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당시의 일본의 출판자본과 일본/ 식민지 조선의 독자와의 관계를 다른 흥미로운 책입니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조선의 독자들 중 실제 일본어를 읽을 수 있는 독자는 매우 소수였고, 국민 대부분이 문맹인 상태에서 일본의 거대 출판자본이 자국과 식민지 조선에 어떤 기획과 광고로 자신의 ‘상품’을 선전하고 시장을 확장해 왔는지 다룹니다.

일본의 출판사 사장이나 편집자 입장에서는 1910년대 후반 ‘러시아혁명’을 기점으로 일본과 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열풍이 이는 것을 지켜보고 지식 상품으로서 ‘사회주의’저작을 판매할 전략을 세웁니다.

더구나 일제의 사상통제와 검열정책에 맞서 사회주의 사상관련 책들을 어떻게 배본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당국의 ‘탄압’을 마케팅의 전략으로 이용해 독자들의 소장욕구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책 판매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합니다.

조선의 경우 소수의 엘리트들이 일본어책을 읽고 토론할수 있는 이들이었고, 조선어로 쓰여진 책들도 나오는 상황이었으나 일제강점기 내내 그리고 해방후에도 상당수 지식인들은 여전히 일본어책을 읽으며 지적 호기심을 채우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출판자본은 번역을 통하지 않더라도 일본어로 쓰여진 책의 소비층이 있다는 걸 알고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조선어 신문인 <동아일보>,<조선일보>에 광고를 내고, 강연회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검열을 피해 독자에게 직접 책을 발송했습니다.

1930년대 만주사변이후 만주국이 성립하자 대표적인 사회주의 서적 출판사인 <개조사> 사장은 출판시장 개척을 위해 조선과 만주국을 시찰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출판자본의 조선시장 공략은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이 사실상 이중언어사용상태( bilingual) 였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은 것입니다.

일제의 조선에 대한 불공정한 교육정책때문에 1925년 이전까지 조선에는 제대로된 대학과 도서관도 없었으며, 공부를 더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중고등과정과 대학과정을 유학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였습니다.

이런 교육환경은 지식인들이 ‘일본친화적’으로 만들었고, 상당수가 ‘친일’을 하게 되는 배경이 됩니다.

일제의 탄압으로 조선어 연구도 조선어 문학도 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에서 번역된 서구의 학문을 받아들이는 면도 있습니다.

이책의 마지막 두개의 장은 일본 여성소설가의 중일전쟁 종군기와 식민지 조선 독자들의 반응을 살폈고, 내선일체 정책이 일본과 조선의 인텔리 여성들을 통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보여주었으며 한국전쟁 발발이후 일본은 미군과 연합국의 보급기지로서 역할을 하며 구 일본제국의 군수시설을 재가동하게 되며 경제발전의 기틀을 다지게 되면서 일본 지식인들이 한국전쟁의 전황을 전하면서 ‘점령자’미국이 ‘식민지 일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줍니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조선인의 입장을 짐작하지 못했던 일본 지식인들이 패전 후 미국에 ‘점령’당하면서 미국이 일본을 영구점령하는 것이 아닌지 두려워하면서 미국의 식민지 ‘일본’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제일 마지막 장이 눈길을 끈 것은 한국전쟁기 일본의 상황에 대한 매우 드믄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해방이후 미국과 연합국이 한국을 신탁통치한다고 결정해서 대한민국 정부수립 전 혼란이 일어난 건 잘알려져 있지만 당시 남한에 주둔하던 점령군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고 일본에서 전후헌법을 제정하면서 일본을 사실상 통치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같이 언급되지 않습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해방과 한국전쟁이후의 상황은 미군의 일본 한국주둔과 같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맥아더 사령부가 도쿄에 사령부를 차리고 일본에서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맥락상 모두 고려해서 상황에 대한 서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끝으로 이 책에 흥미를 가진 이유는 저자께서 오랜시간 일본 도쿄에서 일본문학을 가르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문학연구자분들이 훌륭한 역사연구서를 쓰시기도 하고, 일본현지에서 일본인들이 식민지 조선의 출판시장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사상의 관점이 아니라 ‘시장’의 관점에서 본 점도 참신했다고 봅니다.

