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렇게 유명한 책을 이제서야 읽은 건 개인적으로 유감스럽다고 생각합니다.

2010년대 후반 젊은 직장인들 ( 주로 20대후반에서 30대로 보이는)의 회사생활과 사생활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이 처음 출간된 해가 2019년이니 COVID-19 팬데믹 직전의 한국의 직장생활을 그려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은 2020년 출간된 26쇄판으로 읽었습니다. 아무튼 인쇄횟수를 보니 엄청나게 인기를 끈 소설임은 분명합니다.


특히 표제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은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해서 글보다 영상을 먼저 접한 작품입니다.

작가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의 동명작품 ‘The Peasures and Sorrows of Work(2010)’에서 제목을 가져온 이 작품은 온라인 중고마켓 플랫폼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인 주인공이 너무나 멀쩡한 물건을 중고마켓에 내놓는 또 다른 주인공과 만나면서 이루어진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월급을 포인트로 받은 직원은 포인트로 물건을 구매해서 포인트를 현금화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겁니다.

회사 오너의 눈에 나서 포인트로 월급을 받게되는 황당한 상황은 우스운것이 아니라 기가막하고 폭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완전허구라면 웃고 지나가겠지만 현실에서 일어남직한 경우여서 씁쓸한거죠.

이 글이외에도 결혼 , 여행, 첫출근, 취업 등 젊은이들이 처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빼곡합니다.

일전에 장강명작가께서 ‘월급사실주의’를 추구하신다고 했는데 그 사조에 딱 맞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정갈하고 세련되게 쓰였지만 현실을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묘사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가 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소설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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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연대기 - 잊힌 시간 형태의 기록
이창익 지음 / 테오리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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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자 이창익 교수의 ‘시간형태의 역사’입니다. 2025년 1월에 출간된 책이니 나온지 2달정도 밖에 안된 신간입니다.

종교학자이신 저자가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저술하신게 의외였는데 이미 박사학위논문으로 조선시대 ‘달력’에 대해 저술하신 적이 있더군요.

이책의 5장 ‘달력의 연대기’가 저자의 박사논문을 기반으로 한 부분입니다.

서론에서 저자는 5장의 앞의 4장은 달력을 연구하다 파생된 여러 다른형태의 시간을 나타내는 사물들을 추가적으로 파헤치다보니 부가된 ’각주‘라고 설명하셨습니다. 부가된 장들이 5장을 초과해서 책이 쪽수가 자그마치 714쪽에 달하게 됩니다.

조선시대 물시계를 기반으로 종으로 시간을 알렸고, 일제가 들어온 이후 정오마다 오포라는 대포를 쏴서 시간을 알리고, 전기가 들어온 이후 싸이렌과 전기시계 등으로 시간을 알리게 됩니다.

전기가 들어온 이후 라디오 방송이 시작되고 이후라디오 시보를 따러 사람들이 시간을 맞추게 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시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일하고 쉬는 시간을 일관적으로 유지해 식민권력이 신체를 통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학교, 공장, 군대 등 근대의 모든 조직에서 시간에 따라 구성원들을 통제하기 쉽고 자본과 기득권층의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일제는 계속 자금을 투자해서 규율을 만들어갑니다.

군대에서 오포를 쏘아 시간을 알리다 시계가 도입되고 전기시계가 나오면서, 새로 신축되는 근대건축물인 기차역, 교회, 백화점, 관공서에 시계를 부착하고 시계탑이 등장합니다.

오포와 싸이렌의 경우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리는 시보(時報)의 기능을 처음에 담당했지만 이후 일제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을 벌이면서 시보의 성격과 함께 경보(警報)위 성격이 혼재되기 시작합니다.

라디오방송의 경우도 처음엔 시간을 맞추는 시보용도로 사용되다 전쟁이 시작되고 인원동원이 강제되면서 ‘라디오 체조’라는 동원기재가 시작되고, 이후 국민체조, 한국신민의 서사, 기미가요 제창, 궁성요배, 신사참배에 조선인들을 동웒합니다.

달력에 대한 마지막 장은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기본적으로 천문역법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도, 달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조선시대 전통달력은 길흉화복을 나타내는 방위에 대한 공간개념과 길일과 흉일에 대한 역주도 붙어있어 흔히 생각하는 달럭과 너무나 다른 모습입니다.

갑오개혁이후 갑작스럽게 실시된 양력의 채용은 엘리트들이 일방적으로 시행한 위로부터의 제도개혁이었으며, 일반 백성들은 받아들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제사일이나 농사와 관련된 절기는 모두 음력으로 알려져 있어서 양력역서애도 음력이 부가되는 경우가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조선도 일본도 양력과 음력이 부기되어 합본된 기간이 약 40여년에 달합니다.

