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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한정림 옮김 / 정은문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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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회고록처럼 쓰여진 이책은 소설입니다. 하지만 소설보다는 더 논픽션처럼 느껴집니다.

일본에서 프랑스문학과 영화를 공부한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한국의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취업하게 됩니다.

당시 일본 젊은이들처럼 한국에 대해 아는 것 없이 그저 한국은 일본의 예 식민지였고 일본보다 못사는 후진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얼결에 한국에 가게된 주인공은 속성으로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갑니다.

현국대( 건국대로 보입니다) 에 취업한 주인공은 당시 아파트가 지어지던 한강건너 잠실의 장미아파트에서 하숙을 살면서 학교로 통근울 합니다.

시대배경이 1979년이고 당시 60-70대는 젊은시절 일재강점기에 일본인으로 살며 일본어로 교육을 받은 세대였습니다. 주인공의 하숙집 주인도 그래서 일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일본책을 즐겨읽을 정도였습니다.

배운 지식인충은 거의 대부분 일본어를 할줄 알았고, 당시만 해도 일본은 따라잡을 수 없는 선진국의 위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하숙집 주인 뿐만 아니라 군사독재를 하고 있던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고위인사들 모두 일본어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던 시기였습니다.

주인공이 묘사하는 개발초기 강남( 잠실) 의
모습과 국제우편과 편지를 검열하는 독재정부의 일상적 모습과 열악한 교통상황이 새삼 그 당시를 상기시킵니다.

제 기억속 1970년대는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기억되는데 종로나 명동으로 나가려면 늘 만원버스에 시달린 기억이 나고, 반포에 고속버스 터미널이 생기기 전까지 시내의 알수없는 곳에 정차되어 있던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멀리 떠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상식인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였고, 어린아들은 부모 무릅위에 앉아가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로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사실 당시는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도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탄에 살해된 그 날 돌아가신 제 할머니께서 우시던 기억만이 또렷합니다. 마치 세상이 끝나는 듯한 느낌도 좀 들었던 것 같습니다.

또 이 책에서 묘사하는 야간통금과 학교에서의 지루한 아침조회 그리고 학교가다 말고 멈춰서서 국가에 맹세를 하고 학교에서 국민교육헌장을 외워야 했던 것 역시 기억합니다.

하지만 어릴 때 접했던 이 모든 것들아 사실상 일제강점기 특히 총력전을 위해 온 사회가 전쟁에 동원된 1930년대에서 비롯된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라디오 음악에 맞춰 국민체조를 하는 것도, 국기게양 시간에 일제히 가던 걸음을 멈추고 길가에 서 있는 것도, 그리고 국가가 언론을 검열하고 우편물을 검열하는 모든 것들의 뿌리가 일제군국주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또한 박정희 군사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경제개발계획의 경우도 그 뿌리가 일재가 새운 만주국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박정희가 만주군 장군출신인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경제발전계획을 집행한 초기 관료들 중에 상당수가 일본의 제국대학을 졸업하고 총독부나 만주국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일본에 우호적인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사람들아 생존해 있었고 , 일본인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 주인공은 한국어를 배우러 왔는데도 주변 사람들이 일본어로 말을 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책의 계엄에 대한 서술은 계엄이 실제로 일어나면 군인들이 사회를 어떻게 통제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전두환 신군부는 언론사를 장악하고 국민들의 선거권을 박탈했고 국회의 야당인사들을 탄압해 자택에 감금시키길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생소한 통금시간이 존재해 자정이 넘으면 일반인의 외출이 허락되지도 않았습니다. 이책에는 10.26사태 이후 통금시간이 저녁 10시로 앞당겨지고, 거리에 장갑차가 들어왔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게된 직접적 이유는 물론 2024념 12월 3일 일어난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때문이었습니다.

