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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The Great Recession) 여파로 수많은 미국인들이 중산층으로 살지 못하고 하위로 내려갔다는 사실은 많은 책에서 극히 일부 건조하게 사실을 나열했을 뿐 각 개개인이 이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 글이 없었습니다.

이 책의 미덕은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미국 사회에서 하루아침에 부동산 가격 폭락과 경기침체로 집과 직업을 잃은 수많은 미국인들이 어떻게 자동차에서 생활하며 아마존의 창고일과 무료 캠핑장을 찿아다니며 살게 되었는지, 저자가 무려 3년을 추적하고 이들과 교감하며 쓴 글입니다.

자신들의 개인적인 아픔을 저자에게 털어놓아 책이 완성된 사실도 놀랍지만 이들이 나름 어떻게해서든 삶을 지탱해가려는 노력은 매우 눈물겹습니다.

대부분 60-80대 노인들로 복지제도가 허약한 미국 자본주의체제 하에 무방비로 해고된데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집까지 잃게 되자 이들은 어쩔수 없이 RV또는 트레일러같은 차량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홈리스(homeless)라고 불리워지는 걸 두려워하면서 ‘벤에 사는 사람들 (vandwellers)로 불리길 자청하고 온라인상 스스로를 돕는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십시일반으로 서로 돕습니다.

미국의 파워엘리트들이나 기득권층이 세상에 보이기 싫어하는 미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실체를 사회학적으로 접근하기 좋은 보기 드문 저널리스트의 심층취재기이지만 또한 매우 미국적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책에서 보듯, 사회보장지원금( social security)이 부족해 노인들이 어려운 삶을 살수 밖에 없는 현실은 미국의 경제체제를 남김없이 복사해 적용해온 한국사회에도 이런 유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합니다.

정치권에서 복지를 무슨 ‘시혜’처럼 생각하고 복지제도가 커지면 일을 안한다는 둥 헛소리는 좀 그만 했으면 합니다.

국가의 역할이 국가의 구성원 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것이지 구성원의 한 부분인 기업의 이윤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국가가 거대은행의 탐욕으로 만들어진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세금을 쓰면서 잘못을 저지른 거대은행은 살려준 반면 (bail out), 은행의 영업으로 모기지를 설정하고 집을 샀던 일반 중산층들이 집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게 된게 2008년 금융위기의 결과입니다.

여파는 아직도 계속됩니다. 30여년간 지속된 저금리 정책으로 금융정책(monetary policy)을 쓰지 못하게 되자 미국 금융당국은 돈을 푸는 양적완화정책(Quantitative Easing;QE)을 시행합니다. 이렇게 풀린 돈이 인플레이션울 유발하면서 동시에 경기를 자극합니다. 미 금융당국은 미국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 것 같은 신호를 받으면서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두어들이면서 금리 인상을 시작합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금리인상은 어느날 갑자기 생긴게 아닙니다. 일차적 원인은 2008년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양적완화이고, 역사적으로는 신자유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면서 지속적으로 유지된 ‘비정상적인’저금리’때문입니다.
QE와 금융정책이 어떻게 무용지물이 되었는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중앙은행이 과연 유효한 정책을 펼수 있는 정책기관인지 여부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별도로 다룰 예정입니다. 금리는 화폐의 가치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국가의 국력과 경제력을 나타내기도 하고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와도 밀접해 여기서는 간략하게만 짚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이책은 이전에 소개한 경제학자 조셉 스티그리츠 박사의 ‘불평의 대가(열린책들,2013)’의 현장보고서 같은 책입니다.

같이 읽으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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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이철승 교수의 두번째 불평등 연구서인 ‘쌀 재난 국가(2021)’을 완독했습니다.

이 책의 주장의 동의여부를 떠나 사회과학적 실증연구의 좋은 사례를 본 것 같아 우선 기분이 좋습니다.

여태껏 서구의 이론과 사례를 소개하고 번역하는데 치중하고 현재 한국이 직면한 현실분석에 인색한 한국의 연구풍토에서 특이한 케이스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식 인사관리제도인 ‘연공제’가 벼농사를 짓던 동아시아 특유의 소농사회에서 나온 것으로 보았고 그 연원을 역사적으로 추적합니다.

