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에서 출판된 약 200쪽 분량의 소책자입니다만 재미있는 대중과학서 (popular science) 이자 에세이입니다.

이미 한국에서 번역출판되어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곰출판,2021)

이 책은 무질서와 혼돈(Chaos)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질서(Order)를 세워보려고 한 미국의 한 생물분류학자(Taxonomist)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어려서부터 집 주위의 모든 식물들의 이름을 익히고 라틴어 학명을 외우던 소년은 대학에서 과학을 배우고 나서 물고기에 이름을 붙이고 세상에 알리는 어류분류학 (Ichthyology)의 대가가 됩니다.

인디애나 대학의 교수로 부임해 승승장구하던 이책의 주인공 데이비드 스타 조단 (David Starr Jordan)은 이후 인디애나 대학 총장을 거쳐 1891년 개교한 스탠포드 대학의 초대총장( Founding President)으로 부임하여 자신의 어류 컬랙션을 단지에 담아 보관하며 당시 미국의 어류학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이 책은 생물학, 특히 계통을 분류하고 순위를 매기는 분류학(Taxonomy)와 19세기 중반 이후 영국의 찰스 다윈( Charles Darwin)으로부터 시작된 진화생물학(Evolutionary Biology) 이 결코 사회와 별개가 아닌 오히려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입니다.

19세기 중반에서 후반까지 유럽출신 백인 생물학자들은 유럽문명의 우위를 믿었고, 유럽이외의 문명은 미개하다고 보았고, 또한 백인의 하얀피부가 유색인종 , 특히 흑인의 검은피부보다 생물학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은이 데이비드 조단의 멘토인 스위스 출신 생물학자 루이 아가시(Louis Agassiz)는 빙하시대설(The Ice Age Theory)를 세운 당시의 유명한 학자인데 자연세계에도 우열의 질서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었고, 인간이 영장류(Primate)에서 진화해왔다는 다윈의 진화론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인사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신의 섭리로 자연의 질서가 만들어졌다고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흑인들을 인간이하(subhuman)으로 당연하게 여긴 사람이기도 합니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지독한 인종주의자(racist)입니다.


이런 스승의 영향때문인지 스탠포드 대학 총장이 된 이후 그는 우생학(Eugenics)의 신봉자가 됩니다. 정치적으로 악용된 대표적인 사이비학문인 우생학은 생물학적으로 우수한 인재는 보전하고 그렇지 못한 열등한 사람은 도태시키는 무시무시한 정치틴입도구였습니다.

쉽게 말해 극우 성향의 백인우월주의자 (White Supremist)들이 유색인종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우수하다는 주장을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한 것이 우생학입니다. 따라서 우수한 인간은 유전적으로 이어내려고 형질과 지능을 가지고 있고 (Hereditary)환경의
영향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놀라운 건 미국에서 우생학이 유행하던 시기인 1920년대부터 1960년대 말까지 빈곤계층 출신이고 지능이 낮은 것으로 판명된 수만명의 사람들이 강제불임수술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국민을 향해 행한 악에 주인공 데이비드 스타 조단은 큰 일조를 했습니다.

우생학이 사회에 끼친 악영향에 대해 작고한 유명한 고생물학자(Paleontologist)이신 스테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는 아래의 책에서 소개를 했습니다. 생물학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남용될 수 있는지 보여준 책입니다.

The Mismeasure of Man, Stephen Jay Gould (W W Norton,1996)

위의 스테판 제이굴드의 책과 별도로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의 마지막 13장은 이책의 제목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면서 분류학자이신 캐롤 계숙 윤 (Carol Kaesuk Yoon)의 책을 소개합니다.

Naming Nature, Carol Kaesuk Yoon (W W Norton,2009)

이책도 한국어 번역본이 이미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연에 이름붙이기, 캐롤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윌북,2023)

Cladist 라고 불리는 새로운 분류학자들은 ‘모든 후손들은 선조를 따른다’는 원칙으로 생물 분류를 시작하는데, 애를
들면 모든 척추동물(vertebrate)은 척추(backbone)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벌레(worm)은 탈락하는 것이죠 (p171).

이런 분류기준에 따르면 새는 공룡과 같은 분류에 속하고 어류(Fish)는 사실 포유류(Mammel)과 같은 분류에 속해 분류학상 어류라는 카테고리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미 생물분류학계와 어류학계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이 사실(Fact)는 겉모습으로만 생물을 분류할 수 없으며 다분히 인간의 본능에 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책을 영어판으로 보았는데 200여쪽 밖에 안되는 작은 책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끝으로 이 책에는 스탠포드 대학을 만든 창립자의 부인인 재인 스탠포드(Jane Stanford)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인공 데이비드 스타 조단의 개입으로 자연사로 일단락된 이 사건을 이후 의학박사출신인 스탠포드의 학자가 죽기전까지 이 사건을 파혜친 일화가 나옵니다. 그는 재인이 독살되었다고 의심하고 있고 이 학자와 저자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인공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란공 2023-10-31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Mismeasure of Man <인간에 대한 오해> 번역서를 보니까 제 책에는 7장만 니와있는데요, 13장이라고 하시니.....그럼 국내에 소개된 번역서는 완역본이 아닌가 궁금해집니다. 번역본에는 용어찾아보기나 색인도 없으니 궁금한 부분을 찾아보기도 힘들게 되었네요.

Dennis Kim 2023-10-31 20:41   좋아요 1 | URL
제가 글을 오해할 만하게 썼네요. 스테판 제이굴드의 책이 아니고 지금 소개하는 책이 13장까지 본문이 있습니다.

초란공 2023-10-31 21:14   좋아요 1 | URL
아- 네! 다양한 책소개 감사합니다~ 룰루 밀러의 책으로 스탠포드에서 조던의 동상이 철거되었다(고 기억합니다만)는 부분이 통쾌했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