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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말들 - 차별에서 고통까지, “어쩌라고”가 삼킨 것들
오찬호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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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회학자이신 오찬호 작가가 본 한국사회의 ‘소통’의 문제에 대한 책입니다.

‘맥락(context)’을 고려하지 않는 용어의 ’오용(abuse)’ 이 불러온 불통과 비판부재의 상황이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이고, 이 현상이 대결적 정치구도와 맞물려 한국정치의 대결구도를 더 악화시킵니다.

책제목인 ‘납작한 말들’이란 맥락이 제거된 체 잘못 사용되거나 오용된 말들을 뜻합니다.

이책에도 언급된 ‘국민저항권’이라는 말은 잘못 사용된 대표적인 경우인데 소위 ‘보수청년’들이라는 ‘윤석열 지지자’들이 서울 서부지방법원으로 몰려가 청사를 파괴하고 윤석열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를 붙잡으려는 ‘난동’을 부릴때 개신교 목사인 전광훈씨가 주장했던 내용입니다(p240) 언론을 통해 이 내용을 접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던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국민저항권이라는 말이 사용되어온 역사맥락을 모른 체, 혹은 일부러 제거한체 오용을 부추기는 주로 보수진영 평론가나 패널들이 문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 이유도 자기 진영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자유’라는 이름아래 추진되었던 괴랄한 정책들이 소개되는데, 그 중하나가 대선후보였던 극우 정치인 이준석의 ’지역별 최저임금제도‘입니다. ’최저임금‘이 임금으로 생활할 수 있는 최저선이라는 의미를 망각 혹은 일부러 배제한체, 지역과 업종에 따라 차등지급하겠다는 무려 ’대선공약‘입니다. 이준석이라는 자칭 엘리트 정치인은 차별이 사라져야 할 사회에 지역별 업종별로 ’더욱더 차별‘을 하겠다는 반사회적 발상을 들고 나온 점입니다.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은’여성혐오‘를 기반으로 정치를 시작한 이고 지금은 탄핵된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도 일정한 공이 있는 정치인인데, 차별을 당연시하는 매우 반민주적인 정책을 태연히 내놓습니다. 정치인이라면 사회의 불평등 해소 방안을 찿아야 할텐데 이 극우 정치인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이 ‘일관되게 초법적이고 반사회적이다’라고 지적을 하셨는데 동감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정치인이 지금의 청년세대를 대표할 아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정치인이지만 정치수법이 너무 고루하고 보수정당의 악습만 배운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어처구니가 없던 ‘더 일할 자유’를 주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정책에 대한 글에 대한 것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주120시간 노동‘발언을 해 논란을 자초했고, ’최저임금 이하의 노동자들의 일할 자유‘를 주장하며 황당함을 가중시켰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발상을 하고 발표할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이 검사출신 대통령은 엘리트의식에 쩔어서 노동자들은 그냥 개돼지같은 버러지로 본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나올 수 없는 발언입니다. 저자는 윤 전대통령의 주120 시간 노동발언이 산업혁명초기 영국의 공장노동자들보다 더 많은 노동시간이라고 평가했으며 그의 노동정책이 ’황당하다’고 하셨습니다. 경제를 모르는 것도 알겠고 노동자들이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 것도 알겠는데 이런 황당한 정책은 윤대통령을 포함한 파워엘리트들이 세상을 얼마나 ‘그들이 사는 세상’과 ‘저 밑의 것들이 사는 세상’으로 나누어 보는지를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오찬호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어보았는데 소통이 되지 않는 세상에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이야기하고 정부의 사회/ 교육정책을 비판하시는데 힘드실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회제도의 역사적 기원을 알아야 이해를 할텐데, 한국은 전반적으로 역사교육을 너무 등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라고 하는 것이 한국사 세계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사, 건축사, 도시사, 물리학사, 생물학사 등 각 분과 학문별로 있을텐데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기 않아서 교육을 안하고 그래서 역사적 시각이 결여된 사람들이 맥락없이 말을 하고 말의 오용이 심화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에서 맥락은 지식의 거의 모든것과 같은 것인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그래서 기술자가 중요한만큼 기술철학자와 기술사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은 너무 기술자 위주가 아닌지 되돌아볼 때인 것 같습니다.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현상도 지금 일어나는 현상 자체만 분석하는 건 반쪽분석이며 반드시 맥락을 고려하고, 왜 그런 현상이 생기는 지 역사적 연원을 찿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쓸데없는 사학과는 없애자는 주장을 들으면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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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샷 뒤의 여자들 - 피드 안팎에서 마주한 얼굴
김지효 지음 / 오월의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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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집어든 책입니다.
그리고 요새 젊은 여성들이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읽었습니다.

