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황정은 작가의 책은 처음 읽었습니다.

출간된지 10년이나 된 소설을 이제야 읽었는데 내용을 떠나 문체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독서가 대부분 논픽션이나 역사, 경제 관련이다 보니 소설을 상대적으로 덜 읽게 되는데 적당한 길이에 간결하지만 힘있는 문체를 경험하게 된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각각의 소설들은 단문으로 현실을 묘사하고 대화를 이어가는데 군더더기가 없어 좋았습니다.

가장 인상깊은 글은 97페이지부터 시작되는 ‘오무사’ 입니다.
구도심의 사십여년 된 오래된 전자상가에서 전구를 팔고 있는 노인과 그 가게의 이미지가 손에 잡힐 듯 다가왔습니다:

전구를 판매하는 가게였으나 가게를 밝히는 전구라고는 벽에걸린 노랗고 푸른 알전구 다발뿐이었다.

빽빽하다.

라는 말을 사전에서 만든다면 아마 그런 광경일 것

이 틀림 없었다.

그야말로 빽빽하다.

라고 생각한 뒤엔 아무런 말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눈앞

이 빽빽했다

- p102


최근에 읽은 어떤 글보다 정확하고 명징한 묘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설의 무대가 구도심에 자리한 오래된 전자상가이고 서울시의 재개발 계획에 따라 그 장소의 역사적 두께와 지층이 같이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은 처연하기도 하고 ‘개발’의 이름으로 역사와 삶을 밀어버리는 무식한 짓을 군사독재자가 죽은지 40여년이 지나도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좋아하는 냉면집이 있는 을지로의 파헤쳐진 공사장이 생각났고, 소설에 묘사된 전자상가를 보며 종로의 낙원상가와 세운상가가 겹쳐보이기도 했습니다.

읽어보니 독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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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황두진 건축가가 제안하는 대안 건축 유형으로 매스컴에서 소개해 화제가 되었던 ‘무지개떡 건축 ‘ 유형에 대한 일종의 이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론서라고 언급한 이유는 이 책이 ‘무지개떡 건축 ‘이라는 대안적 건축 유형에 대한 개념과 그 대안을 제시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무지개떡 건축’이란 주상복합 건축의 한 유형으로 저층, 중층, 상층부에 각각 다른 용도의 기능을 넣는 방식의 건축 방식을 말합니다. 복합이라는 개념은 주거와 짝을 이루는 다른 기능, 즉 상업 기능이나 공공시설 같은 가능이 한 건축물 안에 공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상주인구와 유동인구를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고 대부분 저층부에 위치한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상업 시설을 통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현재 단일 용도로 구획지어진 현재 서울의 도시 형태는 결국 도시의 팽창 ( urban sprawl)을 유발해 도시 주변의 환경을 파괴하고 이런 수평적 팽창으로 에너지 비효율과 교통비용 증가, 그리고 출퇴근 시간의 증가로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서울의 도시형태를 바꾸기 위해 본격적 주상복합건축물인 무지개떡 건축을 통해 도시의 밀도를 높이고 수평적 팽창이 아닌 수직적 팽창을 통해 적은 대지를 사용해 결국 환경을 보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때로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이 편견일 수도 있고 사실( fact) 와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책들이 역사적 관점에서 서울이 어떻게 ‘수평적 팽창’- 강남으로 잠실로 그리고 목동과 상계동으로-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서울이 어떻게 세계에서 유래를 찿을 수 없이 빠르게 도시화되면서 ‘아파트 숲’이 되었는지의 과정을 보여준 것이라면, 이 책은 서울의 수평적 팽창을 막으면서 아파트의 대안으로 주상복합건축의 한 유형을 제안하는데 있습니다.

