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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처음 출간된 이 유명한 책이 2024년 발간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작가후기와 함께 10주년 기념판으로 재출간 되었습니다.

뉴요커 (the New Yorker)라는 잡지에 글을 써온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고생물학(paleontology)과 지질학(geology)그리고 진화생물학(evolutionary biology), 고인류학(paleo anthropology),곤충학((entomology) 등 이외에도 셀수 없이 세분화된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해서 책을 낸다는 건 한국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 책은 이미 지질학적 관점에서 5번의 지구상 생물의 대멸종이 있었고, 현재 지질학적으로 새로 정의된 인간세(Anthropocene)에서 바로 인간에 의해 인간이 바꾸어놓은 생태환경의 변화로 인해 많은 생물들에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다는 주장이 이 책의 주제입니다.

지질학적인 먼 과거를 이야기하다보니 과거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의 멸종, 잘 알려진 소행성(asteroid)의 충돌로 인한 공룡의 멸종, 빙하기때 생물의 멸종 등을 언급합니다.

전체 지구의 역사로 봤을 때 인간의 출현은 매우 최근이나 18세기 산업혁명과 도시화로 환경이 파괴되면서 인간에 의해 수많은 종의 생물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지기 직전의 위기에 처해있어 자연상태에서 생존할 수 없어 인간들의 보호아래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도 소개됩니다.

특히 인간세는 흔히 생각하던 산업혁명이후가 아니라 네안데르탈인을 포함한 고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라고 설명합니다. 덩치가 큰 맘모스나 마스토돈과 같은 거대 포유류가 고인류가 나타나면서 멸종에 이르렀는데, 대체로 초식성이 이 거대 포유류들이 덩치로 육식 포유류에 맞섰지만, 고인류는 생각보다 강력한 포식자로 먹이사슬 위에 자리잡았다는 겁니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가 출현한 이후 거대포유류 멸종에 대한 단서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고인류학에서 네란데르탈인은 현생인류(Homo Spiens)에 의해 대체(replacement)되었다는 주장이 오랜기간 정설이었지만 고인류를 유전적으로 분석하는 고생물유전학(Paleogenetics)이 발전하면서 네인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결합해 현재 인간들의 유전자 지도에 그 흔적을 남겨놓은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네인데르탈인이 멸종한 것이 아니라 현생인류에 유전적인 흔적을 남겨 우리는 네인데르탈인의 후손이라는 말입니다.

이 책의 후기는 출간 10년이후 취재했던멸종위기종들의 근황을 확인하고 또한 곤충들의 상당수가 멸종의 위기에 처한 현상황에 대한 경고를 보냅니다. 공룡보다 먼저 지구상에 나타나 이전 5번의 대멸종의 위기를 통과해온 곤충류가 인간세를 맞아 이전에 보기 어려운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겁니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하부에 위치해 양서류와 파충류 그리고 포유류들의 먹이가 되어온 곤충이 사라진다는 건 지구의 자연생태에 커다란 재앙인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곤충이나 야생동물들은 늘 발견의 대상이거나 인간의 사회의 배경으로서만 인식되어와서 그 심각성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저널리스트의 자연과학책으로 생물의 멸종에 대한 주제라 심각한 연구과제라기보다 혹시 센세이션을 노린 출판이 아닌가 솔직히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저자가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학자의 논문처럼 형식적 고루함에서 탈피하면서도 최신 연구결과를 인용하고, 논문저자인 학자들 연구소를 방문하고 이들이 조사하는 현장에 동행하고 인터뷰하면서 이야기를 입체적이고 알기쉽게 설명해주었습니다.

후속취재를 위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여러번 방문하고 시간적인 비교를 하는 대목은 이 책이 오랜 준비기간과 여러사람들간 협업의 산물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사족으로 ‘뉴욕커(the New Yorker)’라는 잡지에 대해 한마디 하려 합니다. 아마도 시사와 정치,외교 등 미국사회의 현재를 가장 잘 취재하는 잡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저자와 같은 일급필자들이 스탭으로 참여하고 단행본을 낸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또한 유려한 영어문장을 접할 수 있는 잡지이기도 합니다. 매달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지를 그리고 특히 시사만평에 해당하는 한컷만화가 압도적인 잡지입니다. 제가 예전에 구독했었던 뉴스위크에 비하면 급이 훨씬 높은 기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과 관련된 책 몇가지 소개합니다.