고백부터 하자면 사실 인스타그램이라는 SNS는 저에게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매체라서 20-30대 여성들이 ‘인생샷’이라는 스타일의 사진을 올리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남성입장에서 낯선 이런 시간투자는 한편 젊은 여성들에게 ‘외모’가 무시못할 자산이고 한편으로 사회생활의 방편이면서 성차별을 보여주는 기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당혹스러웠습니다.

어플로 보정된 사진이 자신의 또다른 ‘디지털 자아’를 대변한다는 인식도 그렇고 예전과 다르게 가족들만이 보는 전통적 사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전시’한다는 인식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책의 상당부분이 인생샷과 관련된 다양한 여성들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 경험상 인터뷰를 통한 연구가 생각보다 품이 많이들고 어렵습니다.

2010년대 이후의 새로운 사회현상이고, 사진 자체도 소위 ‘인스타그래머블’해지고 카페들도 이에 맞춰 인테리어를 바꾸는 마당이니 아마 인스타그램 인생샷의 경우 인터뷰말고 다른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웠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사회와 도시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이책에서 논의된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민감한 주제이고 섣부를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끝으로 책에 대해 소개를 덧붙이면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책으로 본문 329쪽입니다. 저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기반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역사와 정치, 경제관련서를 많이 읽는 입장에서 보면 확실히 여성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보려면 별도로 여성에 대한 책이나 인류학 관련 책을 찿아야 봐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책의 여성주의 입장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여성들이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사회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았으면 합니다. 결국 자연스럽게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아서 생긴 일일 수 있다고 봅니다.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고 나의 어머니도 나의 딸도 여성이라고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삶이 결국 여성들이 지향하는 삶이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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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에서 빈곤을 연구하시는 인류학자 조문영 교수의 책입니다. 총 9장으로 본문 398쪽인 이 연구서는 저자의 지난 20여년간의 빈곤 연구의 중간결산 같은 성격의 책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 들어가서 관찰하고 인터뷰한 연구로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취약계층에 대한 관찰기이기도 합니다.

보통 빈곤과 불평등 문제는 사회학이나 경제학 영역에서 다루어지기 때문에 인류학자가 빈곤의 현장에서 빈곤의 역사성과 관계성에 주목해 빈곤문제를 잘 설명해 준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의존(dependency)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통념에 맞서 사실 이 세상의 누구도 상대방에 대한 의존없이 살기 힘들다는 지극한 명제를 상기시켜주는 대목은 인상적이었습니다(p64).

개인이 가족에 의존하거나 속한 공동체에 의존하는 건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경제개발이 시작된 한국에서 스스로 살수 없는 사람들을 무능력하다고 ‘낙인(烙印)을 찍고 경멸해 온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마지막 9장은 코로나 19 팬데믹과 기후위기로 서구의 학자들이 개념화하기 시작한 인류세 (Anthropocene, 人類世)시대에서의 빈곤에 대한 담론으로 단순히 인간사이에서의 빈곤 뿐만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사이의 관계를 인식하는 새로운 주장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빈곤활동가들이 현장에서 같이 살며 삶을 살아가는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계몽이 아니라 활동가들이 사회의
일부에서 그 변화를 일으키고 스스로도 변해가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해봅니다.