영상을 보다 갑자기 밤 10시에 대통령이 담화를 한다기에 보니 계엄선포였습니다. 급히 TV를 틀고 무슨일이 벌어지나 지켜봤습니다. 국민들이 잠들 시각에 계엄령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다니…

군인들이 국회에 진입하고 헬기가 국회에 착륙하는 광경을 보았고, 대통령은 오만하게 앉아서 계엄포고문을 읽고 있었습니다.

국회를 해산하고 언론을 통제한다는 말을 무표정하게 발표하는 장면은 독재자의 본색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파업중이던 의사들을 ‘처단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소름이 끼쳤습니다.

지금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지만 그의 내란수괴혐의애 대한 형사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한국의 사법부는 12.12내란을 일으킨 전두환 노태우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몰상식한 판단을 한 역사가 있습니다.

전두환이라는 내란수괴가 ‘자연사’하게 내버려둔 겁니다. 12.3 쿠데타의 형사재판과 사법부의 판결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국이 진정한 법치주의 공화정 국가를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가 달린 재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법부가 과거의 치욕을 딛고 세계 12위 경제규모에 걸맞는 선진적 판결을 할지 아니면 미얀마와 같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을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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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렇게 유명한 책을 이제서야 읽은 건 개인적으로 유감스럽다고 생각합니다.

2010년대 후반 젊은 직장인들 ( 주로 20대후반에서 30대로 보이는)의 회사생활과 사생활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이 처음 출간된 해가 2019년이니 COVID-19 팬데믹 직전의 한국의 직장생활을 그려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은 2020년 출간된 26쇄판으로 읽었습니다. 아무튼 인쇄횟수를 보니 엄청나게 인기를 끈 소설임은 분명합니다.


특히 표제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은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해서 글보다 영상을 먼저 접한 작품입니다.

작가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의 동명작품 ‘The Peasures and Sorrows of Work(2010)’에서 제목을 가져온 이 작품은 온라인 중고마켓 플랫폼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인 주인공이 너무나 멀쩡한 물건을 중고마켓에 내놓는 또 다른 주인공과 만나면서 이루어진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월급을 포인트로 받은 직원은 포인트로 물건을 구매해서 포인트를 현금화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겁니다.

회사 오너의 눈에 나서 포인트로 월급을 받게되는 황당한 상황은 우스운것이 아니라 기가막하고 폭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완전허구라면 웃고 지나가겠지만 현실에서 일어남직한 경우여서 씁쓸한거죠.

이 글이외에도 결혼 , 여행, 첫출근, 취업 등 젊은이들이 처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빼곡합니다.

일전에 장강명작가께서 ‘월급사실주의’를 추구하신다고 했는데 그 사조에 딱 맞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정갈하고 세련되게 쓰였지만 현실을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묘사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가 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소설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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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생 - 경성 모던보이 박태원의 사생활
박일영 지음, 홍정선 감수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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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 박태원의 장남 박일영씨의 아버지에 대한 사적 기록. 국문학자 홍정선씨의 감수로 문지에서 나온 책입니다.

책의 전반 구조 박태원이 ‘모던보이’로서 경성을 활보하고 친구 이상과 지내던 잘 알려진 시기가 그려지고, 후반에는 월북이후 역사소설을 쓸 당시의 증언이 실려있습니다.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중요작가이지만 아마 제가 읽은 구보의 첫 전기로 볼 수 있습니다.

월북으로 잊혀졌던 작가에 대한 책이 발표되어 다행이지만 평전으로 보기는 솔직히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제대로된 구보 박태원의 평전이 나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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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천하 - 채만식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1
채만식 지음, 이주형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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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채만식의 현실주의 (realism) 풍자소설의 걸작.

1930년대 말 서울을 배경으로 한 주인공 윤직원 영감의 생활을 실감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저자가 생전에 손보고 개정한 뒤 1948년도에 동지사에서 출간된 저본 기준으로 출판된 책입니다.

이주형 평론가는 소설가 채만식을 급진주의라기보다 자유주의 성향의 지식인으로 평가했습니다.