이 책이 번역이 안된 줄 알았는데 2022년 한글로 번역되었습니다.

여섯번 째 대멸종, 엘리자베트 콜버트 지음, 김보영 번역, 최재천 감수 (쌤엔파커스,2022)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소행성충돌로 인한 공룡의 멸종에 대한 테마는 별도의 책을 한권 소개합니다.

The Last Days of Dinosaurs: An Asteroid,Extinction, and the Beginning of of Our World, Riley Black ( St. Martin’s Press,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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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으로 제목에 이끌려 읽은 책입니다.

도시에 대해 관심이 원래 있었지만 여태 읽어온 모든 책에서 도시에 사는 주체는 늘 인간(Human)이었지, 인간이 아닌 생물(Non-Human)인 경우는 없었습니다.

도시에 사는 주체의 관점(Perspective)을 인간과 비인간으로 확장해서 도시생활을 살핀다는 점, 그리고 생태학(ecology)과 야생동물보존 (Conservation)의 입장에서 왜 미국의 도시에 야생동물들이 모여들어 살게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생태학이 자연상태라고 간주하는 도시가 아닌 지역(Rural Area) 라는 공간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인간이 건설한 인공적인(Artificial)환경에 야생동물이 살게 된 이유를 설명한 겁니다.

서울만에도 도심하천인 청개천이나 한강변에서 수많은 물고기들과 물새를 목격하고 살지만 거의 늘 보는 것이니 당연한 듯 여겼지만, 야생동물이 도시로 모여드는 이유는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이유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한마디로 먹고 살기가 좋다는 이유이죠.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이유를 도시에 사는 사람에게만 적용했지 야생동물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저지는 인간사회에 도시가 발달한 이유가 먹을거리를 쉽게 찿을 수 있고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강이나 호수 주변에 주러 발달했다고 했고, 도시가 경제활동에 따라 먹을거리를 생산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의 먹을거리가 모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리고 미국의 경우 도심(Downtown)과 교외(Suburbs)의 경계가 불분명(blurred)한 경우, 또 도시발달로 도심에 공원과 자연보호구역이 늘어나 야생동물의 이동이 용이해진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사람들이 경제지리(Economic Geography)적 입지론을 입장에서 도시의 발달을 생각하고 그 도시발달의 혜택이 단지 인간 뿐만 아니라 도시 주위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에게도 돌아간다는 말입니다.

이런 혜택을 알고 도시에 몰려들어 살기 시작한 야생동물들은 그들이 원래살던 자연환경과 다른 인공환경인 도시에 살기위해 환경에 적응(adaptation)을 시작하고 행동과 형태의 변이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즉 먹을거리가 풍부해 대체로 더 오래 살고, 사람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주로 밤에 활동(Nocturnal)을 하는 등 도시에서 인간과 같이 공존하기 위해 생리적으로나 행동적으로 변화를 보입니다.

책 후반부에 이런 도시에 사는 동물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evolution)가 일어나는 경우가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대체로 다윈(Charles Darwin)이 주장한 진화론은 생물들의 진화가 오랜시간동안 천천히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왔는데, 일부 도시에 사는 야생동물들은 도시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 진화속도도 빨라졌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물리적 상태에 대해 소개하려 합니다.

본문은 총 14장과 마지막 Coda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장마다 미국의 도시에 살고 있는 하나의 야생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릅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단지 동물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어떻게 도시가 발달되었는지, 도심의 공원 (Parks)과 요세미티와 같은 국립공원(National Parks)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야생동물 보존에 대해 미국은 어떤 입법과정을 거쳤는지, 도시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최근의 COVID 19 pandemic과 기후변화가 도시에 사는 야생동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여러방면의 이야기들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인간과 야생동물들이 어떻게 도시에서 공존(coexistence)할 수 있는 방안을 찿을까를 고민하고 있고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이기도 합니다.

책 본문이 210쪽 정도니 작은 책이지만 저자가 집필에 5년이나 걸렸다고 하는 이유가 이런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기 때문입니다. 2022년 캘리포니아대학 출판부에서 발간한 책인데 같은 해 한국어 번역본이 발간되었습니다.

어쩌다 숲, 피터 S. 알레고나 지음, 김지원 번역 ( 이케이북,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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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에서 출판된 약 200쪽 분량의 소책자입니다만 재미있는 대중과학서 (popular science) 이자 에세이입니다.