경제현상과 경제정책의 역사, 정부와 정치의 역할, 민주주의가 어떻게 왜곡되어왔는지, 디지털 생태계가 사회와 경제구조를 어떻게 바꿔왔는지에 주로 주목을 한 반면 최근에 읽은 빈곤에 대한 이 책과 대한민국 초기 정치적 혼란으로 국내에서 난민으로서 삶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한국에서의 난민 을 다룬 연구서 , <난민, 경계의 삶, 역사비평사,2023>은 먹고 사는 문제와 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정치권력의 통치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 책으로 생각합니다.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은 생각보다 매우 가까이 있는 분야고 둘다 사회구성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밀접한 분야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사회정책을 너무 등한시하는 건 국가에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세금 낸 만큼 국가가 국민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특히 인류학(anthropology)은 서구의 제국주의자들이 식민지 경영을 위한 통치방식의 하나로 비서구사회를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온 서구학문인데, 그 방법론을 가지고 한국사회의 복지구조와 관료와 복지수급의 관계를 살핀다던지, 중국 선전(Shenzhen深圳)의 폭스콘 노동자의 삶을 추적해 노동자로서의 삶이 어떠한지를 보여줍니다.

중국에 관심이 많은 독자로서 그리고 저자 자신도 중국학을 하는 정체성이 있어서 그런지 옆나라 중국의 사회에 대한 글은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라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중국 하얼빈(哈尔滨)을 배경으로 하얼빈에 자리잡은 여러 한국인들의 다양한 삶의 양태와 중국과 한국의 수교이후 한국에서 돈을 벌어 신흥 부자가 된 소위 ’신조선족‘의 관계는 우리가 흔히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조선족‘의 이미지와 매우 달라 매우 전복적입니다. 영화에서 보던 거친 조선족이 아니라 중국인으로서 하얼빈에 새로정착한 ‘찌질한’한국인의 서사가 소개됩니다. 이런 개별적 사례는 조선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에 대한 선입견을 무너뜨립니다.

연구서이고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학자들의 빈곤담론과 인류학자들의 연구인용(citation)으로 가볍게 읽기는 분명 어려운 책입니다. 하지만 사회를 접근하는 다양한 시각을 보고 인류학자들이 심층인터뷰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는지를 볼 수 있는 좋은 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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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PD 인 이욱정씨가 본인이 만든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쓴 책입니다.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음식전문 PD 답게 중요한 식재료 중 하나인 닭에 대해 인류학적 접근으로 풀어쓴 책입니다.

유튜브에 보면 이 책의 기반이 된 다큐멘터리 영상이 있으니 책과 같이 보아도 좋을 듯 합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역시 관심때문입니다. 프라이드 치킨과 오븐에 구운 닭은 저 자신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이기도 하고 오래전 인도에서 먹은 탄두리 치킨의 맛을 다시 생각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인류학을 공부한 방송인이 만든 책이라 음식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글로 풀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딱 음식문화의 입문용으로 적당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래전 읽었던 미국의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 Marvin Harris)의 음식에 대한 금기에 대한 유물론적 해석이 언급되어 무척 반가웠습니다(p132).

한길사에서 오래전 번역된 마빈 해리스의 대표작 한권을 소개합니다.

마빈 해리스 지음, 서진영 옮김. 음식문화의 수수게끼 ( 한길사,1992)

한국의 근대 식문화와 관련해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주영하 교수님의 책도 재미있습니다. 민속학과 역사적 관점에서 아시아의 식생활을 추적하신 대표적인 학자이십니다.

중국서 공부하신 주교수께서 쓰신 책으로 오래전에 읽었던 중국인의 식생활에 대한 소책자인데, 얇지만 내용이 썩 괜찮았던 책입니다.

주영하 지음, 중국 중국인 중국음식 ( 책세상, 2000)

개인적으로 먹는 문제만큼 중요한 일이 세상에 없고 따라서 매일 접하는 일상의 음식에 대해 레시피뿐만 아니라 그
음식에 대한 의미와 기원을 따져보는 인문학적 탐구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바로 나 ( I am What I eat)라는 말처럼 음식은 한 개인의 정체성 ( identity)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 사회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입니다.

닭의 경우 다른 식재료인 소나 돼지보다 종교적 금기에서 자유롭고, 소나 돼지보다 쉽게 기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많이 대중화된 식재료여서 많이 먹는 고기입니다.

다음에는 식재료로서의 닭에 대한 이야기보다 한국의 치킨산업에 대한 책을 읽어볼 생각입니다.

한국에서 통닭이 치킨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일상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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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9-26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스타일이 본받을만 합니다.
 
김수영을 위하여 -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강신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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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끄러운 일이지만 시인 김수영 (金洙暎)에 관한 책을 처음 읽었습니다.