저자는 역사학자들이 과거의 현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팩트( Fact)를 확인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사료로서 확인하려 한다면 사회과학자인 자신은 과거의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주요 임무라고 적었습니다.

그래서 드물게도 한국의 역사적 사실과 역사에서 나온 데이터 분석이 가미된 연구서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의 상황을 분석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우선 ‘선례(先例)’가 있는지 살피는 것이 우선순위고 그 다음이 비슷한 사례가 다른 나라에 있는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보는 것이 상식입니다. 흔히 말하는 벤치마킹(benchmarking)의 경우입니다.

다른나라의 사례와 이론이 한국에 맞지 않는 건 풍토와 역사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여태 서양이론을 수입한 학자들은 이론에 현실을 ‘맞추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입니다. 분석은 고사하고 왜 어떤 이유로 우리가 현재의 상황을 맞을 수 밖에 없는지 설명할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스스로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인정하는 태도를 지닌 것이었습니다.

불과 30여년 만 하더라도 서양학문이 아닌 한국학이나 동양학을 하면 괴짜 취급을 당하기 쉽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한국에 대해 연구하지 않으면 누가 연구를 해야 하나요?

서구에서 나온 책 중에서 한국학을 하신 스위스출신 마르티니 도히틀러 박사의 ‘한국의 유교화과정(너머북스,2013)’을 읽고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유럽출신 한국학자 분이 우리도 잘 모르는 가족 친족 제도부터 중세 한국이 어떻게 유교를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한국의 사료를 정리해 두터운 연구서를 쓰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과거 한국학자가 쓴 연구서를 읽을 때 너무 어려운 용어를 남발해 어렸을 때 나의 이해력에 문제가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책들의 저자의 ‘앎’에 대해 저는 회의적입이가. 개인적으로 문장이 짧고 간결하며 쉬운 글을 쓰시는 분의 지식이 더 깊은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소화되지 않아 보이는 글이라는 건 내용 자체도 소화되지 않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제가 읽은 연구서 중 역사적 부분을 고찰하고 동시에 역사적 자료를 분석까지 한 한글로 쓰인 책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말씀드리는 겁니다.

해외의 이론과 설명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이론이 한국의 현실을 설명하는데 적절한 것인지 아닌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주장에 대해 옳으니 그르니 논쟁할 이유는 없고 그냥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 367쪽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입니다.

이책은 전작인 ‘불평등의 세대(문학과지성사,2019)’와의 연장선 상에 있는 책입니다.

전작이 386세대가 너무 오랜기간(30여년) 동안 연공제라는 인사제도의 덕을 보고 오랫동안 정치 경제권력의 상층부를 독점하다보니 한국의 세대간 불평등이 생겼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면 이책은 전작에서 불평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연공제가 어디서 생겼고 언제부터 생겼으며 왜 한국 땅에서 생겨났는지 그 기원을 추적하면서 저자는 연공제가 생긴 이유가 벼농사를 짓는 한국의 소농경제체체에서 비롯되었고, 고려와 조선이후 정착된 과거제도를 통해 국가통치권력과 연결되며 국가를 통한 ‘지대추구’가 가능했던 과거의 상황을 소환합니다.

한국에 아직도 제대로된 직무평가기준과 숙련도에 대한 평가기준이 없다는 지적은 뼈아픕니다. 우리는 과거의 방식대로 살아온대로 편하게 살아온 것이지만 앞으로 바뀐 환경에서 연공제는 과거 발전주의 시대처럼 큰 영향을 끼칠 수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찿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저자는 벼농사 시대의 최초한의 구휼만을 미덕으로 알았던 ‘작은정부’는 예상되는 인구감소와 마을과 대가족의 해체와 파편화된 사회구조 속에 보편적 복지마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봅니다.

즉 하루빨리 보편적 복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면 ‘빨갱이’소리를 듣는 기막힌 현실에서 실제로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실현될지 두고 볼 일입니다.