실제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그 제안 자체로서 출발점에 살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책의 도입부에 한국에서 잘못 이해되고 있는 주상복합의 개념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즉 한국에서는 건축회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주상복합’건축물이 지어지고 이름과 다르게 거주공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 책의 자매편인 ‘도시적인 삶(2017)’을 곧 읽을 예정이며, 고밀도의 도시가 더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을 담은 Edward Glaeser의 ‘Triumph of the City (2012)’도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흔히 한국의 급속한 도시화와 경제발전을 한국의 특징으로 자랑스러워 하는데 저는 시각을 조금 달리합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거의 200년 가까이 걸린 도시화를 한세대, 즉 약 30여년에 걸쳐 이룬 것이 과연 자랑할만한 것인지 의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군사독재정권이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여 수용소처럼 주거지를 찍어낸 것이 서울의 도시화였고 이를 위해 농업을 버렸습나다. 모든 가치가 ‘속도’에만 집중된 상황은 절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효율적으로 건축물 짓는 방법을 몰라서 오랜 시간 도시를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삶을 생각하고 각기 다른 건축물의 개성을 생각한다면 결코 ‘속도’에만 집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현 여부를 떠나 건축 전문가들이 획일적인 도시 경관을 바꿀 대안을 찿기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일단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직주근접(職住近接)에 대해 언급하려고 합니다. 책에서 언급한 직주근접, 즉 직장과 거주지가 가까워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은 코로나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의외로 우리에게 빨리 다가왔습니다. 직주근접의 한 방식으로 거론된 ‘재택근무’는 코로나 발발을 계기로 꽤 심각하게 대안적 업무방식으로 거론되고 있고 주택의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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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김훈 작가의 문체를 편애하는 입장에서 유명한 에세이집인 ‘밥벌이의 괴로움’은 읽어보고 싶어 중고로 이 절판된 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2003년 출간된 에세이집이니 벌써 17년이나 지난 책이고 내용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의 내용도 있습니다. 아주 짧은 소픔들이 함께 묶인 책입니다.

초기의 글이라서 그런지 ‘남한산성’에서 보이던 농축된 단문의 담담한 문장보다 비유적인 표현들이 많이 보여 생각보다 실망스러웠습니다.

다만 몸으로 부대끼는 걸 중요하게 여기고, 밥을 먹어야 하는 기본적 인간조건에 집착하는 진정성은 작가의 색깔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에세이집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좋은 글은 역설적으로 작가의 인터뷰, ‘사무라이, 예술가 그리고 김훈’으로 기자 남재일의 글입니다.

작가의 육성을 그대로 들을 수있어 좋았고 작가의 기자시절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작가 스스로 자신이 가부장적인 사람이라는 이야기, 여성과 생명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노동을 싫어하고 노는 것이 좋지만 생존을 위해 일하지 않을 없다는 이야기는 그냥 인터뷰임에도 깊은 공감이 됩니다.

분명 후대 작가인 김영하나 김연수와는 차이가 나는 구식 작가이지만 본인이 할 수 없는 건 못한다고 하는 솔직함과 글을 대하는 진정성이 있습니다. 작가가 아직도 고된 노동이 될 수 밖에 없는 원고지 작업을 고집하는 것이 바로 이런 진정성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가 요즘 젊은 노동자들이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죽어가는 사실을 안타까와하면서 사회에 대해 발언을 자꾸 하는 것도 작가가 기본적으로 날 것으로의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특히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를 철저히 무시하는 자본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어 몸소 행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작주의자처럼 한 작가의 책을 한꺼번에 모두 읽고싶지만 희망사항일 뿐이고 그냥 시간이 나는대로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시간을 언제 만들지가 관건이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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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폴란 교수의 책으로는 두번째 읽은 책입니다.
본문 200페이지 정도의 짧은 책으로 2008년 출판된 책입니다.

‘잡식동물의 딜레마 (Omnivore’s Dilemma, 2006)’에서 저자는 미국의 산업화된 축산업을 고발하면서 원래 풀을 먹고 살아야 하는 소들이 축산공장에서 사육되면서 잉여농산물인 옥수수를 먹게 되고 그로 인해 병에 걸리고 또 병을 치료하기 위해 대량의 항생제를 먹게 되는 악순환을 적나라하게 알렸습니다. 광우병 (Mad Cow Disease) 도 공장형 축산으로 생긴 부작용으로 광우병의 발병 메커니즘도 책에서 생생하게 묘사되었습니다 .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사그러들기 전에 그 발병원인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서술한 책을 보는 건 아무튼 공포 자체라고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학자로서 미국인으로서 자국의 치부라고 할수 있는 부분을 용기있게 들춘다는 건 상당히 용기있는 행동이라 생각됩니다.

전작이 산업화된 미국의 축산업과 농업 전반을 다룬 바 있기에 같은 저자가 2년 후 도대체 ‘음식’이 뭔지 질문을 하고 미국인들이 뭘 먹는지, 그리고 서양식 식단 ( Western Diet)의 병폐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는데
첫번째는 소위 영양주의 ( Nutritionism)이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두번째는 서양식 식단 (Western Diet) 과 질병, 특히 대사질환 ( metabolic syndrome)과의 상관관계를 집중적으로 따집니다. 여기에서 식품산업계가 산업의 이익을 위해 미국인의 식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거론합니다.

