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확의 증언 - 아버지가 말하고 아들이 기록한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들
신철식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1980년대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경제관료였던 신현확 전 국무총리의 삶을 통해 바라본 한국현대경제사이자 평전입니다.

시각으로 보자면 지극히 보수적이며 우파적 시각을 대변하는 책입니다.

현재 야당 측에서 주장하는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neoliberalism)적 시각보다는 온건한 편의 자유주의적 시각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최초로 의료보험 재도를 도입한 ‘안정론자’라는 점은 이분을 단순한 개발시대의 경제관료로만 볼 수 없게 만듭니다. 다만 보편적 복지의 관점이 아닌 ‘시혜적 복지’라는 점이 한계입니다.

가부장적이고 전체주의적 계획경제를 실행하던 박정희 정부가 복지에 재원을 투입하지 않으려 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국가주도 경제와 다르게 자원을 기업가들에게 너무 편중적으로 몰아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신현확 전 총리는 기본적으로 이승만 대통령 밑에서 경제’부흥’계획을 입안했던 분이고 박정희 대통령 밑에서 경제기획원 장관 및 부총리를 지내고 10.26 이전까지 국무총리를 지내신 분이기 때문에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5.16을 ‘군사쿠데타’가 아닌 ‘군사혁명’으로 바라보고 긍정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지점입니다.


분명히 문민정권이 군부에 의해 유린된 쿠데타입니다.


경성제대 법학과 출신에 일제 말기 고등문관 시험에 합격한 엘리트 출신으로서, 다분히 전근대적 가부장적 사고를 가지고 사신분이고 남존여비 의식이 뚜렷하신 분이었고 일중독자 (workaholic) 로 사신 분이기도 합니다.

2021년 기준으로 본다면 결코 민주적이고 가정적인 분이라고 볼 수 없는 분입니다.

이분이 남들과 다른 삶을 산 건 어무것도 없는 식민지의 벽촌에서 태어나 일제 패망과 한국전쟁이라는 미증유의 ‘비정상적’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없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역설이 성립되는 시기를 사셔서 가능한 업적이기도 합니다.

불안정하고 아무런 사회적 기반시설이 없으니 무엇이든 열심히 만들고 세우고 개발하는 ‘경제성장’이 가능한 것이고 이런 상황이 연간 10%이상 고도성장과 40%에 육박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박정희 정부시절의 경제성장이 꼭 그렇게 과격허게 성급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었는지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서구사회가 200년 가까이 진행시킨 경제발전을 담 한 세대만에 이룩한 건 그냥 봐도 피와 살을 갈아넣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경제가 성급할만큼 급속성장한 반면 대일관계나 대미관계를 한치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사실상 종속에 가까운 관계를 만들어 온 것도 한국의 엘리트 관료들이 비판받을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전쟁으로 전시작전권을 미국에 이양한 이후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시 작전권이라는 주권이 반환되지 못한 것은 국방부 고위 장성들과 관료들의 책임입니다.

대체 70년간 뭐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도 이승만 정부 시절 경제부흥계획을 만들던 신현확씨도 집에도 못가고 일주일씩 밤샘해서 계획을 만들었다는 에피소드가 자랑스럽게 등장하고 책의 저자인 신철식 전 차관도 경제기획원에서 일하면서 월화수목금금금 일한 일화를 자연스럽게 꺼냅니다.

열심히 일한 건 알겠는데 별로 자랑스러운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미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활을 이렇게 ‘전투적’으로 보낸 분들이라 마찬가지로 전투적 삶을 살았던 박정희씨의 삶이 긍정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예외적인 상황을 계속 보통인 것처럼 생각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외는 예외일 뿐입니다.

책 내용은 읽어보면 아실 내용이니 언급할 필요가 없고 책의 톤과 형식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첫째, 평전의 형식이 심각하게 결여되었습니다. 우선 어떤자료가 어떻게 인용되었는지 전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저자가 이책에 쓰인 글이 사실이라고 서문에서 ‘강변’하고 있지만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부흥부 장관, 보건사회부 장관, 경제기획원 장관, 국무총리를 지냈으면 정부 공문서나 각종 언론기사 자료가 차고 넘칠만큼 많을텐데 전혀 인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미스테리하기까지 합니다.