코로나 펜데믹이 2년을 향해 가는 시점에서도 정부는 확대 재정정책을 추구하는데 인색하며 아직도 공공의료인프라 확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가계의 부채가 역대급으로 증가하는데도 정부는 세수추계를 잘못 예측하고 OECD국가 중 최저수준의 국가부채 증가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재부 관료들은 30여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IMF가 정해둔 1990년대 말 작성된 ‘재정준칙’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균형 재정을 주장합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작은 정부가 아닌( 작은 정부의 유효성은 2007-2009 금융위기로 이미 쓸모없는 것으로 판정이 났습니다) 큰정부의 재정 투입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철밥통 기득권인 공무원들은 전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가 이들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재난의 시기인데도 확인할 수 있는 건 공무원들의 ‘영혼없음’을 확인하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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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작가의 책 ‘고기로 태어나서(시대의 창,2018)’ 은 그동안 각종 매체의 소개를 통해, 그리고 이미 읽으신 독자들의 소감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을 하고 있던 책입니다.

한 사회에서 ‘노동’의 의미를 일깨우는 논픽션을 써오신 작가라서 과연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습니다.

읽고 난후 감상을 언급 안하는 편인데, 이 책은 ‘웃프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부에서 언급한 개농장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 충격을 받았던 ‘부화장(pp 40-94)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닭은 공장식 축산 농가에서 알을 낳는 ‘산란계’와 고기를 먹는 ‘비육계’로 나뉘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길러지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부화장은 산란계의 부화장으로 달걀을 낳을 수 있는 암컷 병아리만 상품으로 인정받고 부화한 수평아리들은 모두 ‘불량품’으로 폐기처분 됩니다. 알에서 깨어난 미약한 어린 생명체가 알을 낳지 못하는 ‘불량’으로 인식되어 그냥 죽음을 당하는 것입니다.

산란계들은 비좁은 케이지에 최소 3마리씩 갇혀 지내고 평생 알만 낳다 도축되며 그 알에서 깬 병아리들도 수컷은 모두 폐기되고 암컷만 미래의 산란을 위해 올겨집니다.

이런 일을 행하는 원칙은 ‘사료값 ‘이라는 농장운영의 최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어나는 것입니다.

비육계들은 그나마 케이지에서 지내지 않아 산란계보다는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기형이거나 다른 놈들에 비해 몸무게가 작게 나가거나 하는 경우 가차없이 ‘도태( 즉 죽임)’을 당합니다. 이유는 위와 마찬가지로 사료값 때문입니다.

미국등에서 들여온 수입 옥수수 가루 위주로 만들어졌을 것이 분명한 사료를 먹여 가축을 기를 수 밖에 없는 현재의 축산업의 산업구조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사료값을 덜 쓰고 양질의 상품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고 이를 위해 사료를 축내는 가축은 가차없이 도태되는 것입니다.

시장을 위해 가축들은 가장 싼 사료를 먹고 자라며 자연에서라면 당하지 않아도 되는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농장(Farm)아니라 사실 닭과 돼지를 ‘생산’하는 공장(Factory)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그래서 상품 취급된 동물들은 효율성의 잣대 아래 평소 먹지 않는 사료를 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마이클 폴란 (Michael Pollan) 의 ‘육식동물의 딜레마(The Omnibore’s Dilemma, Penguin,2007)’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 책은 MB정부 당시 ‘광우병( Madcow Disease)’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할 당시 미국소가 왜 광우병에 걸리는지 (알려져있다시피 초식동물인 소가 소의 부산물을 먹어야 하며), 미국산 잉여농산물인 옥수수가 어떻게 목초류만 먹어야 하는 소의 먹이가 되게 되었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옥수수에서 추출된 당과 기타 이름으로 구별할 수 없는 화합물들을 섭취하는지 밝힙니다.

이책과 ‘육식동물의 딜레마’ 모두 축산업계에 대한 심층 취재를 바탕으로 한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돼지에 관해서는 한마디만 하고 넘어가려 합니다. 새끼 돼지를 낳아야 하는 어미돼지가 평생을 뒤로 돌아보지도 못하는 스툴 (Stool)에 갇혀 새끼를 낳고 출산 후 한달도 쉬지 못하고 다시 임신해야 한다는 사실에 몹시 경악했습니다.