세번째는 영양주의를 극복할 대안이 있는가에 대한 논의입니다. 결론은 ‘음식을 먹고, 채식 위주로 그리고 적게 먹으라’는 겁니다.

이 결론을 뒤집으면 서양식 식단의 문제점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이 책 자체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미국식 식단에 맞추어져 있지만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아 참고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즉 ,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 즉 가공되지 않은 진짜 음식을 먹지 않고 가공식품( processed foods)을 너무 많이 섭취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햄버거 가게에서 먹는 코크같은 청량음료는 가공된 옥수수시럽 ( corn syrup) 으로 단맛을 낸 것으로 음식처럼 보이지만 (foodlike) 음식이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또한 다른 가공식품인 감자칩같은 스낵류는 사실 감자가 없고 감자맛을 내는 향 (flavor)가 인위적으로 첨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즉, 식품업체에서 가공한 이런 가공식품은 따라서 더이상 음식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는 이런 가공식품 말고 진짜 음식, 갑자칩이 아니라 감자를 먹으라는 겁니다. 신선하게 먹으려면 수퍼마켓보다 재배한 농민과 직거래를 하던가 아니면 직접 작물을 기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권유합니다.

다음 육식위주의 식단은 특히 미국식 식단의 큰 문제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쇠고기를 엄청 먹습니다. 대부분 스테이크로 먹는데 감자와 당근 같은 열매와 같은 부분을 먹지 의외로 잎채소를 많이 먹지 않습니다.

저자가 프랑스와 지중해식 식단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한국의 식단도 미국의 식단보다는 잎채소를 많이 먹고 육류소비가 적다는 면에서는 훨씬 좋은 식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한국의 식단이 독특한 것은 김치와 각종 나물류가 발달해서 식단 자체가 육류위주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미 위에서 공장제 축산업의 폐해를 잠시 언급했는데 마볼링을 위해 과다하게 많은 옥수수를 섭취한 소들은 다량의 항생제를 투여받게 되고 이는 그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렇게 공장제 축산업에서 생산된 육류를 소비하는 식단은 같은 서양이라고 프랑스나 이태리 사람들보다 미국인들이 더 많은 대사질환과 고혈압 (hypertension), 심장질환( cardiovascular disease), 비만 (obesity), 당뇨 ( diabetes)를 앓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
그래서 저자는 미국인들이 채식을 좀더 많이 해야 하고 텃밭에서 간단한 채소를 길러먹거나 농부들과 채소를 직거래해서 먹거나 음식을 먹을 때 프랑스 사람들처럼 적당한 와인을 마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음식 자체에 좀 더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권유합니다. 값싼 음식을 많은 양 짧은 시간동안 먹기보다 질좋은 따라서 좀 더 비싼 음식을 좀 더 여유있게 먹기를 권합니다. 그래야 음식을 즐길 수 있다고 하면서요.

마지막으로 좀 적게 먹으라는 이야기 입니다. 텃밭을 가꾸는 것은 먹거리를 위해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지만 별 투자 없이도 양질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주며 또 질 좋은 음식은 경제적으로 봐도 비싸기 때문에 일단 대량으로 먹기 힘들기 때문에 그 자체로 건강을 위한 투자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가 쓴 음식에 대한 르포식 논픽션이지만 현재 한국의 식생활에도 시사점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한국 사람들은 과거보다 얼마나 훌륭한 식생활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저자도 언급했듯 좋은 식생활과 좋은 음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비싼것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고 매너와 문화가 모두 녹아 있는 것이므로 단순하게 경제적 가치로만 재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첫번째 파트에서 언급한 영양학의 방법론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영영학은 음식을 전체 (whole food)로서 다루지 않고 각 음식 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로 보는 것으로 예를 들어 쌀을 볼 때 쌀이라는작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탄수화물( carbohydrates)에 집중하는 설명방식입니다. 이들은 몸에 필요한 3대 영양소를 파악해 음식 자체보다 이 영양소의 섭취를 건강 증진의 한 방안으로 보았습니다.
어떤 영양소가 어떻게 몸에 작용하는지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의학계나 삭품업계에서 알고 싶어하는 설명 방식이지 일반 소비자에게는 별 의미없는 방식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런 사고 방식을 환원주의( reductionism)라고 하는데 1980년대 이후 미 영양학계를 지배합니다.