축일의 경우 양력화가 어느정도 이루어졌지만 제사일의 경우는 음력이 주를 이룬체 끝내 바뀌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계절의 중요 절기(節氣)는 음력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건 양력과 음력의 이중적인 시간체계가 아직도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의미에서 양력은 아직도 완전히 정착이 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서양중심의 양력으로 표기된 달력과 누구나 흔하게 보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계가 사실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 서서히 일상을 파고 들었고 이런 사물의 침투와 함께 ‘시간의 일원화’ 역시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었습니다. 식민권력과 자본은 시간의 통제를 통해 얻는 이익이 상당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에 갇혀 올싹달싹 못하는 불쌍한 찰리 채플힌의 모던타임즈(1936)속의 모습이 단순히 코미디로만 보이지 않는 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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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tain Alone : The Path from Suez to Brexit (Paperback, Main)
Philip Stephens / Faber & Faber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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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제가 아는한 아직 한국에 소개된 적도 번역된 적도 없는 책입니다. 페이퍼백이 2022년 출간되었으니 좀 오래된 책이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가자 전쟁, 트럼프 2기 출범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소위 특수한 관계( Special Relationship)으로 알려진 영미관계의 부침과정과 영국과 EU와의 관계를 추적하는데는 도움을 줍니다.

저자 필립 스테판스 ( Philip Stephens)는 영국의 보수 신문이 Financial Times(FT)의 정치면을 책임지는 기자입니다 (Chief Political Commentator). 총 12장과 저자후기( afterword)까지 본문 426쪽에 이릅니다.

저자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책은 영국 주류 보수입장에서 영국의 국력과 영국정치, 그리고 영국과 미국 그리고 유럽과의 관계를 추적합니다.

내용을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느끼지 않지만, 반복적으로 나오는 구절들의 의미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현재까지도 이어져오고 있고, 브렉시트(BREXIT)를 단행한 영국 파워엘리트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듯 하기 때문입니다.

첫번째는 ‘제국’입니다. 영국의 주류엘리트들은 영국이 과거에 세계를 지배하던 제국이었다는 사실에 집착하고 이에 따라 현재 영국의 위상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국의 처칠수상이 미국의 루즈벨트, 소련의 스탈린과 함께 Big Three로서 전후질서확립에 기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처칠은 철저한 제국주의자였고, 영국의 지배엘리트 계급은 아직도 제국으로서의 영국을 잊지 못하고, 영국이 세계질서확립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향수(Nostalgia)’입니다. 즉 영국의 지배엘리트들은 과거의 화려했던 제국으로서의 영국에 대한 향수에 빠져있고, 니 때문에 국제관계를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특히 보수(Tory)당의 의원들의 경우 과거에 대한 향수가 심하고 이는 영국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우를 범합니다. 최근 영국정치를 뒤흔든 영국의 EU탈퇴( BREXIT)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세번째는 ’영국 예외주의( British Exceptionalism)’입니다. 한마디로 영국이 제일 잘나고 우위에 있는 문명국이라는 입장입니다. 영국인 특히 영국지배엘리트 계급의
오만(Arrogance)으로 보아도 무방한 표현입니다.

유사한 미국산으로 고립주의(isolationism)가 있습니다. 자원이 풍부한 미국은 다른나라와 교류 필요없이 혼자서도 잘 살수 있다는 입장으로 미국은 사실 20세기 들어와서도 이 입장을 고수한 적이 많았습니다. 미국이 두 세계대전에 참전을 꺼려했던 배경도 바로 이 고립주의입니다.

문제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영국 예외주의에 따라 영국이 유럽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현실적으로 세계를 선도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유럽과의 관계가 단절된 영국은 미국에 더 밀착할 것이고, 전략적 가치가 떨어진 영국을 미국이 달가와 할 일이 없기 때문이죠.

미국관련해서 미국과의 ‘특수관계(Special Relationship)’도 주목할 용어입니다. 영국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이후 미국과의 ’특수관계‘를 지렛대로 유럽에서 발언권의 우위를 점해왔고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특수한 관계의 이면에는 미국이 유럽의 방위를 책임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있고 미국은 유럽에 핵우산 뿐만 아니라 방공망과 각종군사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1945년 이후 종전체제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영국은 이후 국방예산을 지속적으로 삭감해 영국의 상징이던 해군의 군함의 수도 줄이고, 전투기의 숫자도 줄어들고 병력역시 줄어든 중간정도의 국가가 되버렸습니다.

미군의 지원이 없이는 단독해외파병이 불가능한 국가가 된겁니다.

유럽의 자체방위능력 문제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나토에서 빠지겠다고 하고 유럽방위는 유럽국가가 책임지라고 하면서 발등의 불이 된 상황입니다.

러시아 푸틴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시 이미 위협을 느끼던 유럽국가들은 미국이 러시아 편을 들고 유럽에 대해 자체방위를 요구하는 상황에 직면하여 존재론적 위험( existential risk)을 느끼는 상황입니다.

