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전의 정치학, 우생학 - 강제 불임에서 나치의 대학살까지
김호연 지음 / 단비 / 2020년 9월
평점 :
한국의 정치지형이 포퓰리즘(populism)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ness)에 휘둘리면서 극우진영에서 차별( discrimination)이 당연시되고 능력주의(meritocracy)를 신성시하며 공정한 경쟁을 중요시하는 흐름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2020년 한양대에서 연구하시는 김호연 교수께서 강의록을 기반으로 출간하신 이 책은 차별의 생물학적 근거를 다루는 우생학(Eugenics)를 다루는 책입니다.
한국에서도 비백인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인종주의가 분명히 존재하고 상당히 심각할 정도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고, 이미 국제결혼으로 인종문제를 고려해야 하는데도 전문가들이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아직도 ‘단일민족’이라고 주장하고 현실을 도외시하는 경우가 상당한 것 같습니다.
특히 서구에서는 보수진영에서 차별과 불평등의 생물학적 근거로 사용된 우생학을 살펴보는 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생학은 우리가 알지못하는 사이 인구정책, 장애인 정책, 출산관련 보건 정책에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한국의 사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주로 영국, 미국, 독일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우생학의 시작은 영국입니다. 진화론을 주장한 다원(Charles Darwin)에서 기원한 생물의 진화를 다윈 자신이 인간의 경우에 이미 적용을 했었고,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튼 ( Francis Galton)이 최초로 우생학의 이론을 세웁니다.
19세기 산업화와 제국주의 팽창의 시기에 각종 사회문제의 출발이 인구의 질적향상에 있다고 본 우생학은 부르조아 엘리트 계급의 출산율이 낮은 반면 하층 노동자 계급의 출산율이 높은 사실은 사회전체의 노동생산성 저하를 가지고 온다고 봤습니다.
영국에서 우생학의 이런 기본적 주장은 주장으로서 끝나고 실제 법으로 입법화되지는 않았지만 19세기 남북전쟁이후 산업화를 진행하던 미국에서는 실제 이런 질이 좋지 않은 장애인, 알콜중독자, 정신병자 등에 대한 결혼을 금지하거나 앵글로색슨 백인종이 아닌 다른 인종의 이민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우생학은 기본적으로 백인종이 다른 인종에 비해 우월하고 표준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고, 미국에서는 미국이 특히 백인 WASP (White. Anglo Saxon Protestant)의 나라라는 인식이 강해 다른 백인들, 예를 들어 유태인이나 동유럽출신 백인들의 이민도 꺼렸고 심지어 중국의 경우 이민금지법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인종주의는 이처럼 백인을 최상위에 놓고 다른 인종들은 백인보다 열등하다는 주장인데 그 근거가 상당히 자의적이고,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지만 19세기 이래 21세기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일의 사례는 미국보다 우생학의 영향정도가 더 극단적입니다. 독일은 인종위생(Racial hygiene)이라는 이름으로 독일민족의 순수함을 강조하는 경향이 이미 19세기말부터 존재했는데, 독일사회가 영국이나 미국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독일인구의 생산성 증대에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 우월한 독일인과 다른 인종간의 잡혼은 안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독일제국시기와 바이마르 시기를 거쳐 히틀러의 나치 집권기를 거치며 독일의 ‘아리안 민족 순수성’은 독일내의 장애인, 알콜중독자 등 사회부적격자의 불임수술과 안락사유도를 통한 학살로 이어졌고, 이후 유태인 대량학살(The Holocaust)로 이어졌습니다.
독일 나치의 유태인 대량학살은 현재까지 우생학과 인종주의가 촉발한 역사상 최악의 대량학살의 사례로 거론됩니다.
이 책은 뒤에 흥미로운 자료를 싣고 있는데 바로 영어권에서 연구된 우생학 관련 서지자료입니다. 진화론에서 출발해 최적자생존을 당연시하던 생각은 적격자와 부적격자를 나누는 차별을 당연한 자연법칙으로 여겼고, 특히 이런 생각은 자본가와 보수적 부르조아 계급의 재산증식과 불평등을 정당화시키는 근거로 작용해 왔습니다.
이런 생각은 서구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자본가 계급에서는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봅니다.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건 최근의 이스라엘-가자전쟁과 현재 벌어지는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인해 유태인들이 반유대주의( anti-semitism)와 그로인한 독일의 유태인 대량학살(The Holocaust)를 자신들만의 불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입니다.
미국의 시오니스트 유태인 백만장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네탄야후 총리는 사실상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살시켰습니다.
작년 미국 대학가를 달구었던 반 이스라엘 시위대는 사실상 이스라엘이 가자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청소( ethnic cleansing)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독일이 유태인을 인정청소했던 것처럼 유태인들도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청소 한 겁니다.
이런평가는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의 유태인학자들의 비판입니다. 이런 학살극을 보고 충격받은 유태인 대학생들이 콜럼비아를 비롯한 여러대학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인것도 같은 맥락에서 입니다.
가자지구 병원에 폭탄을 떨어뜨린 이스라엘이 이번엔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아 병원이 폭격당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전쟁범죄라고 노발대발하는데 본인들이 가자에서 병원을 폭격한 일은 거론하지 않습니다.
이번 이스라엘-이란전쟁을 보면 서구와 결탁한 이스라엘이 중동의 강국 이란과 끝장을 보려하는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이 서구가 중동에 심어놓은 위성국가같은 존재인데 그 지역에서 살아온 팔레스타인인들과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인 이란을 짓밟고 민주주의와 서구식 시스템을 이식하려는 것을 보면 서구의 제국주의가 아직 시퍼렇게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