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폴란 교수의 책으로는 두번째 읽은 책입니다.
본문 200페이지 정도의 짧은 책으로 2008년 출판된 책입니다.
‘잡식동물의 딜레마 (Omnivore’s Dilemma, 2006)’에서 저자는 미국의 산업화된 축산업을 고발하면서 원래 풀을 먹고 살아야 하는 소들이 축산공장에서 사육되면서 잉여농산물인 옥수수를 먹게 되고 그로 인해 병에 걸리고 또 병을 치료하기 위해 대량의 항생제를 먹게 되는 악순환을 적나라하게 알렸습니다. 광우병 (Mad Cow Disease) 도 공장형 축산으로 생긴 부작용으로 광우병의 발병 메커니즘도 책에서 생생하게 묘사되었습니다 .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사그러들기 전에 그 발병원인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서술한 책을 보는 건 아무튼 공포 자체라고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학자로서 미국인으로서 자국의 치부라고 할수 있는 부분을 용기있게 들춘다는 건 상당히 용기있는 행동이라 생각됩니다.
전작이 산업화된 미국의 축산업과 농업 전반을 다룬 바 있기에 같은 저자가 2년 후 도대체 ‘음식’이 뭔지 질문을 하고 미국인들이 뭘 먹는지, 그리고 서양식 식단 ( Western Diet)의 병폐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는데
첫번째는 소위 영양주의 ( Nutritionism)이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두번째는 서양식 식단 (Western Diet) 과 질병, 특히 대사질환 ( metabolic syndrome)과의 상관관계를 집중적으로 따집니다. 여기에서 식품산업계가 산업의 이익을 위해 미국인의 식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거론합니다.
세번째는 영양주의를 극복할 대안이 있는가에 대한 논의입니다. 결론은 ‘음식을 먹고, 채식 위주로 그리고 적게 먹으라’는 겁니다.
이 결론을 뒤집으면 서양식 식단의 문제점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이 책 자체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미국식 식단에 맞추어져 있지만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아 참고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즉 ,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 즉 가공되지 않은 진짜 음식을 먹지 않고 가공식품( processed foods)을 너무 많이 섭취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햄버거 가게에서 먹는 코크같은 청량음료는 가공된 옥수수시럽 ( corn syrup) 으로 단맛을 낸 것으로 음식처럼 보이지만 (foodlike) 음식이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또한 다른 가공식품인 감자칩같은 스낵류는 사실 감자가 없고 감자맛을 내는 향 (flavor)가 인위적으로 첨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즉, 식품업체에서 가공한 이런 가공식품은 따라서 더이상 음식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는 이런 가공식품 말고 진짜 음식, 갑자칩이 아니라 감자를 먹으라는 겁니다. 신선하게 먹으려면 수퍼마켓보다 재배한 농민과 직거래를 하던가 아니면 직접 작물을 기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권유합니다.
다음 육식위주의 식단은 특히 미국식 식단의 큰 문제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쇠고기를 엄청 먹습니다. 대부분 스테이크로 먹는데 감자와 당근 같은 열매와 같은 부분을 먹지 의외로 잎채소를 많이 먹지 않습니다.
저자가 프랑스와 지중해식 식단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한국의 식단도 미국의 식단보다는 잎채소를 많이 먹고 육류소비가 적다는 면에서는 훨씬 좋은 식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한국의 식단이 독특한 것은 김치와 각종 나물류가 발달해서 식단 자체가 육류위주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미 위에서 공장제 축산업의 폐해를 잠시 언급했는데 마볼링을 위해 과다하게 많은 옥수수를 섭취한 소들은 다량의 항생제를 투여받게 되고 이는 그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렇게 공장제 축산업에서 생산된 육류를 소비하는 식단은 같은 서양이라고 프랑스나 이태리 사람들보다 미국인들이 더 많은 대사질환과 고혈압 (hypertension), 심장질환( cardiovascular disease), 비만 (obesity), 당뇨 ( diabetes)를 앓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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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자는 미국인들이 채식을 좀더 많이 해야 하고 텃밭에서 간단한 채소를 길러먹거나 농부들과 채소를 직거래해서 먹거나 음식을 먹을 때 프랑스 사람들처럼 적당한 와인을 마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음식 자체에 좀 더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권유합니다. 값싼 음식을 많은 양 짧은 시간동안 먹기보다 질좋은 따라서 좀 더 비싼 음식을 좀 더 여유있게 먹기를 권합니다. 그래야 음식을 즐길 수 있다고 하면서요.
마지막으로 좀 적게 먹으라는 이야기 입니다. 텃밭을 가꾸는 것은 먹거리를 위해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지만 별 투자 없이도 양질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주며 또 질 좋은 음식은 경제적으로 봐도 비싸기 때문에 일단 대량으로 먹기 힘들기 때문에 그 자체로 건강을 위한 투자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가 쓴 음식에 대한 르포식 논픽션이지만 현재 한국의 식생활에도 시사점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한국 사람들은 과거보다 얼마나 훌륭한 식생활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저자도 언급했듯 좋은 식생활과 좋은 음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비싼것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고 매너와 문화가 모두 녹아 있는 것이므로 단순하게 경제적 가치로만 재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첫번째 파트에서 언급한 영양학의 방법론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영영학은 음식을 전체 (whole food)로서 다루지 않고 각 음식 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로 보는 것으로 예를 들어 쌀을 볼 때 쌀이라는작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탄수화물( carbohydrates)에 집중하는 설명방식입니다. 이들은 몸에 필요한 3대 영양소를 파악해 음식 자체보다 이 영양소의 섭취를 건강 증진의 한 방안으로 보았습니다.
어떤 영양소가 어떻게 몸에 작용하는지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의학계나 삭품업계에서 알고 싶어하는 설명 방식이지 일반 소비자에게는 별 의미없는 방식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런 사고 방식을 환원주의( reductionism)라고 하는데 1980년대 이후 미 영양학계를 지배합니다.
음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양소가 중요하고 영양소가 첨가되면 몸은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했으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채소나 육류와 같은 여러 물질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이유를 밝히지 못하는데다 기존에 밝혀진 인과관계도 흔들리기 일수여서 별로 신뢰받을 수 있는 설명 방식은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우리 몸이 탄수화물과 지방과 단백질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닌데도 횐원주의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는 탄수화물, 지방과 단백질의 총합이 우리 몸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거의 생화학과 통계가 만나 최악의 조합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자가 마지막에 권유하는 식생활 개선 방식은 당연히 생태적 생활방식을 따를 수 밖에 없고 좀 더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습니다.
먹거리를 연구하다가 사람도 동물이며 자연계의 일부로서 자연과 가깝게 먹거리를 얻어야 좀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이 책은 따라서 음식의 입장에서 지나친 공장식 생산과 이윤추구가 결국 인간들에게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가에 대한 작은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