이 책과 관련해서 몇가지 생각나는 책 몇권 더 소개합니다.

일제시대 한국지식인들에 대한 지식사회학으로는

정종현, 제국대학의 조센징 (휴머니스트,2019)

근대의 책읽기 전반에 대해서는

천정환, 근대의 책읽기 (푸른역사,2014)

을 같이 읽어보면 좋습니다.

끝으로 일제강점기에 대한 애증을 말하고 싶습니다. 현재 서울의 가로체계는 일제시대의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해방이후 수많은 일제시대 건축물들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일제가 한국땅에 남긴 흔적을 없앤다고 아직도 일본을 추종하는 파워엘리트들이 있는 한 일제의 망령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일본이 조선을 차별적으로 대하고 만주사변 이후 병참기지로 삼은 사실을 기억하면 ‘식민지근대화론’이라는 ‘일본친화적’주장을 할 수 없을텐데 안타깝습니다.

오히려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정확하게 알아야 일본으로부터 전쟁배상금도 받을 수 있고, 새로운 관계 정립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해방이후 한국의 독재자들과 전범이거나 그 후손들이던 일본 자민당 정치인들과의 관계는 반드시 되짚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방이후에도 수십년간 일본어를 읽고 쓸줄 알았던 지식인/ 파워엘리트들이 최소 1980년대까지는 한국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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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 작가들이 쓴 한국현대사 책은 유시민작가의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말고도 여럿 있습니다.

1988-1992년 처음 발간되었던 작가 박세길의 <다시쓰는 한국현대사1-3>이 먼저 생각 납니다. 386운동권의 시각에서 한국현대사를 새롭게 해석했던 책으로 꽤 오랫동안 읽힌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 처음 읽을 당시 왜 학교에서 현대사를 가르치지 않는지 위정자들이 뭐 숨겨야 할 것이 있는지 매우 의심스러웠습니다.

해방전 사회주의 편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의 역사가 북한으로 월북된 문인들의 역사가 철저하게 지워졌다는 걸 아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가 저지른 민간인 학살을 포함해 한국의 역대 독재 정권들은 자신들의 치부를 말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현대사는 지금 살고 있는 분들이 삶에서 경험했던 사건이 대한 서술이자 해석이고 그래서 지금 현재가 어떻게 현재가 되었는지 알수 있는 가까운 과거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386세대 운동권 출신 중 자유주의자를 대표하시는 분이 유시민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30여년 전에 읽은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푸른나무,1998)이 저에게는 유작가의 첫 책이었는데, 이번의 이 책이 아마 제가 읽은 세번째 혹은 네번째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작가가 전에 냈던 <나의 한국현대사 > (돌베게,2014)의 개정증보판으로 본문 쪽수가 400쪽이 넘어가는 책입니다.

작가께서 직접 참여하셨던 1980년의 서울역 시위와 회군 그리고 1987년 6월 10일의 시위 광경은 작가의 위치가 386세대 내에서 어떠한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한국의 경제개발계획을 다룬 제3장과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다룬 제4장입니다.

제3장의 제목은 ‘절대빈곤, 고도성장, 양극화’로 지난 50년대 말부터 군사독재 시절의 경제계획/ 산업화시기의 고도성장, 그리고 9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화와 이에따른 양극화를 제목에서부터 보여줍니다.

제4장은 ‘전국적 도시봉기를 통한 한국형 민주화’라는 제목으로 멀리는 1919년 3.1운동에서 시작해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린 1961년의 4.19 그리고 1980년 광주를 거쳐 ‘87년체제’의 시작이 된 1987년 6월 항쟁 그리고 이후의 촛불혁명을 다룹니다.