사라진 말들이 많아 뒤의 미주를 같이 읽어야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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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1
김윤식 지음 / 그린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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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작고하신 문학평론가 故 김윤식교수님이 2013년 내신 비평서입니다.

문학관련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 유명한 평론가의 책을 언젠가 읽고자 했는데 오늘 그 첫권을 완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6장인 ‘벤쿠버 동굴에 비친 물빛무늬 : 이문구와 박상률’은 너무 난해해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故 박상륭 작가의 경우는 어렸을 때 ‘죽음의 한 연구 ( 문학과 지성사,1986)‘를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종교적 주제를 특히나 삶과 죽음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길고 긴 만연체를 구사해서 매우 난해한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김윤식 교수의 해설과 비평도 난해해서 이해가 어렵습니다. 비평이 문학작품의 이해를 방해하는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책의 거의 절반 가까이는 1970년대를 양분하던 문단의 두 세력 창작과 비평(창비) 와 문학과지성(문지) 두 계간지에 관한 글입니다. 두 계간지를 대표하는 평론가 백낙청 교수와 김현교수에 대한 글이고 흥미롭게 본 글입니다.

다만, 문학을 논리로 설명하려 했다는 백낙청 평론가를 평가하는데 그가 나온 하바드 이력이 지나치게 많이 언급되는 건 매우 불편했습니다. 하바드 영문과 박사여서 정통문학을 공부했다는 설명은 너무 시대착오적이고 사대주의적이라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더구나 한국의 현실과 한국문학을 비평하는데 왜 이 대학을 언급하는게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기론 김현 평론가도 프랑스문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유학도 다녀오신 분인데, 놀랍게도 이분에 대해서는 유학이력에 대해 별 설명이 없습니다. 불균형이 지나칩니다.

이 책의 첫장은 국문학자인 양동주 선생의 신라 향가연구와 함께 경성제대 교수였던 오구라 신페이 (小倉進平)의 향가및 이두 연구를 대조시킵니다.

김윤식 교수가 보여준 경성제대에 대한 입장은 일제가 경성제대를 통해 근대적 학문을 식민지 조선에 이식했다는 긍정적인 입장이고 특히 국문학의 입장에서 오구라신페이의 향가및 이두 연구 논고를 매우 높게 평가한 것입니다.

집필 당시 현직 서울대 교수 입장인 김윤식 평론가께서 전신 학교의 일본인 교수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식민지 경영을 위한 현지연구의 일환의 하나로 기획된 연구를 맥락(context)을 고려하지 않은체 그 자체로만 평가하는 건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 읽으면서 매우 불편했습니다.

끝으로 이 책의 편집 관련입니다.

무려 한국문학사를 관통하는 문학비평서인데도 이 책은 서지목록이 아예 없습니다. 이러한 무경우를 어떻기 보아야 할지 난감합니다. 더구나 저자는 스스로 자료를 찿아 도서관 서고에 파뭍혀 계셨다는 언급을 하셨는데 정작 글에 서지목록조차 없는 경우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김윤식 평론가께서 글을 인용하시면서 작품명과 연도 표기는 불규칙적으로 하셨지만 본문의 직접인용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문학작품의 특성상 알수 없는 표현이 많은데도 별도의 추가해설이 없습니다.

서두에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글이 있다고 했는데, 저는 문학이라서 그리고 문학평론이라서 그 고담준론( 高談峻論)을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한 체 넘어간다는 상황을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문학평론/비평이 문학으로의 접근을 막으면 그건 평론가로서 도리를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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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9-19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듣던대로군요. 이분 글이 좀 어렵다고 듣긴했거든요. 문학평론 1세 대라서 이분에 줄을 대려고했던 작가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찍히지는 말아야죠. ㅎ 평론계대부고 김현 선생하고는 라이벌이었을테니 다룬다는게 좀 껄끄러웠을 겁니다. 지금은 문학평론 재밌게 쓰는 사람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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