1년에 40분 정도 새끼 낳으러 갈 때 움직이고 평생 고개도 못 돌린체 벽만 바라보며 앉았다 일어서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니.

돼지가 원래 야생에서는 공격성도 있고 활동성도 있는 동물로 알고 있는데, 똥을 싸고 거기 뒹구는 건 알고 있었어도 평생을 좁디 좁은 스툴에 갇혀 지내야 한다는 건 충격이었습니다.


제목에 ‘한국적’이라는 말을 넣은 건 개농장을 표현하기 위해 서 였습니다.

동물복지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동물들을 저렇게 대해도 된다는 말인가?’하는 의구심이 생기고 충격을 받은 닭과 돼지의 사례도 개농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개농장은 상상한 모든 것을 뛰어넘었습니다.

정부의 공식적인 축산업에 들어와 있지 않은 ‘식용’개농장은 아예 사료를 먹이지 않습니다. 개들은 어미젖을 뗀후 소위 ‘짬’으로 불리는 음식쓰레기만을 먹고 자랍니다.
그리고 평생 좁은 케이지에 갖혀 땅을 밟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전기충격으로 죽거나 목을 매어 죽임을 당하고 도축됩니다.

사실상 개농장 주인은 사료값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개를 키웁니다.

‘개농장’편을 읽으면서는 단순히 충격이 아니라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사악한 존재인지를 일깨운 글이었습니다.

개농장 사장들도 모두 나름 먹고 살기 위해 애쓰는 가장들이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아무리 식용으로 정해진 개라지만 글 속의 여러 캐릭터들이 솓아내는 말들은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찿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개장수가 비용이 별로 안들어 많이 남는다고 주장하고, 짬사업 하시는 분들은 개가 음식쓰레기인 짬을 먹어 없애기 때문에 사실상 불법으로 방치된 개농장들이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개농장에 한국적인 이유는 축산의 일부로 이책에서 다루고 있지만 아마도 중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에서도 식용 개산업을 축산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농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최소 이미 도축된 개들의 위생관리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개농장을 관리해야 할 텐데 이 책에서 그런 흔적은 전혀 찿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믿고 싶지 않지만 정말 정부가 음식쓰레기 처리용으로 개농장을 묵인하고 있는걸까요?? 확인이 필요한 지점 같습니다. 비용 투입없이 장사를 한다는 개농장의 사업구조 자체가 이들을 음지에 있게 만든 가장 큰 요인으로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문화상대주의적 시각의 필요성입니다. 식용 개농장의 양성화와 관련된 것입니다. 세계10위 경제대국이 프랑스 여배우가 개 먹지 말라고 대꾸도 못하는 건 우스운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그 프랑스 여배우가 한국의 음식문화에 대해 무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환경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대로 살아갑니다. 그 여배우가 한국에 무관심하니 그런 주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외교당국자들이 외국의 이런 주장에 너무 주늑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아무튼 제가 개농장 양성화에 대한 언급을 한 것은 개농장의 지금 현상황을 그대로 놔두는 건 ‘죄악’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돈이면 뭐든 다되는 천박한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부분이 있는데 이 책에 묘사된 개농장은 모든 것이 한도를 초과해 버렸습니다.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끝으로 몇가지 덧붙입니다.

이글을 쓰는 저는 비건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육식주의자입이다. 적당한 속물이죠.
따라서 동물복지에 관해 별로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사랑하는 소비자로서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로서 그래도 가축이 가축답게 자라는 최소한은 우리사회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농장들의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과연 현재의 방식이 맞는 방식인지는 계속 의문이 남습니다.

과연 산란계 농장의 부화장에서 태어난 수컷 병아리들이 알에서 깨자마자 죽어야만 하는 건가요?? 남자와 여자가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왜 유독 산란계 농장에서 수컷이 ‘불량’낙인이 찍혀 죽어야만 하는지 저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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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Moneyball)에 이어 연이어 읽게 된 마이클 루이스의 스포츠 논픽션입니다.

전작에 비해 ‘경제적 분석’이나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에 대한 이야기가 적은 순수하게 한 미식축구 선수의 삶에 촛점을 둔 책입니다.