작가는 독재를 타파하기 위해 국민들이 불가피하게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고 국민들의 도시봉기는 늘 ‘연속적, 동시다발적, 그리고 전국적 도시봉기’인 특징을 보인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1980년대 시위에서 각목과 체루탄이 있었다면 지금은 이 양상에 폭력이 빠지고 촛불이나 응원봉이 나온 것만 다른겁니다. 책이 2021년에 나와 직접 이런 언급은 없지만 이런 맥락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봉기가 지역적으로만 일어날 경우 ( 1980년 광주의 경우처럼)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실패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당시 도시봉기를 조직한 지도부들은 전국에서 동시에 연속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과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조직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당연히 여기는 개인의 자유, 자신의 주장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가 1986년 당시만 해도 생각할 수 없는 나라가 한국이었습니다.

중국과 휴전선으로 고립된 상태로 한국전쟁의 휴전이 계속된 한반도 남쪽은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이후 처음에는 이승만이라는 미국 망명객 출신이 독재정치를 하면서 왕처럼 군림했었고, 5.16 군사쿠데타이후 일제의 만주군 출신 박정희는 자신이 군대에서 배운바대로 국가를 ‘병영’으로 만들었고 군사독재를 시행했으며 경제발전을 위해 국민들의 인권을 무자비하게 희생하는 공포정치를 했습니다.

왕이 되고 싶었던 이 군인은 1972년 ‘유신’을 통한 ‘친위쿠데타’를 성공시켜 이후 1979년 심복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을 맞아 죽을때까지 18년을 철권통치했습니다.

1979년 12.12군사반란을 일으키고 1980년 광주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하고 집권한 전두환은 ‘정의사회구현’이라는 모토를 내세우며 군사독재를 이어갔고, 후계자로 자신과 함께 12.12군사반란을 일으킨 노태우를 지명합니다.

이 군인들은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체육관 선거’를 고수하고자 했지만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민주화 세력은 직선제 개헌을 관철하게 됩니다.


작가가 언급했듯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의 ‘난민촌’에서 군사독재자 치하의 ‘병영국가’로 그리고 이후 ‘민주화’를 통해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 된 유일한 사례입니다.

세상일 알 수가 없는 것이 이 책이 나오던 2021년만 해도 문재인 정부이후 검사출신 대통령이 선출되어 독재로 사회를 퇴행시키고, 2024년 12월 3일 박정희 이후 볼 수 없었던 ‘친위 쿠데타’를 다시 볼 수 있을 줄 몰랐을 것입니다.

지금도 12월3일 밤 10시가 넘어 대통령이 오만하게 ‘계엄령’을 낭독하고 정치를 정지시키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뒷덜미에서 식은땀이 흐르던 걸 기억합니다.

아직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은 사법적 단죄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검찰과 사법부의 내란공모가 의심되는 가운데 내란수괴의 재판은 침대축구식으로 늘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쿠데타’를 일으킨 내란수괴가 제대로 사법적 단죄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전두환에 대해 사법부는 ‘성공한 쿠데타는 단죄할 수 없다’는 치욕적인 판결을 남겼을 뿐입니다. 그래서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국민을 무자비하게 죽인 정치군인 전두환은 ‘천수’를 누리다 노환으로 죽었습니다.

