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이신 강명관 교수님의 팬입니다.

2025년 10월에 출간하신 ‘냉면의 역사’를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냉면은 짬뽕과 함께 제가 애정하는 음식이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문학을 공부하신분이기 때문에 한반도에 전래된 ‘국수’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고문헌의 기록을 설명하면서 글이 전개됩니다.

예전에는 ‘국수’와 ‘냉면’이라는 말이 서로 같은 뜻으로 쓰인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도 제삿상에는 국수가 오르지만, 이런 풍습은 아주 오랜 것으로 냉면이 제사상에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한편 냉면은 기술적인 면에서 국수틀로 국수를 눌러 만들 수 있었을 때 한번 그리고 근대 들어 국수를 누룰 수 있는 냉면기계가 발명된 후 또 한번 국수생산에 전환점을 맞습니다. 그 이전에는 칼국수처럼 반죽을 썰거나 바가지에 구멍을 뚫어 국수를 만드는 방법 말고 없었습니다.

원래 서북지방( 평안도 지방)에서 구하기 쉬운 메밀로 국수를 만들고 동치미 국물에 돼지고기 편육과 배를 얹어 만들어 겨울에 먹던 냉면은 이미 18세기부터 거리에서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고, 수요가 폭발하자 여름에도 만들어 먹게 됩니다.

여름에 동치미를 구할 수 없자 고기를 삶은 육수와 장국을 넣어 여름냉면을 만들게 됩니다.

근대들어 여름냉면은 하지만 식중독의 주범이 되는데 고기육수와 고명으로 얹은 돼지고기가 부패해서 이런 사고가 일어나고, 식중독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생기게 됩니다.

위생관념이 부족한 20세기 초에 벌어진 일로 냉면을 먹고 식중독으로 유명을 달리하다니 너무 웃프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자께서 후기에 적어놓으신 걸 보니 이미 이 책이전에 냉면에 대한 책이 여러권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저는 본적이 없어 소개하고 싶습니다.


냉면관련:

냉면열전, 백헌석 최혜림 지음 (인물과사상사,2014)
서울을 먹다, 황교익 정은숙지음( 따비,2013)
평양냉면, 김남천 백석 최재영 외 지음(가갸날,2018)

냉면이외에 20세기 초 일제강점기 당시의 외식세태에 대해서는

경성맛집산책, 박현수 지음 (한겨레출판,2023)

를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강명관교수님의 전작인 아래의
책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균관과 반촌 그리고 백정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소상히 알 수 있었던 조선시대 사회사책으로 재미있습니다. 읽고 나면 창경궁과 명륜동 지역이 달리 보이게 됩니다.

노비와 쇠고기:성균관과반촌의조선사,,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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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산사 - 10년 차 디자이너가 펜으로 지은 숲속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방
윤설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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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현직 디자이너인 저자가 주말마다 다녔던 산사(山寺)를 다니면서 느꼈던 것을 기록한 에세이입니다.

감각적인 펜그림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소개하는 7개 절집에 대한 답사코스와 함께 한국 고건축을 대표하는 절집들이 건축적으로 어떤 공간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소개하는 역할도 합니다.

특히 절집에 있는 부처와 보살상들이 불교에서 어떤 의미인지, 부처님과 보살들을 모신 전각의 이름이 어떻게 다른지 무슨 의미인지 알려줘서 불교와 불교건축을 모르는 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저자가 고른 7개의 절집은 잘 알려진 곳보다는 저자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 곳을 뽑았고, 제가 이 중 가보고 싶은 곳은 서울에 있는 봉은사(奉恩寺)와 양평의 수종사(水鐘寺) 두곳입니다. 한곳은 도심 속 사찰이고 접근성이 좋아서, 그리고 한곳은 한강뷰를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특히 수종사는 이름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절집으로 어렸을 때 저는 아버지와 친척 어른분들과 은행나무로 유명한 경기도 양평근방의 용문사(龍門寺)에 갔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책에서 언급된 경북 영주의 부석사(浮石寺)와 안동의 병산서원(屛山書院)은 오래전 가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 근래 방송사 드라마 제작진이 기둥에 못질을 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던 곳이 병산서원(屛山書院)이기도 합니다.

자연과 어울려 자연의 일부로 건축물을 생각한 한국의 고건축을 절집을 예로 들어 설명한 점이 좋았습니다.

보통 답사기가 사진과 글로 이루어진 것에 반해 저자가 그린 팬화가 그 역할을 해서 책을 독특하게 만들었습니다.