글의 대략적인 이야기는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진 흑인 소년이 백인 가족의 도움을 받아 성장해 프로 미식축구선수가 된 이야기입니다.

미국적이지만 충분히 이목을 끌 수 있는 이야기이고 따라서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책에서 묘사하는 주인공 마이클 오어 (Michael Oher)는 6.6피트(약 2m)의 키에 350파운드(약 160kg)의 덩치를 가졌으면서도 스프린터의 빠른 다리를 가진 타고난 운동선수였지만 양육 능력이 없는 미혼모인 엄마를 둔 탓에 수없이 학교를 옮기고 학업을 할 상황도 아니었고 먹을 것이 없어 노숙생활을 하기도 했던 소년이었습니다.

흑백이 인종적으로 분리되어 살아가는 보수적인 테네시에서 주인공은 부유한 백인 가정에 사실상 입양이 되어 살게 되고 보수적이고 종교적 성향이 강한 사립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주인공은 입양가정의 부모들과 학교의 선생들과 축구 코치들의 도움으로 미식축구를 하면서 대학 진학의 길을 모색합니다.

미국의 대학운동선수협회 (NCAA)는 각 대학에 적을 둔 미식축구선수들이 경기에서 뛰려면 고등학교 성적이 최소 2.86을 유지해야 선발이 될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 책을 통해 안 사실은 미국도 운동에 뜻을 둔 이들이 공부에 담을 쌓은 경우가 많아 주인공처럼 미식축구를 해서 대학을 진학할 수 있는 경우에도 진학이 불발되는 경우가 흔하고 미식축구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던 덩치들 중 고등학교 중퇴 뒤 갱이 되거나 마약거래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합니다.

아무튼 대학 운동선수들이 자격 유지를 위해 일정 학점 이상 유지하는 규정을 둔 점은 한국의 스포츠계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식축구의 게임의 법칙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전작인 ‘머니볼’이 프로야구 이야기라서 이해하기가 수월했다면 이 책에 나온 미식축구는 이해가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공격시 공을 패스하는 쿼터백 (Quarterback)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마이클 오너는 포지션이 레프트태클(Left Tackle)로 쉽게 말해서 가장 중요한 쿼터백을 방어하는 포지션입니다.

특히 쿼터백을 공격하는 공격수들은 쿼터백이 못보는 지역으로 기습공격(blind side)하기 때문에 이를 막는 레프트태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미식축구 선수 중 레프트태클을 맡을 수 있는 선수는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2m정도 되는 키에 160kg 정도되는 몸무게를 가지면서 빠른 발을 가진 선수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점차 몸값이 올라가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미국 프로야구의 경우 대학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프로행이 가능하지만 특이하게 미식축구의 경우는 프로로 가기 위해 반드시 대학팀에서 선수생활을 해야한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읽기 불편한 부분은 마이클 오어의 친모에 대한 부분으로, 맴피스 서쪽에 몰려 있는 흑인 거주지역에 대한 묘사와 그의 가족사입니다.

미혼모인 주인공의 친모는 부양능력이 없는데도 다른 남자들과 약 13명의 자녀를 출산했고, 알콜중독과 마약복용으로 재활센터를 드나들었고 자녀들을 잘 돌보지 못했습니다.

고아원과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살아야 하는 이들 자녀들의 삶을 바라보는 건 정말 불편합니다. 미국이 과연 선진국이 맞는지 회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코로나 발발과 함께 ‘흑인들의 삶이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캠페인이 왜 유럽과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지 그 이면을 들여다 본 느낌입니다.

이 이야기는 전형적인 미국이야기이고 좋게 보면 역경을 이겨낸 인간승리의 이야기로 볼 수 있지만, 좀 부정적으로 보면 주인공의 남다른 능력으로 경제적 성공을 이루었다는 뻔한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책보다 영화를 보시는 것이 더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배우 산드라 블록이 엄마로 나온 영화이고 미국 남부의 상황을 영화가 훨씬 더 잘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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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루이스 (Michael Lewis)라는 작가는 런던정경대 (LSE)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월가에서 채권 세일즈맨 ( Bond Salesman)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경제관련 논픽션 전문작가입니다.