그래서 윤석열의 사법적 단죄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사법부의 명예가 달려있는 판결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흐지부지된다면 한국에서 최소 사법부는 그 존재의미를 잃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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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20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의 한국현대사>와 저자 유시민에 대하여 한말씀만 드리자면,
유시민은 일제강점기 친일 훈도였던 부친 아래서 자라나, 대학시절엔 민간인 4명을 사복경찰로 오인하여 감금 고문 폭행한 죄목으로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받은 사람입니다. (서울대 민간인 감금 폭행 사건.) 피해자에 대한 한마디 사과나 반성 없이 저술과 정치 활동을 계속하는 유시민의 가려진 실체는 직시해야 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선 가해자인 유시민의 이 같은 자가당착의 역사관과 세계관의 후안무치함에 두배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1/19/2006011970162.html <유시민 때문에 인생 망친 4명, 그 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0395 <유시민, 여성, 노동자, 고졸 비하 발언>
https://www.breaknews.com/10175 <유시민 선친, 일제치하 ‘훈도‘ 경력 확인>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41204000420 <법원 ‘가짜뉴스 유포‘ 유시민에 3000만원 손해배상 선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19/0000005906?sid=100 <유시민 국민연금탈루, 여성비하, 기독교비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19/0000005935?sid=100 <유시민 국고횡령, 허위영수증>
https://www.chosun.com/national/incident/2024/10/15/GHBZLFC4NRC7JIR6QFLG2RHS2A/ <‘유시민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 법카 유용으로 기소>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190321/94670407/2 <‘마약 밀수’ 유시민 조카, 2심 ‘징역 3년’ 이유?>
(언론에 보도된 유시민 일가의 비리 행적은 많지만 극히 일부만 열거했을 뿐입니다.)

유시민처럼 역사에 대하여 항상 선악 이분법적인 단순 잣대를 적용한다면, 막말과 비리로 얼룩진 유시민 본인의 과거행적도 동일 잣대에 의하여 악행으로 단죄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과 기독교를 비하하고, 고졸 학력자들을 비아냥거리며 세금을 요령껏 탈루하는 자신의 비리에는 관대한(혹은 무감각한) 유시민의 역사관이라면 주의해서 읽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Dennis Kim 2025-09-22 09:09   좋아요 0 | URL
주장은 자유이시니 알겠지만 책을 읽어보시기는 했나요? 이분법적인 사고는 찿아볼수가 없던데. 심지어 박정희의 경제개발의 긍정적인 면을 좋게 평가하기까지 했습니다.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 ‘서울의봄’에서 군사정권의 종말까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4
정해구 지음 / 역사비평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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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때문에 발췌독을 한 책입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시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1987년 6월항쟁과 6.29 선언, 1988년 서울올림픽 그리고 냉전의 붕괴에 따른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1989년 여소야대에 따른 5공청산청문회와 전두환의 백담사행 그리고 1990년의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과 구 사회주의 동유럽권 그리고 소련과의 수교.

냉전이 붕괴하고 서구에서는 자본주의의 승리와 ‘역사의 종언’이 주장되던 격변의 시기입니다.

이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와 이에 대항하는 민주화세력간의 대결이 주요 주제이며 1987년 대통령직선 민주주의를 민주화운동세력이 쟁취를 했으나 김대중 김영삼 양김씨의 분열로 신군부세력인 노태우의 민정당이 정권을 잡아서 독재세력의 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한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책에서 언급한 민정당 세력은 신군부 독대세력이지만 이후 ‘보수’세력으로 옷을 갈아입고 보수행세를 하게 됩니다.

이때 하지 못한 독재세력 청산은 시간이 흘러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새누리당- 국민의힘( 하도 당명이 바뀌어 순서는 정확치 않습니다)으로 바뀌어 왔고 독재의 유전자는 그대로 보전되어 왔습니다.

이 당시 만주화운동의 학생들이었던 이들은 이후 386/ 586으로 불리면서 근 40여년 정치판을 주무르는 실세가 되고 현 정부의 중심이 됩니다.

신군부 독재세력인 민정당의 후신은 2024년 12월 3일 발생한 친위쿠데타를 옹호하고 동조하며 그들의 유전자가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합니다.

1980년대부터 최근의 현대사를 보면 한국에서 쿠데타가 얼마나 반번한지, 민주화가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습니다.

살면서 쿠데타를 두번이나 겪다니…

이 책은 당시 신군부에 저항했던 두 거물 야당 정치인 중 김영삼의 민주당이 1991년 두 독재세력인 민정당과 김종필의 공화당과 행한 3당합당을 ‘배신’이라고 표현했는데 합당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개인적’야심때문에 독재세력과 손을 잡은것이니 정확한 평가라고 봅니다.

