일본의 사상 (창비,2015)’ 의 후속으로 내놓으신 책입니다.

문화정치와 미디어를 공부하신 분이라서 그런지 행간에서 정치와 미디어의 관계에 따른 각 정치사건에 따른 대중의 인식을 서술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부제인 ‘전후 일본의 비평, 민주주의, 혁명’ 중 제가 가장 흥미가 있던 부분은 ‘민주주의’ 관련 제2부였습니다.

책을 읽기 전부터 일본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이며 제대로된 공화정을 하고 있는 나라가 맞는지 의심을 하고 있었기에 일본의 전후정치를 이야기하는 2부의 내용이 관심 있었습니다.

3장 보편주의와 식민주의는 전후 일본의 지식인들이 18세기 독일에서 유래한 서양의 보편주의와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했는데, 이는 유럽중심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 관점을 내포하고 있어 ‘야만’으로 대표되는 비서구 내지 문명화되지 않은 식민지인을 ‘비인간’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일본이외의 민족을 불온시하고 ‘순수한 일본’을 지향하는 것으로 제2차세계대전의 패전과 미국의 군정을 통한 민주주의 이식에도 불구하고 전후 일본은 식민주의를 반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점입니다(p134).

3장의 전반은 한국에서 논란이 되었던 책 ‘제국의 위안부( 뿌리와 이파리,2015)’의 논의를 소개하며 일본의 전후민주주의 안에 내재된 (서구식) 보편주의와 식민주의를 망각한 잘못된 역사인식이 어떠한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합니다(p139).

3장의 이론적 내용은 도쿄대학 총장이던 정치철학자 난바라 시게루(南原 繁)가 주장한 민족공동체론에 따른 것으로 이는 18세기 독일의 피히테 철학에서 가져온 내용입니다.

다음으로 관심이 간 5장은 핵발전과 핵무기에 대한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일본의 ‘현실적 이상주의자’들에 대한 논의로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폭발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자는 일본의 핵개발이 패전이후에도 전쟁 전에 일본을 지배해온 세력이 여전히 일본의 정치경제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사례로 보았습니다(p179).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주권을 회복한 일본은 국제사회에 복귀하게 되는데 이는 영미측과만 강화를 한 것이고 중국 러시아와는 강화를 하지 않아 이후 국제분쟁 발생의 소지가 있는 강화였습니다.

이렇게 연합국 중 영미만을 대상으로 강화를 하게 된 대에는 제국일본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다 패전후 총리가 된 요시다 시게루(吉田 茂)위 대외인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도 일본이 중요시하는 미일안보조약의 개정을 둘러싸고 1959년 일본의 학계에서 비판이 일었는데 이는 중립국화하지 않은체 미국의 입장에 서서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 들어가는 안보조약의 개정은 일본의 국민의 안전보다 국가의 방위를 위한 일이며 이는 천황의 통치를 골자로 하는 ‘국체’를 지키려 한 초국가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었습니다(p187).

제국일본에 ‘종전공작(終戰工作)‘에 참여했던 제국일본의 외교관이 패전후 일본총리가 된 일이나, 태평양전쟁과 제2차세계대전 중과 마찬가지로 패전후에도 일본에는 여전히 ’국민을 망각한 위정자‘와 ’위기를 망각한 국민‘의 정신구조가 그대로 온존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p194)

1950년대말에서 1960년대 초까지 냉전으로 인해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대립이 격화된 가운데 핵무기의 실전 배치로 바뀐 안보환경은 ‘착오에 의한 파멸’의 가능성을 고조시켰기에 두 진영 중 어느 한편에 가담하는 것은 공멸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패전이후 일본의 ‘중립국화’를 주장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국민에 관심이 없는 위정자의 모습은 2025년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습니다. 한 때 여당이었던 국민의 힘은 ‘선거동물’로서의 정치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특히 지난 3월 일어난 경상북도의 재앙적인 큰 산불이 났을 때 국민의 힘 소속 경상북도 지사의 행태는 공직자의 ‘국민 망각’이 어느정도 수준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바싹 마른 산골에 산림청이 경제적인 목적만을 위해 조림한 소나무숲이 타면서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나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이재민이 발생했는데도 최고 책임자인 도지사는 이재민 지원은 팽겨치고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왔습니다.