따라서 그가 쓴 모든 작품에 경제적인 시각이 들어가는 것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브레드 피트 주연의 영화 ‘ Moneyball (2011)’ 을 보고 나서 원작을 한번 보아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다분히 미국적인 시각이 다분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이클 루이스라는 작가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있게 본 영화 원작이기도 해서 가볍게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조직운영의 관점에서나 경제적인 관점에서나 주제 자체가 결코 가볍지는 않습니다.

내용이야 영화를 보시면 되니 여기서 재론할 필요는 없고,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와 관련하여 몇가지 인상적인 면을 언급하고 조직운영과 조직원들의 성과에 대한 몇가지 시사점을 살피고자 합니다.

첫째, 이 이야기는 미 메이저리그 구단의 이야기이지만 상당 부분 야구통계 ( baseball statistics or sabermetrics)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오랜기간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과( performance)가 정확한 통계에 의하지 않고 단지 관전(watching)에 의한 것이므로 잘못된 것이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빌 제임스( Bill James)의 주장이 4장 전체를 차지합니다.

야구팀이 득점을 하기위해 가장 필요한 지표는 OPS (on base plus slugging, 출루율 +장타율)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따라서 공격력이 다른 어떤 요소보다 우선시되는 필승전략이 되는 것이죠.

둘째, 이 이야기는 전통적 야구단 경영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해서 성공한 이야기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의 프로야구 버전으로 보시면 됩니다. 야구단 구단주들이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과 (performance) 에 대한 정확한 평가없이 엄청난 거금을 들여 스카우트 하고 팀 성적과 관련 없는 경기결과에 대한 수치를 이야기해서 결국 효율적 구단 운영이 불가능해지고 이는 성적부진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려면 가지고 있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되고 같은 성과를 올리는 선수라면 더 싼 선수를 쓰게 됩니다. 오클랜드의 총감독 (General Manager) 빌리 빈 (Billy Beane)은 효율적인 구단 운영으로 팀을2000년 91승, 2001년 102승을 올리게 하고 두해 모두 플레이 오프에 진출시킵니다.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 와 같은 부자구단은 스타 선수를 스카우트하는데 거액을 뿌릴 여력이 되지만 오클랜드와 같은 구단은 한창 때의 스타선수를 스카우트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때 스타였으나 나이가 많은 선수를 싼 값에 데려오거나 아마추어 대학 선수들 중 기록이 좋은 선수들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습니다.

나이가 중요한 요소인 미 프로야구에서 스카우터들은 대체로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고교 졸업 선수들을 전통적으로 선호해왔지만 빌리 빈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미 대학 선수들 중 좋은 선수들을 뽑습니다. 따라서 프로 야구 관계자 중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던 숨은 제목들이 나중에 거포로 자라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셋째, 결국 사람이 하는 프로야구는 ‘어떤 선수를 뽑을 것인가?’ 라는 문제와 ‘선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구단 운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선수를 어떻게 알아볼것인가?’ 라는 문제가 남는데 그 기준은 결국 OPS 라는 말입니다.

프로야구단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해서 위의 시가지를 언급했지만 특히 마지막의 인재등용과 평가문제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부딪칠 수 밖에 없는 첨예한 문제입니다.

‘어떤 사람이 인재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그 인재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보상할 시스템을 사용자는 가지고 있는가는 영리든 비영리든 모든 조직이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이 책에서 보듯 야구선수의 성과를 나타내는 통계가 잘못 사용 또는 오용되어 팀의 승수와 별 상관없는 ‘슬러거의 힘’ 이나 ‘도루 능력’이 고평가되어 있는 반면 ‘출루율’ 과 같은 지표는 저평가되어 있는 경우가 다른 분야도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10여년 저술된 책이고 이 책 발간 이후 야구계가 변해 성과지표가 책에 나온 20여년 전 상황과 지금 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야구를 떠나 모든 전문 영역에서 자신들이 한 일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그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받았는지는 ‘노사관계 ‘의 핵심 중 핵심입니다.

이 사실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이 작은 책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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