그래서인지 김영삼은 대통령이 된 뒤에 신군부의 핵심이던 하나회를 숙청했고, 김영삼 이후 집권한 김대중은 신자유주의세력에 굴복해 한국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는 ‘이중구조’의 단초를 제공합니다.

군인들이 세력을 확장하지 못할 때 대신 검사들이 무소불위의 수사권을 휘둘러 제멋대로 정치를 해왔습니다.

한국의 고위관료들과 검찰이 여전히 일본극우의 영향하에 있는 독재성향이라는 사실이 이번 12.3 내란에서 드러난 겁니다.

이번에 딴세상에 사는 파워엘리트의 세계를 간접경험한 겁니다.

40여년전 군부독재에 저항하던 당시와 2025년 현재 상황이 너무 닮아 기시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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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온 이책은 연세대 김항교수께서 이전에 펴낸 ‘제국일본의 사상 (창비,2015)’ 의 후속으로 내놓으신 책입니다.

문화정치와 미디어를 공부하신 분이라서 그런지 행간에서 정치와 미디어의 관계에 따른 각 정치사건에 따른 대중의 인식을 서술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부제인 ‘전후 일본의 비평, 민주주의, 혁명’ 중 제가 가장 흥미가 있던 부분은 ‘민주주의’ 관련 제2부였습니다.

책을 읽기 전부터 일본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이며 제대로된 공화정을 하고 있는 나라가 맞는지 의심을 하고 있었기에 일본의 전후정치를 이야기하는 2부의 내용이 관심 있었습니다.

3장 보편주의와 식민주의는 전후 일본의 지식인들이 18세기 독일에서 유래한 서양의 보편주의와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했는데, 이는 유럽중심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 관점을 내포하고 있어 ‘야만’으로 대표되는 비서구 내지 문명화되지 않은 식민지인을 ‘비인간’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일본이외의 민족을 불온시하고 ‘순수한 일본’을 지향하는 것으로 제2차세계대전의 패전과 미국의 군정을 통한 민주주의 이식에도 불구하고 전후 일본은 식민주의를 반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점입니다(p134).

3장의 전반은 한국에서 논란이 되었던 책 ‘제국의 위안부( 뿌리와 이파리,2015)’의 논의를 소개하며 일본의 전후민주주의 안에 내재된 (서구식) 보편주의와 식민주의를 망각한 잘못된 역사인식이 어떠한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합니다(p139).

3장의 이론적 내용은 도쿄대학 총장이던 정치철학자 난바라 시게루(南原 繁)가 주장한 민족공동체론에 따른 것으로 이는 18세기 독일의 피히테 철학에서 가져온 내용입니다.

다음으로 관심이 간 5장은 핵발전과 핵무기에 대한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일본의 ‘현실적 이상주의자’들에 대한 논의로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폭발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자는 일본의 핵개발이 패전이후에도 전쟁 전에 일본을 지배해온 세력이 여전히 일본의 정치경제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사례로 보았습니다(p179).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주권을 회복한 일본은 국제사회에 복귀하게 되는데 이는 영미측과만 강화를 한 것이고 중국 러시아와는 강화를 하지 않아 이후 국제분쟁 발생의 소지가 있는 강화였습니다.

이렇게 연합국 중 영미만을 대상으로 강화를 하게 된 대에는 제국일본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다 패전후 총리가 된 요시다 시게루(吉田 茂)위 대외인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도 일본이 중요시하는 미일안보조약의 개정을 둘러싸고 1959년 일본의 학계에서 비판이 일었는데 이는 중립국화하지 않은체 미국의 입장에 서서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 들어가는 안보조약의 개정은 일본의 국민의 안전보다 국가의 방위를 위한 일이며 이는 천황의 통치를 골자로 하는 ‘국체’를 지키려 한 초국가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었습니다(p187).