음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양소가 중요하고 영양소가 첨가되면 몸은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했으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채소나 육류와 같은 여러 물질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이유를 밝히지 못하는데다 기존에 밝혀진 인과관계도 흔들리기 일수여서 별로 신뢰받을 수 있는 설명 방식은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우리 몸이 탄수화물과 지방과 단백질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닌데도 횐원주의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는 탄수화물, 지방과 단백질의 총합이 우리 몸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거의 생화학과 통계가 만나 최악의 조합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자가 마지막에 권유하는 식생활 개선 방식은 당연히 생태적 생활방식을 따를 수 밖에 없고 좀 더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습니다.

먹거리를 연구하다가 사람도 동물이며 자연계의 일부로서 자연과 가깝게 먹거리를 얻어야 좀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이 책은 따라서 음식의 입장에서 지나친 공장식 생산과 이윤추구가 결국 인간들에게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가에 대한 작은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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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강남’이라는 지역의 개발사를 1960년대부터 현재(2016년)까지 추적해 연구한 논문 10편과 단행본의 한편을 모아놓은 논문집입니다.

보통의 경우 논문집을 통독하지는 않지만 접근방식의 새로움도 있고 해서 일단 모두 읽었습니다.

각각의 독립된 논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총론 격인 제1장 ‘강남만들기’, ‘강남따라하기’와 한국도시이데올로기를 시작으로 2장-6장은 강남이라는 지역이 개발되는 물리적 방식과 강남이라는 지역의 도시성을 설명하는 사회적 문화적 맥락들을 주로 이야기합니다.
7장은 시각디자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일대기로서 단행본으로 출판된 ‘콘크리트 유토피아 ( 자음과모음, 2011) 중 일부입니다.

8-9장은 서울의 행정적 경계를 넘어 수도권의 신도시로 자리잡은 ‘분당’과 관련된 논문이며, 마지막 10-11장은 강남적 도시화의 성격이 지방도시에 어떻게 구현된 것인지 사례조사를 한것으로 부산의 해운대와 대구 수성구의 사례에 대한 것입니다.

상당수의 논문들이 사회학자들이 썼으며 지리학자와 도시계획학자들이 쓴 글들입니다.

주목할 점은 이론적 논의의 틀로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구별짓기’에 대한 이론이 소개되고 그 한국적 실제의 경우를 심층 인터뷰를 통해 밝힌 점이 눈에 띕니다.

개요는 이쯤이면 된 것 같고, 이책의 주제이며, 부제인 ‘투기지향 도시인과 투기성 도시개발’에 대해 몇가지 특징을 언급하려 합니다.

첫째, 우리가 강남이라고 부르는 한강 이남의 지역은 일반인들의 예상과 다르게 1960년대부터 북한과 체제경쟁을 해온 박정희 정권이 북한과의 무력충돌에 대비하기 위한 ‘안보’의 이유로 서울시민의 대거 한강 이남 이주를 계획하는 프로젝트로 시작되었습니다.

둘째, 우리가 강남하면 생각하는 ‘부동산 투기’도 군사정권의 ‘인구재배치 계획’의 일환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입니다. 1960년대말부터 강남개발이 본격화된 1970년대 초까지 강남지역은 허허벌판이었고 강북 도심에 내다 팔 채소를 재배하던 경기도 광주군 지역으로 여름이 되면 홍수로 침수피해가 심했던 지역이었으니 이곳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 그때까지 잘 정비된 강북 구도심에서 살던 서울시민들을 이주시키려면 어느정도 유인책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박정희 군부정권은 재정투입 없이 택지를 개발해 민간건설사들에게 되팔았고 건설사들은 선분양제와 사채발행 특혜를 발판삼아 봉이 김선달처럼 쉬운 장사를 했습니다. 정부는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는 당시 중산층이상 되는 국민들에게 아파트 분양을 하기 위해 시가보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하는 가격통제를 실시해 아파트에 당첨된 국민들에게 부동산 시세차익을 향유할 기회를 줍니다. 이렇게 부동산 시세차익의 맛을 본 강남사람들은 이후에도 아파트 평수를 늘려가면서 재산을 증식하게 됩니다.

셋째, 이렇게 철저한 계획경제와 속도전 그리고 군부의 특혜를 통해 가용한 자원이 모두 강남지역에 투자되면서 강남지역은 ‘압축도시화’로 불리울만큼 급속도로 도시화되어 갔습니다. 여기에 인구를 분산배치하기 위한 또 다른 유인책으로 오랫동안 강북 구도심에 자리잡고 있던 명문고등학교들을1973년부터 1980년대 초까지 강남으로 이전하고 정부기관 중 대법원과 대검찰청이 서초동으로 이전하는 조치를 취합니다.