부담스럽지 않지만 깊이있는 설명이 두드러지는 좋은 책이라고 봅니다. 책도 300쪽 정도라 읽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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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로드 - 김문호 사진집 눈빛사진가선 3
김문호 지음 / 눈빛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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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 사진가께서 2014년에 출간하신 사진집입니다.

‘온더로드(On the Road)’라는 사진집 제목처럼 한국의 여러 대도시에서의 삶 특히 길의 삶의 모습이 포착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공부하려고 사두었던 사진집을 12년이 지난 다음에야 보게 되었네요.

사진가 김문호님은 서론격인 ’사진사의 노트‘에서 밝히셨듯이 사진을 ’기록의 매체‘로 대하시는 분입니다.

인용하면,

나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에 대한 관심으로 작업을 해왔다 (p3)

하지만 나는 생각과 그 느낌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작위적인 노력은 하지 않았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철저히 현장에 있는 그대로 보고 채집하였다 (pp3-4)

인영에서 보시다시피 도시에서의 삶을 현장에서 진솔하게 ’기록‘하고’채집‘하는데 중점을 두고 사진을 찍어오신 겁니다.

19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사람으로서 지하철 안과 역사의 모습들 그리고 술자리와 유흥가 사진은 30여년 전으로 다시 되돌아가게 만듭니다.

지금 생가하면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했었고, 퇴근 후에 밤늦도록 술자리를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지리멸렬한 삶을 살아내던 일반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 사진집을 보면서 이 사진에 찍힌 1990년대가 어떤 시대였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본격적인 디지털시대가 태동하던 시점이었고,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계속 고속성장의 끝물을 타던 시기였습니다. 중진국에서 선진국이 되자고 하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오로지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가까운 과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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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초대하는 방법 - 기후위기 시대, 인간과 자연을 잇는 도시 건축 이야기
남상문 지음 / 현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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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이신 남상문님께서 2025년 펴내신 책입니다.

잡지 < 바람과 물>,< 건축과 사회>에 연재하셨던 글을 모아 책을 내셨습니다.

이 책은 서구에서 발전한 건축사조인 모더니즘 건축( Modern Architecture)과 이후 20세기 건축에 큰 영향을 미친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에 대한 소개를 합니다.

하지만 효율성과 경제성 그리고 건축기술을 중시하는 모더니즘 건축물들은 20세기를 풍미한 건축이 되었지만 건물의 냉난방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이유로 현재와 같은 기후위기 시대에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적 사상은 건축물에도 영향을 미쳐 각 가정의 집들이 단절되고 외부와 고립되었고, 고립된 공간의 온도조절을 위해 전기로 작동되는 냉난방 시설이 들어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생각했다면 굳이 공간을 고립시킬이유도 없었고, 공간이 고립되기 않았다면 자연채광과 통풍이 가능해 굳이 냉난방 설비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를 쓰면 자연훼손이 덜할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는데, 전기 생산은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아서 문제입니다.

전기를 발전하려면 발전기를 돌려야 하고 여전히 한국에서 전력생산은 석유를 태워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력과 풍력과 있지만 아직 생산량이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전기를 보존해서 쓸수 있는 배터리인데, 이것 역시 환경파괴를 동반합니다. 우선 주요 원재료인 리튬이나 니켈이 중금속으로 인체에 해로운 물질인데다, 이 광물들은 주산지가 특정국가 (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콩고)에 몰려있어 환경오염과 노동력 착취문제가 생깁니다.

전기가 사실상 지구상의 네트워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전기가 갑자기 끊긴다면 ‘재앙’이 일어나는 환경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블랙아웃(blackout)’이 일어나면 전기로 제어되는 모든 것이 멈춥니다. 교통도 통신망도 냉난방 시설도 모두 멈추는것이죠.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지진으로 원자로 냉각수 시설이 망가지자 원자로가 열폭주를 시작해 녹아내려가는 지옥같은 장면도 보았습니다.

아무튼 지나친 전기의존과 네트워크 의존은 대안을 생각해 점차 줄여가는 방향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시라는 공간은 또한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물들도 같이 사는 것이기에 이들과의 공존도 고려해야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도시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들이 도시와 그 주변으로 모여드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최근에는 늘 주위에 있던 쥐나 참새 비둘기 뿐만 아니라 좀 더 큰 동물들 예를 들어 멧돼지나 곰도 도시와 마을 주변에 출몰합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겨울에 겨울잠을 자지 않고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출몰해 주민들을 ’먹이감‘으로 인식해 습격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국에서도 아파트 단지에 배고픈 멧돼지들이 나타나 현관문을 부수는 등 난동을 피우다 사살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들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들이 살기위해 저지른 일들이니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발전을 지속할 수가 없고 뭔가 대안을 찿아야 합니다.