제국일본에 ‘종전공작(終戰工作)‘에 참여했던 제국일본의 외교관이 패전후 일본총리가 된 일이나, 태평양전쟁과 제2차세계대전 중과 마찬가지로 패전후에도 일본에는 여전히 ’국민을 망각한 위정자‘와 ’위기를 망각한 국민‘의 정신구조가 그대로 온존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p194)

1950년대말에서 1960년대 초까지 냉전으로 인해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대립이 격화된 가운데 핵무기의 실전 배치로 바뀐 안보환경은 ‘착오에 의한 파멸’의 가능성을 고조시켰기에 두 진영 중 어느 한편에 가담하는 것은 공멸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패전이후 일본의 ‘중립국화’를 주장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국민에 관심이 없는 위정자의 모습은 2025년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습니다. 한 때 여당이었던 국민의 힘은 ‘선거동물’로서의 정치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특히 지난 3월 일어난 경상북도의 재앙적인 큰 산불이 났을 때 국민의 힘 소속 경상북도 지사의 행태는 공직자의 ‘국민 망각’이 어느정도 수준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바싹 마른 산골에 산림청이 경제적인 목적만을 위해 조림한 소나무숲이 타면서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나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이재민이 발생했는데도 최고 책임자인 도지사는 이재민 지원은 팽겨치고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왔습니다.

‘국민을 망각’한 것은 물론이고 고위공무원의 도덕적 헤이( moral hazard)가 극에 달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최근의 한국 위정자의 모습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제국일본의 영향이라고 추측합니다. 파면당한 대통령이 거의 이완용 뺨치는 친일행보를 했고,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 이에 동조하고 일본의 전쟁범죄를 무마해주는 친일 대통령을 반겼습니다. 그리고 그 대통령이 헌정채제를 뒤집어 엎고 독재를 해보겠다고 군대를 동원해 내란을 일으키고 헌재로부터 파면당했습니다.

위에섯 언급한 도지사는 내란수괴인 대통령을 옹호하는 망언을 거듭하길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파면되자 대형산불로 모든 걸 잃은 도민들을 버리고 대선행보를 했습니다.

이보다 완벽하게 국민을 철저하게 무시한 정치인을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어찌되었건 일본은 그들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은 체 범죄은폐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고, 이는 또한 그들의 역사왜곡의 동력이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일본에 대를 이어 정치를 하는 가문들 중 메이지이래 정치를 계속하는 전범의 후손들도 상당수라는 점입니다. 일본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족벌적 정치는 사실 민주주의의 원래 취지와 반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귀족정( aristocracy)과 별다를 바가 없습니다.

얼마전까지 일본의 총리였던 아베신조(安倍晋三)는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이지역은 메이지유신 당시 최대 번벌(藩閥) 중 하나인 조슈(長州) 지역이고 아베총리는 이책에도 소개된 제2차세계대전 전범(戰犯)이자 일본의 총리였던 기시노부스케( 岸 信介)의 외손자입니다. 사실상 일본정치는 메이지유신이래 별 변화없이 번벌세력이 그대로 이어져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본의 민주주의가 허울뿐이고 번벌세력의 후예이자 전범의 후예들이 지속적으로 일본의 재무장을 위해 노력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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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강렬합니다. ‘Uncivilised’, 즉 ’‘문명인이 되지 못한 자’라는 뜻으로 이책에서는 서구(The West)가 아닌 지역 (Non-West)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책 내용을 살피기에 앞서, 저자에 대해 먼저 알아봐야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영국출신 백인도, 남성도 아닙니다.

그녀는 인도계로 본인 스스로 남아시아출신( South Asian descendant )로 말하고 런던대학 유니버시티 칼리지(University College London, UCL)의 과학 컬렉션(Science Collection)을 담당하는 UCL 박물관의 큐레이터입니다.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 런던의 주요 대학인 UCL의 박물관의 유일한 유색인 큐레이터로서 고고학과 인류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영국에서 시작된 진화론부터 대영제국의 확장과 이에 따른 식민주의 그리고 영국의 백인남성들이 보여주는 유색인정에 대한 차별을 자신의 학문을 통해서 그리고 개인사를 통해 고백하듯 보여줍니다.