거칠게나마 책에서 저자가 여러번 언급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영국의 문제는 영국의 지배엘리트들이 ‘대영제국’의 향수에 이끌려 현재 영국의 처지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특수관계’라는 미명하에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자체국방력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 된 겁니다.

전후 영연방국가들이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영국을 이전처럼 따를 것이라는 착각도 영국의 국력축소에 한몫했을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영국파워엘리트들의 무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BREXIT 당시의 수상이던 테레사 메이나 그녀의 뒤를 이는 보리스 존슨에 대해 저자는 영국의 공무원들이 수차례 조언을 해도 듣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고 스스로의 세계에서 환상속에 사는 것 같다는 언급을 합니다. 저는 이런 모습이 ‘무능’의 일면이라고 봅니다.
에를 든 두 사람 모두 옥스포드를 나온 사람들이지만 무능한겁니다.

비행기로 14시간을 날아가야 닿는 먼 나라이고, 솔직히 한국에서 영국에 관심을 갖는 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영미권의 중요한 두축을 이루는 나라이고 의회민주주의의 발상지라는 의미를 가진 나라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한국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동맹국이라면, 영국은 미국과의 특수관계를 유지한 유럽의 중견국가로서의 위상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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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도에 발간된 이책을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읽기 시작해 얼마전 완독했습니다. 출간된지 53년된 책이고, 어투도 고루한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인류학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선구적인 여성 인류학자로 알려진 마가렛 미드가 직접 쓴 자서전(Autobiography)입니다.

자서전이나 평전같은 분야의 책들이 별로 나오지 않고, 나와도 자화자찬(自畫自讚) 일색인 현실에서 그나마 영미권은 양도 많고 다양한 책들이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특히 평전분야는 사계의 전문가들이 연구서로 집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더 객관적이고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연구자가 한 개인의 일생을 재구성해냅니다.

이글을 쓰기 위해 잠시 검색을 해보니 ‘마가렛 미드’라는 인류학자의 저서는 한국어 번역본이 전혀 없고, 그녀의 평전에 대한 번역서와 어린이용 위인전 등에 이름이 나옵니다.

아무튼 인류학( Anthropology)이라는 학문이 한국에서는 생소하긴 합니다.

19세기 제국주의 시대 유럽에서 서구이외의 사회를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문이기도 하고 다른 학문분파인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보다 방법론이 생소하기도 합니다.

이 유명한 여성 인류학자는 그야말로 20세기 초에 태어나 1978년까지 살다 돌아가신 분입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프란츠 보아 ( Franz Boas)밑에서 공부하고 같은학교의 여성학자인 루트 베네딕트 (Ruth Benedict) 와 교류했던 학자입니다.

1920년대 당시 사모아(Samoa)에서 사춘기의 소녀들을 관찰해 쓴 연구로 이름을 얻은 그녀는 이후 뉴기니아 (New Guinea) 와 인도네시아(Indonesia) 발리 ( Bali) 에서 관찰연구를 수행했습니다.

현장연구( The Field Study)에 사진과 영상을 이용해 부족사회를 기록한 선구자로 꼽힙니다. 서태평양의 원시사회를 관찰 연구할 때 항상 남성학자들과 함께 했는데, 현장연구를 떠나기 전에 한번 결혼한 것을 포함해 연구 파트너들과 두번을 포함해, 총 세번 결혼하고 세번 이혼한 분입니다.

물론 개인사보다 주로 본인의 현장연구와 세번째 결혼에서 태어난 외동딸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근간을 이룹니다.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한 학자로 컬럼비아 대학에서는 비상근 교수로 일했고 이후 로드아일랜드 대학에서 교수로 일했으며, 오랜기간 미국의 자연사박물관(the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에서 오랫동안 큐레이터로 일했습니다.

원시사회의 성과 기질 (Temperament)을 연구했고, 인류학 이외에 심리학도 공부하신 분입니다. 이분이 심리학으로 시작해 프로이트와 같은 학자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Coming of Age in Samoa, Margaret Mead (William Morrow,2001)

Sex and Temperament In Three Primitive Societies, Margaret Mead (Harper Perennial,2001)

1972년에 발매된 이 책은 구하기 쉽지 않겠지만 위에 소개한 저자의 책들은 아직도 출판이 되는 책들입니다. 50여년 전 세상을 뜬 학자의 책이 2000년대에도 발간된다는 건 아직도 책을 구하는 수요가 있다는 말이니 기회가 된다면 일독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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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재생 이야기
김정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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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도심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낙후된 도심을 재생하는 도심재생사업은 사실 관심밖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일어난 도심재개발사업이 대체로 기존의 건물을 흔적도 없이 때려부수고, 완전히 새로운 건물과 도시구역을 만드는 식으로 진행되어 그 ‘ 폭력성’으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존의 원주민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존 건축물의 보수나 개선방향은 생각하지 않은체 오로지 돈만 바라보고 사업을 진행하는 후진적인 사업방식만 봐와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책의 10가지 사례는 영국런던의 지방정부와 영국정부, 그리고 민간 건축회사와 지역공동체가 어떻게 숙의를 거치며 점진적으로 도심의 낙후된 산업시설과 슬럼가를 정비하면서 과거의 산업유산인 근대건축물들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도심재생사업을 진행해왔는지 보여줍니다.