영미권애서 전기나 회고록 또는 역사서를 저술할 때 이런 식으로 인용을 누락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경제개발기 한국 경제정책에 큰 기여를 했다고 자화자찬을 할 게 아니라 이분이 실제 이룩한 기록을 보여 주어야 납득이 갈 것입니다.

두번째, 이분의 친일전력에 관한 언급입니다.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되었다가 제외된 일화를 수록하셨는데, 1950년 당시부터 한국 최상위 계층에서 과외를 받고 자라 아버지처럼 엘리트 집단인 경제기획원에서 일을 했던 저자입장과 일반 국민들의 시각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일제시대를 살아오신 분들 중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이 상당히 적었다는 연구결과를 본 기억이 있는데 일본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일본 정치인과 교류를 수십년 간 해왔는데 이 일본 정치인들 중 기시 노부스케 (岸信介), 후쿠다 다케오 (福田赳夫 ) 등 전후 일본 정계의 거물이며 일본 제국주의를 지지해온 극우 정치인들과 교류했다는 사실을 일반 국민들이 선선히 납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엄연히 2차 세계대전 전범 출신들인데도 이들과 교류하고 일본어로 1980년대까지도 나라일을 의논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박근혜 정부당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합의하기 위해 일본 정계 막후 실력자가 청와대에 은밀히 드나들며 소위 ‘정계 원로’들과 일본어로 소통하고 사법부에서 본인들 영역을 넘어 한일 외교에 간섭하고 삼권분립을 위반하고 행정부 수반에게 사법부 수반이 충성을 하는 ‘사법농단’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당시 일본어가 가능한 정계원로들이 얼마나 공화주의 원리에 무신경하고 전근대적인 인물들인지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이 책이 주장하는 주제 중 가장 유의를 해야 할 점은 이승만 정부의 ‘경제부흥계획’에 대한 점입니다.

아무런 인용이 없이 신현확씨가 주도해서 경제부흥계획을 작성했다고 주장하는데 국가경제계획이 4.19이전에 존재했다면 국가기록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하나 한국 경제개발계획의 기원이 1960년대 ‘사상계’그룹 자유주의적 지식인들이 기안 작성되고 5.16이전 민주당 정부에서 시행하려 하다가 5.16 군사쿠데타로 이 계획이 그대로 제1차 경제개발계획으로 계승되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즉 극우 정치권이 주장하듯 경제개발계획이 박정희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디.

신현확씨의 주장은 사상계 지식인들의 경제개발계획 기안 주장과 상충되는 지점이 존재하는 보기에 따라 상당히 ‘정치적’인 주장입니다.

책에 따르면, 신현확씨가 노태우 대통령을 조언해 3당합당울 막후에서 조율해서 현재 제1야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 출범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의 사상계 발 경제개발계획 기원 주장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입니다.

끝으로 제가 읽은 몇 몇 평전 내지 회고록을 보면 저자들의 ‘자화자찬’이 너무 과합니다. 읽기 싫어집니다. 훌륭한 경험을 자신들이 얼마나 잘난 사람인지에 할애하면 도대체 그걸 읽고 무엇을 배우나요?
이런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자화자찬으로 일관하는 회고록 나지 자서전은 혐오를 일으킬 뿐 이 분야를 좋아하는 소수의 독자들을 더 멀어지게 할 뿐입니다.

자서전이나 평전은 영미권에서 하나의 논픽션 장르를
이루고 있고 역사서를 보완하는 훌륭한 2차 사료로 가능하기도 합니다.

한국에 자서전 평전 회고록 쟝르가 발전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저자들의 ‘자화자찬’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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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화 2024-12-30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체적으로 그시대를 비판하는 내용이신데 전혀동의할수없습니디. 전시작전권하나만보아도 전시작전권을 가져와서 단독군사작전을 펼수있을만큼의 국방력을 가지려면 요구되는 지리적 환경족요소가 에초에 결핍상태인데 작전권을 가져와서 단독작전개시후 실패시 돌아오는 피해또한 독박쓰게됩니다. (사실상 국가존폐의 기로에서게되는것)
그런 책임소재도 미군에게 이양되어있는것은 간과한채 그저 선배들이 이뤄놓은 눈부신업적 까내리기에 불과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