서울의 경우 한강의 재자연화를 통한 생태회복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주변의 산들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미 산림청이 지나치게 소나무만을 인공조림해서 대형산불을 경험한 만큼 산을 그대로 두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한강은 콘크리트로 덮혀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이고 재자연화가 되지 않으면 강수위가 계속 낮아져서 홍수 예방도, 뱃길 운항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옛날처럼 한강에 배를 띄우려면 우선 강변의 콘크리트부터 없애야 할겁니다.

끝으로 책에서 나오는 공간과 장소에 대해 언급하려고 합니다.

공간(space)은 건축용어로 물리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빈자리를 말합니다. 반면 장소(place)는 사람이 나를 둘러싼 환경에 관여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획득한 삶의 터전을 말합니다 (p147).

따라서 어떤 장소의 ‘상실’은 그곳에 살아온 이들의 ’삶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장소는 만들어지는 과정도 더디고 오래걸릴 뿐만 아니라 가격을 매길 수도 없습니다.

어려서 살던 집과 동네가 모두 사라져 상실감을 느끼는 것도, 일제시대때부터 있었던 익선동 카페골목의 오래된 좁은 골목을 보는 것도 모두 시간이 쌓인 흔적을 보기 때문입니다.

장소는 삶이 얽힌 일종의 생태계이기 때문에 모두 없애고 빌딩을 지어 팔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보존방안을 찿아야 합니다.

시간의 두께가 없었다면 요즘 핫플이라는 익선동도 을지로도 그리고 해방촌도 모두 생겨나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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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이론가이신 이영욱 사진가의 사진집입니다.

2015년 출간된 책으로 이 책의 사진들은 모두 익숙한 대상에 대한 ‘낯설음’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사진을 ‘기록’으로 생각하기보다 ‘예술’로 생각하시는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께서 ‘사진가의 노트’에서 밝히셨듯이, 이영욱 사진가께서는 현실의 ’재현‘으로서의 전통적인 사진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사진을 객관적인 재현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사진예술의 답이라고 보았다 (p4)

고 언급하십니다.

제가 본 이 사진집의 특징은 낯설음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거리와 공원, 놀이동산, 유원지의 사진을 스트레이트한 사진으로 찍었는데도 매우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전통적인 리얼리즘 사진에서 벗어나 일정부분 현대미술의 낯설게하기를 따라가는 느낌입니다.

이 사진집의 사진들은 또한 표제도 없이 그냥 이미지만 나열이 되어 있고 작가는 이 사진들이 1993년부터 5년간 한 작업들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해설에서 이영욱 사진가가 인천에서 활동하는 사진사라는 언급이 없었으면 사진의 촬영지가 인천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사진은 생경합니다.

사진은 확실히 흑백으로 재현되면 현실의 피사체보다 추상성이 강화됩니다.

저도 흑백촬영을 하면서 일상의 사물들이 사진 속에서 마치 다른 세계 속 판타지의 이미지로 재현되는 듯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컬러사진의 대명사로 색채재현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꽃이나 정물을 흑백으로 재현하면 그 이미지가 가장 비현실적이고 부유하는 듯 보입니다.

사진을 하면 생각하는 이미지는 카메라를 메고 거리를 방황(wandering)하듯 산책을 하며 산책을 하며 피사체를 유심히 관찰하며 셔터를 눌러대는 이미지일 것입니다.

이 사진집에는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도시에서의 산책과 연관하여 독일의 미디어철학자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그리고 사진에 대한 중요 에세이를 남긴 미국의 수잔 손탁(Susan Sontag)을 거론합니다.

이미지와 현대미디어환경의 예술을 생각할 때 한번씩 보아야 할 저자들인 건 분명합니다. 다만 SNS의 발달로 젊은 세대들의 스마트폰 과몰입이 심리적, 정서적, 교육적인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20세기 초 일방적인 매스미디어 환경을 전제로 한 논의들이라 조심스레 접근을 해야할 듯 합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사진과 산책을 주제로 한다면 저는 소설가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1934)>을 읽어보는 편이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진가들이 많은 사진을 남겼던 명동과 소공동 그리고 청계천과 광교 등이 소설의 배경으로 나오기 때문이고, 사진을 찍는 여정도 구보가 친구들을 만나러 경성거리를 돌아다니는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흑백의 스트레이트 사진으로 피사체를 매우 낯설게하는 방식으로 찍은 사진들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피사체를 프레임 안에 잘라 표현한 이미지가 재현을 벗어나 그 이상의 다른 이미지가 보여주는 낯섦음은 이 사진들이 사진과 현대회화의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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