넷째, 강남을 빠르게 도시로 만들고 서울의 인구를 강남으로 재배치시키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파트를 짓는 방법이었고 개발 당시 주변 인프라가 전무했던 강남의 아파트는 ‘근린주구론 (Neighborhood unit)’에 따라 설계되어 아파트 단지 바깥으로 접촉할 필요가 없어 고립된 섬처럼 생활할 수 밖에 없었고 이전까지 동네마다 있던 골목길 문화가 사실상 소멸하게 되는 경로를 밟게 됩니다.

다섯째, 강남의 아파트로 이주한 중산층과 그 이상 계층의 국민들은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해 용인해준 부동산 시세차익을 기반으로 자산계층으로 발돋음 해 군부 정권의 체제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었고, 박정희 군사정권은 1971년 8월 발생한 광주대단지 사건을 계기로 서민들과 도시빈민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정책을 시행합니다.
이후 진행된 아파트 건설사업들이 모두 임대보다 소유를 전제로 한 중대형형으로 지어지고 주택정책도 산업정책, 즉 건설산업 정책의 하나로 취급해 ‘수요가 있는 주택’만을 건설한다는 입장을 지켜 나갔습니다. 초기 사회정책으로 추진되던 주택정책은 산업정책으로 바뀌고 이후 1980년대 말에 일어나게 될 주택난 전세난이 이미 초기 주택정책 시행 당시 이미 그 싹을 보였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여섯째, 가용자원의 집중과 특혜로 건설된 강남 아파트 지역에 입주한 중산층 사람들은 8학군으로 상징되는 교육자본과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산다는 동류의식 등으로 뭉쳐 자신들의 세계와 그 외의 세계를 구별짓고 차별화하기 시작합니다. 아파트단지 건설과 한강개발사업 등이 강남의 물리적 기반이 되었다면 아파트 단지내에서 독특하게 뿌리내린 삶의 방식이 강남과 비강남을 구별하는 경계로 기능하게 되고 강남 거주 서울사람들은 스스로가 그 외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즉 차별과 배제의 문화가 노골화되고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앞에서 언급한 부제의 ‘투기지향 도시민’ 이라는 특징은 강남개발 초기부터 시작된 분양가상한제라는 특혜제도에서 시작된 것으로 시작부터 투기성을 국가가 보장한 것입니다. 정통성을 결여한 군사정부로서는 지지자를 만들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번째로 ‘투기지향 도시개발’은 강남이라는 지역을 넘어서 한국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도시를 개발하고 주택을 짓는 행위들이 모두 투기와 관련이 된다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도시개발을 하면서 본질적 가치인 주거지의 이용가치보다 투자대상으로의 자산가치를 더 우선시 해서 환금성이 좋은 아파트나 주상복합을 위주로 건설을 하고 이 아파트를 구매하는 대상도 중상층 이상으로만 한정해 하층민들에게는 아예 기회를 박탈하는 배제를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총탄에 맞아 죽은지 4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삶, 특히 주거는 아직도 그가 남긴 유산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건설사들은 아직도 선분양제의 이익을 보고 있고 강남에서는 이주 첫세대가 부동산으로 번 돈들이 대를 물려 세습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아파트 이외의 다른 주거형태를 찾아보려 해도 아파트를 제외하고 구매할 수 있는 주택은 별로 없습니다. 경제적 이익과 맞물려 아직도 군사주의적 획일주의와 효율성이 가치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과장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도시계획과 도시발달사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글 사이 사이에서 보이는 배제와 차별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잘사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추가로 두권의 책을 더 소개합니다.


임동근 박사가 김종배씨와 대담한 내용을 엮는 ‘매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반비, 2015)’는 영토통치란 무엇인지 위정자가 어떻게 도시를 바라보고 인구문제를 바라보는지 쉽게 알려줍니다. 제가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이기도 하고 쉽게 읽힙니다.

두번째는 ‘강남의 탄생(미지북스,2016)’로 세종시 도시계획에 관여하신 공무원이 쓰신 책으로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 강남이라는 대한민국의 ‘심장도시 ‘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아주 초창기부터 최근까지 다룹니다. 마찬가지로 부담없이 읽기 좋은 개론서와 같은 책입니다. 강남개발을 통시적으로 조망하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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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20-09-17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문 분석이 매우 인상적이네요

Dennis Kim 2020-09-21 12: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