‘국민을 망각’한 것은 물론이고 고위공무원의 도덕적 헤이( moral hazard)가 극에 달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최근의 한국 위정자의 모습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제국일본의 영향이라고 추측합니다. 파면당한 대통령이 거의 이완용 뺨치는 친일행보를 했고,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 이에 동조하고 일본의 전쟁범죄를 무마해주는 친일 대통령을 반겼습니다. 그리고 그 대통령이 헌정채제를 뒤집어 엎고 독재를 해보겠다고 군대를 동원해 내란을 일으키고 헌재로부터 파면당했습니다.

위에섯 언급한 도지사는 내란수괴인 대통령을 옹호하는 망언을 거듭하길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파면되자 대형산불로 모든 걸 잃은 도민들을 버리고 대선행보를 했습니다.

이보다 완벽하게 국민을 철저하게 무시한 정치인을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어찌되었건 일본은 그들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은 체 범죄은폐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고, 이는 또한 그들의 역사왜곡의 동력이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일본에 대를 이어 정치를 하는 가문들 중 메이지이래 정치를 계속하는 전범의 후손들도 상당수라는 점입니다. 일본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족벌적 정치는 사실 민주주의의 원래 취지와 반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귀족정( aristocracy)과 별다를 바가 없습니다.

얼마전까지 일본의 총리였던 아베신조(安倍晋三)는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이지역은 메이지유신 당시 최대 번벌(藩閥) 중 하나인 조슈(長州) 지역이고 아베총리는 이책에도 소개된 제2차세계대전 전범(戰犯)이자 일본의 총리였던 기시노부스케( 岸 信介)의 외손자입니다. 사실상 일본정치는 메이지유신이래 별 변화없이 번벌세력이 그대로 이어져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본의 민주주의가 허울뿐이고 번벌세력의 후예이자 전범의 후예들이 지속적으로 일본의 재무장을 위해 노력한다고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 오늘 완독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내성적인 남자의 미술품 집착( obsession)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6-17세기 미술품을 훔치는 충동을 참을 수 없는 남자가 동거하는 애인을 파수꾼(lookout)으로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의 미술관, 갤러리에서 집착적으로 그리고 습관적으로 미술품을 훔쳐 집 다락(attic) 에 쌓아놓습니다.

책의 전반은 이 남자의 미술품 도벽과 기술에 대해 기술하고, 후반은 남자가 스위스에서 체포된 이후 법정에서의 재판진행과정과 옥살이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책의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주인공의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다락에 쌓여있던 미술품들을 근처 운하에 투기하고, 목재조각과 유화들은 모두 태워버린 일화입니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예술품 도난 수사대가 프랑스의 주인공 집 다락에 도착했을 때 이미 그곳은 주인공과 여자친구의 흔적과 미술품이 모두 모두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였습니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미술품을 훼손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간호사로 일한 병원에서도 해고되었습니다.

책의 가장 절망적인 부분은 주인공이 복역을 마치고 새삶을 시작하려는 찰라에 습관적으로 나온 도벽으로 옷을 훔친 일입니다. 이 일로 그는 도벽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불행한 삶을 살게 된 겁니다.

미술품애호가(collector)라고 재판과정에서 변호사들이 지칭하고 높여본 것이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끝으로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주인공을 비롯한 이 사건 재판 관련 변호사들과 형사 그리고 미술전문가들 그리고 심리상담사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후술했고, 참고한 관련 저서들과 저자들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미술품 도둑들은 책도둑(bibliomaniacs)과 같은 부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적 호기심으로 수도원과 공립도서관에서 책을 훔쳐온 몇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주인공이 이들을 존경했다고 허는 대목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영어판으로 이 책을 읽었지만 한국어 번역판이 이미 출간되었습니다. 미국에서 2023년 6월 처음 출간되고, 한국에서 2024년 9월 출간되었으니 1년도 안되어 한국판이 나온 셈입니다.

예술도둑,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생각의 힘,20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