이미 한국에서 번역출판되어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곰출판,2021)

이 책은 무질서와 혼돈(Chaos)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질서(Order)를 세워보려고 한 미국의 한 생물분류학자(Taxonomist)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어려서부터 집 주위의 모든 식물들의 이름을 익히고 라틴어 학명을 외우던 소년은 대학에서 과학을 배우고 나서 물고기에 이름을 붙이고 세상에 알리는 어류분류학 (Ichthyology)의 대가가 됩니다.

인디애나 대학의 교수로 부임해 승승장구하던 이책의 주인공 데이비드 스타 조단 (David Starr Jordan)은 이후 인디애나 대학 총장을 거쳐 1891년 개교한 스탠포드 대학의 초대총장( Founding President)으로 부임하여 자신의 어류 컬랙션을 단지에 담아 보관하며 당시 미국의 어류학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이 책은 생물학, 특히 계통을 분류하고 순위를 매기는 분류학(Taxonomy)와 19세기 중반 이후 영국의 찰스 다윈( Charles Darwin)으로부터 시작된 진화생물학(Evolutionary Biology) 이 결코 사회와 별개가 아닌 오히려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입니다.

19세기 중반에서 후반까지 유럽출신 백인 생물학자들은 유럽문명의 우위를 믿었고, 유럽이외의 문명은 미개하다고 보았고, 또한 백인의 하얀피부가 유색인종 , 특히 흑인의 검은피부보다 생물학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은이 데이비드 조단의 멘토인 스위스 출신 생물학자 루이 아가시(Louis Agassiz)는 빙하시대설(The Ice Age Theory)를 세운 당시의 유명한 학자인데 자연세계에도 우열의 질서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었고, 인간이 영장류(Primate)에서 진화해왔다는 다윈의 진화론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인사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신의 섭리로 자연의 질서가 만들어졌다고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흑인들을 인간이하(subhuman)으로 당연하게 여긴 사람이기도 합니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지독한 인종주의자(racist)입니다.


이런 스승의 영향때문인지 스탠포드 대학 총장이 된 이후 그는 우생학(Eugenics)의 신봉자가 됩니다. 정치적으로 악용된 대표적인 사이비학문인 우생학은 생물학적으로 우수한 인재는 보전하고 그렇지 못한 열등한 사람은 도태시키는 무시무시한 정치틴입도구였습니다.

쉽게 말해 극우 성향의 백인우월주의자 (White Supremist)들이 유색인종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우수하다는 주장을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한 것이 우생학입니다. 따라서 우수한 인간은 유전적으로 이어내려고 형질과 지능을 가지고 있고 (Hereditary)환경의
영향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놀라운 건 미국에서 우생학이 유행하던 시기인 1920년대부터 1960년대 말까지 빈곤계층 출신이고 지능이 낮은 것으로 판명된 수만명의 사람들이 강제불임수술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국민을 향해 행한 악에 주인공 데이비드 스타 조단은 큰 일조를 했습니다.

우생학이 사회에 끼친 악영향에 대해 작고한 유명한 고생물학자(Paleontologist)이신 스테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는 아래의 책에서 소개를 했습니다. 생물학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남용될 수 있는지 보여준 책입니다.

The Mismeasure of Man, Stephen Jay Gould (W W Norton,1996)

위의 스테판 제이굴드의 책과 별도로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의 마지막 13장은 이책의 제목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면서 분류학자이신 캐롤 계숙 윤 (Carol Kaesuk Yoon)의 책을 소개합니다.

Naming Nature, Carol Kaesuk Yoon (W W Norton,2009)

이책도 한국어 번역본이 이미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연에 이름붙이기, 캐롤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윌북,2023)

Cladist 라고 불리는 새로운 분류학자들은 ‘모든 후손들은 선조를 따른다’는 원칙으로 생물 분류를 시작하는데, 애를
들면 모든 척추동물(vertebrate)은 척추(backbone)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벌레(worm)은 탈락하는 것이죠 (p171).