저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Abu Dabi)에서 인도출신 이민자의 딸로 출생했고, 약사와 의사인 부모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고, 영국에서 성장하고 영국시민권을 딴 경우입니다. 대학박물관에 몸담고 있지만 외지인으로 살아왔고, 피부색에 따른 차별을 늘 경험하고 살아온 겁니다.

따라서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의 백인남성위주의 세계관인 유럽중심주의(Eurocentrism)와 서구와 비서구의 차별과 더불어 비서구를 ’문명화되지 않은‘ 또는 ’야만적인(Barbarian) ‘지역을 자동적으로 해석해온 서구의 이분법적 사고의 폭력성을 드러냅니다.

이런 차별의 근거로 진화론( evolutionary theory)는 가장 우월한 백인종이 열등한 유색인종을 지배해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귀결되고 유럽제국주의자들의 식민통치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했습니다.

서구제국의 문화재 약탈의 논리도 위의 서구우월주의와 인종주의에 근거합니다. 영국의 경우 아프리카와 그리스 등의 문화재를 약탈해 대영박물관에 전시해 놓은 이유 중의 하나로 이들이 침략하거나 지배해온 국가의 ‘열등한’유색인종들은 자신들의 문화재를 관리할 능력이 없어 ‘우월한 문화선진국’인 영국에서 소장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대영박물관에서 보면, 소위 비서구 지역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의 정교하고 세련된 유물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할만큼 정교한 유물을 제작한 자들의 후손들이 자신들의 문화유산인 이 유물들을 관리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사실 상식적이지도 않고, 괘변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니 책의 부장 중 하나는 ‘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가 갖는 취약성입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와 근대 서두에서 출발한 ‘대의민두주의’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일반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가능하게 해서 모두에 의한 정치가 가능한 반면, 서구의 대의제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의 정치참여가 불가능하고 선거로 뽑힌 소수에 의한 통치가 제도화 된것으로 서구의 정치체제는 왕정에서 귀족정을 거쳐 대의제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소수에 의한 지배, 엘리트에 의한 과두적 지배( oligarchy)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것으로 예상과 달리 불평등과 차별은 서구사회에서 그 뿌리가 매우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세계를 움직인 열가지 프레임( 북하우스, 2024)‘로 번역출간되었습니다.

미국이 유럽에서 발을 빼려 하는 현재, 유럽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실존적 위협( Existential Threat)으로 느끼고 있지만 미국의
안보 우산이 사라지면 자신을 어떻게 방어할 지 의문인 시점입니다. 한 때 민주주의를 축으로 한 서구 자유주의가 승리했다고 들떠 있던 때가 30 여년 전입니다.

하지만 서구국가들이 독재국가라고, 덜 문명화된 나라라고 깔보며 무시하던 과거 공산국가들 못지 않게 대의제 민주국가의의 대표격인 미국도 영국도 소수의 엘리트 집단과 억만장자들이 정치권력을 독과점하는 과두지배체제 내지 금권정치체제(plutocracy )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종차별 과 젠더차별이 같이 따라옵니다.

최근 친위쿠데타가 일어난 한국도 검사출신 대통령을 국민들의 직접선거로 뽑았습니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에서 현직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킨 초유의 역사퇴행이 일어난 겁니다.

여기에는 주류 엘리트 집단인 고시출신 검찰과 행정부 고위관료들이 국민과 무관하게 자신들의 이익만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자원배분 과정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대통령과 결탁해 결국 헌정질서를 무너뜨려 전제정치로 나아가려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을 추종하는 친미적 근대화를 이룬 한국을 친미성향의 엘리트들이 민주주의와 별개로 스스로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데 동조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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