30여년전 런던을 방문했을 때 템즈강 남쪽의 낙후된 우범지대에 대한 경고를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책에는 버려진 화력발전소를 리노베이션해서 세계최고의 현대미술관으로 바꾼 테이트 모던 ( Tate Modern)의 사례가 나옵니다.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 ( The National Gallery)와 함께 영국의 주요 미술관으로 짧은 시간에 도달한 테이트 모던은 지역의 경제활성화의 신호탄이 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테이트 모던과 영국을 상징하는 세인트 폴 대성당 (St. Paul Cathedral)을 잊는 보행자전용 다리인 밀레니엄 브리지 (Millennium Bridge)는 발전된 런던북부와 남부가 연결된 것입니다.

2003년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로맨스 영화인 Love Actually (2003)에서 본 밀레니엄 브리지와 세인트 폴 성당의 모습이 제가 본 21세기 런던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17세기 런던대화재이후 석조로 건축된 유서깊은 대성당과 버려진 화력발전소를 리노베이션한 현대미술관과 보행전용 다리를 만들어 연결한다는 발상은 지금봐도 매우 신선합니다.

그외 인상적인 사례는 런던의 교통요지인 킹스 크로스역 (King’s Cross Station)의 재생계획입니다. 런던도심 한가운데에서 북부 영국과 연결되는 교통요지인 이곳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경제가 쇠락하고 방치되어 주변의 철도관리시설과 가스시설과 창고가 방치되어 도심 속 우범지대로 남았던 곳입니다. 하지만 재생계획이 발표된 이후 킹스 크로스역과 함께 위치한 세인트 판크라스역 (St. Pancras Station)은 역사와 함께 있던 19세기 호텔을 리노베이션해 고급호텔로 재개관하고 역사를 이모델링해 영국에서 유럽대륙으로 나가는 전용 철도역이 되었고, 오래된 킹스크로스역 또한 리노베이션해 영국 북부지방을 있는 역할을 계속했습니다. 주변의 창고와 물품하역장도 리노베이션해서 각종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고, 창고 주변의 리젠트 운하 (Regent Canal)의 수변녹지와 연계해 휴식공간을 제공하게 힌 것입니다.

런던 도심 한복판에 운하 물길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관련자료를 보면 전혀 대도시답지 않는 모습이 매우 놀랍습니다.

이 책에 나온 사례들은 한가지 사례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건출물과 지역일대를 모두 부수는 무지막지한 사례는 없습니다.

오래된 건물의 역사성을 인정하고 보전을 우선시하고 개발허가가 나더라도 건물외형을 보존하고 약간의 변형만 필요에 의해 진행할 뿐이고, 대신 내부는 현대생활에 걸맞게 대대적으로 수리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시간이 오래걸려도 도심재생과 오래된 건물의 리노베이션은 이런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을 생각해 보십시오. 1970년 개발을 상징하던 삼일빌딩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일제시대 한국인 사업가가 만들었던 화신백화점도 사라졌습니다.

서울역은 그나마 원형이 보존되고 있지만 2000년대 초까지 있었던 용산역도 흔적이 없어졌습니다. 1960-1980년대, 즉 개발년대를 상징하는 현대건축물 중 남아있는게 얼마나 있나요? 조선시대 궁궐이나 전근대적인 건축물만 가치가 있고, 일제시대 일반 건물 들, 적산가옥이나 공장건물, 그리고 개발년대의 건물들은 가치가 없다며 싹 밀어버렸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종로 1가의 명물이었던 피맛골 골목을 밀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빌딩을 지어 경관을 청진동 일대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서울이 다른 외국도시들에 비해 편리한 첨단도시인 건 분명하지만 도심재개발 방식이나 건물 리노베이션 방식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는 눈에 보여야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여야 할 건물들을 철거하고 완전히 새로운 건물로 대체하는 건 두가지 점에서 의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체로 친일에 부역한 과거를 가진 기득권층이 개발을 목적으로 증거를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둘째, 애초에 몰역사적이고 돈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건축물 리노베이션같은 더디고 돈 안되는 작업에 관심이 없는 것이죠.

제 추정이 틀리기를 바라지만 요새처럼 기득권층의 민낯을 마주하는 시기에는 이런 의심이 더 커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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