이런 분류기준에 따르면 새는 공룡과 같은 분류에 속하고 어류(Fish)는 사실 포유류(Mammel)과 같은 분류에 속해 분류학상 어류라는 카테고리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미 생물분류학계와 어류학계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이 사실(Fact)는 겉모습으로만 생물을 분류할 수 없으며 다분히 인간의 본능에 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책을 영어판으로 보았는데 200여쪽 밖에 안되는 작은 책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끝으로 이 책에는 스탠포드 대학을 만든 창립자의 부인인 재인 스탠포드(Jane Stanford)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인공 데이비드 스타 조단의 개입으로 자연사로 일단락된 이 사건을 이후 의학박사출신인 스탠포드의 학자가 죽기전까지 이 사건을 파혜친 일화가 나옵니다. 그는 재인이 독살되었다고 의심하고 있고 이 학자와 저자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인공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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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3-10-31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Mismeasure of Man <인간에 대한 오해> 번역서를 보니까 제 책에는 7장만 니와있는데요, 13장이라고 하시니.....그럼 국내에 소개된 번역서는 완역본이 아닌가 궁금해집니다. 번역본에는 용어찾아보기나 색인도 없으니 궁금한 부분을 찾아보기도 힘들게 되었네요.

Dennis Kim 2023-10-31 20:41   좋아요 1 | URL
제가 글을 오해할 만하게 썼네요. 스테판 제이굴드의 책이 아니고 지금 소개하는 책이 13장까지 본문이 있습니다.

초란공 2023-10-31 21:14   좋아요 1 | URL
아- 네! 다양한 책소개 감사합니다~ 룰루 밀러의 책으로 스탠포드에서 조던의 동상이 철거되었다(고 기억합니다만)는 부분이 통쾌했던 기억이 납니다.^^
 
The Last Days of the Dinosaurs: An Asteroid, Extinction, and the Beginning of Our World (Hardcover)
Riley Black / St. Martin's Press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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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완독한 이 책은 공룡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멸종하게 된)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지구의 생태와 공룡과 함께 살던 양서류 동물들 그리고 초기 초유류들의 상황을 재현하여 설명한 책입니다.

이 이야기는 일부 현재까지 고생물학( Paleontology)과 지질학(Geology) 적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하고, 또 다른 부분은 작가의 상상(speculation)으로 메꿔졌습니다.

흔히 대중적으로 생각하는 화석채집가 (Fossil Hunter)들인 고생물학자들은 인간이 세상에 나타나기 훨씬 이전의 고생물을 탐구하기 때문에, 그리고 당시 고생물들의 변이와 진화를 살피기 때문에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한 서술도 가능하겠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한 정보 탓에 유사한 후대의 생물군에서 유추를 통한 상상이 일부 불가피하리라고 봅니다.

비전문가인 제가 이책에서 다룬 공룡들과 원시 양서류와 포유류에 대한 언급을 하는 건 주제가 넘는 것이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다만 눈길을 끄는 건 이 책의 서술방식입니다.

이책은 전체 10장으로 이루어진 200쪽 분량의 작은 책입니다. 그리고 부록으로 저자가 이 책을 쓰게된 동기와 각 장에 대한 서술근거와 각장에서 매인으로 소개된 여러 공룡들과 고생물을 택한 이유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부록은 저자의 작가후기라고도 할 수 있고 각주가 생략된 이책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함께 저자가 상상으로 서술한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밝히는 ‘작가후기’ 성격입니다.

진화생물학에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으나 공룡의 세계는 사실 영화로나 보았지 별 흥미가 없었는데 공룡의 멸종에 대한 이 책을 보니 지구의 역사에서 공룡이라는 거대한 파충류가 사라지고 양서류와 포유류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은 그 스케일과 시간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생물학에 대한 이야기이나 생물의 탄생과 죽음에 대한 자연사(natural history)이기 때문에 시간의 순서에 따른 역사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유력한 공룡 멸종 가설 중 하나인 소행성(Asteroid)의 지구충돌을 근거로 공룡의 멸종과 그 이후의 영향을 서술합니다.

따라서 각장은 소행성 충돌 이전과 충돌하는 당일 그리고 그 후 1시간 후, 하루 이후, 한달 이후, 1년 이후, 100년 이후, 1000년 이후 , 10만년 이후 그리고 100만년 이후로 설명됩니다.

마치 한편의 재난영화를 플래시백(flashback)기법으로 설명한 느낌입니다.

어렵고 전문적인 고생물과 화석에 얽힌 이야기를 쉽게 풀어 놓은 것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솔직히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책의 구성과 서술방식에 더 끌렸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책 내용은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물론 해부학이나 동물학, 지질학, 생태학 등에 대한 전문용어가 나오지만 문장이 명확해서 가독성이 좋습니다.