나이가 든 이후 문학작품보다 넌픽션을 더 많이 읽는 경향이 생긴 것도 변명이 되겠지만, 아무튼 이 대단한 시인에 대한 책을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철학자 강신주씨의 이 시인 김수영에 대한 책 ( 평전으로 봐야할지, 그의 시에 대한 해설로 봐야할 지 난감합니다, 사실)을 보고 어렷풋이 이 시인의 세계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제가 소개하는 이 책이 우선 ‘절판(絕版)‘된 책이라는 사실을 먼저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좋은 책이 겨우 10여년 만에 절판되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현재 이 책은 중고로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리는 방법 말고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글의 제목을 ’자유의 시인‘이라고 했는데, 이 책은 시를 통해 표출된 ‘자유주의 (Liberalism)’에 대한 책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자유’라는 말처럼 한국에서 오용(誤用)되고 잘못 사용되는 말은 없습니다.

제대로된 정통 보수 내지 중도 보수가 전무한 한국 사회에서 ‘자유’는 극우 전체주의자들의 전가의 보도(傳家 의 寶刀)처럼 남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수영이 말하는 자유는 개개인이 삶을 결정하는 의지이고 개개인이 다 각자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말로 개인주의 (individualism)이라고 봐도 됩니다.

개개인이 중요하니 개개인의 생각과 생활방식이 중요하고, 나의 생활방식이 중요하니 다른 이의 생각과 생활방식도 중요합니다. 이런 ‘개인’의 인식에서 ‘관용(tolerance)’이 나타나는 법입니다.

다른 이의 ‘비판’이나 ‘다른 의견’을 허용하지 않고 취재한 기자를 고발하거나,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는 정부는 결코 근대적 의미에서 ‘자유주의’정부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의견이 설사 반대 의견이라고 해도 대화할 수 있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의 ‘검찰정부’는 절대 그러지 못합니다.

강신주씨에 따르면 따라서 김수영의 ’자유‘는 근대적인 의미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김수영 시인은 그래서 ’자유의 시인‘으로 불리는 것이 맞지, 오해를 동반하는 모더니스트(Modernist) 시인이라는 호칭은 불명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50-60년대 친일에 부역한 서정주 시인이 ’순수문학‘을 온호한 사실이 자신의 과거를 가리기 위한 의도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삶과 동떨어진 체 형식미와 미의식만을 탐구하는 예술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지(無知)보다 위선(僞善)이 공동체 전체에 미치는 해악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조직 논리가 끼어들면 개인적인 자유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보수적인 차원에서 ‘공동의 이익’을 주장하는 것이나 사회주의자들이 ‘사회전체의 후생’을 위해 개인의 욕망이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나 모두 조직이 개인을 우선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인간의 자유의지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라는 것이지요.

저 개인적으로 김수영 시인이 놀라운 것은 시인이 처한 시대상황이었습니다.

시인의 주장이 민주화가 진행되고 개인의 가치를 자각하기 시작한 21세기가 아니라 한국전쟁이후 1950-1960년대 말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한국전쟁으로 북한 인민군에 징용당했고,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갖혀 있었고, 그의 시를 발표하던 시기는 이승민 독재시대, 4.19혁명, 5.16 군사 쿠데터, 그리고 박정희 군사독재 시대를 관통하던 때입니다.

무자비한 박정희 군사정권은 김수영 시인 같이 ‘개인의 절대적 자유와 주체성’을 주장하고 그런 시를 발표하는 시인과 대척점에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제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모든 것이 억압되던 시대가 박정희 군사독재 시대입니다.

서글퍼런 독재권력이 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도 김수영 시인이 ‘자유’를 외친 건 용기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참여문학을 하지 않는 소위 ‘부르조아’ 시인이었지만 개인이 사회나 공동체의 모든 것을 우선한다는 군대주의적 사고를 가진 지극히 상식적인 문학인이었기 때문에 홀로 자신희 길을 묵묵히 갔을 뿐입니다.

자유주의자이기는 하지만 반공주의자는 아닌 시인이어서 군사독재정권은 그가 못내 껄끄러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이 책은 김수영 시인의 평전이자 시 해설서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잘못 알려지고 온갖 오해를 받는 ‘자유’와 ‘자유주의’에 대한 명백한 개념과 실천적 삶의 양상을 관찰 수 있는 좋은 길잡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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