저자가 미국지역에 떨어진 소행성 충돌지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영향을 조금씩 추가했으나 기본적으로 미국 지역 중심의 공룡 멸절에 대한 이야기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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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분야의 책 중에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진화론인데 특히 인간의 진화의 역사나 19세기 사회사상에 영향을 미친 다윈의 진화론,즉 적자생존 ( Survival of the Fittest) 원리는 그 광범위한 영향력 때문에라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분야죠.

오늘 소개할 책은 200쪽 가량의 작은 책으로 이미 한국어판이 번역 출간되어 있습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디플롯,2021)

책 제목대로 개와 침팬지, 그리고 보노보를 연구해온 진화인류학자이자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적자생존’의 진화적 생존을 넘어서 다정한 생물들이 지속적으로 살아나는다는 주장을 합니다.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을 앞세워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것이 생존에 더 필요할 것 같지만 과학적인 증거들은 상대방과 공존을 위해 협력(cooperation)하고 공생하는 경우가 생물들의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설명합니다.

공식직함이 진화인류학자(evolutionary anthropologist )이지만 저자는 연구초기 개가 어떻게 늑대에서 진화해서 사람과 같이 공생하게 되었는지를 연구했었고, 러시아에서 야생에서 자라던 여우를 몇세대에 걸쳐 개처럼 사람과 같이 공생하게 하는 소위 가축화(domestication)관찰 실험을 참관하고 공동연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가장 놀라운 부분으로 위에서 본 가축화된 야생늑대는 생리학적으로 사람과의 공생을 위해 호르몬 변화가 나타나고 겉모습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인간과 같이 살면서 야생에서 필요한 위장을 위한 보호색이나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 등이 눈에 잘 띄는 얼룩무늬색으로 바뀌고 송곳니가 작아지는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실험이 약 90여년에 걸쳐 일어난 것이기에 시간의 푹이 더 넓은 진화의 경우 신체변화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이책은 또한 다정함의 반대성향 즉 폭력성(violence)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다정함은 폭력성이 줄어들어야 나타날 수 있고 적대적 감정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다정함의
이면(裏面)과 같은 폭력성에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폭력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차별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가고 미국의 흑백갈등과 흑백분리과정, 백인들이 흑인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인종적 편견(prejudice)을 이야기합니다.

미국에서 많은 백인들이 흑인들을 유인원과 비슷하고(Ape-like) 또 백인보다 진화가 덜 된 인종으로 생각하고 차별을 당연시하고 있다는 점이죠.

심지어 경찰들은 흑인 청소년들의 나이를 실제보다 높게 보아 미성년인데도 체포되는 비율이 같은 또래 백인 청소년들보다 높다는 조사결과도 보여줍니다.

이미 미국에서 사회문제가 된 흑인들에 대한 미국 경찰들의 무자비한 폭력적 진압과 그로인한 연속적 사망 사건을 보면 검은 피부를 가지고 미국사회에 사는 건 언제나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는 미국에서 죄없는
흑인 청소년들이 경찰의 과인진압과 과도한 폭력 그리고 총기사용으로 죽는다니 그들의 민주주의가 백인 주류층만을 위한 민주주의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이 책을 쓴 저자가 책 말미에 2016년 첫 초고를 썼지만 절반 이상 폐기하고,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과 그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여과없이 보여준 백인우월주의와 혐오발언을 보면서 잘 모르는 정치학 사회학 분야를 공부해가며 2년을 더 집필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 그리고 폭력성과 가축화된 동물과의 관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연구자이지만 현재 사회에 나타는 인간 사이의 적대감이나 혐오발언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 발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봅니다.

저는 영국판으로 이 책을 보았는데 대중독자를 위한 연구해설서 성격도 있어 글 내용은 상당한 깊이가 있으나 매우 쉽게 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서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 책 저자의 멘토인 분의 책 한권을 소개합니다. 남성의 폭력성에 대한 책인데 저도 따로 읽어볼 예정입니다.

Harvard에서 유인원과 남성의 폭력성의 기원을 연구한 Richard Wrangham의 책입니다.


Demonic Males: Apes and the Origins of Human Violence (Mariner books,1997)

오래된 책이지만 특히 남성의 폭력성에 대해 그 진화적인 기원을 밝힌 책이라서 읽어볼 가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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